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손목이 삐끗했었나? 아니, 바닥을 짚으면서 충격이 있었나 보다. 머리에는 지름 4cm의 혹이 생겼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끄응 하며 신음을 낸다. 어제 무리를 한긴 했나보다. 회사에 생긴 농구 동호회에 처음으로 참석했던 날이다.

첫 모임이라서 많이 나오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농구동호회에 참여하겠다고 통보한 사람이 40여명인데, 정작 체육관에 얼굴을 보인 회원은 20명이 채 안되었다. 아마도 앞으로 이 정도의 인원으로 계속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작년에도 활동을 했었는지, 일부 사람들은 안면을 튼 것 같았다. 나에게는 다들 낯설기만 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송대리라도 꼬드겨서 같이 올걸 그랬나 보다,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그런데 운동이란 것이 그런 거다. 말 보다는 행동이다. 밀치고 당기고 부딪히면서, 서로에게 땀 냄새 발 냄새 풀풀 풍기면서 백 마디의 말로 나눌 정을 몸으로 나누는 것이다. 총무의 이야기를 몇 마디 듣고 난 후 바로 인원을 나누어 반코트 농구 게임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뛰어 보는 것이니, 몸이 제대로 말을 들을 리 없다. 잘 치는 야구 선수의 타율(3할 대)만큼의 슛 성공률로 벅벅 대며 뛰어다니더니 10분도 되지 않아서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나름대로 자전거 출퇴근으로 다져진 체력이라고 자부했건만 막상 뛰어 보니 안 쓰던 근육들이 자지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실책도 많았고, 너무 쉬운 슛도 놓쳤다. 급기야 무리하게 점프하다가 잘못 떨어져 머리에 큰 혹을 만들고 말았으니, 내 나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40분의 농구 경기 시간 동안 선수가 공을 잡고 있는 시간은 4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렇게 따지면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운동인가. 하지만 나머지 36분의 시간이 경기의 승부를 가른다. 그 시간은 슛의 기회를 만들고, 상대팀의 슛을 막기 위해 뛰어다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농구(축구도 그렇지만)는 팀워크와 희생이 필요한 경기다.

예를 들어, 36분의 시간은 상대팀 진영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수비 뒤 공간을 찾아 들어가거나 다른 이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일, 스크린플레이를 통해 우리팀에게 좋은 슛 기회를 만드는 일이 슛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4분의 시간에는 적절한 드리블을 통해 슛과 패스의 기회를 만들거나, 넓은 시야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선수에게 패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구기 종목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공통의 목적을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협력하고 희생하는 모습 말이다. 아무리 뛰어난 슛터가 있다고 해도, 36분의 시간을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면 그 팀이 승리하기는 쉽지 않다.

비단 농구나 축구만 그런 것일까? 우리는 살면서 공을 가지고 있는 4분에만 너무 신경 쓰다가 36분의 플레이에 소홀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공을 가진 4분에 집중하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치는 사람도 있다. 지금 나에게 공(기회)이 왔다면 정확한 상황판단과 신중한 행동으로 슛과 패스를 결정해야 한다. 반면 나에게 공(기회)이 없다면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나에게 공이 올 기회를 만들거나, 팀 동료가 점수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에 못지않게 함께 하는 사람을 보라. 그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하는 것만으로 유기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다면 승패를 떠나서 그 팀은 훌륭한 팀이다. 지금 나의 옆에서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깝게 지내며 많은 교감을 나누는 일이 중요하다.

앞으로 매주 목요일마다 농구 동호회 모임이 열린다고 한다. 비록 다음날 온몸의 근육들이 아우성치지만 꾸준히 참석해 보련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