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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회사 사람들과 공덕동의 "e-문어세상"이란 곳에 갔다. 사람들 설명에 따르면 이곳이 나름 맛집으로 소문났다고 한다. 연말의 분위기인만큼 사람이 많다. 미리 예약도 했단다. 그럼에도 맨끝자리 바로 문앞이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재미가 있었다.


회사 같은 띠 모임이었다. 내가 속한 BU에만도 3명의 편집자가 같은 띠이다. 유일하게 한 명 있는 여직원은 말 놓자고 우겨서 편하게 지낸다. 비슷한 파트를 맡고 있는 남직원은 뭔가 아직은 거리감이 있다. 하지만 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가 많다. 본사 기획팀 직원과 총무팀 직원이 또 같은 띠다.


술자리에 먼저 도착해 자리 앉으니 두부와 김치가 나온다. 두부는 적당히 지져 놓아서 먹기 좋다. 김치는 한지 얼마 안되었는지 상큼하고 아삭하다. 그럼에도 양념이 잘 배어 있고 매운 맛이 강해서 많이 먹긴 힘들었다. 두부와 김치의 조합이 일품이었다.


같은 나이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직급도 비슷하다. 직급을 떠나 회사 경험, 사회 경험이 비슷하니 이야기가 쉽게 풀린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책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회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 편집자의 애완도 술잔을 재촉하는 안주거리다. 그 와중에 총무팀 직원은 말이 없다. 워낙에 편집 업무 이야기만 나오는 터라 그런 것도 있고, 총무팀이라는 이유로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는 답답함도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 집의 명물 해천탕이 나왔다. 살아 있는 해물들이 여전히 힘차다. 홍합들은 바로 먹을 수 있다고 한 걸 봐서는 한번 끓여서 나온 듯하다. 홍합을 오래 두면 국물이 짜진다고 한다. 문어와 전복들의 움직임은 나로 하여금 육식 동물의 본능을 일깨우나 보다. 입안으로 침이 고인다. 해물들 속에 파묻힌 닭도 고이 자리잡고 있다. 5명이서 3~4인용을 주문했지만 결과적으로 꽤 양이 많다. 남자가 4명 여자가 1명이지만 칼국수 2개까지 먹고도 좀 남는 양이다. 역시 마지막 국물은 많이 짰다.


2차는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따뜻한 정종이 이야기를 연결해 주었다. 좀더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여행, 영화, 사랑... 이제 점점 박제화 되어 가는 단어들처럼 40대 초반에서 갖는 그저그런 삶의 관성들은 존재한다. 다시 "미생"이다. 우리는 장그래도 될 수 없고, 오차장도 아니다. 그렇고 그런 대리들같이 위로 눈치보고 아래를 가르치는(혹은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그럼에도 아직은 꽃보다 청춘이다. 미래는 두렵고 세상은 전쟁같아도 술잔은 평등하고 애정은 따뜻하고 희망은 높게 가지는 것.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은 스스로의 의지인 것이다.


공덕동 "e-문어세상"은 맛집으로 손색이 없다. 종업원들의 부지런한 자세와 나오는 음식들의 성실함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다만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렵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식탁과 항상 꽉 채운 손님들의 이야기는 서로가 경쟁하는 듯 시끄럽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과의 이야기도 힘들다. 그저 먹고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나쁘지 않다. 




ⓒ김상큼님의 블로그(http://blog.naver.com/sahdlfj/220164870679) << 해당 블로그에 더 많은 사진과 설명이 있습니다.)







e문어세상 / 해물,생선

주소
서울 마포구 공덕동 105-237번지
전화
02-782-3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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