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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흙이야.”


아이 엄마는 이렇게 말하고 바닥의 흙을 모아서 작은 덩어리를 만들었다. 거기에 막대기를 하나 꼽았더니 이내 딸이 그 흙덩이의 한쪽을 쓱 긁어 가져갔다. 아이 엄마와 아이는 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흙으로 다양한 모양도 만들면서 한참을 그렇게 신나게 놀았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만 보이는 도시 생활에서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흙을 밟고 만져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이 흙과 나무를 만져본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환상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 본다는 것이 아이들의 감성을 키우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아이들이 흙과 나무를 가지고 놀면서 그 마음도 부드러워지길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지난 일요일(3월 6일), 하군(아내)과 아기를 데리고 후배가 운영하는 우이령길 식당(상호명: 거기 물 좋은데)에 찾아갔다. 2년 만에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활동을 마친 후배를 만나기로 한 자리였지만, 우이령길 초입의 그 식당에서 우리 가족끼리 봄을 맞이하는 숲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하군은 도착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마당에서 흙장난을 시작했다. 사실 손과 옷을 더럽힐 것이 뻔 한 흙장난을 아이 엄마가 같이 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신기해 보였다. 보통의 엄마라면 손사래를 치며 달려들어 말릴 일이었을 테니 말이다. 시골집 마당 한편에서 한가로이 흙장난을 하는 모녀의 머리 위로는 봄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었고, 산새소리가 정겹게 들려왔다.


아이를 데리고 땡땡 얼어 있는 계곡으로도 내려가 보았다. 얼음 위를 처음으로 걸어보는 민서는 내 손을 꼭 잡고 있었지만 번번이 미끄러져서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다. 그러나 처음 경험해 보는 얼음 미끄럼이 싫지만은 않아 보였다.


아직 일행이 도착하려면 30여분이 남아서, 우리 가족은 우이령 길을 함께 걸어보기로 했다. 초입서부터 잘 다듬어진 흙길을 걸어가는 내내 민서는 등산객들이 관심을 한눈에 받았다. 어느 10대 자매는 민서의 손을 잡고 한동안 함께 산길을 걸었고, 민서는 함박웃음을 웃으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우이령 길은 수십년 된 나무들과 편안하고 잘 다듬어진 흙길을 가지고 있었다. 걷기에 매우 한가롭고 여유로운 길로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을 듯싶었다. 물론 우이령 전 구간을 모두 걸어보지 못하였고, 고작 30여분을 걸은 것뿐이라서 정확한 평가는 아니다.


3월 첫 봄나들이는 꽤 괜찮았다. 차 안에서 잠든 하군과 아기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다. 이런 여유가 삶에 대한 미련을 한웅큼 더 쥐어주는 것일게다.



*** "거기 물 좋은데"는 아는 후배의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식당입니다. 닭도리탕이나 오리고기 등을 비롯해 간단한 해물파전이나 도토리묵 등을 팔고 있습니다. 친절하고 맛도 좋고, 운치도 있는 공간입니다. 많이 찾아주세요. 아래 지도 링크를 참고하세요.

*** 사실 아이들의 흙장난은 때로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보호자가 함께 지켜봐야겠지요. 이날도 자꾸 흙을 입으로 가져가려는 민서를 몇번씩 주의를 주었어야 했네요. 유아들을 위한 유료 놀이터 중에는 잘 정제된 모래와 흙을 가진 곳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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