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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우도. 처음 제주도를 가는 이에게 이구동성으로 “우도를 가보라”는 말을 한다. 그만큼 우도는 볼거리가 많은 섬이다. 제주도 셋째 날에는 이 우도를 들어가보기로 했다. 1997년 대학 수학여행으로 제주도 방문했을 때 우도를 한번 들어가 봤으니 11년만에 들어가보는 셈이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참 좋았다’는 인상을 주었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됐다.

아침 9시에 숙소를 나왔다. 전날 저녁에 제주 흑돼지로 늦게까지 거나하게 술을 걸쳤더니 아침이 버겁다. 그래도 우도의 해변가에서는 본격적으로 해수욕도 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숙취가 쑥 내려가는 기분이다. 아, 해수욕이라니, 난생 처음이다. 바닷가를 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발목이나 종아리 정도 적시는게 전부였던 내가 이제 해수욕을 하겠다고 한다. 비장한 마음으로 수영복도 챙겼다.











우도로 들어가는 차량이 꽤 많았다. 저 조그마한 섬에 이렇게 많은 차량들이 오전부터 들어간다면 길이 남아나겠나 싶을 정도다. 그래서 제주도는 7월1일부터 차량총량제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섬으로 들어가는 차량의 최대한도를 605대로 제한하고 있다. 교통체증과 생태계 훼손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11시 30분. 어수선한 성산항을 출발해 우도로 향했다. 날씨는 화창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여행은 배타고 다니는 일이 참 많다. 배 꽁무니에서 일어나는 하얀 포말은 떠남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갈매기들이 포말 위에서 날아다니며 우리 뒤를 쫓아왔다. 잠시 여행의 상상에 빠져 있는 사이 배는 우도항에 들어가고 있었다.

차를 몰고 나와보니 우도항에는 스쿠터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한여름이라면 차라리 스쿠터로 돌아다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단 수진선배가 운전대를 잡았다. 우도에서는 자기가 운전을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제주도나 우도 모두 드라이브를 하기가 참 좋다. 막상 운전대를 잡고서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다가 결국 해안선을 따라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첫 번째 찾은 곳이 검멀레였다.


▲ 검멀레




▲ 멀리 보이는 짧은 해변이 검멀레 해수욕장. 실상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은 없었다.








▲ 바람이 무지 거셌다.


 

검멀레는 우도의 유일한 봉우리 우도봉 아래의 기암절벽이다. 이곳에는 해수욕장도 있다. 독특한 이 해수욕장은 폭이 불과 100m에 불과하지만, 검은 모레 때문에 유명하다. 해변끝에는 고래콧구멍동굴 동굴이 있다는데, 가보지는 못했다.

바다로 향한 바위에 앉아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의 포말을 구경했다. 수만년동안 이렇게 바다는 육지를 사모했고, 파도는 바위를 향해 구애를 펼쳤다. 바위 뒤편에서 수진 선배는 바닷속 바위에 붙어있는 소라새끼들을 구경했다. 소라껍질 속에 들어간 게도 잡아 보여주었다. 자연은 이렇게 신기하게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검멀레를 나와 다시 시작된 드라이브, 구불구불 해안가라 속도를 내는 것도 어렵지만 궂이 속도를 낼 이유도 없다. 덥지만 창문도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바람을 차안에 가득 싣고 다녔다.



▲ 비양동 등대. 환국은 여기서 춤을 추더라.





▲ 바람이 보이나? 사람과 바람이 담긴 풍경.



▲ 현상이와 파란 셔츠와 바다가 잘 어울렸다.




다음에 도착한 곳은 우도 안의 비양동 등대. 섬 아닌 섬이다. 시멘트길을 만들어 놓았지만 물이 찰랑찰랑 파도가 넘실거린다. 바지 걷어 올리고 맨발로 한번 건너볼까 하다가 그만뒀다. 역시 어제 하루 쉰 수진선배의 기분이 최고다 서슴지 않고 발을 적셨다. 환국도 여전히 제일 신났다. 사진 찍고 작은 언덕에 올라서니 정자가 하나 있다. 정자에 앉아 쉬었는데 바람이 정말 심하게 불었다. 하지만 그늘 아래라 그런지 시원하기만 하다. 제주도에서는 바람도 즐겁다.

