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간담회 “교학사 교과서 검정 파동 책임지는 사람 아직 없다” (1월 22일 경향신문 기사) "외면당한 오류투성이 교과서 검정 과정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최근 신용카드 정보 유출에 대해서도 기업과 기관이 책임을 지는데 하물며 학생들의 교과서로 엄청난 분란과 혼란을 일으킨 사안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국정교과서는 유신시대의 산물로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국수주의적 퇴행”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게 한 교사, 학부모, 학생들의 노력은 공동체적 의견 수렴 과정이자 불량식품 퇴치 노력” 교과서 파동과 관련해 정작 검정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는 물론 하다못해 국회의원의 질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검정 도서의 심사 기준은 매우 엄격하고 ..
자긍심(自矜心). 국어사전에서는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으로 풀이하고 있다. 여기서 '긍(矜)'자의 어원은 창자루이다. 그래서 이 글자는 '창자루 근'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이런 어원에 따라 다시 풀이하면 '자긍심'은 '스스로 창자루를 쥐고 있는 듯한 마음'이 될 것이다. 여러가지 현실적 문제와 맞붙을 때 가장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자긍심이다. 자긍심이 없는 사람은 상황에 복종하고 나보다 강한 사람에게 순응한다. 거기에 창조도 책임도 없다. 하지만 자긍심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창자루를 쥐고 있는 마음처럼 문제에 맞서는 태도에서부터 저돌적이다. 여기에 창조적인 생각과 책임있는 자세가 나올 수 있다. 자존심이 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이라면 자긍심은 내부의 마음가짐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집은 이른 아침 가까운 개봉역의 전동차 소리와 남부순환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아침을 채운다. 24층이라는 비교적 높은 곳이데도 위로 퍼지는 소음이 방해물 없이 직접적으로 전해져서 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비교적 좋은 전망임에도 여름날 아침에는 문 열기가 무서울 정도다. 그렇지만 출근길을 나설때면 나무들 틈으로 날아다니는 새들의 청명한 지저귐으로 가득하다. 아파트 주위에 녹지가 많고, 목감천이 가까이 흘러 새와 벌레, 물고기들이 많다. 자연스럽게 작은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 작은 생태계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소리가 아닐까. 봄에는 새소리, 여름에는 물고기들이 첨벙대는 소리, 가을에는 풀벌레소리, 겨울에는 바람소리가 이 도심 속 자연을 채워 준다.
좀 불안하긴 했다. 뒷브레이크의 고무 부분이 바퀴와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로 주행한다면 틀림없이 속도도 나지 않고, 힘만 들 뿐이다. 고민 끝에 끈을 이용해 임시조치를 취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전거 가게에 들려 뒷브레이크를 손을 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나니 주행감이 나쁘지 않다. 브레이크 부분은 여전히 잘 듣지 않는다. 다행히 앞브레이크가 말을 잘 듣는다. 아침 출근길로 안양천-한강-마포대교-마포대로를 선택해 달렸다. 평소 출근길보다 약 35% 정도를 초과한 거리가 된 셈이지만, 차도를 달릴 때의 아슬아슬함이나 신호 걸림이 없는 쾌속 주행이 가능하다. 거리가 길어진만큼 시간도 길어지리라 예상했지만, 10여분 차이에 불과하다. 만일 쉬지 않고 계속 달린다면 충분히 한 시간 안에 주파하는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리는 민서. 이유는 밤새 손가락에 감아놓은 밴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그 밴드는 어젯밤 민서가 자는 틈에 일부러 떼어 놓은 것이다. 아무래도 상처를 감아놓으면 습해서 덧나거나 잘 낫지 않을 것 같아 취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민서는 손가락에 밴드 감는 걸 워낙 좋아하는 터라 아침에 일어나서 없어진 걸 알고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어차피 밤에 잘 때에만 풀어 놓으려 한 것이고 아침에 다시 감아주겠다 생각한 건데, 아이의 반응이 실로 즉흥적이다. 엄마가 밴드를 감아주자 울음을 뚝 그치고 이번에는 냉장고를 열어달라고 한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민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것을 꺼내더니 먹어도 되는지 물어본다. 아침 식사 전에는 안된다고 했다. 엄마한테 가서는 쵸코파..
하나의 교과서가 끝났다. 끝내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던 적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원두커피의 찌꺼기 같다. 바닥에 남아서 지난날의 쓴 맛을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떠나보내야 할 때 떠나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장장 10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디자이너는 책이 나온 것을 보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4월에 이사가 있었던 동료 편집자는 이제야 짐 정리를 할 수 있겠다고 한다. 이 세상 어느 교과서에 땀과 눈물이 없을까. 하지만 그 모든 땀과 눈물이 보상받는 것은 아니더라. 책이 인쇄되어 나온 날 또 다른 교과서는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내가 만든 이 교과서가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학교 현장의 요구나 정부의 방침, 저자의 생각은 저마다의 가지를 뻗어나가..
공덕시장 한복판 허름한 노상 점포. 문도 없고 벽도 없이 비닐로 바람막이만 한 곳에서 라면을 시켜 먹었다. 허름한 메뉴판은 공중에서 흔들거리고, 술취한 노인네가 쓸쓸히 막걸리잔을 다시 채우고 있었다. 새로 온 손님은 이집 할머니와 잘 아는 사이인듯 서로가 반갑게 맞이한다. 곧이어 나온 라면에는 김가루와 들깨까지 알뜰하게 뿌려지고 작은 계란 하나도 온전히 들어가 있다. 큼직하게 썰어넣은 파가 내는 향도 좋다. 가끔 삶이 쓸쓸하다고 느껴질 때 이곳 공덕동 시장에서 할머니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어도 좋다. 공기밥은 공짜다. 난 가끔 밥을 혼자 먹고 싶다.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은 온전히 밥알을 입안에서 음미하고 반찬과 국이 건너 온 세상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밥과 반찬과 국이 온전히 내 몸에 들어와 하..
어쩌면 그의 죽음은 1990년대 학번의 시대적 종언일 수도 있겠다. 그와 공유했던 그 많은 추억과 기억들은 그의 죽음과 함께 죽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 시대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냥 눈물만 쏟던 후배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종주먹질을 하며 당신들 때문에 죽었다고 울분을 토하는 녀석. 조용히 술병의 술만 축내는 동기들, 모두들 그와의 기억 한토막을 어렵게 끄집어내며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를 빼놓고 옛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한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건가. 하나의 우주가 또 기억의 블랙홀로 소환되는 것일까. 너무나 많은 것을 공유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함께 하지 못했던 안타까움들이 여기저기서 한숨이 되어 술상을 떠돌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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