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여행0 - 프롤로그

혼자 갈 뻔했는데, 가기 이틀전 한명이 합류했습니다.
뒷모습만 봐도 알만한 사람이면 다 알겠죠.
오동도 가는 길, 
해양수산청 지방사무소 건물인 듯한데,
그 담장 안쪽으로 벚꽃들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잎이 떨어지려면 아직 멀었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길 옆으로는 빨간 꽃이 보이실 겁니다.
동백꽃입니다. 역시 한창이었습니다.
가끔 거센 바람이 불면 꽃봉오리째 뚝뚝 떨어지는데,
그 모습은 어찌나 서글퍼 보이는지...
비와 바람과 구름이 가득한 여수 여행길 사진
하루에 조금씩 업데이트 합니다.


여수 여행 1 - 여수로 가자

여행 하루 전.

신명이의 전화가 왔다. 9일날 결혼식에 꼭 와달라는 전화였다. 일전에 했던 약속이 있어서 차마 못가겠다는 말은 못하고 또다시 가겠다는 허언을 늘어놓았다.

밤늦게 또 한통의 전화가 왔다. 친구였다. 4월 말에 결혼하는데, 9일날 저녁에 친구들한테 얼굴 한번 보자는 전화였다. 여수 간다고, 그래서 못가겠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끊고 나서 거짓말 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먼길을 떠난다는 것은 설렘이다. 내면의 어떤 에너지가 점차 그 떠남을 준비하다 보면 밤잠을 이루기도 어려운가 보다. 일찍 잠들었지만 첫잠을 깬 것은 새벽 3시반이었다. 그렇게 시간마다 잠을 깨다가 5시 반에 일어나 전날 만들어 놓은 김치볶음밥을 데워 아침을 해결했다.

기차 시간은 7시 50분 용산발 여수행 새마을호. 평생 무궁화호만 이용하다가 새마을호를 타려니 기분이 묘하다. 용산역에서 기차를 타보는 것도 처음이다. 이게 다 KTX덕분이다. 분에 넘치는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무궁화호는 보기 드물게 되었고, 교통비는 억지로 뛰어올랐으니 말이다.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하늘이 돕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심란한 이 마음을 하늘이 알아 준 것인지 모를 일이다. 기차는 빗속을 달려 12시 50분경 여수에 도착했다.

봄날 여행지로 여수를 선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어느 블로그에서 본 여수 여행일지에 혹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선택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다음으로 봄을 준비하는 바다를 보고 싶었다. 겨울이 막 물러가고 봄의 물컹거리는 생동감이 느껴지는 바다를 본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여수는 봉오리를 툭툭 떨어뜨리는 동백꽃이 잘 어울리는 항구가 아니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여수 여행 2 - 자산공원과 오동도 

오동도는 여수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 오동도까지 가는 길도 벚꽃과 동백꽃이 화사하게 어우러져서 매우 아름답다. 벚꽃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지만 동백은 10월에서 4월까지만 피며 겨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이다. 그런 두 개의 꽃이 여수를 온통 정신없이 물들이고 있었다. 릴레이 경주의 마지막 주자가 배턴을 터치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지만 오묘한 조화가 멋들어지게 세상을 물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오동도 바로 옆에 자산공원이 있다. 여기에서 보면 여수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아름다운 미항이라고 불리는 여수는 작지만 알찬 도시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자산공원에 오르면 멀리 경남 남해가 보이고 이순신 장군의 전라좌수영 앞바다가 훤하게 펼쳐져 있다. 오동도로 나있는 방파제 길로 사람들이 오간다. 방파제 입구에서는 오동도로 들어가는 관광열차(?)가 운행하고 있다. 오동도 입장료는 1600원. 관광열차 승차료는 500원. 우리는 걸어서 오동도로 들어갔다.

여수와 오동도를 잇고 있는 방파제.


 


 

여수 여행 4 

다음 일정은 방죽포 해수욕장. 녹동식당에서 나와 여수시내로 들어가는 택시를 탔다. 진남관까지 기본요금(1600원)이 나왔다. 그곳에서 돌산 향일암으로 들어가는 버스 111번을 탔다. 버스는 돌산대교를 건너 돌산갓김치로 유명한 돌산으로 들어가고 약 30여분을 달린 버스는 마침내 방죽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방죽포에 도착한 시간은 5시. 예상보다 많이 늦었다.


