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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서였다.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있어서 우산을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개봉역으로 막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앞에 가던 커플 중 남자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저기 불났다."


▲ @KimJeongRok1 님의 트위터에서 : 출처는 여기


우산을 들어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1층과 2층 사이 PVC관이 불에 녹으면서 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불꽃이 튀면서 PVC에 불이 붙어 연기가 나고 있었다. 가까운 장소라면 소화기로 쉽게 끌 수 있는 장소였으나 장소가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라 소방차가 와야 가능할 듯싶었다. 게다가 전기 합선이 우려되는 상황인만큼 쉽게 접근할 수도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우산을 접으니 사람들 모습도 보인다. 누군가는 전화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있다. 선거운동원들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통제하는 역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모른는 걸까?


전화를 할까, 아니면 역 관계자에게 알릴까 잠시 생각하다가 역관계자에게 알리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봉역에 들어서면서 개찰구를 지나 플랫폼에 설 때까지 주의 깊게 찾아보았지만 역관계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비록 작은 불이었지만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역 관계자나 그 상황을 통제할 책임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사람은 사라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출퇴근 길의 개봉역 그 거대한 공공 장소에 안전 요원이 없었다. 



▲ @KimJeongRok1 님의 트위터에서 : 출처는 여기


다행히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소방차가 도착하고 몇줄기 물을 뿜는 것으로 불은 쉽게 진화되었다.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의 안전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전 문제는 바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세월호 참사는 어쩌다 일어난 불운한 일이 아니였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안전에 소홀히 한 지금 사회 체제의 문제였다. 다시 개봉역 작은 화재를 보면서 그 문제를 더욱더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사진은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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