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녹색평론사 언젠가 우리는 모두 생활(수준)의 기준이 아니라 삶의 기준으로, 부(가진 것)의 척도가 아니라 나눔의 척도로, 표면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내면적인 선함으로 평가될 것이다. -윌리엄 아서 워드 누군가가 그랬다, 성장은 본능이라고. 그렇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성장한다. 그러나 그 성장의 끝에는 반드시 소멸이 있다. 생성, 성장, 소멸 이 세 가지는 불변의 진리다. 이 책 는 그 중 성장과 소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신문의 한편에서는 오르내리는 환율과 주가와 함께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바뀔지 시시각각 전달한다. 도대체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
“12월 19일 실시된 제17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62.9%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총 선거인수 3765만 3518명 중 모두 2368만 3684명이 투표를 마쳐 투표율은 62.9%인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대선 가운데 최저 투표율(70.8%)을 기록했던 16대 대통령선거보다 낮아 역대 최저 투표율 기록을 세웠다.” 어느 모 뉴스사이트에서 퍼 온 지난 대선 결과이다. 뉴스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의 수는 정확히 1396만 9834명에 이른다. 이 중에서 정말 시간이나 여건이 안 되어 투표를 못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유는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제일 많은 부분은, 어차피 내 한 표가 당락에 큰 영..
그래 인간이 되지 못한다 해도 괴물은 되지 말자. 맞다, 그런 말이 있다. 아무리 지금 상황이 고달프고 벼랑끝으로 몰린다 해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성을 잃어버리면 안된다. 우리는 누구나 그렇게 말하지만, 정작 인간성을 지킬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다달을 때면 어떻게 바뀔까. 이에 대해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는 라는 소설에서 그의 상상력을 펼쳤다. 백색실명증. 어느 순간 갑자기 눈앞에 하얀 우윳빛이 점차 번지고, 그러다가 시야는 온통 백색으로 가득차 앞으로 보지 못하는 병. 게다가 이건 전염병이다. 전염도 매우 쉬워서 눈과 눈이 마주치면 하루 정도 지나 완전하게 전염되고 만다. 도시는 순식간에 백색실명증이 퍼지기 시작하는데, 안과의사의 아내만이 유일하게 백색실명증에 걸리지 않는다. 전염이 안되는 유일..
타인의 고통 -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이미지를 접한다. 일상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세계 곳곳의 매체들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이미지들도 있다. 전 세계에서 보내서 우리 안방까지 들어오는 이미지들이 주는 느낌은 그리 유괘하지만은 않다. 이스라엘 폭격으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팔레스타인 아동도 있고, 자국의 내전에 시달리다 못해 이웃 나라의 국경지대의 텐트촌에서 생활하는 아프리카의 어느 모자의 모습도 있다. 가깝게는 기아에 시달리는 북한 아동의 갸냘픈 팔다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사진도 볼 수 있다. 요즘에는 더욱 잔인한 영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용산 참사 장면을 담은 여러 이미지들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만날 수도 있었다. 아침 출근 시간 뉴스로 보여지는 영상들은 ..
어떤 행성에서 지적 생물이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생물이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이다. 만약 우주의 다른 곳에서 지적으로 뛰어난 생물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의 문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은 "당신들은 진화를 발견했는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 40쪽 어떤 나라에서 지적 사회가 성숙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사회가 자기의 존재 이유를 처음으로 알아냈을 때이다. 만약 지구의 다른 곳에서 문명이 뛰어난 사회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들이 우리의 문명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맨 처음 던지는 질문은 “당신들은 사회의 진화(진보)를 발견했는가?”라는 물음일 것이다. 원문을 쓴 리처드 도킨스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사회의 미개함을 꾸짖고 싶어 그..
소멸 -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류은희.조현천 옮김/현암사 친애하는 토마스 베른하르트 씨에게 얼마전에 당신의 소설 을 보았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당신의 소설 의 이야기 줄거리는 이러했다. 주인공 ‘나(프란츠 요셉 무라우)’는 여동생 결혼식을 다녀온 다음다음날(그러니까 이틀 후) 뜻밖에 가족(부모님과 형)의 교통사고 사망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장례식에 참석한 후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모두 종교단체에 기부하고 생을 마감한다. 당신 소설의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내 글만 보면 어떤 이는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그런 오해도 살만하다. 이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장장 500쪽에 걸쳐 서술되고 있다. 그것도 단 두 문장으로 말이다. 1부 '전보'가 가족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사진을 보면..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 강양구 지음/뿌리와이파리 지난여름이었다. 냉장고가 고장 났다. 전원은 들어가는데, 냉장고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일부 오래된 음식은 이미 썩어갔다. 냉장고 음식들 중에서 중요한 음식들은 김치 냉장고로 옮겼다. 음식들을 옮기면서 느낀 것은 냉장고에 쌓아 둔 식재료들이 정말 많았다는 것이다. 집안에서 그렇게 음식을 많이 해 먹지 않는데, 이 많은 식재료들은 왜 여기 쌓여 있는 것일까. 정작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 일부는 냉동실에서도 썩어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우리 회사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도시락을 드시는 분들의 반찬도 있고, 야식용으로 먹다가 남은 음식들도 냉장고로 들어간다. 냉장고는 미어터질 것 같고, 이상한 냄새도 난다. 매번 자기 음식을 정리하자고 하지만, 정작 넣어..
가난한 휴머니즘 -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지음, 이두부 옮김/이후 다행히, 난 가난하지 않다. 그렇다고 부유하고 넉넉하게 살아가는 건 아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삼십대 중반의 미혼 남성의 삶이란 게 거기서 거기다. 아침마다 부대끼는 대중교통에서 졸면서 출근하고, 점심시간마다 오늘은 얼마짜리 밥을 먹나 고민하고, 휴일도 반납하며 철야도 마다하지 않고 회사에 매달려 살아간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열심히 산다면서 항상 불안하다. 노숙자나 거지를 보면 애써 피하는 이유는 미래의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지금 삶과 노동에 대해 불만이 가득하면서도 참고 사는 것은 그런 가난이 가져올 ‘충격과 공포’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가난하지 않은 것에 안심하고 있다. 우리 의식은 노숙자나 거지를 피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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