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지난 5일(2017. 5. 29.~6. 2.)까지의 자전거 출근 기록이다. 아침에 간단히 적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단상을 정리해 올린다. 기록의 차원이다. 물론 퇴근도 자전거로 했으나 따로 기록해 둔 것이 없다. 페이스북 글을 옮겨오니 블로그가 풍성해진다. 



 1일차 

손목 시큰거림이 여전하다. 5월 29일 아침 기온은 18~19도. 이번주 내내 비 예보는 없다. 오랜만의 자출이라 천천히 시작했다. 내 앞으로 가벼운 차림의 여성 라이더가 내내 달렸고 난 끝내 추월하지 못했다. 이번주는 좀 꾸준히 달려보자.


 2일차

이틀째라서 그런지 어제보다 5분 이상 단축됐다. 운좋게 마포대교 이후 공덕 오거리까지 신호에 안걸린 것도 있지만, 아침에 타이어에 공기를 더 넣어주니 정지 후 출발 속도올리는거나 가속 기어올릴 때 페달 돌아가는 게 다르다.

확실히 월요일은 차들도 많았다. 어제에 비해 10여분 늦었는데 교통량은 훨씬 적은 느낌이다. 마포대교 넘어서부터 맨 우측 차로는 '자전거 우선 도로'로 지정되어 있다. 달리는 맛이 있다.


 3일차 

3일째 자전거 출퇴근. 자출이야 한 10년 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 3일 연속 자전거 출근은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인권위 있을 때부터 시작했는데 그때는 편도 18km나 되니 좀 힘들더라.

공덕동까지는 11km 정도 되고 잘 달리면 50분 안에 들어와 대중교통인 버스나 지하철과 별반 차이가 거의 없으니 날씨만 좋다면 할만하다. 다만 땀을 씻어낼 곳이 없어 화장실 한칸을 차지하고 물수건으로 닦아내는 게 좀 아쉽다.

도로를 달리다보니 위험천만한 상황이 가끔 벌어지기도 해서 항상 조심한다. 그래도 출근길 마포대교를 만나면 거진 위험구간은 다 통과한 거라 무척 반갑다. 오늘은 잠시 쉬어보는 여유도 부려보았다.





 4일차

항상 다니는 길이 같아서 이제는 위험구간이 어디이고 그 구간을 우회하거나 위험 회피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실험했다.


가장 위험한 출퇴근길 구간은 영등포 등기소 이후부터 영등포역까지의 구간이다. 차도가 좁고 우측 끝차선의 오른쪽편 도로가 많이 망가져서 덜컹거림도 심하다. 다행히 출근길은 이길이 매번 차들로 꽉차 있어서 차와 내가 접촉할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운전 부주의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퇴근길은 상황이 다르다. 거의 한뼘 차이로 내 옆을 스치는 차량들을 만나기도 한다. 여기도 서행 구간이다.


다음으로는 역시 첫출발 지점인 경인로길로 개봉사거리에서 고척돔경기장까지 코스다. 역시 교통량이 많아 번번히 정체가 일어나는 구간이고 곳곳에서 길로 진입하는 차량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굽은 구간이라서 차량과 나의 상호 소통이 계속해서 필요한 구간이다.


마지막으로 영등포에서 서울교로 올라가는 고가 아래길. 하나의 길에서 여러 방향의 차들이 뒤엉킨다. 나보다 빠른 차들과 손짓과 눈맞춤을 수시로 해야 하고 언덕길도 올라야해서 긴장해야 하는 구간이다.


여러 위험 구간들을 가장 안전하게 피하는 방법은 인도로 달리는 것이겠지만 바람직하지는 않다. 영등포역 구간 도로 상태라도 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데 여기는 뭐 10년째 이러니 앞으로도 요원하겠지.


🚲 오늘 아침 달린 거리: 11.9km

🚲 5월 이후 달린 거리: 81.68km



 5일차 

출근

이번주 월요일부터 자전거출퇴근을 시작하면서 작은 목표를 세웠는데, 딱 한주만이라도 내내 자전거 출퇴근을 하자는 거였다. 오늘로 5일째 자출에 성공했고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간다면 작은 목표는 이뤄진 것이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더라. 더군다나 40을 넘어가 일상의 소소한 것에 안주하고 변화에 대해 시큰둥해진다.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지니 배가 나오고 몸무게는 점점 늘어나 건강을 위협한다. 지난 4일간의 자전거 출퇴근에도 내 몸무게는 전혀 변함없다. 간식도, 야식도, 술자리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몸마저도 웬만한 자극에는 요지부동이다.

