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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구상나무


그러고 보니 오늘은 1자가 네 개나겹치는 날이죠. 이런 날을 사람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명목이 바로 길죽한 과자 이름을 딴날입니다. 당초 부산의 어느 여학교에서 11월 11일을 맞아 서로 살을 빼고 날씬해지자며 나누어 먹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날이라는데, 지금은 해당 업체의 한해 매출의 절반가량을 해결해 주는 상업적인 날이 되어버렸네요. 이 날의 상업적 흥행은 아무래도미디어가 한몫을 했다고 보기에 여기서는 단 한글자도 그 과자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11월 11일은농업인의 날이었죠. 과자의 이름으로 날을 기억하는 것보다 일하는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 더욱 뜻 깊고 의미 있지 않을까요? 사람의권리, 인권을 생각하는 블로그이니만큼 오늘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촌의 인권과 인권위를 생각하는 포스팅을 해보겠습니다.

농업인들의 인권 문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아시나요? 지금부터 국가인권위원회가 안내하는 농촌, 농업인의 문제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세요.

얼마전 국가인권위는 ‘2009년 10대 인권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세계일보의 ‘탐사기획 / 대한민국 농촌, 가장 위험한 작업장’(링크 참조)이었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한국 농촌의 위험한 작업 현실을 깊이 있는 탐사와 취재로 조명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업인이 얼마나 위험한 작업 조건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농업인 79%가 농부증에 시달린다는 이야기, 농기계 사고로 매일 한 명꼴로 농업인들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현실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농촌, 농업인의 현실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다음의 농촌 인권 사안으로는 국제결혼 가정이 있습니다. 2006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농어민 10명 중 4명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다문화·다민족 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 지역에거주하는 결혼이민자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다시피 한 상태에서 언어적, 문화적, 교육적, 인간관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월간 <인권> 2007년 7~8월호에 실린 ‘“여부, 우리 행북하게 사라요.”’(관련 링크 참조) 글에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르포작가 박형숙 씨가 취재한 글에 따르면,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들어온 이주 여성의 문제는 곧바로 그 2세로 연결된다고 합니다.

광주인권사무소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시리즈 ‘사진으로 만나는 이주 여성’은 이주 여성들의 삶을 사진으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입니다.


 



▲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사무소 블로그 '호제와 남주네'의 '사진으로 만나는 이주여성 시리즈' 중 "며느리가 하고 싶은 일 도와 주고 싶어요"(관련 링크 참조) 


마지막으로 농촌 청소년 문제입니다. 농촌청소년의 문제는 그들이 접하는 풍경의 황량함에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의 부족과 작아지는 농촌, 문화적 갈증과 소외감은 농촌의아이들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그들에게 대도시로 탈주하려는 욕구를 자극합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장에 대한 자부심을잃어가면서 정체성에 심각한 혼란을 겪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농촌이 앓고 있는 고통 중의 하나입니다.


 











월간 <인권> 2007년 7~8월호에 실린 "여부, 우리 행북하게 사라요." (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어렸을 때는 그래도 괜찮지만,초등학교만 졸업하면 조금이라도 여유 있는 집 아이들은 다 도시로 빠져나가요. 남아 있는 우리들이 오히려 이상해지고, 나만 왜 못나가고 남았을까 하는 불행한 생각이 들어요. 솔직히 도시로 간 아이들이 부러워요.”

작가 오수연 씨가 월간 인권 2005년 3월호 ‘사투리를 쓰지 않는 아이들’(링크 참조)에 소개한 그 아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부안에 그대로 있을까, 아니면 어느 대도시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물론 이밖에도 농촌, 농업인의 문제는너무나도 많습니다. 빈곤 문제, 노령화 문제, 농산물 가격 문제, 환경 문제 등등 헤어릴 수 없는 고민과 고통이 농촌에 산적해 있죠. 그많은 문제의 귀결은 아마도 결국 농촌 소외 문제로 귀결될 것입니다. 농업, 농촌의 문제를 인권적 차원에서 접근해 풀어가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오늘은 농업인의 날입니다. 이상한 과자를 내세우는 상업적인 ‘데이’보다는 우리 농촌과 농업인들의 삶과 인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뜻 깊은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위의 글은 지난 11일 국가인권위원회 블로그 별별이야기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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