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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내가 체험한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육체적인 고통도 있었지만, 그 환상적인 체험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 지 매번 고민이다. 제일 앞에 놓을 사진을 생각하다가 법환포구를 지나 서건도 가는 길에서 찍은 사진을 올려보았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돌을 정리해 가꾸었을 저 길에서는 땀냄새가 났다. 그것은 짭쪼름한 바다냄새와는 달랐다. 그 순간 내 모든 감각기관들이 짜릿하게 정전기를 일으켰다.

등산이든 트래킹이든 첫날 걷는 것이 힘들다. 더군다나 숙소 문제로 꽤나 고생을 하는 바람에 이래저래 피곤했던 하루였다. 둘쨋날은 새로 숙소를 잡고, 차를 렌트하느라 오전 시간이 바빴다. 4월의 제주는 비수기라서 매우 저렴하게 차를 렌트할 수 있다. 아반테를 30시간 렌트하는데 6~7만원 정도. 제주에서 서귀포로 가는 택시가 3만원 정도하는 걸 생각하면 차를 렌트하여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레이싱걸? 뭐 차 옆에 있으면 레이싱걸이고 운전대 잡고 있으면 카레이서다. 멋대로 생각하고 즐기자. 여행이란 나를 낯선 곳으로 보내 낯선 나와 마주하는 것.





위의 사진은 숲터널로 가기 전 삼나무 숲길 사진이다. 실제 숲터널은 나무들이 도로 위를 덮고 있는 모습이다.(숲터널 사진 보기) 지도를 놓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관통하는 길(5.16도로)에 있다. 차를 렌트한다면 한번쯤 드라이브 코스로 잡아도 좋다. 제주에서 서귀포방향으로 가다보면 사진처럼 삼나무숲길이 먼저 나오고 이후 나무들이 지붕을 만들어 왕복 2차선 도로를 덮고 있는 길이 나온다. 그곳이 숲터널이다. 제주의 해안도로도 좋지만 한라산의 숲터널도 추천할 만한 드라이브 코스다.






오늘 일정은 다시 찻집 솔빛바다에서 시작했다. 마침 제주 올레길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기에 설문조사에 잠깐 응하고 기념펜을 선물로 받았다. 출발하며서 만난 숲에 내리는 아리한 아침햇살이 어여쁘다.





7코스는 바다 산책로에서 시작된다. 조금만 가다 보면 외돌개를 만나고 일명 '폭풍의 언덕'에 도착한다. 왼쪽으로는 절벽 아래로 쪽빛바다가 넘실거리고, 오른쪽으로는 숲이 아름답다.








사진에 우뚝 솟은 바위가 외돌개이다. 그리고 외돌개 오른편 툭 튀어나온 곳이 일명 폭풍의 언덕. 이렇게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외돌개 주변은 남주해금강으로 불리기도 했다. 또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 유명해 중국과 동남아 사람들이 많이 찾아 왔다.








외돌개는 화산이 분출할 때 형성된 것으로, 바다에 외로이 서 있는 바위라고 하여 외돌개라고 불린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제주를 강점하고 있던 몽고인 세력 묵호를 평정할 때 이 외돌개를 장군으로 치장해 물리쳤다고 전해진다.





돔베낭길 가기 전. 노란 유채꽃과 보랏빛 자운영? 아무렇게나 내버려진 들판에 꽃들이 가득하다. 그 위로 바람이 지나는 흔적이 사진에도 보일까?  










어제의 사건과 사고, 피곤함도 금세 잊혀졌다. 아름다운 풍광과 길이 피로회복제다. 다리에서는 다시 힘이 나고, 발바닥은 금방 달아올라 가볍다. 인생의 목표는 길 끝에 있을지 모르지만, 인생의 지혜는 길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배움은 내 발자욱 밑에서 자라는 것이며, 많은 길 위에 더 큰 배움이 있다. 
 