저녁에는 마지막 피날레로 한강 자전거길로 퇴근하면서 맥주나 한잔해야겠다.

🚲 오늘 아침 달린 거리: 12.12km
🚲 5월 이후 달린 거리:  93.8km



퇴근

저녁 자전거 퇴근. 간만에 한강 자전거길과 안양천길을 타고 달렸다. 바람은 맞바람. 바람을 거슬러 속도를 내는 건 정말 괴로운 일. 한강 편의점에서 맥주 한캔 하려했는데 예상했던 마지막 편의점이 공사중. 결국 못 마시고 집으로...

🚲 오늘 저녁 달린 거리:16.8km
🚲 2017년 달린 거리:  110.6km




간만의 장기 라이딩이었다. 아침은 좀 흐렸지만 예보에 따르면 약간 더울 거라고도 했다. 바람은 초속 1m/s 정도로 약했다. 자전거 타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씨다. 


집을 중심으로 많은 곳을 다녔다. 양평에서 집까지 달렸고, 서울과 과천을 잠실을 잇는 하트 코스도 달렸다. 이제 경인 아라뱃길로 인천 앞바다까지 달렸으니, 서울의 동쪽과 서쪽, 남쪽에 대한 자전거 투어는 어느 정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남은 건 북쪽인데 파주 임진각까지 간다면 동서남북을 모두 뚫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아침 9시, 집을 나섰다. 이제 자전거를 탈 때 트랭글GPS구글 운동 기록(My Track)을 켜는 것이 또 하나의 작업이다. 트랭글GPS는 앱 구동이 늦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등산이나 걷기 코스 등도 살필 수 있어 좋다. 또 비교적 거리나 속도 측정이 정확하다. 구글 운동 기록 어플은 최근에 깔았는데, 꽤 단순하게 작동하는 맛에 쓴다. 그러나 정확한 운동 기록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GPS조작은 트랭글보다 정확해 보이지만 운동 기록에서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집을 나와 안양천까지는 경인로를 달려야 한다. 차들을 옆에 두고 달리는 것도 많이 익숙해졌지만, 긴장감을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고척교에서 안양천으로 내려서 자전거길을 달렸다. 생각보다 선선하고 바람도 별로 없는데다 아직은 사람이 적어서 달리기가 수월하다. 차도와 비교하면 천국의 길이 따로 없다. 



ⓒ구상나무

▲ 오금교 근처에서 첫 컷 



개봉동 집에서 서해 갑문까지 왕복 76km정도다. 편도 약 38km인데, 아마 안양천 합수부에서부터는 30km정도일 거다. 따라서 인천 서해 갑문까지만 간다면 그렇게 무리한 일정이 아니지만 왕복 75km정도라면 자전거를 자주 타는 사람이라도 피곤함은 각오해야 한다. 아침을 거르고 나온 터라 중간에 쉬면서 김밥 3개(1000원짜리)를 먹고, 잔치국수 한 번 먹으면서 갔는데도 6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트랭글에 나온 평균 속도는 22km. 약간 빠르다고 볼 수도 있다. 자전거 덕분이다. 



ⓒ구상나무


ⓒ구상나무

▲ 김포 갑문에서


김포 갑문까지는 일전에도 한번 다녀온 길이기도 하고, 또 익숙한 안양천과 한강 자전거길이라 수월했다. 도로 상태 역시 좋은 편이다. 아침 일찍(?) 나와서 그런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서는 수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포 갑문 앞에는 자판기와 화장실, 벤치 등이 있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인증 부스가 있어 거기서 인증 도장을 찍는 것도 가능하다. 


