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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지난 월요일 군대에 입대한 사촌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3회에 걸쳐 나누어 올린다. 군대에 대한 기억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군입대를 앞둔 그 때의 마음들은 다들 비슷하리라 본다. 또, 이 글의 일부 형식과 내용에서 "무한의 노멀로그-대학교에 입학하는 여동생을 위한 연애매뉴얼"에서 일정 부분 차용하기도 했다. 무한님의 글은 연애 그 이상, 인간과 인간이 가져야 할 관계의 예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또다른 청춘들에게도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들 제대하는 날까지 건강하기를 바란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아마도 군입대를 앞두고 친구들을 만나서 밤마다 거리와 주점을 쏘다니느라 속도 좋지 않고 머리도 아플 텐데, 1년에 얼굴 보는 게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사촌형이 뜬금없이 편지를 준다니 어리둥절하겠구나. 군대 가는 놈에게 DSLR 카메라니, 넷북이니 하는 건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선물이고, 딱히 물질적으로 줄만한 건 없다고 본다. 물론 돈도 훈련병 시절에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시계는 이미 장만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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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은어머니로부터 밤마다 석별의 정을 거하게 나누느라 바쁘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아마도 그런 자리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게다. 하지만 군대 생활이라고 해서 주워들은 것들은 대부분 250%의 과장이 섞여 있거나 거짓말이 50% 섞여 있는 뻥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야기 중에는 “축구 잘 하면 군생활 풀린다” 혹은 “훈련소에서 특기 있는 사람 뽑을 때 무조건 손들고 나가라” 등등 근거 없는 이야기도 있었을 거야. 그러나 막상 훈련소나 자대 배치 받아서 조언대로 해 보면 들었던 이야기와는 아주 다르지. 술자리 이야기만 믿고 군생활 한다면 아마도 진도 9.5의 대지진으로 머리 속이 흔들리고 여진으로 정신없는 와중에 밀려드는 쓰나미에 제정신을 놓치고 마는 참담한 결과를 맞을지도 몰라. 따라서 뻥이나 과장은 전혀 없는 순도 100%의 순수한 군대 생활에 대한 조언이 될 것이다.

제대한지 10년이 훌쩍 넘은 사람의 이야기이니만큼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 맺는 데에 있어서 기본적인 룰과 매뉴얼만 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군대는 훈련과 내무 생활의 단조로운 반복

군인은 단순하다. 군대가 단순하다는 건 그 안의 삶이 단순하다는 말이다. 얼마나 단순하냐면, 제대하고도 길게는 한달여 동안 밤 10시 되면 졸음이 쏟아지고, 아침 6시가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게다가 그런 단순한 삶이 전두엽을 지배하면서 꿈속에서 제입대하라는 통보를 주일마다 받는다. 이런 꿈은 길게는 1년 동안 꾸기도 하더라. 이 단순함이 몸에 배어 일어난 현상들이야. 그런데 그것을 복잡하게 만든다면 삶이 복잡해져서 군생활이 힘들어지겠지. 그러니 애써 복잡하게 만들지 마라. 일단 단순함에 몸을 맡기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단순하게 문제를 해결해라.


다시 봐도 가슴이 벌렁벌렁 뛰는 장면, 생각난다, 지옥에서 올라온 조교의 목소리: “PT8번 온몸 비틀기 100회 시작!!!”




군대 생활은 크게 안 생활과 바깥 생활로 나뉜다.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린가 싶지? 전문용어로 말해주면 이해될 거야. 다시 말하면, 군대생활은 단순하게 ‘훈련’과 ‘내무반’으로 나뉜다. 이제 이해가니? 물론 간간히 휴가가 있고 체육대회니 민간 지원 활동도 있지만 휴가를 제외하고 모든 것은 훈련으로 통해. 따라서 군대는 훈련과 내무 생활만 잘 하면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어. 훈련과 내무 생활 둘 중의 하나라도 망가지면 군대 생활 전체가 망가진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훈련소에서의 훈련이야 개개인의 능력을 군대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는 정도야. 그러나 자대배치 이후에는 개인훈련, 소대훈련, 중대훈련, 대대훈련, 연합훈련 등 부대 중심의 훈련이 중요하지. 물론 대표적인 개인훈련으로 유격훈련이 있는데, 그래봐야 1년에 2박3일(길면 3박4일)이 전부니까 그때만 눈 딱 감고 지나가면 되고. 자대 배치 이후의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자. 우선은 훈련소의 훈련은 개개인의 능력이 중요해. 그게 뭐 대단한 능력을 요구하는 건 아니지. 그래도 못하면 학교처럼 보충수업도 받아야 한다. 심하면 얼차려도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일단 자기 능력을 교관이 요구하는 수준에 올려놓아라. 그래야 만사가 편하다. 괜히 반항한답시고 엉뚱한 행동을 하면 자기 몸만 피곤하다.

그리고 요령껏 해. ‘요령’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을 하는 데 꼭 필요한 묘한 이치.” 또는 “적당히 해 넘기는 꾀”이더군. 하지만 ‘꾀’는 부리지마. 유감스럽지만 군대 생활은 단순하고, 그러기 때문에 꾀를 부리는 건 이미 교관이나 고참들에게는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처럼 하찮은 재주에 불과해. ‘묘한 이치’를 깨닫는게 중요해. 성실함을 보여 주는 건 좋지만, 무식하게 힘만 써서 일하는 건 피해라. 그렇지 않아도 고단한 군생활이다. 군대에서 몸 망가지면 보상도 개값이야.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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