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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11~12일)에는 캠핑을 다녀왔습니다. 텐트치고 침낭에서는 자는 그런 캠핑이죠. 아내의 산모임 사람들이 제안한 캠핑으로 캠핑과 관련된 일체의 장비와 도구는 모두 산모임 한두 분의 노고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달랑 침낭 두개와 깔개 한 장만 들고 간 캠핑이죠. 장소는 포천의 메가캠핑장. 집에서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100km가 넘는 곳에 있습니다. 위도 상으로 38선 이북이고, 휴전선에 가까이 위치해 있으며, 강원도 철원군과 맞닿아 있는 곳이며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해 있고, 고도도 높아서 여름의 한낮 기온도 선선한 편입니다.

11시가 안되어서 출발한 우리 차량은 저의 여유작작한 운전 솜씨와 타고난 길치 능력으로 인해 2시 30분이 넘어서야 캠핑장에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이라 외곽으로 나가는 차량이 많다는 핑계를 대긴 했지만, 쑥스러운 운전 솜씨를 어디다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죠.^^;;

요새 들어 캠핑 인구가 많이 늘었습니다. <강호동의 1박2일>의 영향도 있다지만, 그보다는 생활수준의 향상과 가족 중심의 놀이문화를 찾는 40~50대의 욕구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이미 일요일 새벽부터 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족단위의 텐트촌들이 여기저기에 세워져 있더군요.

캠핑천막 안의 모습



이번 캠핑의 일체를 준비하신 분은 산친구(카페 아이디)님이었습니다. 지프차의 뒷좌석을 화물칸으로 개조했는데, 하나 가득 들어있는 캠핑 장비의 규모는 대단했죠. 장비 가격만 해도 보통 사람들은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캠핑 마니아인 산친구님은 캠핑카 마련을 목표로 대형면허까지 땄다고 하는군요. 보통의 캠핑카는 1억 원을 넘고, 최근 25인승 중고버스를 캠핑카로 개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에도 중고버스값까지 포함하면 1억 원을 넘는다고 하는군요. 보통의 비용으로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가 없는 가격입니다.

맨 왼쪽이 산마루님. 천막 안에는 각종 텐트장비가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산친구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캠핑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가족단위의 나들이나 친목 모임의 증가와 자연 속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 욕구가 맞아 들어가면서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캠핑은 어느 정도의 장비 마련을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고, 또 나이가 많으면 야외에서 자는 게 어려워지는 만큼 20~30대나 60~70대 보다는 40~50대의 중년 세대에게 인기가 많다고 하는군요. 또 캠핑은 자연 속에서 어린이부터 노인들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지내며 다양한 삶의 소통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가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많이 시도되고 있는 여가활동이라고 합니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곳곳에 많은 캠핑장이 들어서고 있는데, 가족 중심 캠핑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인기 있는 캠핑장이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오토캠핑장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찾아간 포천의 메카캠핑장 텐트 옆에 차를 함께 주차시킬 수 있는 오토캠핑장으로, 필요하면 전기도 끌어다가 쓸 수 있고, 샤워실에서는 온수도 나오며, 텐트캠핑이 어려운 노약자나 임산부를 위한 함께 갖추어져 있어서 시설 면에서는 꽤 편리하더군요. 게다가 매점에서는 장작과 고기, 술도 팔고 있고, 인터넷 이용도 가능하게 하여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진 편이었습니다.

불은 사람들을 모이게 한다.

 

불은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아이들도 불을 응시하며 자신만의 세계로 들어갔다.



아내와 그의 친구


산마루님의 캠핑 이야기.



산친구님의 화로를 놓고 캠프파이어도 즐겼습니다. 불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노래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곁들여가면서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넘겨 버렸지요. 하루 종일 내내 까불던 사내아이들도 장작을 태우는 불길을 가만히 응시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는 시간. 비록 구름이 잔뜩 끼어 별들이 보이지 않았고, 내일이면 또 한 차례 장맛비가 퍼붓는다는 예보도 있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서로의 소중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들이 천막 안을 채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밤부터 퍼붓던 장대비 소리에 아이들도 어른들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설쳤습니다. 다행히 우리 텐트는 주차장으로 만든 큰 건물 안에 설치해 비를 맞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무섭게 쏟아지는 빗소리는 내일의 고난을 예고하는 울림으로 온밤을 채웠지요.

야외에 쳐놓은 산친구님의 천막을 철거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남자 넷이서 비를 흠뻑 맞아가며 젖은 천막을 철거하는데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공을 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에 혼자 젖은 천막을 말리며 고생할 산친구님의 노고를 생각하면 우리 고생은 고생도 아닌 거지요.

다양하고 신기하기만 했던 1박2일 캠핑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산친구님은 다음 캠핑장을 물색하겠다고 하는데, 다음 달은 일이 폭주하는 시기라서 어려울 거라는 게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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