비양동을 나오니 한시가 넘었다. 배가 한참 고플 때다. 하지만 바나나로 해결했다. 왜 그렇게 가난하게 다녔는지, 아마도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나절만 있다가 가려니 시간이 아깝다. 다시 차를 몰아 찾아간 곳은 우도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서빈백사에 들렸다. 여기서 본격적인 해수욕을 했다. 처음에는 옷을 벗는 것도 주저했는데, 물에 들어가니 아주 신났다. 해수욕을 해 보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매번 바닷가를 가도 발이나 잠깐 적셨을 뿐 물에 들어가는 건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는 반드시 해수욕을 하리라 단단히 마음먹었던 터였다.



▲ 서빈백사 해수욕장. 가운데 모래찜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 나와 환국이.
옆에 아가씨는 굉장히 불만있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럴만하다. 해수욕장 물 우리가 다 흐려놨다.




▲ 그래도 좋단다. 박현상 촬영.


▲ 서영선배는 물에 빠지고 나서는 아주 바위에 눌러 앉았다.



▲ 평영으로 수영 중. 입만 벌리면 짠 바닷물이... 생각만해도 짜다 으으~



▲ 물에 빠진 서영 선배.


서빈백사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 단 하나밖에 없다는 산호초 해변이다.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 동남아의 어느 바닷가가 연상된다. 해변가는 자잘한 산호초들이 은빛색깔로 반짝였고, 바닷물은 그 투명한 색깔을 맑게 드러내고 있었다. 서빈백사는 그 아름다움으로 우도 8경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나와 환국이는 수영복을 준비해 왔기에 곧바로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동안 배운 수영을 열심히 해 보았는데, 역시 잔잔한 파도 속에서는 쉽지 않다. 게다가 입안으로 들어온 짜디짠 바닷물 때문에 도저히 제대로 된 수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바닷물을 아랑곳 하지 않고 현해탄을 수영으로 건넜다는 조오련 씨가 정말 대단하다.

이런 즐거움을 나와 환국이만 즐긴다는 게 참 미안한 일이다. 수진선배는 몸이 안좋아 안된다고 하지만 현상이는 발만 적시는 것도 싫어하는 눈치다. 전생이 고양이었을까. 하지만 서영선배는 그래도 바닷가라고 모래사장에서 파도와 장난치고 있었다. 이런 즐거움은 나눠야 하는 법, 환국이와 함께 서영선배를 물에 빠뜨렸다.

서빈백사 해수욕장에서는 한시간 정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래찜질을 하면서 산호해변의 느낌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물속에서 오랫동안 잠수를 하면서 바다속 풍경도 감상했다. 그 한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아낌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즐거움을 서빈백사에 묻어두고 나오려니 아쉬웠다.

우도봉을 들려보지 못한 점이 좀 아쉬웠다. 해보진 못했지만 우도봉 등대박물관 구경을 하면서 우도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한 지역을 알기 위해 필요한 최소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은 하루가 될 수도 있고 한달이 될 수 있고 1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불과 한나절의 시간으로는 우도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도를 제대로 구경하고 싶다면 오후에 들어가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정오쯤에 나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번 우도 여행은 나에게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해수욕장에서 시원하게 수영을 해 본 경험은 그 어떤 일보다 재미있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횟집에 들려 횟감을 사들고 들어가 마지막날 만찬을 즐겼다. 제주의 밤에 수진선배와 서영선배는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밤산책을 나선 우리는 롯데호텔 주변 산책길과 중문해수욕장을 거닐었다. 마지막날인줄은 어떻게 알았는지 마침내 카메라 배터리도 나갔다. 바다 저 편에 고기잡이 배들이 불을 밝히고 있다. 바닷가에서는 밤늦게까지 밀어를 나누는 젊은 청춘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제주의 밤은 깊고 푸르게 익어갔다.


▲ 롯데호텔 뒤편.


▲ 산책로를 따라가다가.






▲ 중문해수욕장에서





다시 언제 제주도를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다음 제주 여행은 이번보다 훨씬 재미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제주는 그동안 나에게 별반 매력이 없는 휴양지에 불과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됐기 때문이다. 올 가을에 한번 더 제주도를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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