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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몸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머리를 받친 목이 따로 놀고 
어디선가 삐그덕 삐그덕 나라고 믿던 내가 아니다 
딱 맞아떨어지지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게 삐긋하더니 
머리가 가슴을 따라주지 못하고 
저도 몰래 손발도 가슴을 배신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나를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한맘인 줄 알았더니 아니다 늘 가던 길인데 가던 길인데 
이 길밖에 없다고 없다고 나에게조차 주장하지 못한다 
확고부동한 깃대보다 흔들리는 깃발이 더 살갑고 
미래조의 웅변보다 어눌한 말이 더 나를 흔드네 
후배 앞에선 말수가 줄고 그가 살아온 날만으로도 
고개가 숙여지는 선배들 
실천은 더뎌지고 반성은 늘지만 그리 뼈아프지도 않다 
모자란 나를 살 뿐인, 이 어슴푸레한 오후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한창일 때 서른을 맞았는데, 
사실 그때의 감성은 그 노래를 짙게 이해할 만한 성숙이 모자랐다.

그런데 이 노래 안치환의 '마흔 즈음에'를 마흔의 생일에 듣고 있자니,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제 내 나이 마흔.
물러날 곳도 나아갈 곳도 더욱 흐려지고
힘도 기백도 열정도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려워져
고개를 숙이며 바닥만 훑는 인생같은
그래도 한번더 보듬고 쓰다듬으며 작은 위로에 크게 기뻐해야 하는
나약한 중년의 시작을 알리는 나이에
생일 노래 치고는 참 잔인한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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