 


돔베낭길. 제주 말로 '돔베'는 도마이고, 낭은 '나무'다. 즉, '돔베낭길'은 '도마나무 길'이라는 말이다. '도마'는 입이 도마처럼 넓은 나무를 일컫는 말인데, 이곳에는 그런 나무들이 늘어서 있어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외돌개에서 돔베낭길까지 약 2.5km의 길은 올레길 전체를 통틀어서도 멋진 길 중의 하나로 이곳만 걷는 관광객들도 꽤 많을만큼 풍광이 좋기로 소문났다. 구간마다 해안으로 내려갈 수 있는 길이 있어 해안의 자연이 빚은 조각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했다.




어제도 보았던 나무들이였는데, 이렇게 지천으로 자라 천지를 피빛으로 붉게 물들여 놓았다.



어제 서귀포칼호텔로 들어가는 길도 쪽문을 통하더니 이날도 돌담을 약간 허물어 튼 길을 만났다. 선명하게 나 있는 파란색 화살표가 이곳이 올레길임을 말해 주고 있다.





미라 키가 훌쩍 커진 듯^^. 뒤에 주차된 차량만 아니었으면 꽤 좋은 사진인데 하는 아쉬움이...



호근동 위생처리장. 공공기관이지만, 이렇게 항상 문을 열어놓고 올레 여행객들을 반겨 주고 있다.
이런 친절한 배려의 안내판이 참 반갑고 고맙게 여겨진다.



 


속골 휴양지 가는 길에서.



속골휴양지 입구. 열대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 삼나무숲이나 플라타너스 나무 길과는 느낌이 사뭇 다른 묘한 감정을 자극한다.



길이 아닌데 미라는 개만 보면 사진에 담겠다고 다가섰다. 미라가 다가서는 그 길에도 개가 몇마리 묶여 있었다. 미라에게는 예전부터 키우던 강아지가 있었는데, 결혼하기 전에 그만 저 세상으로 떠났다. 지금도 그 강아지(이름은 '동이') 얘기만 하면 눈에 눈물이 글썽거린다.



올레길에서 가장 곤혹스러운 길은 차도 옆으로 난 아스팔트 도로다. 길이 주는 피곤함은 거기서 배가된다.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니 그런 길은 사진으로도 담지 않았다. 다음으로 돔베낭길처럼 잘 가꾸어진 길도 길 자체로만 보면 위 사진의 길 보다는 하급이다. 그냥 경운기나 달구니들이 다녔을 법한 정다운 길이 좋다. 흙기운 때문인지 발도 덜 피곤하다.



스모루 소공원의 징검다리. 미라 앞에 가는 올레꾼의 모습. 돔베낭길을 벗어나서는 다시 사람이 별로 없다. 이날도 수녀 두분과 홀로 가는 저 앞에 남자 분, 그리고 젊은 여자 두 분 이렇게만 볼 수 있었다.







안내서에는 많은 지명들이 나오지만, 정작 해당 지역에서 안내하는 표지판이 없어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속골휴양지-스로루소공원-철다리-징검다리 언덕길-바위를 뚫고 지나는 길-수봉로로 가면서도 제대로 알 수가 없어서 당혹스러웠다.

수봉로는 염소가 지나다니던 길을 2007년 김수봉 님이 손수 삽과 곡괭이로 돌을 놓고 길을 다듬어 만들어 놓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그이의 정성과 배려를 느낄 수 있을 길이지만 정작 정확한 지점에 안내된 표지가 없어서 안타깝다.



공물해안길.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다.



법환 포구 마을 진입 전. 포구마다 있는 마을들은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바다로 내려와 삶의 터전을 일구어 만든 곳, 포구. 포구들마다 하나둘씩 있을 만한 사연이 궁금하다. 그물을 다듬고 있을 어부나 망태를 들고 마을길을 돌아나오는 할망을 보면 마을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하늘과 땅과 바다가 만나는 마을에서 눈이 맑고 미소가 아름다운 그이와 함께 걷다보니 풍경들 하나하나가 가슴을 흔든다.
















