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본인은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처벌을 원하십니까?"


근로감독관은 그렇게 물어봤다. 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한때나마 같이 한솥밥을 먹고, 시답지 않은 농담도 주고받으며 웃기도 했던 사람이다. 왕따도 없었고 따돌림도 없었다. 업무적으로도 과중한 스트레스는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였으니, 사실상 회사생활이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다.


"네...."


내가 누군가의 처벌을 원하느냐를 따지는 지금의 노동법이 야속하다. 이건 화장실벽에 낙서한 친구를 선생님께 고자질하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나는 '처벌을 원하냐'는 근로감독관의 얘기에 선뜻 대답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허나 나의 이런 머뭇거림과는 상관없이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근로감독관의 얘기를 들어보니, 예전에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형사고발이 되었는데, 요새는 법령이 바뀌어 지급하지 않아도 진정인에 의해 진정이 취하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퇴직금 미지급 건의 경우 형사처벌이 되어도 대개는 벌금형에 그치고 있으며, 벌금형은 고작해야 몇십만원 정도이다. 그 정도의 형사처벌을 꺼릴게 없다 생각하는 악랄한 고용주라면 아마 벌금을 내고 말 것이다. 물론 노동자는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민사소송을 낼 수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민사소송비는 무료라고 한다.


노동청에서는 일단 사업주에게 경고장을 보낸다고 한다. 쉽게 쉽게 처리됐으면 하지만 세상일이 마음처럼 될까. 어쩌면 민사소송까지 갈지도 모를 일이다.




반응형

'구상나무 아래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의 결혼식  (4) 2008.06.16
동문회의 제역할은  (0) 2008.06.16
촛불, 항쟁을 기억하다  (0) 2008.06.12
아버지의 고향  (0) 2008.06.10
성산대교 야경  (2) 2008.06.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