아라뱃길 자전거길에서는 여러 행사도 펼쳐졌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여행객들도 많아서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자전거는 서툴기 때문이다. 간혹 2인승 자전거에 꼬마 아이를 태운 아빠를 보기도 하는데 위험천만하다. 뒤의 아이는 손잡이를 잡는 것 외에 어느 안전장치도 없는데 떨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 2인승 자전거에 아이와 함께 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 시천교 아래


아라뱃길을 만들게 한 주요하천은 원래 굴포천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굴포천이 자주 범람하면서 홍수 피해가 컸고, 그로 인해 막대한 돈을 들여 방수로 공사를 진행하다가 이명박 정부 들어서 정부 주도하에 대운하 작업으로 바뀌었고 막대한 세금을 들인 대공사가 착수된 것이다.[각주:1] 중국과 서울을 바로 잇겠다는 대운하로 새로운 서해안 시대를 열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아라뱃길에서 화물선이 오가는 것을 보는 것은 하늘이 별따기다. 이로 인해 관련 하역 시설과 배후 부지들을 운영하는 데도 숨이 가빠보인다. 지난 달에는 서해 5도 주민들을 위해 아라뱃길을 이용을 위한 정책추진단도 발족했지만, 당초의 운하 취지가 어색하기만 하다. 아라뱃길이 언제쯤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이날도 여러 대의 요트들만이 서해 방향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았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번달 30일부터는 수상레저보트도 운영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하지만 운하로서의 본래적 기능(화물의 운송)을 볼 수는 없었다. 최근 경인 운하에서 하는 행사들 역시 레저형 보트나 유람형 보트의 운영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데, 과연 이게 그렇게 입바르게 선전했던 그 운하인지 의문이다. 



▲ 인천 서해 갑문 지점


▲ 아라 서해 갑문에서


▲ 인천 정서진 앞에서


▲ 정서진에서 본 서해


▲ 멀리 보이는 건물은 경인 아라뱃길 터미널


▲ 정서진 아라 자전거길 출발점이자 도착점


인천 서해 갑문까지 도착했다고 해서 아라 자전거길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서해 갑문에서 약 3km 더 이동해야 아라뱃길 자전거의 출발점이 나온다. '정서진'에 위치한 아라 자전거길의 출발점에는 이땡땡 대통령의 기념비도 있다. 서해 갑문에서 나오면 발견할 수 있는 주변 식당들은 자전거 라이더들을 위해 자전거 전용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있다. 많은 자전거 라이더들이 그곳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전거 의류나 장비들을 파는 대형 쇼핑점들도 입점해 있다. 가격을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자전거 관련 장비나 용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정서진에 가면 식당 등 편의시설이 없다. 정서진에서 약간 이동해 아라여객터미널로 가면 있을텐데 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식당이나 화장실 등을 이용하기에는 서해 갑문 근처 식당들이 좋다. 


또 서해까지 이동하는 동안 아라뱃길 자전거 도로에서도 먹거리를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중간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그곳에서도 편의점이 있어서 음식물을 판매하고 있을 듯하다. 게다가 마침 내가 갔을 때는 다양한 문화 축제가 한창이라서 포장마차들이 즐비했다. 다만 국밥 한 그릇이 7천원, 잔치국수를 5천원이나 받고 있으니 되도록이면 그냥 참고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사다 먹는 게 돈을 아끼는 길이겠다. 








큰지도보기

정서진광장 / -

주소
인천 서구 오류동
전화
설명
-






  1. 굴포천은 경사가 매우 완만하고 하폭이 작아 통수(統水) 능력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 하천은 한강으로 유량을 신속히 배출하지 못하고 특히 홍수시 굴포천 유역에 침수 피해를 주어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착공된 것이 굴포천 방수로사업이다. 즉 하천의 유량을 황해로 직접 방수하기 위한 유로 건설을 뜻한다. 그 후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 사업은 경인운하 착공 사업으로 확대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굴포천 [堀浦川, Gulpocheon]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지명, 2008.12, 국토지리정보원) [본문으로]


  • cruise 

'유람선을 타고 다니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순항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자전거 매니아들이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일까. 내리막길을 질주할때의 속도 본능? 거친 산악을 달릴 때의 짜릿함? 그런 경험은 흔치 않은 일이다. 다만, 보통의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릴 때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경험은 바로 순항 단계에 들어설 때다. 





