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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피규어라는 것은 자신의 감동을 기록한 영예로운 수집품 중의 하나일 것이다. 책상 위 또는 책장에 늠름하게 전시되어 있는 피규어는 과거 기억에 다시 몰입할 수 있는 상징물이며, 잊고 있었던 꿈의 한 조각을 다시 불타오르게 할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의 작은 피규어들을 모아왔었다. 뽀로로로 시작해서 로보카 폴리, 꼬마버스 타요, 신비아파트의 신비를 비롯한 여러 귀신들과 숲속 요정 페어리루, 아이엠스타와 프리파라의 아이돌까지 일본 애니메이션 피규어까지····


어릴 적에 모은 작은 장난감들이야 아직 아기때인만큼 큰 부담없이 사줄 수 있었다. 아이는 혼자 있는 시간에 그 장난감들로 역할극 놀이에 곧잘 빠져들면서 즐거워했다. 뽀로로와 크롱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을 표현하고, 타요와 폴리를 이용해 위기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페어리루를 통해 꿈을 키워갔으며, 아이돌 인형은 딸의 사회적 관계를 보여 주곤 했다.

요새는 좀 크면서 유튜브에 더 정신이 팔리고 있고, 또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보다 캐릭터 그리기에 빠져 있어 장난감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그러다가 빠져든 게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이다. 15세 등급이지만 내가 보여주기 전부터 유튜브를 통해 내용을 훤하게 꿰고 있었다. 결국 넷플릭스에 올라온 초반 작품들을 모두 섭력하고 나서는 영화판으로 나온 무한열차편을 간절히 보고 싶어 했다.

아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은 액션의 표현과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모습, 즉 귀엽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표현들이 재미있었었나 보다. 캐릭터의 색감이나 표현도 무척이나 눈여겨 보는 듯하다.

올해 5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편>이 영화관에서 본 후 아이는 한층 들떠 있었다. 함께 영화를 관람했고, 영화 속 캐릭터에 쏙 빠지면서 피규어를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 5월에 해외 직구 방식으로 귀멸의 칼날 캐릭터 '젠니츠'를 구매했다. 해외 직구 방식이라서 그런건지 당시에 구매한 피규어가 6개월이 지난 어제서야 도착했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갑작스럽게 도착한 택배 상자 안의 젠니츠 피규어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디테일은 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이전 피규어들이 손바닥보다 작았는데, 젠니츠 피규어는 아이의 팔뚝만큼 키가 커서 어색하다. 대부분의 아이 피규어들이 머리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것에 비해 젠니츠 피규어는 그냥 전시용이다.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전혀 없다. 그래도 아이의 피규어 역사에 또 하나의 상징물이 들어섰다. 책장 한편에서 다른 피규어들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자리를 차지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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