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살아온 인생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더라. 그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나이도 이제 마흔이 낼모레다. 어찌됐건간에 나이와 인생에 얼굴에 드러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좋은 얼굴을 가지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얼굴 표정을 본다. 뽀얀 얼굴에 드러나는 다양한 표정에 매번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게다가 이제는 자아가 생기는 시기라서 그런지 감정을 얼굴에 싣는 것이 점점 다양해지고, 어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나름의 표정 연기도 점점 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어린 아가의 애교라는 게 그런 게다. 억지 울음이나 억지 웃음도 짓는데, 그런 표정을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수 없다. 아기야 그것을 어른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보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였음에도 우선 어른들에게 웃음을 준다. 아이가 주는 행복 중의 하나다.
민서도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직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해 대화를 통한 자기 표현이 어색해서일까. 그 표정들이 정말 다양하다. 심지어 사진 찍자며 웃어 보라면 억지 웃음까지 짓는다. 그 억지 웃음이라는 게 입만 살짝 벌리고, 눈만 살짝 감은 듯 뜬 듯 한 상태로 있는 표정이라서 어찌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억지 울음도 그렇다. 원하는 걸 안 들어 주면 억지로 우는 울음을 운다. 소리만 "앵~" 할 뿐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는다. 입가를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소리만 내는 억지 울음도 재미있기는 마찬가지다.
민서 엄마에게는 독특한 버릇 하나가 있는데, 눈이 나쁘다 보니 양미간에 주름을 잡고 힘을 주면서 시선을 주는 것인데, 요새는 이것도 따라해서 걱정이다. 그래서 민서 엄마도 이 버릇을 고치기로 마음 먹고 있다.
강아지 인형이 있는데, 이 강아지 인형이 얼굴은 정면을 향하면서 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민서는 이 모습도 따라하는데, 마치 눈을 흘겨보는 것 같은 표정이다. 이 표정이 익숙해져서인지, 언제는 아빠가 좀 장난을 치니까 눈을 흘겨보듯이 쳐다보다가 팽하고 엄마한테 가더라. 순간순간이 놀랍다.
민서가 많이 웃어주길 바란다. 그 웃음의 미학이 얼굴에 항상 깃들어 있어서 행복한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덕분에 나도 많이 웃게 되기를 바란다.
2011년 달력을 한 부를 샀다. 내년에는 부디 우리 사회의 비인간적인 차별이 없애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하루에도 백번씩 나는 나의 삶이, 살아있는 혹은 죽은 사람의 노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되새긴다. 그리고 받은 것 만큼 되돌려 주기 위해 얼마나 많이 노력해야만 하는가를 스스로 일깨운다."
우리는 단 하루 한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서는 안된다. 세상은 혼자 사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배웠으면서도 이 세상의 어두운 곳을 비추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돌리곤 한다. 내 지금의 안락이 누군가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삶도 그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는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여기 최소한의 변화를 원하는 작가들의 카메라가 일을 벌였다. 무한도전의 달력 보다 재미는 없을지 모르지만, 사진 안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단순한 이야기들은 아닐 것이다. 토요일 저녁을 즐겁게 해주는 무한도전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세상에 살고 있으며, 무엇에 빚지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사진들도 우리에게는 소중한 존재 가치가 있다.
2011년 달력이 다 끝나기 전까지 우리 사회의 차별과 반인권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부디 작은 혹은 최소한의 관심을...
보통의 아기들이 그러하듯 일단 뭐든지 입으로 갑니다. 안고 있으면 아빠 팔뚝이나 손등을 빨고 있고, 장난감을 주면 맛부터 보려는지 입으로 가져가는 거죠. 아기는 미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미각은 태어날 때부터 가진 감각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민서는 요새 입에 침이 고이는 경우가 많아요. 입으로 "브르르르르"하며 고인 침을 가지고 장난도 치죠.
민서가 처음에는 젖병을 강력히 거부했습니다. 어렸을 때 젖꼭지를 이용해서 비타민과 약을 좀 먹였는데, 그 기억 때문인지 젖병의 꼭지를 물면 약을 먹는 줄 알고 혀를 내밀어 뱉어내려고 하거나 짜증을 내곤 했죠. 덕분에 처음에 사놨던 분유는 고스란히 애물단지로 남아버렸더랬습니다.