자전거 출퇴근을 할 때면, 출근은 일반 도로, 퇴근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고 달린다. 출근을 할 때에는 신호와 차량으로 인해 자주 서행을 하거나 멈추어야 할 때가 있다. 거리는 출근 거리는 가까울지 몰라도 이런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시간은 한시간이 조금 안 걸린다. 하지만 퇴근 시에는 다르다. 한강 자전거길을 타고 집까지 거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타고 달린다. 이때 자전거를 타는 가장 즐거운 순간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든 차량이든 운행 패턴은 같다. 출발-가속-순항-감속-정지. 이 과정 중에서도 각각의 도로 사정에 따라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은 서로 다르다. 출근길 일반 도로를 달릴 때는 신호와 차량으로 인하여 자주 멈추고 재출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출발과 정지가 매우 중요한만큼 기어 변속과 브레이크 작동을 손에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시간 단축과 안전한 자전거 주행에 필수다.  


반면 퇴근길은 '순항'이 가장 중요하다. '순항'이라고 하여 페달질을 안하고 그냥 미끄러지듯이 달리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순항을 위해 꾸준한 페달질은 필수다. 이런 순항의 원리를 익히는 것은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순항을 위해서는 자전거 최적의 rpm(분당 회전 속도)를 찾아야 한다. 여기에는 경험도 필요하고 체력도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순항'은 다리에 약간의 과부하가 걸리면서도 꾸준한 회전력을 자전거에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동일한 rpm을 변함없이 페달에 전달할 수 있으면서 자신만의 최적의 순항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면, 자전거 타기는 노고가 아니라 최적의 즐거움을 즐 수 있다. 순항을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순항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자전거타기가 시작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길은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한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새롭게 길이 나면 그곳에서 제를 올렸다. 길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출구이면서 낯선 것들이 공동체로 들어오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좋은 것들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고 공동체는 밖으로 번창하라는 의미를 제에 담았다.

중앙선의 복선화로 새롭게 자전거길이 뚫렸다. 사실 길이 "새로" 뚫렸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미 있던 길을 자전거 길로 바꾸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철도 중앙선의 역사는 멀리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만주 침략과 한반도 수탈의 두 가지 목적을 위해 중앙선을 건설했다. 1936년 일제가 밝힌 건설 목적에서는 “반도 제2의 종관선을 형성함으로써 경상북도·충청북도·강원도·경기도 등 4도에 걸치는 오지 연선 일대의 풍부한 광산·농산 및 임산자원의 개발을 돕고, 지방산업의 발달을 촉진하는 동시에 격증하는 일본(日)·조선(鮮)·만주(滿)의 교통 연락, 객·화의 수송 완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라고 하였다. [각주:1]  철마가 달리던 길을 이제는 두 바퀴를 굴리며 달리는 자전거들의 질주로 채웠다. 억압과 착취의 도구였던 길이 놀이와 낭만의 길로 바뀐 것이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로 변하였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아마 이런 때에 쓰는 말일 것이다.

용산역에서 6시 45분 용문행 전동차. 맨 앞칸과 뒤칸에는 자전거를 싣고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앞칸에만 해도 20여 대의 자전거로 채워졌다. 거기에 레저용 자전거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할아버지의 자전거는 짐받이에 마른 풀더미가 있었는데, 할아버지 말로는 약재에 쓰이는 거라서 돈을 많이 받는단다. 지금도 자전거를 싣고 밭에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하셨다. 이 노인 외에도 밭에 나가신다는 중년의 아저씨와 또 다른 노인도 생활 자전거를 전동차에 실었다. 일요일이라 놀러 가는 자전거들이 많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분들의 자전거는 화려한 자전거들 틈에서도 유난히 돋보였다.

용산에서 출발해 약 1시간 반 만에 양평에 도착했다. 양평역 근처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길을 바로 찾기는 어려웠다. 편의점에 들어가 물어서 겨우 자전거길에 올라갔다. 길은 아주 잘 닦여 있었다. 아스팔트를 덮은 철도 길은 부드러운 페달의 느낌을 다리에 전해주었다. 이제는 기차가 지나지 않아 버려질 뻔했던 능내역은 자전거들의 휴식 공간으로 변했다. 젊은 시절 모꼬지 장소로 대성리 다음으로 자주 찾았던 능내역이 이렇게 변하니 기분이 묘했다. 철도의 레일도 철길을 덮었던 자갈들도 저마다의 독특한 운치를 주었다. 산을 뚫어 만든 9개의 터널도 자전거길의 하나다. 교각은 반반한 나무판자를 깔아놓았다. 판자 위를 달리는 자전거로 달그락거리는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다. 이 모든 것들이 한강 자전거 길에서 만날 수 없는 양평 자전거길의 재미다.

