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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가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꾹 눌러오는 통증이 숨을 쉬는 것도 힘들다. 나아가 배 전체적인 복통을 수반하니 이건 속수무책이다. 병원에 가야했다. 정초부터 병원이라니 씁쓸하다.

병원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고 소파에 널부러지 숨쉬기를 하며 마음을 다잡아 본다. 짧은 시간이지만 온갖 생각들이 머리를 치고 달려간다. 내가 어제 먹은 건 삼겹살, 오늘 아침에는 딸기만 먹고 출근했지. 딸기가 상한 걸까? 아니면 돼지고기의 문제였나? 술은 요며칠 동안 한두잔 마신 게 전부, 술 때문일리는 없고, 혹시 지병에 의한 무언가 알 수 없는 심각한 불치병??? 아냐아냐, 요새 너무 열심히 운동을 해서 무리가 간 건 아닐까? 무슨 소리, 운동 열심히 해서 무리가 가면 근육에 무리가 가지 배는 왜 아파? 그래, 그건 그렇지. 하지만 요새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이렇게 아픈 거지?

곧이어 호출이 오고 의사 앞에 앉았다. 증상을 이래저래 이야기해 주고 어제 먹은 거 오늘 먹은 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는데, 술술 자백했다. 그러나 그건 별로 관심사가 아닌듯, 의사는 내 명치를 꾹꾹 눌러보면서 아프냐고 물어보았다. 눌러서 아프지는 않았다.

의사 말로는 '위장염'이란다. 위염도 아니고 장염도 아니고 위장염이라니, 이게 어느 나라 말인가 싶더라. 그러면서 3일치 약을 지어줄 테니 먹고 안 좋으면 다시 오란다. 병의 원인이나, 예방법, 관리요령 등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란 말인가? 진료시간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주사 한대 놔주는데, 그건 그냥 간호사가 놔준다.

병이 나니 먹는 것도 신중하고, 씹는 일도 세면서 한다. 진작에 그랬어야 하는데 몸이 아파야 그런 걸 보면 얼마나 어리석나. 오늘은 다시 병원에 가봐야겠다. 정초부터 병원 출입이라니 다시 한번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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