방죽포 해수욕장은 매우 작은 해수욕장이다. 모래톱이 약 200M정도 될까? 모래사장 뒤로는 키 큰 소나무들이 방풍림을 조성하고 있었다. 작지만 그래도 소담한 풍경으로 찾는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도착하니 다시 비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자잘한 비가 계속해서 내리고 바람도 거세게 불어왔다. 구름 덕분에 평소보다 주위는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여행을 수행하기는 어려운 조건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묵고 갈 방문에는 전라남도의 지원을 받은 시설이라는 것과 요금표가 적혀 있었다. 주중 2만원, 주말 3만원, 성수기 5만원의 표준요금을 받고 있었다. 큰 창문으로 방죽포 앞바다가 훤하게 보였다. 날씨만 좋다면 이곳에서 일출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주인아저씨도 날씨가 흐려 손님들이 일출을 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했다.

또다시 난관에 부딪힌 것은 근처에 식당이 없다는 거였다. 원래대로라면 향일암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할 예정이었는데, 방죽포 해안은 워낙 한적한 곳이라 변변한 매점도 찾기 힘들었다. 다행히 주인아저씨의 도움으로 차를 타고 나가서 몇가지 술과 요기거리를 사올 수 있었다.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술과 이야기로 한밤을 달렸다. 밤새 유리창을 때리는 바람소리와 창문 너머로 바닷가 콘크리트를 때리는 파도소리가 참 좋았다. 12시 즈음 잠자리에 들었고, 파도소리는 술기운과 어울려 오히려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쉽게 잠들 수 있었다.

새벽 즈음 눈을 떴으나 날이 흐려 일출맞이는 어려울 듯싶었다. 후배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 때문에 걱정도 되고 겁도 나서 잠을 설쳤다고 했다. 9시가 넘어 민박집을 나왔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향일암 방향 버스가 한대 지나가고 있었다. 여수 여행에서 대중 교통, 특히 버스의 시간대를 알아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배차간격은 최소 30분이었고, 우리는 정류장에서 약 40분 정도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방죽포 해수욕장의 소나무 숲
△방죽포 해수욕장
△ 빗속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방죽포 방파제에 정박된 어선들
△민박집에서 바라본 방죽포 해수욕장
△ 밤새 파도가 민박집 밑의 방파제를 때렸다.
△ 거센 파도와 바람 속에서도 낚시를 준비하는 사람.

 


 

여수 여행 5 - 향일암

9시반 경에 나왔지만 버스는 10시가 넘어서 탔다. 시간을 잘못 맞춘 것이다. 이곳을 오가는 버스가 30~50분 간격으로 온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 방죽포에서 향일암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렸다. 돌산도의 해안가를 달리는 버스는 작은 어촌마을에 멈추고 내 고향 산골마을과는 사뭇 다른 내음을 전해 주었다.

향일암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향일암 주변에는 많은 민박집과 식당들이 즐비했다. 어제 저녁에 이곳에 와서 저녁을 먹을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향일암으로 오르는 길 양옆으로 돌산의 명물 갓김치를 파는 상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즉석에서 김치를 담그면서 오가는 손님들을 불러 한입씩 물려주었다. 그 틈에 나도 갓김치 맛을 보았는데, 짜고 매운 맛이 전라도의 손맛이라는 말이 아마 이 갓김치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었다.

향일암에 오니 또 가랑비가 오락가락 했다.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 그리고 관음전까지 둘러보았다. 대웅전의 부처님은 먼 남해 바다를 지긋이 응시하는 모습이 속세인들의 발걸음 소리에 괘념치 않는 듯했다. 조그만 터에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는 절이지만 길목 하나 바위 하나가 오밀조밀한 멋을 보여주는 절이었다.

향일암에서 내려와 버스를 탄 시간은 대략 12시. 여수 시내 중앙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좀 특별한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결국 전주식당에서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말았다. 시장기가 원수다.

△향일암 오르는 길. 수많은 계단은 부처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씻어야 하는 업보.
△향일암은 작은 절이다. 작고 오밀조밀한 절이 바닷가 절벽쪽에 붙어 있는데, 절도 아름답지만 절에서 바라본 경치는 더욱 아름답다.
△향일암의 대웅전 앞으로 남해 앞바다가 보인다. 이곳은 일출 전망대로 유명하다.
△ 곳곳에 동백이 피고 지고...
△바위에 동전을 붙이면 복이 온다는 얘기에 방문객들이 동전을 붙이고 있다.
△ 관음보살과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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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경 | 여수 돌산갖지 정말 맛있는데.. 김장할때 같이 담아서 일년이상 묵힌뒤에 잎을 쫙펴서 밥을싸서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는데..막 담근건 아무래도 짜고 맵기가 쉽습니다. 익혀서 먹어야 제맛이 나므로..


