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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3. 26. 자출기

서울에도 목련이 만개했습니다. 목련의 꽃말은 고귀함이라는군요. "아픈 가슴 빈자리에 하얀 목련이 핀다"라는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거리에 피어난 목련처럼 n번방의 피해자분들의 아픈 가슴에도 이번 봄에는 고귀한 목련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아웃"에서 기쁨이와 슬픔이가 없는 라일리의 머릿속은 엉망이 됩니다. 사고의 발단은 버럭이로부터 시작하죠. 버럭이가 계기판을 조정하면서 라일리는 가출을 결심하고 엄마의 카드를 훔쳐서 버스에 몸을 싣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라일리를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하고 가족의 품으로 안기게 한 건 슬픔이었습니다. 고통을 직시하고 아픔을 함께하며 슬퍼할 수 있을 때 우리의 자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임을 영화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조주빈을 보면 분노와 증오를 다스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하지만 분노와 증오를 넘어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피해자를 향한 연민입니다. 피해자들이 당했을 고통과 슬픔에 더 집중했으면 합니다.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때 우리 모두는 슬픔으로 가득했습니다. 그 슬픔이 결국 촛불이 되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까지 연결되었죠. 분노보다 슬픔이 더 강하고 오래갑니다.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에 관심을 더 두어야하지 않을까요.

엄기호 씨의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라는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고통은 동행을 모른다. 동행은 그 곁을 지키는 이의 곁에서 이뤄진다. 그러므로 고통을 겪는 이가 자기 고통의 곁에 서게 될 때 비로소 그 곁에 선 이의 위치는 고통의 곁의 곁이 된다. 이렇게 고통의 곁에서 그 곁의 곁이 되는 것, 그것이 고통의 곁을 지킨 이의 가장 큰 기쁨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고통의 곁에 선 이는 고통을 겪는 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말하면 고통의 곁을 지키는 이에게 곁이 있을 때, 그 곁을 지키는 이는 이 기약 없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관건은 고통의 곁, 그 곁에 곁을 구축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곁에서 함께 힘겨워하고 있는 이들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고통의 곁과 곁을 지키는 것, 지금은 그것이 필요할 때입니다.



🏁 2020. 3. 26. 자전거 출근 9.8km
🎉 2020년 자전거 총 주행거리 30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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