그런데 점점 엄마 젖이 모자르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날 유난히도 보채던 민서에게 분유를 타서 먹였더니 아주 잘 먹기 시작했어요. 젖꼭지를 아주 강하게 거부하던 민서의 모습은 사라지고 왜 그동안 이 맛있는 걸 안주었냐며 쭉쭉 빨아 먹더군요.
지금은 민서 엄마가 분유와 모유를 번갈아가면서 주고 있어서 아주 건강해지고 살도 하루가 다르게 통통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젖병을 물기 시작하면서 제가 손수 먹일 수도 있고, 덕분에 민서 엄마는 좀더 자유로와질 여지가 생겼지요.
젖도 잘 먹고 분유도 잘 먹으니 힘도 세지고 노는 것도 에너지가 펄펄 넘칩니다. 바구니에 앉혀 놓으면 모서리를 잡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있을 정도로 허리힘도 생긴 듯합니다.
바구니를 타고 바구니를 밀어주면 저 앙증맞은 손으로 바구니를 꼭 잡는 듯합니다. 오래 못가 잉잉거리지만 그래도 짧은 바구니 여행이 싫지는 않았나 봐요. 그나저나 아기랑 놀아주려면 보통 에너지가 필요한게 아닙니다.
순전히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는 거지만, 아기가 우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배고프면 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배가 고프면 배가 고프다고 말하는 게 생명의 본능. 아기는 이것을 우는 걸로 표현한다. 둘째, 밑이 불편하면 운다. 즉 기저귀가 젖어 있거나 똥을 싸놓았는데 갈아주지 않으면 운다. 불편하니까 깔아달라는 얘기다. 셋째, 신체적 변화가 오면 운다. 열이 있거나 속이 안 좋거나 하는 경우다. 몸이 자기가 원하는 상태가 아닌 것이다. 주사 같은 경우는 처음 맞을 때만 울 뿐, 잘만 달래주면서 놀아주면 금방 울음을 그친다. 하지만 몸이 아프면 대책 없다. 아기가 끊임없이 울어대는 경우는 그래서 병원을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잠투정. 잠이 온다고 운다. 아이를 안 키워본 사람은 잘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궁금하면 지금 당장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잠투정'을 쳐 보라. 아기 잠투정 때문에 속상한 부모들의 사연들이 줄줄이 뜰 것이다. 아기는 잠이 오면 자야 한다는 사실에 익숙지 않다. 눈꺼풀은 무겁고 정신은 몽롱하고 하품은 나오는데 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기의 편안한 잠을 위해서는 특별한 의식이 필요하다.
아기가 잠이 올 때는 여러 가지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행동을 한다. 눈을 부비거나, 하품을 하거나, 눈을 자주 깜박인다. 이때 잠자리 의식을 치루지 않는다면 아기는 칭얼대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바로 아이를 재우는 의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만일 아기가 더 놀고 싶은 욕심이 많거나 충분히 졸리지 않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엄마아빠가 자기를 억지로 재우는 의식을 하면 아기는 싫어하고 놀아달라고 발버둥치는 거다. 그럼 또 놀아주어야 하는데, 아기와 놀아주기는 쉽지 않다. 어른들이 빨리 지치는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러다가 아기가 다시 졸음이 오면 또 하품을 하고 눈을 부빈다. 다시 잠자리 의식을 치른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길게는 한시간 이상 울고 보채는 아기와 싸워야 한다. 더군다나 졸린 아기이니 그냥 놔두지 못하고 안고 서성이며 다독여 줘야 잠이 올까 말까하니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번은 우는 아기를 달래겠다고 한밤중에 동네를 한 바퀴 돈 적도 있다.