여수 여행 6 - 진남관

점심을 먹고 여수역을 향하던 중간에 잠시 들른 곳은 진남관. 이곳은 여수 8경중의 4경이라고도 불리우는 곳이다. 조선시대 전라좌수영에 속한 건물로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에 축조되었다가 1716년에 불에 타서 1718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현존하는 지방 관아 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건물 하나하나에 새겨졌을 목수와 인부들의 땀과 눈물이 세월의 흔적에서도 역력히 드러났다. 규모면에서 보면 종묘의 영녕전에 비할 바가 못 되지만 나무와 돌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은 여태껏 보아온 고건축물 중 단연 오래되어 보였다.
1시가 조금 넘어 진남관에 도착했고, 관람시간은 대략 30분 정도. 2시 20분 여수발 용산행 기차를 타기 위해 진남관을 나온 시간은 1시 50분경이었다. 진남관은 여수역에서 택시로 기본요금(1600) 거리에 있다.

에필로그.

아스팔트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서 처연함과 함께 끝까지 아름다움을 놓지 않으려는 절규를 보았다. 어디까지나 나를 위로하는 여행이었는데, 든든한 동행이 되어 준 현상군에게 감사한다. 여행이란 어차피 돌아오기 위한 잠시의 일탈이다. 하지만 떠나기 전과 돌아온 이후의 내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이번 여행이 그런 내 안의 변화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자신의 마음의 깊이를 측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전히 흔들리면서 일상을 살고 있지만, 결코 넘어지지 않아야 한다며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는 동백꽃을 만나고 왔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본다.

△ 진남관의 전체 모습
△ 진남관에서
△ 현상이와 함께
△ 진남관의 보
△ 기둥과 처마

 

문현경 | 두사람의 그림도 훌륭하지만.. 두사람다 따로 따로 두사람이면 하는 마음입니다.

강대진 | 알았어^^ 담에는 그렇게 하지.

 

지리산둘레길 5코스를 걷기로 하고 토요일 새벽에 배낭을 차에 싣고 떠났습니다.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이 아이도 새벽 4시에 씩씩하게 일어나 짜증도 부리지 않고 냉큼 올라탔지요. 새벽 고속도로는 칠흑같이 어둡고 오가는 차량도 드물었습니다. 아내는, 보통 때라면 매화 축제 가는 사람들이 많았을 거라고 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광양 매화마을을 찾아갈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함양군 휴전면 원기마을에 도착한 건 오전 8시 정도 였습니다. 전날까지만해도 비는 저녁 늦게부터 올 거라는 예보를 확인했었는데요, 그에 따라 이날의 트레킹은 오후 3시에 끝낼 예정이었지요. 그런데 원기마을에 도착하자마나 살짝 싸리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그칠 거라 생각하고 아이에게는 우비를 입혔고 전 그냥 맞으며 걸을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이 눈이 금방 그칠 거라면 차에서 조금 기다려 보자고 하더군요. 자고로 아내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차에서 1시간만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싸리눈이 함박눈이 되어 쏟아지기 시작하고 그치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둘레갈 걷기는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함양에서 광양으로 차를 몰기 시작하면서 눈은 비로 바뀌었고 양도 줄었지만 이미 질척해졌을 산길을 걷는 건 다음으로 미루었네요.

그렇게 광양 매화마을과 구례 산수유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걷기 여행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여행이라는 게 뜻밖의 사건들이 주는 재미와 풍경들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지겠죠.

둘레길 이야기는 다음에 실어 보낼테니 이번에는 남녘에서 올라오는 꽃소식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산수유 나무에 핀 꽃들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어디든 간다.
산수유공원에 있는 지리산 마스코트
숙소 앞에 있던 한글공원
매화마을 초입의 두꺼비

8월 11일. 서울시 은평구에 있는 사비나 미술관을 방문했다. 

일요일 낮 12시 즈음에 출발했지만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었다. 반대로 은평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교통 체증이 심해서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곳 미술관을 알게 된 것은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흥미로운 외관과 독특한 기획 전시, 그중에서도 아이가 흥미롭게 볼만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성인 6천원, 어린이와 청소년은 4천원이다. 관람권을 끊으면 1층 카페에서 음료를 1천원 할인해 준다. 