반면 급커브길이 많고 언덕길도 많았다. 자전거 초급자나 아동들에게는 쉽지 않아 보인다. 터널 안도 생각보다 어둡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전거 길 관리가 제대로 이어질지도 걱정이다. 사람이 오가는 자리는 아무리 조심스러워도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관리가 부실하면 금방 망가지기 쉽다. 게다가 자전거 도로는 지역 지자체가 직접 관리할 텐데, 안양천만 해도 동네마다 지자체 사정에 따라 길의 상태가 다르다. 양평이나 남양주의 재정 상태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전거 도로 관리도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뉴스를 보니 하루 전 팔당댐 인근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남한강 자전거길 길트임 기념식'이 있었다. 여기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4대강(사업)은 강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해서 하는 것"이라며 "소수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반대한다."고 말하면서 "국민들은 절대 환영"이라고 언급했다.

4대강 사업은 크게 보 사업과 준설 사업, 그리고 강변 주변 사업으로 나누어진다. 따라서 자전거 길도 크게 보면 4대강 사업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양주길 구간은 예전 폐철도를 이용해 마련한 자전거 도로다. 따라서 이 구간은 4대강 사업과 관련성이 없다. 물론 이 길이 나중에 강을 따라 연결되는 전국 자전거 도로망에 포함되므로 그 시작점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4대강 사업을 억지로 녹색 사업으로 포장하기 위한 꼼수다. 많은 자전거 전문가들이 레저로서의 자전거 문화보다 교통수단으로서 도심내 자전거 도로 확보가 더 시급한 녹색 사업임을 지적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4대강 사업으로 쫓겨난 농민만 2만 4천여 농가에 이른다. 남양주길 한가운데에 있는 두물머리에서는 현장 농민들이 지금도 계속 저항하고 있다. 이곳의 사업 공정률은 0%라고 한다. [각주:2] 이명박 대통령은 항상 그래왔듯이 이곳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농민들과 인권환경단체들은 국민이 아니었다.

프레드 피어스의 '강의 죽음'이라는 책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수문학자와 공학자들은 강과 관련된 수많은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결론 내렸다. 흐르는 강물의 위력과 콘크리트가 정면으로 대치하면 언제나 콘크리트가 패배한다. 한 곳에서 홍수를 막으면, 다른 곳에서 더 자주 홍수가 일어난다. 공학자들이 강을 다스리려는 시도는 자연과 함께할 때, 자연의 요구에 순응할 때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각주:3]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올여름 많은 비 때문에 한강과 그 지천들, 지방의 많은 하천의 둔치에 만들었던 수많은 구조물과 자전거 도로들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를 본다면 지금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이 얼마나 허울 좋은 껍데기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번에 새롭게 뚫린 자전거길은 무척 반갑다. 하지만 또한 슬프다. 반갑게 맞아들이고 즐겁게 달려야 할 그 길에 묻어 있는 이 수많은 이야기와 애환들을 언제쯤 세상에서 알아줄까.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길은 길이다. 길을 통해서 기쁨과 즐거움도 들어오지만, 전염병과 전쟁, 폭력들이 들어올 수도 있다. 우리가 지금 만들어놓고 달리는 이 자전거 길이 언제나 평화와 행복을 전해주기를 바라면서도 또 다른 욕심과 욕망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이유다.



















  1. 네이버 지식사전 "중앙선"에서(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61346) [본문으로]
  2. 인권오름-4대강 사업 공정률 0%, 팔당 두물머리를 지키자 [본문으로]
  3. 이정환닷컴-"4대강, 토건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본문으로]




"안양천 진입했어요. 헤맬 줄 알고 서둘렀는데 생각보다 길을 잘 해놨네요."
동행인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서둘러 나가 하늘을 보았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다행히 오후 늦게 비가 시작될 거라는 예보다. 부지런히 달리면 비를 맞지 않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고 보았다. 그렇게 자전거 하트코스 도전이 시작됐다.