 

서건도 바다산책길. 안내서에는 서건도로 나와있다. 시간이 좀 남는다면 서건도에 들어가 볼 수도 있었겠지만, 갈길이 바빴다. 올레길이 그리 만만히 볼 곳이 아님을 실감했다. 돔베낭길에서도 바닷가에 내려가 보고 싶었지만, 길을 재촉했던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사람들이 즐겨찾는 관광지는 아니지만, 오고가는 사람들이 꾸며놓은 조형물들이 제주의 뛰어난 풍경과 제법 잘 어우러졌다. 실상 제주는 잘 꾸며놓은 관광지보다 이렇게 자연이 빚은 예술품들을 감상하며 자신만의 예술품을 창작해 보는 것도 여행의 큰 기쁨이 아닐까?



차로는 절대 갈 수 없는 그 길. 올레길의 매력이다. 걷는 것의 즐거움, 내 어깨가 흔들리는 건 바람 때문일까? 아니 제 흥에 겨워 꽃들과 함께 어우러지다.







제주 청보리(일 거다). 제주의 밀인가 해서 찾아보니, 제주에서는 밀이 재배되고 있지 않다고 하는 정보가 있다. 아무리 봐도 난 사진발 정말 안 받는단 말이지. 





다시 바닷가 길로 접어든다. 곧 악근천을 만난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걸을 때 쯤 우리들 그림자도 많이 길어졌다. 꽤 시간이 흐른 것. 뒤에서 사진을 찍자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뭘 하려 하나 보니 그림자 사진을 찍자고 한다. 녀석들도 우리 쫓아 오느라 고생이 많다며...


사진에서 멀리 끝 쪽에 악근천이 있다. 악근천을 바로 넘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악근천을 돌아 풍림리조트 후문으로 가는 길의 초입은 비닐하우스촌이다. 마을길을 좀 지나다보면 아스팔트길을 만난다. 그리고 얼마 안가 풍림리조트 후문이 나온다.



풍림리조트 안으로 악근천이 흐른다.





풍림리조트 안으로 난 올레길. 예쁘게 꾸며져 있다. 올레길을 안내하는 친절한 안내표지도 잘 되어 있어 반갑다.



주상절리대. 풍림리조트를 나가는 쪽의 우측 절벽 모습이다. 인공적으로 꾸민 것처럼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지만, 자연의 손이 빚은 예술이다. 내일 8코스에 주상절리를 가는데 여기서 가까이 보니 좋다.



풍림리조트를 나와 얼마 안가면 화훼단지를 지난다. 옆으로 있는 비닐하우스가 화훼단지. 그리고 강정마을과 강정포구를 지나는데, 이 구간이 한창 공사중이었다. 7코스는 모두 좋았는데, 마지막에 트럭들이 내뿜는 흙먼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했다.



주민들의 편의와 삶을 위한 개발이라면 그도 인정할 수 있겠지만, 딱히 그런 것이 아닌 투자라는 명목의 개발이 이 땅에 만연해 있다. 그런 개발들은 꼭 강의 흐름을 막고, 산의 지형을 변화시킨다. 제주에서 오래 살았던 노인분들은 개발되기 전의 제주도가 훨씬 아름다웠다고 말한다. 우리가 올레길에서 본 제주의 풍경들 중에서도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길들이 더욱 정감이 갔다. 이중섭 화가나 김영갑 사진 작가가 자신의 캔버스와 프레임에 담은 풍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진정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월평포구. 포구라고 부르기에는 웬지 쑥스러울 정도로 작은 포구였다. 저 작은 포구도 폭풍이 몰아치고, 비바람이 불 때면 자기 안으로 숨어든 배들을 포옥 안아줄 것이다. 모든 포구들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이로써 7코스도 마무리됐다.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할만큼 늦은 시작이라서 서두르다 보니 사진도 많지 않다. 돌아보면 같이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는 게 많이 아쉽다. 그러나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추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고,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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