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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신혼 부부에게 흔하게 하는 조언으로 "지는 게 이기는 거다"라고 하지만, 난 그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어차피 갈등은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일부러 드러내는 것도 문제지만, 무조건 가리는 것도 옳지 않다. 져주는 것은 당장의 갈등을 덮을 수 있지만 흐르는 물을 작은 돌로 막아 놓은 것일뿐이다. 물이 계속 들어오면 범람하게 되어 있고 더 큰 홍수대란을 피할 수 없다.

"화내는 사람이 진 거다."

갈등을 풀어가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는 화를 내느냐 내지 않느냐와 같다. 다름을 다름으로 보고 공통의 분모를 찾던가 해결의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그런 진득한 기다림과 이해와 설득에 대해 숙련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힘과 권력으로 일방적으로 몰아부쳐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의 일부를 시혜적으로 베풀면서 "봐라, 이렇게 하면 되잖아."라는 훈계가 일상적이었다.

MB와 한나라당의 방법이 항상 그러했다. 이번 한미FTA 역시 그들의 치졸하고 옹졸한 속내에서 비롯된 참담한 결과물이다. 그렇게 좋고 훌륭하고 중요한 문제라면 보다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기다려야 하는 문제를 졸속으로 강행처리하고서 나몰라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는 가진자의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도(한석규)가 이런 말을 하지 않나.

"겨우 폭력이라니..."

트위터 상에서 벌어진 논쟁으로 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에게 폭행을 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저 의견의 다름으로 볼 문제인데,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화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으로 해결했던 사건이다. 게다가 일부 트위터인들이 폭력을 휘두른 사람을 옹호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관용이 부족하고 폭력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분노하라"는 어느 레지스탕스 노인이 쓴 책이 불티나게 팔렸다지만, 정당한 분노는 방법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물불 가리지 않는 분노는 야만적인 '화'와 다를 게 없다.

MB치하에서 많은 이들이 핍박받고 있고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 많은 사람들이 MB만 물러가면, 정권만 교체하면 세상이 달라질 거라 말하지만 우리 스스로 MB를 닮아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도 더 나아갈 수도 없다. 당신이 희망임을 보여주는 일을 거리에서 치열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에서 수많은 갈등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도 우리가 MB의 세상, 탐욕적 자본주의 세상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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