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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더쎄임문

어떻게 우연이 잘 맞아서 영화 이벤트에 뽑혔다. 서대문 드림시네마, 영화관마저 생소하고 영화제목도 생소하다. 대충 보아하니 멕시코 영화다. 큰 기대도 안하고 영화 한번 공짜로 본다는 기분에 영화관에 찾아갔는데, 결론은 뜻밖의 수확이다.

영화 <언더더쎄임문>은 21세기판 엄마 찾아 삼만리라고 할 수 있겠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9살 꼬마 까를리토스. 엄마는 4년 전부터 머나먼 미국의 LA에서 일하며 매달 300불씩 보내주고 있다. 그 돈으로 할머니의 병원비와 약값을 데고도 그렇게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사는 까를리토스는, 그러나 엄마가 한창 보고 싶은 꼬마 아이일 뿐이다. 매주 일요일 엄마로부터 오는 전화만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날,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이제 홀로남은 까를리토스의 머나먼 여정이 시작된다. 'LA, 도미노 피자집 옆 건너 버스 정류장에 있는 공중전화, 벽화가 보이고 플라스틱 선물가게가 있는 곳', 단서는 이것에 불과하다.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주소도 모른다. 연락처도 없다. 로드무비이면서 성장영화이고 무엇보다 미국 사회에서 마이너리티로 존재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영화는 매우 탄탄한 짜임새로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영화적 재미를 보여주었다. 촌철살인의 명대사들도 우리를 감동시키지만, 영상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메시지들이 가슴을 촉촉히 적셔온다.

까를로토스는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미국으로 가려는 불법이민자들이 겪어야 하는 생사의 고비를 넘고, 돈을 잃어버려 빈털털이 신세가 되어 마약중독자의 손에 의해 인신매매 될 뻔도 한다. 하지만 같은 처지의 불법이민자들을 돕는 아주머니의 손에 구출되고 그들과 함께 일터에서 일하다가 이민국에 쫓겨 달아난다. 그때 만난 아저씨가 아버지를 찾아주기도 하지만, 아버지는 끝내 아들을 돕지 않고 숨고 만다. 엄마나 아빠가 모두 자기를 버린다고 좌절할 때 아저씨는 한마디 한다.
"누구보다 너희 엄마는 널 사랑한다. 네가 여기까지 오면서 겪은 일을 생각해 봐라.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고, 토마토 농장에서 이민국에 쫓겨 달아나고, 접시닦기로 숙식을 구하고,... 누가 이런 삶을 살길 원하겠냐. 그러나 이런 삶을 네 엄마는 살고 있다. 바로 너를 위해서 말이다."(정확한 대사는 아님)

미국이라는 거대한 부의 그늘에 가리워진 멕시코 불법체류자들의 비참한 삶에서 따뜻한 시선을 끌어올린 영화감독에게 찬사를 보낸다. 올해 나에게 있어 가장 감동적인 영화 중의 하나로 이 영화를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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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촌철살인의 명대사 한마디

"그래그래 너, 킹왕짱이다."
>> 엄마를 찾는 까를리토스를 도와 함께 LA까지 간 엔리케가 까를리토스의 잔소리에ㅣ 대답하는 말.
 
"미국의 역사? 간단해, 처음에는 원주민을 착취하고, 다음에는 흑인들을 착취하고, 지금은 멕식코인들을 착취하고 있어."
>>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시험을 준비 중인 로자리오(엄마역)가 미국 역사가 어렵다고 하자 친구가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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