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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출장이었다. 현장 교사 포럼이라서 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기로 결정됐다. 전날 미리 내용을 다운로드 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들쳐볼 시간이 없었다. 아무 지식 없이 출발했다. 

날은 좋았다. 처음 가보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 대한 호기심도 동했다. 건축미학적으로 문외한이지만, 지리산처럼 푸근하면서도 천왕봉의 거친 기상이 서린 듯한 느낌이다. 

근처 비행장에서 공군 전투기들이 수시로 오갔다.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소리가 매우 거슬렸다. 그때마다 하늘을 보게 된다. 낯선 소리에 대한 민감함 때문이지만 푸르른 날 덕분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들다가도 새파란 하늘 모습 때문에 다시 푸근해진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울긋불긋, 노란 은행잎들이 팔랑팔랑 날아다닌다. 가을 출장답게 사치스러운 하루였다. 


현장 교사들이 차기 교육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는 취지의 현장 교사 포럼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발표자들은 학교 현장 교사들이었고, 수업의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학교 수업에 대한 실천적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 내가 집중해서 들었던 분야는 정보, 연극, 진로적성 분야였다. 정보는 미래 중심적인 가치와 논리적 사고를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교육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좀 아쉽다. 연극은 좀 이상적이다. 포럼 중간에 단막극으로 나온 아이들이 10여분간 펼친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최소 40시간이 필요했다는 교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쳐 극을 올리는 일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을 수밖에 없다. 차시 배정 문제다. 무엇보다 교과서 편집자로서 가장 큰 고민은 그래서 교과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이다. 자칫 체육처럼 학생들만 시험때 들쳐보는 시험 대비용 책이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마지막으로 진로는 인성교육과 연결하고 있다. 진로교육이라는 타이틀이었지만 인성교육 프로그램 소개 등 지나치게 인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듯했다. 어쩌면 그것이 학교 현장의 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성은 모든 과목에서 수업 내용 안에 함께 녹아 있어야 하는 부분인데, 따로 프로그램과 수업을 통해 교육한다는 것은 옥상옥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준비된 내용들이 모두 발표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점이 좀 아쉬웠다. 교사들이 준비한 많은 내용이 수박겉핥기보다 못하게 스쳐지나가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 토론 부분은 기차 시간 때문에 보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그러나 발제 자체가 가을 하늘을 음속으로 돌파하던 전투기처럼 지나갔는데, 그 흔적을 쫓는 토론도 그렇게 충실하게 진행됐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광주까지 내려와 광주 지인들을 못보고 바로 올라오려니 무척 아쉬웠다. 출장 자체가 갑작스러워 그런 여유를 둘 수가 없었다. 그런 틈으로 그나마 점심 시간의 여유를 광주 공기로 채우고 왔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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