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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은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이다. 부산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산동네가 참 많다. 산 꼭대기 가까운 곳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집들을 보면서 삶의 팍팍한 한 자락을 보는 것 같았다. 친구의 집도 그런 산동네에 지어진 집이다.


12일은 오랜만에 갖는 편안한 휴식이었다. 아늑하고 따뜻한 집에서 친구와 한이불을 덮고 늦잠을 잤다. 오후 늦게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부산의 태종대를 찾아갔다. 태종대는 서울의 남산공원과 비슷한 느낌을 줄만큼 숲이 우거져 있었다. 하지만 바다가 접해 있어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어 남산과는 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 길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오고 거기서 바다를 보면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보인다.




친구는 용접공이다. 하지만 정식 직원이 아니다.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겪는 여러 애환을 이야기하다보니 역시 비정규직의 설움도 쏟아진다. 늦게 시작한 일이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지만, 배워야 할 것은 많고 속도는 더뎌 속상한 일도 많다. 게다가 조선소 일이라는게 매우 위험한 작업이 많아 친구 말로는 뼈가 부러지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위험하고 험한 일을 하면서도 위험에 대한 보상도 뚜렷하지 않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은 세계조선업 1위의 그늘이 아닐까. 내년이면 둘째도 태어나는데, 불안정 고용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13일 친구는 출근하고 입덧이 심한 제수씨가 차려준 밥을 먹고 집을 나왔다. 배는 저녁 7시에나 있지만 혹시나 해서 부산 연안여객터미널에 가서 표를 예매했다. 2등칸이다. 그래도 시간은 펄펄 남아 무엇을 할까 하다가 남포동 영화거리(PIFF광장)와 자갈치 시장을 둘러보았다. 자갈치 시장 아주머니들의 모습에서 억척같이 살아가는 부산 아지매의 힘을 보았고, 살아 펄펄 뛰는 활어들처럼 생명력있는 시장의 매력에도 빠져보았다. 40계단 기념비가 세워진 곳에도 가보고, 용두산 공원과 영도다리 근처에도 가보았다. 여객터미널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주위를 맴맴 맴돌았다. 다행히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5시경 다시 여객터미널에서 시간을 때웠다. 출항 한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갑자기 몰렸다. 모두 제주도로 가는 사람들이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분들이 초등학교 동창회로 모인 듯하다. 초등학교 동창회를 아직까지 만날 수 있다니 그분들만의 독특한 추억이 담긴 문화일 것이다.




자전거를 가지고 배를 타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개찰구에 섰고, 똑같이 줄을 서는데, 자전거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시침 뚝 떼고 자전거를 끌고 대합실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들쳐 메고 배에 올랐다. 배의 탑승 입구에서 안내원이 입구에 매놓으라고 한다. 배가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게 매놓고 내가 묵을 객실로 가보았다. 2등칸은 6인실이다. 그러나 참 좁다는 느낌… 배는 예전 금강산 관광 때 선보였던 설봉호로 아직도 배의 옆에는 "금강산 관광 설봉호"라고 써 있다. 금강산 관광이 시들해져서 제주왕복선으로 바뀐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사정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배의 기구한 운명 또한 참 야릇하다. 온국민의 염원을 안고 북한의 금강산으로 출발한 게 엊그제일 텐데, 이제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으로 운용되고 있으니…


6인실에는 이미 나를 제외한 다섯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내 또래 1명과 40~50대 2명,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인 두 분이 있었다. 젊은 사람은 이미 구석자리를 잡아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고, 나머지 네 분이 배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난 잠시 눈 인사만 하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배의 꼭대기로 올라가 떠나는 배 위에서 부산항과 작별했다.







