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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관점에서 세상의 중심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으로 본격적인 강연은 시작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원효의 화엄사상, 또는 화쟁론이다. 개시개비(皆是皆非)와 화쟁론은 그 강연의 핵심이다. ‘개시개비(皆是皆非)’, 즉 ‘모두 옳고 모두 그르다’는 자칫 양비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아는 세상의 진리는 한정되어 있다. 이를 두고 그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사례를 들었다. 장님들이 만져서 파악하는 코끼리는 모두 옳지만 모두 그르다. 진실은 맞지만 그 진실의 일부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무릇 지도자는 갈등을 화해하고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과 미국의 예를 들면서 지도자라면 반대하는 국민이든 찬성하는 국민이든 모두가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일을 진행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은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사진출처: 이투데이)


갈등을 에너지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할 일은 대화이다. 갈등은 모두가 입을 열어 자기 이야기에만 열정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 모두가 입을 닫고 귀를 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인문학의 관점에서 세상의 중심은 어디인가에 대해 답한다.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 발가락이 아프면 발가락에 온 신경이 집중되고 생각과 마음이 발가락에 머문다. 귀가 아프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흔들린다. 이처럼 몸의 중심이 아픈 곳이듯이 세상의 중심은 바로 아픈 곳,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세상의 중심을 향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며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수많은 실제 사례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강연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가장 먼저 접한 플라톤 아카데미 강연이자 내게는 최고의 강연으로 손꼽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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