특히 주목한 전시는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 동물, 예술로 HIG"라는 전시전이었다. 아래는 이 전시와 관련한 설명을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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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이하 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展은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인류의 당면과제를 예술적 시각으로 제시하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시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유엔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총회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약 800만 종이며 그 중 인간이 저지른 자연환경 파괴와 기후변화로 인해 최대 100만 종에 달하는 동식물이 수십 년 안에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멸종위기 동물로는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기린, 눈 표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 문제는 종의 존폐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하는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구 보존을 위한 21세기 미술관의 사회적인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비나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생명체의 소중함을 알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 전시 소개글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전시된 작품들은 많지 않지만 인상적이었으며,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었다. 더불어 지구 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만 아이에게는 충분한 설명을 해 주기 어려웠고, 그저 환경 오염으로 인해 동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 정도만 전달할 수 있었다. 

그외에도 4층과 5층에서 다른 전시물도 관람할 수 있었다. 2~3층의 멸종위기동물 전시와는 성격이 좀 다른 사진전이었는데, 약간 난해하다. 

사비나 미술관의 내부 주차장은 협소하지만 한국고전번역원과 미술관 사이에 있는 넓은 공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주차가 편하다. 

사비나 미술관 관람을 마친 후 카페에서 전시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가까운 곳에 은평 한옥마을이 있으니 그곳에서 전통차를 마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은평 한옥마을에 방문했을 때는 차량이 너무 많았고,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사람들과 한옥마을 방문자들이 뒤엉켜 있는데다가 가장 뜨거운 한낮의 폭염이 길거리를 달구고 있어서 오래 둘러보기가 어려웠다. 

 

춥다. 잔뜩 움츠린 목덜미로 서늘한 겨울 바람이 스쳤다. 붉은 벽돌 건물에 주눅들어 어깨와 허리가 접혔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먹방에서 아이는 떨었다. 똥오줌까지 스스로 처리해야 하고, 며칠이 지나가는 줄도 모른채 깜깜한 어둠 속에 사람을 가둔다는 상상만으로 정신적 공황에 빠질 것처럼 무섭다. 벽관에 들어갔을 때는 아이가 장난으로 문을 잠궜다. 꼼짝없이 갇혔는데, 잔뜩 쪼라든 몸뚱아리 한가운데 있는 심장은 더욱 커다랗게 요동쳤다. 아이가 풀어주기까지 1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일어난 그 끔찍한 현상에 나도 놀랐다. 사형장 앞 미루나무는 온갖 통곡들을 끌어안느라 잔뜩 말라버렸다. 컴컴한 사형장 안쪽에서는 지난 100년간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시구문 밖으로 난 통로 끝은 깜깜했다. 

한낮에 들어갔지만 해가 건물너머로 들어갈 때가 되어서야 나왔다. 시간이 부족해 차마 다 보지 못한 사연들은 이제 언제 다시 찾아와 인사할까. 이번 겨울 들어 찾아온 오랜만의 강추위를 뚫고 오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 감옥에 갇힌 북풍한설보다 차가운 원한과 슬픔과 고통을 내 좁은 속이 어찌 알 수 있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일제에 빼앗긴 나라와 주권을 되찾겠다고 싸웠다. 항쟁의 역사를 보면, 그리고 해방 후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를 보면, 이 땅의 백성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끈기와 인내를 갖고 온갖 폭력과 고문을 이겨내며 지금의 나라를 일구었다. 그 처절한 역사를 보면서 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우리나라는 일제에 의해 식민지화 되었을까?"

일제 점령 이후 투쟁의 역사만 보더라도 이 땅의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굴복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식민지가 되면서 이 땅의 사람들이 그토록 고통을 받고, 그 고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올해는 삼일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나의 질문을 올해의 화두로 끌고 갈 것이다. 

갑작스러운 출장이었다. 현장 교사 포럼이라서 교육과정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기로 결정됐다. 전날 미리 내용을 다운로드 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들쳐볼 시간이 없었다. 아무 지식 없이 출발했다. 

날은 좋았다. 처음 가보는 김대중컨벤션센터에 대한 호기심도 동했다. 건축미학적으로 문외한이지만, 지리산처럼 푸근하면서도 천왕봉의 거친 기상이 서린 듯한 느낌이다. 

근처 비행장에서 공군 전투기들이 수시로 오갔다. 공기를 날카롭게 가르는 소리가 매우 거슬렸다. 그때마다 하늘을 보게 된다. 낯선 소리에 대한 민감함 때문이지만 푸르른 날 덕분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들다가도 새파란 하늘 모습 때문에 다시 푸근해진다. 하늘은 파랗고 나무는 울긋불긋, 노란 은행잎들이 팔랑팔랑 날아다닌다. 가을 출장답게 사치스러운 하루였다. 


