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온한 책, 불온한 사상 사람의 생각은 말과 글로 전달된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대화를 하듯이, 많은 이에게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글이 필요하다. 여러 권력자들이 자신의 독재 권력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반대자들의 말과 글을 차단했다. 때로는 죽음으로, 때로는 금서라는 형식으로···· 중세 시대 고대 인문학 관련 서적들은 이교도의 사상이라는 이유로 종교적 권력 아래 대중에게서 격리되었다. 격리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간의 무차별적인 공격 앞에 속절없이 사라져 갔던 고대 문헌들을 기어이 끄집어 내어 세상앞에 내놓았던 사람들이 있다. 이 책 은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인 포조 브라촐리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포조는 중세의 기독교 권력의 몰락해 가던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았던 로마 교황청 서기이기..

작가 박현옥 | 문이당 | 2006년 5월 읽음 당황스러운 제목이다. 누군가 소개해줬을 때 이혼 이후의 얘기라고 짐작했다. 드라마 ‘연애시대’처럼(사실 이 드라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혼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가는 남녀의 이야기는 흔한 소재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책장을 열 때부터 심상치 않다. “모든 것은 축구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시작하는 소설의 첫머리. 제목-아내가 결혼했다-은 남자들에게 비난받기 좋고 첫머리-모든 것은 축구로부터-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인다. 물론 여기서 말한 남자들이란 ‘모든’ 남자를 말하기 보다는 ‘대부분’의 남자들을 말한다. 아내가 결혼하는 걸 좋아할 남자들은 극히 드물 것이며, 축구를 싫어하는 남자보다는 좋아하는 남자가 훨씬 많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가는 보통의..

저자 : 존 키건(역자 정병선) 출판사 : 지호 정가 : 18,000원 두 달 전이었을 거다. 인터넷으로 한꺼번에 책을 구입했다. 그 중에 하나였고, 책에 대한 평이 괜찮아서 구입했는데, 중간중간 들쳐보니 어느 부대가 어쨌느니, 진형이 어쨌느니, 병사들의 상태가 어쨌느니 하는 이야기라 재미없다 싶어서 뒤로 미뤄두다가 요즘에야 차근차근 읽고 있다. 우선은 의외로 재밌다. 아니, 흥미롭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 아니더라도, 한순간 전투(혹은 싸움)의 극도의 흥분상태를 경험해 본 이들에게 가장 공식적이고 파괴적인 폭력인 전쟁의 전투가 어떤 모습이며, 그것을 움직이는 역동적인 힘이 어디에 나오고, 그리고 각각의 병사들이 전투의 순간에 경험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전투에 어떻게 영향을..

간증(干證) 1.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함으로써 하나님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 2. 예전에, 남의 범죄에 관련된 증인 타라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타라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자신들의 과거를 간증하러 다녔다. 타라의 가족에게 일어났던 사건은 아버지에게는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 사건은 책임져야 할 누군가의 무지에서 비롯된 비참한 사고였을 뿐이다. 타라는 이 책 에서 그 무지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아버지는 정부가 강제로 우리를 학교에 가도록 만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왜냐하면 정부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일곱 자녀 중 네 명은 출생증명서가 없다. 가정 분만으로 태어나서, 한 번도 의사나 간호사에게 가본 적이 없기 때..

한때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인문학이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교양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먹고사니즘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데 인문학은 왜 인기를 끌었을까? 2019년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25~64세)의 49%가 대학교육을 이수했다. 이는 조사 대상 46개국 중 가장 많은 것이었다. 조사 연령대를 낮추어 25~34세의 성인은 거의 70%에 가까운 대학 교육 이수율을 보인다. (기사 링크) 이처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인문학’은 그리 어렵지도 않은 학문이다. 우리는 인문학의 주요 학문 분과를 ‘교양’이라고 부르며 대학 시절에 다양한 방법으로 접해 왔다. 이른바 ‘문-사-철’ 즉, ‘문학’ ‘역사’ ‘철학(윤리)’ 등이며, 여기에 ‘정치’ ‘경제’ 등도 엮여 있다. 시작은..

스티븐 제이 굴드의 『풀하우스』의 주요 내용은 “생명의 역사에서 진보에 대한 오해”이다. 1부 ‘플라톤에서 다윈까지 우수성의 확산’에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화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인간으로의 진화를 진화의 최종점으로 본다는 것에 있다. 우리 스스로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 같고, 심지어 이 지구를 끝장낼 수 있는 무기도 가지고 있으며, 공기도 빛도 전혀 없는 물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무것도 살지 않을 것 같은 추운 북극점까지 어디에서나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 등으로 지구를 대표하는 생물종으로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인간이 지구를 대표하는 생물종에 오를 수 있을까? 굳이 지구를 대표하는 생물종을 뽑는다면 굴드는 박테리아를 꼽을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코로나 19로 인해 갈피..

타인의 해석 -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김영사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청년이 경찰의 강압적인 폭력에 의해 숨졌다. 그를 숨지게 한 경찰 데릭 쇼빈은 살해 혐의로 체포되었으며, 함께 있던 경찰 3명도 해고되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미국 사회에 대한 인종차별에 분노하는 시위가 미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시위에는 흑인만이 아닌 다양한 인종들이 참가하고 있고, 일부 경찰들도 시위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인종차별 사건으로 분류될까? 그럴 수도 있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은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 문제를 사건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사건은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여러가지 겹겹의 복선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를 제압하던 데릭 쇼빈과 경..

나에게 의 충격적인 대반전은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가 자신이 사랑한 릴리 포터의 아들을 지키기 위해 볼드모트의 부하로 위장해 활동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다. 스네이프 교수의 숭고한 사랑과 헌신적인 희생을 접하면서 스네이프 교수를 미워했던 해리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심적 충격이 만만치 않았다. 에 대한 글을 쓰면서 왜 해리포터를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두 책을 모두 본 사람이라면 앞에서 스네이프 교수를 이야기했을 때 속의 시드니 칼튼을 생각해 냈을 것이다. 시드니 칼튼도 스네이프 교수처럼 이룰 수 없었던 사랑이지만 사랑했던 사람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인물이다. 사람들은 정말 그런 사랑이 있을까에 대해 회의적일 거다. 판타지 이야기 혹은 아이들 동화 속에나 등장할법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