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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iphonegrapher
시계 #iphonegrapher by 모노마토 저작자 표시변경 금지

국방부 시계? 네 안의 타임라인을 만들어라


사실 평화 시에 군대가 할 일은 별로 없지. 전방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대부분 보초 경계 임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 그저 총을 들고 전방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일이지. 보통 그런 일을 최소한 2시간~6시간을 한다. 정말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가만히 서서 앞만 쳐다보는 그런 허무한 일에 인생의 젊은 날을 소모하는 걸 생각하면 이 얼마나 국가적, 개인적 낭비인가 싶어.


내무 생활도 마찬가지야. 쫄병 시절에는 좀 바쁠 수 있지만, 계급이 올라 상병, 병장을 달면 시간이 남아. 그렇다고 국방부 시계만 주구장창 바라본다면 군생활에서 남는 것은 없지. 그렇다면 이 시간에 무엇을 할까?


물론 공부를 하는 병사들이 많아. 요즘 병사들은 다양한 자기 활동을 한다더라. 하지만 쫄병 시절에는 무조건 편지를 많이 쓰는 걸 권한다. 가까운 사람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그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고마움을 느끼면서 그런 마음을 글로 써서 전달해라. 그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그리고 답장을 부탁해라. 군대에서 자존심은 버려. 그거 한줄 쓴다고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라면 어차피 너에게 별로 도움이 될 사람도 아닐 거야. 오히려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기꺼이 편지를 쓰겠지. 형은 상병 전까지 100통 가까이 편지를 썼어. 부모형제부터 가까인 지인들, 학교 선후배들까지 무언가 할 말이 있으면 그때그때 편지를 썼지. 편지라는 게 참 묘해서 그것을 받는 사람은 감회가 남다르거든. 또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단다. 글을 쓰면서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날을 천천히 돌아보고 희망을 키우도록 하렴. 그리고 네 안의 집을 짓고, 나아가 더 넒은 영토를 개척하는 일도 글을 통해 정리할 수도 있어. 그런 과정들을 사람들에게 알려.


무엇보다 편지를 쓰는 일은 네가 가진 네트워크를 놓치지 않는 일이야. 지금 군대 안에서도 이메일 등을 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쫄병 시절에는 접근이 어려울 수도 있어. 게다가 이메일에는 없는 편지만의 애틋한 정이 있잖아. 그걸 놓치지 마라. 네가 가진 네트워크, 인적 재산을 쌓아가는 데에 있어 편지만큼 좋은 게 없다.



Waiting for You
Waiting for You by jackleg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정리하며...

군대도 사람이 사는 곳이야. 사람이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는 방법은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지. 그러나 관계에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모든 관계를 성공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불가능하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에 목매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를 세워. 자신을 믿고 그 믿음을 실천해.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분단된 조국에서 군인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을 곰곰이 고민해 보길 바라.

마지막으로 무사히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하길 기원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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