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날 거의 동시간에 찍은 두 개의 나무 사진이다. 여의도 LG빌딩에서 마포대교로 넘어가는 교차로, 이곳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 있는 두 대왕참나무 그늘목이 너무 상반된 모습이다. 같은 공간에서 하나는 지난 가을에 떨어지지 못한 잎들이 무수히 매달려 있고, 다른 나무에는 마른 나뭇잎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우리 생각에는 잎을 떨구지 못한 나무가 이상해 보인다. 두 나무에서 나타나는 외관상 극명한 차이가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졌다. 이를 위해 먼저 “나무는 왜 가을에 잎을 떨어뜨릴까?”를 알아보았다. 나무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 에너지를 성장보다는 보존으로 전환한다. 즉, 낮의 길이가 점차 짧아짐에 따라 광합성의 효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나무는 잎에 가는 영양분을 줄인다. 이때 잎과 나뭇가지..

겨우내 물꽂이로 키워 온 페페의 뿌리가 풍성했다. 오늘 흙에 옮겨 심었다. 흙은 예전 산세브리아를 키우던 화분에서 가져 왔다. 흙색은 검었다. 한창 세계 3대 곡창지역이라는 우크라이나 땅의 흙도 검다고 들었다. 아주 좋은 흙이다. 흙도 방치하면 건조하고 푸석푸석해지며 빈약해진다. 비록 화분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지만, 틈틈히 물꽂이에 있던 물들을 부어주면서 흙을 건강하게 키웠다. 무생물인 흙이 건강하다? 말도 안되는 일이겠지만, 흙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이 건강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건강한 흙이다. 물꽂이로 사용된 물이 흙속에서 식물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식물의 뿌리에는 여러 미생물들이 자란다고 한다. 마치 우리의 장과 같다. 장에 사는 미생물들이 우리가 먹은 음식들을 잘 분해해 ..
차별과 혐오를 앞세워 갈라치기 하는 세력과 분노와 공포로 사람들을 선동하는 세력의 싸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가 가진 공통점이다. 대선 기간 중 양측은 총칼만 안 들었을 뿐, 말로 오가는 증오의 표현들은 총칼 못지 않았다. 이렇게 비이성적인 난투극으로 대선을 치루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싶은 마음인데, 과연 그런 게 가능해질까? 상대를 상대로 이해하지 않고, 전부 몰살하고 절멸해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양쪽 다 있더라. 그런 사람들에게 먹이(관심)를 주는 사람도 많다. 생각을 하면서 살지 않으면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하는 바보가 된 사람들이다. 이재명이든 윤석렬이든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왔으면 그만한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인데 그걸 보지 않고 어떻게든 흠결만 잡고 늘어졌다면 스..

전쟁도 혁명도 실시간 SNS로 전파되는 세상이다. 머나먼 타국땅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에 신경이 집중된다. 지하벙커에서 태어나는 아이의 울음도 길바닥에서 죽어가는 군인의 모습도 내 작은 휴대폰으로 시시각각 전달되었다. 아파트를 향해 떨어지는 미사일의 모습, 곧바로 이어지는 폭발과 섬광. 전쟁에서 빛과 열은 대부분 참혹하다. 차라리 지하의 어둠이 더 평화롭다. 전쟁이 일상의 모든 걸 거꾸로 바꿔놓고 말았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세상은 그만큼 가까워졌다. 부디 이 전쟁이 어서 끝나기를...

투표권이 생긴 이래 대통령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었다. 직접적인 선거 활동을 한 경우도 있었고, 간접적인 지지-반대 발언을 온라인 공간에서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말 꺼내기가 쉽지 않다. 줄곧 지지했던 민주당에 표를 주기가 어렵다.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생긴 건 서울과 부산시장에 후보를 냈을 때부터다. 그때 민주당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말로만 반성하는 관행, 서민을 위한 정책 실종,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신, 민중을 외면하는 나라 살림... 무엇보다 변하지 않은 공포와 분노 마케팅. 언제까지 보수세력에 대한 반대 이익만 취득하며 살 건가? 이런 이유로 당연히 민주당은 이제 심판의 주역이 아닌 대상이 되고 말았다. 누군가는 가스라이팅이라고 한다. 우리가 더 지지해 주지 않아서...

얼마전 초등 6학년 딸이 '눈뜨고 코 베이징'이라며 이번 쇼트트랙 판정 논란 관련 유튜브를 보내왔다. 매번 개나 고양이, 아니면 노래 영상만 보내오던 녀석이 이런 영상도 보내오는 걸 보면 그 또래 아이들에게도 꽤 많은 관심을 받는 사건인가보다. 어찌됐든 올림픽에 전혀 관심없던 초딩들도 올림픽을 알게 하다니 실로 놀라운 사건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에게 올림픽이 부정, 부패, 싸움, 욕심으로만 기억된다면 그 후유증은 어떻게 감당할까? 그래서 어제 저녁에는 아이와 함께 스포츠가 가지는 의미, 친구들과 즐기는 게임과 다를 바 없는 스포츠의 정신을 이야기해 보았다. 우리나라는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후 절반에 가까운 금메달을 가져간 쇼트트랙 강국이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방법으로 견제를 ..

"난 반드시 '인왕산 호랑이'를 때려잡겠다." 이 말이 의미없는 말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인왕산에는 이제 호랑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 놓고 인왕산 주변의 고양이를 잡아 죽이면서 '이 고양이들이 호랑이가 될 수도 있고, 호랑이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여러 이유를 붙일 것이다. '호랑이와 비슷하니까', '호랑이가 고양이과 동물이니까', '호랑이처럼 육식 동물이니까' 등등 지금 정용진 회장과 윤석렬 후보를 비롯해 극우 똘마니들이 하는 '멸공' 인증이 이와 같다. 대한민국 땅에서 자취가 사라진 공산당을 멸하겠다는 건, 결국 나와 다른 생각을 공산주의로 몰아서 멸해야 할 대상으로 낙인찍기 위함일 뿐이다. 만일, 인왕산에 호랑이가 있다면? 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

월요일이 시작됐다. 늘 그래왔듯이 월요일은 눈비만 없다면 따릉이를 타는 것이 좋다. 버스나 지하철이나 그 어느 요일보다 복잡하다. 짐짝처럼 실려가는 것보다는 자유롭게 나홀로 페달을 밟고 질주하는 게 좋다. 오늘도 그런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집앞 따릉이 주차대를 보니 대기 자전거 "0".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숫자다. 월요일이니 그렇다. 보통 2~3대 정도는 남아 있더니 오늘은 씨가 말랐다. 좀 멀리 떨어진 전철역 앞 주차대에는 따릉이가 많이 남아 있다. 거기서 따릉이를 타고 갈까, 아니면 그냥 지하철을 타고 갈까? 전철역을 향해 가는 도중에도 수십번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그래도 지하철은 버스보다 나을 거야.' '아냐, 지하철이나 버스나 월요일의 저주는 피할 수 없어.' '그래도 시간이 이미 많이 지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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