9시뉴스가 끝나고 주몽을 할 때가 되니 사람들이 어수선하다. 주몽을 봐야한다며 리모컨을 만지작대지만 배는 이미 부산을 한참 떠나와 있고 MBC는 나오지 않았다. 난 이미 9시뉴스 때부터 구석을 잡아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내일 새벽에 내리자마자 달릴 것을 생각하면 잠이나 일찍 자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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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언양읍내의 PC방에서 하루를 마감하는 글을 올리고 난 후 잠잘 자리를 찾으러 나섰다. 이미 해는 어두워졌고, 애초부터 여관방을 잡을 생각이었는데, 식당의 주인부부가 알려준 등옥온천단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여관방은 돈도 많이 들고 탕에 온전히 몸을 담글 수 없어서 찜질방을 찾아가기로 했다. 자수정 동굴(언양에서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을 찾아가는 길에 있다고 하는데, 이곳이 찾아가보니 산속이다. 차량통행도 뜸하고 가로등 하나 없는 왕복2차선 길을 더듬더듬 찾아갔다. 길은 3번이나 어긋나고 시간은 이미 8시를 넘어서고 말았다. 도대체 얼마나 들어가야 하는 걸까. 물어물어 가면서도 금방 가면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말만 믿었는데, 정말 찾기 어려웠다. 탕에 들어가 씻은 후 집에 전화해 무사안착을 보고하고, 다시 찜질방 홀에서 9시 뉴스를 보다가 수면실에 들어가 잠들었다. 많이 달린데다가 막판 너무 힘을 빼버려 피곤했다.


등억온천단지는 신불산과 간월산 산줄기에 22만평 규모로 조성된 대규모 관광단지다. 작천천을 따라 조성된 가로수 길과 그리 힘들지 않은 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아름다운 산세가 속속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찜질방 보다는 모텔이 즐비하다는 게 좀 아쉬웠다. 등억온천단지에서도 한참 들어간 외진 곳에 모텔과 찜질방을 겸업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 온천수는 수온이 29∼33도인 알칼리성 탄산수. 근처에 자수정 동굴과 간월산휴양림, 석가여래좌상이 안치된 간월사 등이 있다지만 가보지는 못했다.

일찍 잠들었다. 많이 피곤했나 보다. 7시 반쯤 눈을 떠 8시 30분 경에 다시 자전거에 올랐다. 35번 국도를 타고 계속 부산을 향했다. 옆으로 경부고속도로가 달리다보니 국도는 한산하다. 양산천을 끼고 달리다가 부산에 들어간 시간은 대략 12시. 여기서 양산천이 낙동강과 만났다. 부산까지 무혈입성! 스스로를 격려했다.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부산에 있는 친구와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왔다. 꿈에 그리던 성공이다. 언제나 자전거 여행을 하는 사람이 부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내가 해내고 있는 거다. 하지만 처음 해 본 자전거 여행은 그리 낭만적이지도 않다. 힘들고 어렵고 매시간 그날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기 바빴다. 관광다운 관광은 하지 못하고 막상 달리기만 했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 동행을 만나지 못한다면 참 재미없는 일이다. 하지만 만일 다음에 다시 자전거 여행을 간다면 여유있게 관광을 겸한 여행을 해볼 것이다.


'무혈입성'이란 말이 입에서 맴돌기 무섭게 엎어지고 말았다. 어느 건설현장의 벽에 쳐놓은 현수막을 피하느라 미쳐 늘어진 끈을 보지못했는데, 그 끈이 손잡이에 탁 걸리면서 핸들이 돌아버려 그대로 고꾸라지고 만 것이다. 강원도 도덕고개를 넘어오면서 한번 위기는 있었지만, 그때도 넘어지지는 않았는데, 부산에 들어와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만 것이다. 방심은 금물. 잠시 마음을 놓아버린 것이 그만 작은 사고를 불렀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다시 추스르고 부산구덕운동장을 찾아갔다.







오늘 내일 친구집에 머물면서 쉬고 모레 월요일 오후 7시 배편을 이용해 제주도로 떠날 예정이다. 일요일 배편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월요일 배를 타기로 했다. 일정이 예상보다 자꾸 늦춰지는 것이 걱정이다.





주행거리 : 65km

주행시간 : 6시간

주행구간 : 등억온천단지 > 양산시(상북면사무소) > 양산시청 > 부산역 > 부산구덕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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