자전거 하트코스는 서울 남부 지역의 지천들을 잇는 코스다. 당장 집에서 나가는 길에서 안양천까지는 목감천을 타고 간다. 목감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구일역에서 동행인을 만났다. 안양천 주변에는 아마도 토요일 현장수업의 일환으로 안양천 청소를 나온 듯한 중학생들이 많이 보였다. 당연히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청소는 뒷전이다. 그래도 안양천의 다양한 자연생태를 보는 재미는 아이들에게 각별하지 않을까.

구일역 안양천에서 남쪽으로 달렸다. 코스모스가 한들한들 마중나왔다. 강변 억새풀들이 쭉쭉 하늘을 향해 발돋음을 했다.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들풀들도 반갑다. 동행인이 자전거를 즐겨타지 않는지라 천천히 페달을 굴리다 보니 풍경들이 반갑다. 우리를 앞지르는 자전거족도 많지 않았다. 반대로 우리의 맞은편에서 한강쪽으로 달리는 자전거족을 많이 만났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자전거 도로 상태는 무척 좋지 않았다. 좁고 울퉁불퉁했는데, 해당 지자체의 관리 능력이 드러나는 듯하다. 물론 지방하천의 자전거길까지 신경쓰는 건 예산 문제로 많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족들이 느끼는 그런 차이는 비교대상이 되기 쉽다. 양천구는 어떤데 구로구는 이러네, 광명시는 이런데 안양은 이러네 등등... 입이 가벼운 사람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기 쉽다. 자전거족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만큼 해당 지자체에서 좀더 신경쓰는 건 어떨까.

안양천 자전거 도로가 끝날즈음 학의천 자전거 도로가 나온다. 지천으로 갈수록 자연생태는 더욱 원시적이다. 개발이 필요하되 자연친화적인 개발의 중요성이 돋보인다. 무분별한 난개발은 오히려 하천을 죽일 수 있다. 자전거도로 핑계를 대며 4대강을 개발하는 지금 정부는 난개발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어울리며 살 수 있는 하천개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

과천 입구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과천은 또다른 세상이다. 계획된 도시답게 도시는 잘 정비되어 있고, 길은 깨끗했다. 과천 진입해서 양재천 들어가기 전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과천 양재천은 도심내 하천답게 예쁘게 꾸며져 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의 모습은 한가롭고 여유있어 보였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의 모습에서 한가한 가을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과천을 벗어날 즈음 하천은 다시 벌거벗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참을 달리니 양재 근처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비닐하우스들과 함께 드러난 타워팰리스의 모습은 딱 그만큼 우리 한국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양재천을 달리면서 조금씩 피로가 몰려왔다. 무엇보다 손목과 손바닥 통증이 심했다. 상체로 누르는 압력을 손바닥과 손목이 온전히 받고 몇시간을 달리니 견디기가 어렵다. 중간중간 핸들을 놓고 상체를 세워서 달린다. 도로에 사람이 별로 없기에 가능한 자세다.

반포대교 앞에서 동행인과 함께 맥주를 마셨다. 빗줄기는 제법 굵어져 있었다. 그대로 맞을 경우 10분이면 많이 젖겠다 싶을 정도였다.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본 경험이 많다. 이상하지만 비를 맞으면 자전거가 더 잘 나가는 느낌이고 이상하게 기운도 더 난다. 반포대교 이후에는 혼자 집까지 돌아왔다. 비 때문인지 사람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웠다.

10시 시작한 자전거 하트 코스 도전은 오후 4시 반에 끝났다. 중간에 점심 먹고 맥주 마신 시간 1시간 반 정도를 제외하면 5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체력의 한계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저질 체력임을 실감한다. 하지만 이제 길도 잘 아는만큼 종종 다녀볼 생각이다. 다음에는 더 푸른 가을하늘을 품고 달리고 싶다.