현장 교사들이 차기 교육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는 취지의 현장 교사 포럼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발표자들은 학교 현장 교사들이었고, 수업의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학교 수업에 대한 실천적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 내가 집중해서 들었던 분야는 정보, 연극, 진로적성 분야였다. 정보는 미래 중심적인 가치와 논리적 사고를 중심으로 소개되었다.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교육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좀 아쉽다. 연극은 좀 이상적이다. 포럼 중간에 단막극으로 나온 아이들이 10여분간 펼친 연극을 준비하기 위해 최소 40시간이 필요했다는 교사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쳐 극을 올리는 일은 매우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을 수밖에 없다. 차시 배정 문제다. 무엇보다 교과서 편집자로서 가장 큰 고민은 그래서 교과서는 어떻게 해야할까이다. 자칫 체육처럼 학생들만 시험때 들쳐보는 시험 대비용 책이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마지막으로 진로는 인성교육과 연결하고 있다. 진로교육이라는 타이틀이었지만 인성교육 프로그램 소개 등 지나치게 인성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듯했다. 어쩌면 그것이 학교 현장의 현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성은 모든 과목에서 수업 내용 안에 함께 녹아 있어야 하는 부분인데, 따로 프로그램과 수업을 통해 교육한다는 것은 옥상옥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준비된 내용들이 모두 발표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마무리해야 하는 점이 좀 아쉬웠다. 교사들이 준비한 많은 내용이 수박겉핥기보다 못하게 스쳐지나가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 토론 부분은 기차 시간 때문에 보지 못하고 나와야 했다. 그러나 발제 자체가 가을 하늘을 음속으로 돌파하던 전투기처럼 지나갔는데, 그 흔적을 쫓는 토론도 그렇게 충실하게 진행됐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광주까지 내려와 광주 지인들을 못보고 바로 올라오려니 무척 아쉬웠다. 출장 자체가 갑작스러워 그런 여유를 둘 수가 없었다. 그런 틈으로 그나마 점심 시간의 여유를 광주 공기로 채우고 왔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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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 김대중컨벤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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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은 늘 사소하고 어딘가 모자라 보이곤 했다. 

지금 가는 길을 의심하고 지나온 길들을 뒤돌아보는 일도 잦아졌다. 

이상은 저 산 너머 어딘가인데, 해는 저물어 간다. 

자유를 원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느새 갈팡질팡하고 있는 나를 본다. 


가을은 그럴 때마다 쉼표처럼 다가왔다. 

또 하나의 마무리를 준비하라는 준엄한 깨달음도 던졌지만, 

오히려 그럴 때에도 나를 다독이는 풍경들이 애잔한 눈빛을 보냈다.


금빛 은행나무들이 화려하게 속살거릴 때에도,

붉은 단풍잎들이 온 산을 화려하게 물들여 가면서도, 

쏟아지는 낙엽들이 거리를 휩쓸어 갈 때에도, 

계절은 그때마다 흔들리지 말고 스스로를 단련하라고, 바보처럼 얼굴을 붉혔다.


이 가을을 우연치 않은 일로 맞이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여유있게 거닐었다. 

사진에만 집중하고 풍경에만 눈을 두었던 여유가 언제였을까 싶다. 


아무래도 이 가을이 더욱 쓸쓸하게 다가올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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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 청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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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 문화 테마 파크는 잠깐 들려볼 만했어.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더군. 물론 이벤트가 있다면 좀더 걸리겠지만 아무 것도 없을 때는 박물관만 둘러보게 되고, 박물관 규모도 그리 크진 않아. 하지만 닥종이로 만든 인형들의 짜임새 있는 제작과정 설명이 인상적이더라. 볼만했어. 



의외로 박경리 문학공원이 좋았다. 도착하자마자 청소년 시동아리에서 야외 전시회를 하는데, 멀리서 달려와 차와 과자를 주면서 구경하고 방문록을 작성해달라고 하여 뜻하지 않게 청소년들의 시를 둘러보았는데, 재미있고 참신했다. 그 나이 때의 고민과 삶, 사랑과 우정이 투박한 그림과 글로 표현되어 있었다. 찬찬히 둘러 보면서 시는 이렇게 사람들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밖에 전시관 안에는 토지 전편의 이야기를 짧막한 글과 동영상, 그리고 소도구를 이용해 표현한 곳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게 아쉬웠는데, 원주 여행을 다시한다면 이곳은 꼭 다시 들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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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 박경리문학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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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교외 나들이.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수원에서 열리는 것을 핑계로 수원 화성 행궁 나들이를 나섰다.
투호 놀이에서는 민서 마저 잊을 정도로 우리 부부 모두 즐거웠다.
민서는 여전히 차멀미가 좀 심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였으니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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