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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언양읍내의 PC방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글을 올리고 난 후 잠잘 자리를 찾으러 나섰다. 이미 해는 어두워졌고, 애초부터 여관방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식당의 주인부부가 알려준 등옥온천단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여관방은 돈도 많이 들고 탕에 온전히 몸을 담글 수 없어서 찜질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자수정 동굴(언양에서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을 찾아가는 길에 있다고 하는데, 이곳이 찾아가보니 산속이다. 차량통행도 뜸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왕복2차선 길을 더듬더듬 찾아갔다. 길은 3번이나 어긋나고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어서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 걸까. 물어물어 가면서도 금방 가면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말만 믿었는데, 정말 찾기 어려웠다. 탕에 들어가 씻은 후 집에 전화해 무사안착을 보고하고, 다시 찜질방 홀에서 9시 뉴스를 보다가 수면실에 들어가 잠들었다. 많이 달린데다가 막판 너무 힘을 빼버려 피곤했다.


등억온천단지는 신불산과 간월산 산줄기에 22만평 규모로 조성된 대규모 관광단지다. 작천천을 따라 조성된 가로수 길과 그리 힘들지 않은 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산세가 속속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찜질방 보다는 모텔이 즐비하다는 게 좀 아쉬웠다. 등억온천단지에서도 한참 들어간 외진 곳에 모텔과 찜질방을 겸업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온천수는 수온이 29∼33도인 알칼리성 탄산수. 근처에 자수정 동굴과 간월산휴양림, 석가여래좌상이 안치된 간월사 등이 있다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일찍 잠들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7시 반쯤 눈을 떠 8시 30분 경에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35번 국도를 타고 계속 부산을 향했다.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달리다보니 국도는 한산하다. 양산천을 끼고 달리다가 부산에 들어간 시간은 대략 12시. 여기서 양산천이 낙동강과 만났다. 부산까지 무혈입성! 스스로를 격려했다.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부산에 있는 친구와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다. 꿈에 그리던 성공이다. 언제나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내가 해내고 있는 거다. 하지만 처음 해 본 자전거 여행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다. 힘들고 어렵고 매시간 그날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바빴다. 관광다운 관광은 하지 못하고 막상 달리기만 했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 동행을 만나지 못한다면 참 재미없는 일이다. 하지만 만일 다음에 다시 자전거 여행을 간다면 여유있게 관광을 겸한 여행을 해볼 것이다.


'무혈입성'이란 말이 입에서 맴돌기 무섭게 엎어지고 말았다. 어느 건설현장의 벽에 쳐놓은 현수막을 피하느라 미쳐 늘어진 끈을 보지못했는데, 그 끈이 손잡이에 탁 걸리면서 핸들이 돌아버려 그대로 고꾸라지고 만 것이다. 강원도 도덕고개를 넘어오면서 한번 위기는 있었지만, 그때도 넘어지지는 않았는데, 부산에 들어와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만 것이다. 방심은 금물. 잠시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 그만 작은 사고를 불렀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다시 추스르고 부산구덕운동장을 찾아갔다.







오늘 내일 친구집에 머물면서 쉬고 모레 월요일 오후 7시 배편을 이용해 제주도로 떠날 예정이다. 일요일 배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월요일 배를 타기로 했다. 일정이 예상보다 자꾸 늦춰지는 것이 걱정이다.





주행거리 : 65km

주행시간 : 6시간

주행구간 : 등억온천단지 > 양산시(상북면사무소) > 양산시청 > 부산역 > 부산구덕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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