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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김유정 문학관에 다녀왔다.
안타깝게 일찍 요절한 김유정을 그리워했다.

국어시간에 한참 졸았어도 김유정의 <봄봄>이란 작품은 웬만하면 안다. 김유정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봄봄>은 이야기 자체가 워낙 재미있고, 해학적인 면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봄봄>은  점순과 혼인하고 싶어 머슴살이를 하는 주인공 '나'와 혼인을 핑계로 '나'를 이용해 먹는 교활한 장인어른이 나온다. 혼인 문제로 티격태격하며 반발해 보지만 끝끝내 이용만 당하고 끝내 이용만 하는 교활한 장인 어른이 나온다. 혼인을 핑계로 주구장창 4년을 밤낮으로 일을 했지만, 장인은 성례시킬 생각을 안한다. 맨날 졸라보지만 키가 더 자라야 한다며 고개를 젓기 일쑤다. 그러다가 마침내 장인과 대판 싸움이 났고, 자기편을 들어주리라 기대했던 점순이마저 아버지 편을 들면서 처량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하고 혼자서 쫑알거린다. 고대 잘 내외하다가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난 정신이 얼떨떨했다. 그러면서도 한편 무슨 좋은 수가 있나 싶어서 나도 공중을 대고 혼잣말로,
"그럼 어떡해?"
하니까,
"성례시켜 달라지 뭘 어떡해."
하고 되알지게 쏘아붙이고 얼굴이 빨개져서 산으로 그저 도망친다.


































구장님도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더니 퍽 딱한 모양이었다. 하기야 구장님 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다 그럴게다.
길게 길러둔 새끼손톱으로 코를 후벼서 저리 탁 튀기며,
"그럼 봉필씨! 얼른 성례를 시켜 주구려. 그렇게까지 제가 하구 싶다는 걸……"
하고 내 짐작대로 말했다. 그러나 이 말에 장인님이 삿대질로 눈을 부라리고,
"아 성례구 뭐구 계집애년이 미처 자라야 할 게 아닌가?"
하니까 고만 멀쑤룩해져서 입맛만 쩍쩍 다실 뿐이 아닌가.




장인 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짖궂이 더 댕겼다. 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 놔라."
그래도 안되니까, "애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 나왔다.
나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귀를 뒤로 잡아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해 놓고 장인 님은 지게 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
조졌다. 그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거니 들여다보았다.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그는 젊은 날에 요절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농촌 소설들이 가진 묘사와 해학 풍자는 당대를 넘어섰다.
농촌의 꾸밈없는 삶을 그려내고 있으며, 젊은이들의 사랑과 미움에 담긴 자잘한 감정들을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무엇보다 세세하게 전개된 농촌의 삶을 묘사하는 곳에는 은근히 당대의 모순을 드러내는 재치도 숨어 있다.
이 작품에서도 많지 않은 부를 가지고 있으면서 딸을 이용해 노동을 착취하고
작인들에게 부당하게 압력을 넣거나 행세를 하는 장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김유정이 젊은 날에 요절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고 보니 작년이 김유정 탄생 100년이었던 해란다.
그래서 이곳 실레마을(김유정 문학관이 있는 곳)에서는 여러 행사가 열렸었나 보다.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김유정의 작품을 읽고 싶다면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 추진위원회에서 만든 사이트
<봄봄스토리페스티벌>에 가면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봄봄> 외에 <동백꽃> <만무방> <안해> <금따는 콩밭> 등등의
원본과 개정본 모두를 볼 수 있다.





문학관을 나와 김유정역으로 향하는 길에서
빈논에 눈사람이 덩그러니 있다.
지금의 쓸쓸한 겨울농촌의 모습을 보면서 김유정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저런 눈사람을 만들며 헛헛한 웃음을 짓고 있진 않았을까?





김유정역이다. 원래는 '신남역'이었는데, 김유정의 고향 실레마을을 복원하고 가꾸면서
2004년 12월1일부터 역이름도 김유정역으로 바뀌었다. 플랫폼에도 나가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평상시에
문은 잠궈놓고 있는지 열리지 않았다. 간이역 풍경을 즐기고 싶었는데 아쉽기만 하다.






김유정역
주소 강원 춘천시 신동면 증리 859
설명 당역의 소재지가 춘성군 신남면이었기에 지명을 따라서 신남역으로 하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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