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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시절 감기는 좀 참으면 나았다.
혹은 약국에서 대충 지어준 감기약만 먹어도 낫는 가벼운 질환에 불과했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몸의 저항력이 예전 같지는 않나 보다. 지난 월요일 K선배와 밤늦도록 진하고 거칠게 술을 마신 후로 감기 기운이 오더니 급기야 몸살까지 찾아와 앓아눕게 만들었다.


어제는 간신히 일어나 병원을 찾아갔다. 젊은 의사 선생은 이런저런 문진을 하고 목과 코와 귀를 살피더니 목이 많이 부었다고 한다. 처방전을 받고, 나오는 길이 참 씁쓸하다. 하는 일도 없이 술 때문에 몸을 혹사시키는 짓을 했으니 부끄럽기도 하다. 나름대로 건강을 잘 챙긴다고 자부했으면서도, 한순간 흐트러졌던 그 틈으로 찾아온 감기에 이렇듯 맥을 못추고 말았다.


20대에는 따로 운동을 안 하다가, 30대가 되면서 자전거니 수영이니 하는 것들을 하기 시작했지만, 사소한 여름감기도 못 피해가고 말았다. 세상살이의 두려움도, 나이듦의 쓸쓸함도, 뼈저리게 느끼는 30대의 삶. 도대체 40대, 50대의 삶은 어찌 견뎌나갈 수 있을까. 부모님들이 참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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