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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강모씨의 얼굴을 보니 어떻든?
- 음, 잘 생겼더군. 저렇게 생긴 사람이 그런 잔인한 짓을 하다니 싶었어. 아주 오래전 칼 858 여객기를 폭파시킨 김현희는 사람들이 '이쁘니까 용서해 주자'라고 하더니 지금은 얼굴 공개만으로도 이러쿵저러쿵 하는지 모르겠어. 나쁜놈이니까 당연히 얼굴 공개되어야 하는 거 아냐?
- 그렇긴 하다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피의자 즉, 죄가 의심되는 사람일 뿐인데, 마치 죄인처럼 취급하는 건 좀 부당한 일이 아닐까?
- 물론 아직 재판이 시작된 것도 아니지만, 일단 스스로 범행 일체를 자백했고, 명백한 증거도 나왔다고 하잖아. 그렇다면 사실상 그가 저지른게 100% 확실한 거 아냐? 그런 범인의 얼굴을 공개한 건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데.
- 그렇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정당한 법절차에 따라 죄의 여부를 따지고 그에 따라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거잖아. 법에 의한 처벌이 아니라 여론에 의해 마녀사냥식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그냥 인민재판대를 열지 뭐하러 돈들여가면서 재판을 열겠어.
- 인민재판을 하자는 건 아니지. 흉악범의 얼굴 공개는 이제 공론화할 필요가 있잖아. 게다가 얼굴 공개를 통해 흉악범의 여죄에 대한 제보를 받을 수도 있는 것이고 말야.
- 그렇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지. 하지만 공론화도 없이 바로 공개를 하라는 건 아니잖아. 공론화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공개해 버리는 건 대중 의식에 편승해서 말초적인 관심을 자극해 돈을 벌겠다는 것밖에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야.
- 언론이 좀 성급한 감이 있긴 하지만, 얼굴을 공개함으로써 혹시나 있을 예비 흉악범들이 뜨끔할 거 아냐. 흉악범들은 인간도 아니지. 살인마는 개돼지 보다 못한 놈이야. 얼굴을 공개해야 그만큼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것이고, 보다 안전한 사회가 되지 않겠어? 
- 강모씨는 여성을 생명을 가진 존엄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성적 유희물로 보았다고 하지. 마찬가지로 우리가 강모씨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그와 우리의 차이는 별로 없어. 똑같은 인간이 되는 거지. 우리가 그와 다르다는 건 이성적 존재로서 인간을 인간으로서 대할 때야. 인권을 지키는 것이 바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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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대중의 의식은 롤러코스터 같다. 아주 짧은 시간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지만 곧 잠잠해지고 놀이는 끝나버리는 것이다. 큰 사건이 터지면 고작해야 한달이면 잊혀질 거라며 느긋한 국회의원들의 발언도 거기서 비롯된 것이다. 누구는 용서와 망각을 잘하는 국민이라고 비아냥대지만, 비단 국민성만으로 탓할 수 없다. 그만큼 대중을 자극하고 흐름을 교묘히 이용하고, 거기에 편승하려는 여론 조작의 달인들이 있기 때문이다.

말초적이고 신경질적인 분노는 근본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강모씨의 연쇄살인도, 용산 참사도 각각이 개별적인 문제일 뿐이지만, 그 뿌리를 찾아서 연쇄 살인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 장치가 필요하고, 막가파식 재개발과 무분별한 공권력의 남용을 막기 위한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사회적 노력이 없을 때의 분노가 정의로운 분노다.

그런데 2MB는 끝끝내 사과할 생각이 없나 보다. 어쩌다가 저런 놈을 대통령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이 개고생을 해야 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또 공권력의 이름으로 쳐바를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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