 







얼마전 집에서 쉬고 있던 동생이 아는 사람 통해서 중국을 통해 자전거 한대를 들여놨습니다. 집에 가서 보니 BMW clasic bike 써져 있는 자전거인데,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지 않네요. 어쩌면 제가 처음으로 시승기를 올리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물론 이 자전거가 중국 짝퉁인지, 아니면 중국OEM방식의 정품인지 저도 확신이 안갑니다. 동생 말로는 유로화로 삼백만원 정도의 고가 자전거라고 하더군요. 물론 가짜라면 가격은 다르겠죠.




매끈하게 빠진 모습은 미니벨로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특징적인 부분은 핸들과 바퀴의 휠 부분인데요.




핸들은 위 사진처럼 끝이 위로 말아 올려진 모습입니다. 이런 모습의 자전거는 처음 보는데, 조립이 잘못된걸까요? 아니면 원래 이런식일까요? 그리고 기어가 붙어 있는 앞손잡이 부분은 잡기가 불편할정도로 매우 좁습니다. 이 자전거의 가장 큰 단점이 아닐까 싶더군요.




바퀴 휠은 꽤 강해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얇은 살이 아니라 두꺼운 판넬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럴까요? 아무튼 자동차 바퀴만큼 멋있습니다. 물론 그만큼 자전거 무게가 더 나갑니다. 제가 타고 다니는 블랫캣 미니 3.0보다 조금 가벼운 정도...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실제 무게는 잘 모르지 말입니다.










안장이나 기어(단일 기어 7단) 등은 꽤 좋아 보였습니다.(뭐 하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게 없네요. 전부 인상비평 정도) 일단 기어는 시마노 정품으로 보였고요, 안장 역시 꽤 좋은 가죽으로 날렵하고 튼튼하게 제작된 안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조립과정의 부실인지 기어에서 작은 문제들이 보였고, 안장은 부착 형태가 잘못되어 있어서 타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이런 불편이나 문제는 쉽게 고칠 수 있을 듯합니다만, 주행시 손잡이 부분은 구조적 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폴딩형 자전거인만큼 접는 문제는 확실히 편하군요. 가운데 부분의 접이장치만 풀어주면 아주 쉽게 접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블랫킷 미니 3.0이 세번의 과정이 필요한 반면 한번에 접히는 BMW클래식은 확실히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안전에 대한 의구심도 버릴 수 없습니다. 가운데 접이장치는 블랙캣에 비해 좀 불안한 느낌입니다. 블랙캣처럼 잠금장치가 별도로 있다면 좋을텐데 그 부분이 좀 아쉽네요.

전체적으로 주행감 등은 블랙캣에 익숙해져서인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동생에게 이것저것 손볼 데가 많겠다고 알려주었는데, 고치고 나면 더 좋아질까요? 손잡이의 한계 때문에 저는 그다지 찾을 것 같지가 않네요. 그래도 날렵한 폴딩형 자전거의 특징과 BMW고유의 로고가 던지는 아우라, 쉽게 접을 수 있는 편리함 등이 이 자전거의 장점을 도드라지게 하는군요.

이상 시승기를 마칩니다.^^














마포대교에서 저녁노을과 파란하늘을 함께...















평소 주중 방문자 수는 170명 내외. 주말에는 방문자수가 급감하는 경향인 내 블로그가 지난 일요일 방문자수 187명이라는 이례적인 수치를 기록하더니 어제는 또 293명이나 내 블로그를 방문했다. 갑작스럽게 방문자수가 늘어난 원인을 찾기 위해 유입 URL를 보는데, 딱히 유입되는 곳이 일정치 않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검색을 통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여느 때와 다른 점은 ‘자전거 여행’이라는 검색 키워드가 유별나게 많다는 점이다.


추측컨대 아마도 지난 일요일 강호동의 1박2일이 옥천 자전거 여행을 다룬 것 때문일 것이다. 내 블로그가 자전거 여행과 관련된 많은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만큼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전거 여행 이야기가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여행을 검색한 것으로 보인다.


TV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TV예능 프로그램의 하나인 강호동의 1박 2일에 소개되는 여행지는 곧바로 포털 검색 순위에 오르며 한동안 여행객들이 몰려들어 홍역을 앓을 정도라고 하니, ‘자전거 여행’을 주요 주제로 삼고 있는 내 블로그 역시 그 여파를 받은 셈이다.