민서는 순한 아이다. 누가 안아도 낯가림도 없이 잘 안긴다. 물론 안는 자세가 서툴거나 어색하면 칭얼대는 건 모든 아기와 다르지 않다. 허나 잘 안아주는 사람에게는 그냥 잘 안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민서가 순하다고 한다. 민서 재우는 걸 안 해본 사람들 말이다. 한번은 시골에서 아기를 재우는 데, 아기 잠투정을 처음 본 어머니는 아기 어디 아픈 게 아니냐며 병원에 데려가라고 하신다. 그렇지만 아기는 아픈게 아니라 잠투정을 하는 거였다. 그날따라 2시간 가까이 잠투정을 했으니 집안 어른들이 다 놀라고 말았다.
잠투정은 딱히 방법이 없나 보다. 지금으로서는 적당하다 싶을 때 누워서 젖을 물리면서 재우다 보면 잠이 들면 다행이다. 젖을 빨지도 않고 떼를 쓸 때가 문제다. 아기 키우면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눕히고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며 밤잠을 설치면서 살아가는 부모의 마음을 실감하는 바다.
그래도 아이는 쑥쑥 큰다. 지금 민서는 한창 뒤집기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한쪽 다리를 직각으로 세우고 힘을 주어 허리를 튕겨서 엎어지기 직전까지 왔다. 가끔 민서 엄마가 아기를 엎어 놓으면 고개에 힘이 잔뜩 들어가 곧추 세운다. 아직 기어나가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지만, 뒤집으면 곧잘 기어갈 것 같다는 예상이다.
책을 읽어주어야겠는데, 마땅히 방법도 모르겠고 시간도 쉽지 않다. 집에 와서 저녁 먹고 나면, 아기 목욕 준비하고 목욕 끝나면 젖을 먹이면서 잠잘 준비를 한다. 잠잘 준비라는 게 보통 방안의 불을 모두 소등하는 거라서 책을 읽는 게 어렵다. 잠투정이 없으면 10시 정도에 잠이 들지만, 어느 날은 11시 전후에 모든 하루 일과가 끝난다. 나 스스로도 책 읽을 시간이 쉽게 나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 마트에서 유모차를 한대 샀다. 아직 내 차도 없지만, 아기차는 꼭 있어야하지 않나. 그리고 어제 드디어 유모차 외출을 해 보았다. 유모차를 끌고 다녀보니 장애인분들의 고충을 새삼 느낀다. 사람이 안전한 길, 유모차가 편안한 길, 휠체어가 자유로운 길은 어렵겠지만 놓쳐서는 안 될 사회적 약속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집 앞의 목감천을 따라 안양천까지 약 30분 정도의 도보길, 그리고 샌드위치로 하는 점심식사와 이야기. 5월의 평화로움이 삶에 배어들었다. 잠든 아기와 환하게 웃는 아내의 얼굴을 보니 세상의 모든 행복이 이곳에 내려와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은 저 평화로운 잠과 아름다운 웃음에 빠져 그 험한 세상을 걷고 있는 건 아닐까?
"애기 퇴원하기 전에 자둬라이~. 아가 오면 그렇게 단잠이 그리울 수 없단다. 지금 많이 자 둬."
그렇다. 아기가 온 후 난 5시간 이상 푹 자본 일이 없고, 아내는 4시간 이상을 자본 일이 없다. 꼬물꼬물 노는 아기 재롱이 귀엽고, 나날이 살이 조금씩 오르는 아기 볼살에 빠져 있는 사이 아내는 피곤이 조금씩 쌓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아기를 자주 안기 시작하고 아기와 눈을 마치면서 뒷목의 뻐근함으로 호소해 왔다. 지병이던 손목 통증도 또다시 시작됐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도 내 아침밥과 도시락은 꼼꼼이 싸주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다.
결혼을 하니 사람 만나는 일이 줄었다. 간혹 함께 하는 동료 직원들과 공덕동 막걸리집을 찾곤 한다. 아담하고 토굴같은 분위기가 나는 술집인데 제법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연락이 오는 후배나 친구라면 일터가 있는 공덕동에 한번 놀러오라고 한다. 염치없지만 긴 시간내기 어려울 때 저녁 식사 시간을 이용해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을 담는 말이다. 그만큼 분위기나 정취가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추천한다. 고등어 구이가 맛있으니 꼭 가서 함께 먹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