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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마포를 지나 공덕오거리를 지나면 공덕동이 시작된다. 진입로만 보자면 왕복 8차선과 10차선을 넘나드는 큰 대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고, 길가로는 서울 어느 거리보다 가지런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현대도시의 표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2002년에 있었던 공덕동의 래미안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2,213대 1을 보여주기도 했다. 말하면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 본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일대의 거리는 서울 도시 근대화의 멋으로 불릴 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스카이라인 뒤로는 여전히 허름하고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내가 일하는 출판사 뒤편으로도 그런 집들이 옹기종기 지붕을 맞대고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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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孔德洞)이라는 이름을 보자면, 한자의 공덕(孔德-공자의 덕)이라는 말에서 온 것 같지만 실상 순 우리말 ‘큰 더기’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라고 한다. ‘큰 더기’는 우리말로 조금 높은 고원의 평평한 곳의 더기 또는 덕, 언덕을 일컬은 말이다. 한강둑의 언덕을 비롯해 아현동 언덕, 만리재 고개 등 공덕동으로 들어서는 길은 어찌했든 작은 언덕들을 넘어와야 하는 곳이다. 옛날에 이 지역을 큰더기, 큰덕으로 불리된 것이 비슷한 한자음을 빌려와 쓴 게 공덕동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이 공덕동 주변 언덕들에 자리 잡은 그렇고 그런 허름한 집들도 재개발을 앞두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다. 사진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이미 이곳의 골목길 풍경을 렌즈에 담아내고 있다. 김기찬 사진가는 1969년부터 30여 년간 골목길 풍경을 담아왔는데, 그 풍경 안에는 이 공덕동 골목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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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을 기록한다는 것은 의미 있다. 문명이라는 그늘이 만들어내서 지워지는 자취를 기록함으로써 미래의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껴야 할 향수를 자극하자는 것도 있겠지만, 단지 휩쓸리듯 흘러가는 세태를 잔잔히 돌아보며 성찰하는 자료로서 충분히 의미 있다고 본다. 고로 나는 기록한다, 그리고 성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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