그렇지만 자전거 여행은 그다지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수많은 도전에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용기가 필요한 여행에 가깝다. 만일 1박2일의 김종민이 실제로 하루 70km를 주행해야 한다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을 것이다. 도로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나면 시간당 15km의 주행 속도로 8시간 주행의 원칙을 잘 준수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지 않고 무리한 계획을 세운다면 반드시 낭패를 보고 말 것이다.




실제로 자전거 여행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안전대책도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기본적인 도로교통법은 숙지하고, 다리 위나 터널 등 위험한 코스에 대해서는 대책을 우회로나 대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더군다나 혼자서 떠나는 여행이라면 여행 짐 꾸리는 것부터가 큰 일이다. 무엇보다 자전거여행 경험자들이나 자전거 여행 서적을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사전에 접해 두는 게 좋다.


아래는 내 블로그에 올려진 다양한 자전거 여행 팁과 관련된 정보들이다. 이 밖에도 틈틈이 올린 글들이 꽤 되지만 우선은 이 정도로 정리해 보았다.


가볼만한 자전거 여행 코스

  도로교통법과 자전거

도로 주행 요령

우리나라 국도 정보 1

우리나라 국도 정보 2

여행의 실질적인 준비

마음가짐 되새기기

자전거를 대중교통에 싣기

우천에 대한 대비

자전거 여행 중 당할 수 있는 부상1

자전거 여행 중 당할 수 있는 부상2


이밖에 자전거 전국 일주의 경험담이 내 블로그에는 담겨 있다. 일부 정보는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자전거 전국 일주는 사실 무모하게 출발한 여행을 자랑하는 것 같아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정보들이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5월부터 개봉동 여기저기 담 너머로 피어난 장미를 볼 수 있었다. 개봉동에 살면서 이토록 많은 장미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장미꽃들을 볼 수 있었다.

3월에는 진달래, 4월에는 벚꽃, 5월에는 철쭉, 6월에는 장미 등 달마다 때를 만난 꽃들이 있기 마련이다. 봄과 여름을 거쳐 수많은 꽃들이 피고 졌다. 예년에 없던 추위로 인해 벚꽃이 힘 한 번 못 써보고 시나브로 져버렸지만 장미는 다행히 좋은 날씨를 만나 한창 때를 누릴 수 있었나 보다.

오규원 시인은 ‘개봉동과 장미’라는 시에서 “저 불편한 의문, 저 불편한 비밀의 꽃 / 장미와 닿을 수 없을 때, / 두드려 보라 개봉동 집들의 문은 / 어느 곳이나 열리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아름답지만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시를 지닌 장미에게서 우리 사회 소시민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개봉동에서 안양천으로 가려면 목감천을 따라 가는 게 가장 편한데, 이때 목감천과 안양천을 연결하는 아파트 옆 소로를 통과해야 한다. 이 길에는 장미나무가 나란히 심어져 있고, 지난 5월부터 피기 시작한 장미들이 이제는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다. 벚꽃은 작은 바람에도 멀리 흩어져 버리지만 장미 꽃잎은 그렇지 않아 길섶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러나 마치 피를 뿌린 듯 검붉은 모습의 꽃잎들은 6월의 오랜 상처를 헤집고 만다. 그래서 법정 스님은 “6월이 장미의 계절일 수많은 없다.”고 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전쟁의 기억들은 제각각이라서 누구는 자유 수호의 성전으로 기억하며 주석궁으로 탱크를 밀고 들어가야 한다고 저 북쪽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50년 전 6월은 이 땅에서 언어와 풍속, 역사가 같은 겨레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노약자, 부녀자, 어린아이 가리지 않고 학살을 자행했던 무참하고 비참하고 끔찍한 살육이 시작됐던 달이다. 우리가 6월을 기려야 하는 이유는 전쟁의 참혹했던 속살들을 잊지 않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이 땅에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길섶에 모인 붉은 장미 꽃잎에서 붉흔 선혈의 악몽이 자꾸 오버랩된다. 6월의 붉은 장미에서 더 이상의 피 냄새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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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 철산1동 | 장미울타리가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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