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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현옥 | 문이당 | 2006년 5월 읽음

<아내가 결혼했다>
당황스러운 제목이다. 누군가 소개해줬을 때 이혼 이후의 얘기라고 짐작했다. 드라마 ‘연애시대’처럼(사실 이 드라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혼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남녀의 이야기는 흔한 소재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책장을 열 때부터 심상치 않다.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시작하는 소설의 첫머리. 제목-아내가 결혼했다-은 남자들에게 비난받기 좋고 첫머리-모든 것은 축구로부터-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물론 여기서 말한 남자들이란 ‘모든’ 남자를 말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남자들을 말한다. 아내가 결혼하는 걸 좋아할 남자들은 극히 드물 것이며, 축구를 싫어하는 남자보다는 좋아하는 남자가 훨씬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가는 보통의 남자들에 심성을 가진 나를 끌었다 놓았다 하며 내 눈을 꽉 잡았다.
책을 읽는 내내 아내의 결혼에 대해 심정적으로, 적극적으로 거부하면서도 ‘사랑’이라는 이유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나’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내’의 논리정연하고 한편으로 사랑스러운 설득 때문이었다. 읽는 나도 눈물겹게(?) 동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간통이 법률적으로 처벌을 받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내의 사랑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사회적 반역행위다. 하지만 ‘사랑’은 ‘제도’보다 우선하는 것이다. 끝내 아내의 또 다른 남자를 인정하지 않는 ‘나’는 결국 아내의 설득에 못 이겨 호주에서 ‘나’와 ‘아내’와 ‘그놈’과 ‘딸’이 한 가족을 이루며 살기로 약속한다.
긴장과 갈등, 분노와 슬픔 등 온갖 감정들이 난무하는 상황을 축구장에 빗대 놓은 작가의 탁월한 구성이 이 책을 단숨에 읽게 만들었다. 그러나 ‘폴리아모리’(비독점적 다자연애)는 여전히 낯선 단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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