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면 쉽게 상처받고 겁이 많아 무서움에 떨면서 구석으로만 슬슬 피하던 쬐끄맣고 깡마른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됩니다.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사로 잡혀 있어서 바깥에서 한번이라도 안면이 있는 어른들에게는 꼬박꼬박 인사를 잘 했는데, 그러면 대부분의 어른들이 나를 알아보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곤 했죠. 하지만, 그건 어쩌면 나를 지키고 싶었던 어린 나의 순진한 처세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물론 용기 있는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만...

그런 내 성격을 닮았는지 내 아이도 겁이 많고 착하고, 부끄럼도 많이 탑니다. 3개월 전 이사하고 자기 방을 따로 마련하여(사실 이전 집에도 아이 방은 있었지만 그곳을 사용하지 않았죠) 따로 재우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진전이 없네요. 애써 내가 계속 아이를 재우기 위해 아이방 침대 밑에서 잠을 자는 수고를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합니다.

"아빠 잠잘 때면 온갖 무서운 생각이 나."

그러다가 한밤 중에 일어나는 몽유병 비슷한 증상까지 나타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엊그제부터는 엄마와 안방에서 자게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아이니까.

아이의 그 수많은 상상 속의 걱정을 어떻게 지워줄 수 있을까요?

출처: http://www.10x10.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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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PM 자전거 주행: 10.4km
🚲 2019년 자전거로 달린 거리: 458.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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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민서가 다음달 생일이 되면 딱 60개월이 된다. 처음 2.04kg의 미숙아로 태어났고 인큐베이터에서 3주 머물때는 1.89kg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새 키도 또래 아이보다 크고, 몸무게도 비슷하게 나간다.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의 일이다. 면회도 쉽지 않아 예약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럼에도 나날이 잘 견디고 건강하다는 이야기만으로 감사해 했다. 엄마 젖을 빠는 모습은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면회를 하려고 대기할 때였다. 안이 부산스러웠다. 결국 많이 아프던 미숙아 하나가 저 세상으로 갔다. 아주 작은 상자가 나오고 뛰따라 엄마아빠가 따라나왔다. 우리는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민서 엄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산부인과나 유아관련 의학은 이제 비인기학과가 되고, 종합병원의 신생아실 유지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태아보험도 들고, 정부지원에 구청 미숙아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행운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보다. 아름다운 재단의 미숙아 지원 기금 모집을 보면서 민서가 태어났을 때의 그 겨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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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에 맞추어 공원 나들이를 떠났다. 따스한 봄햇살이 비치는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깥을 내다보던 아이는 이내 내 팔에 기대어 잠들었다. 다 왔다고 깨우자 눈을 크게 뜨고 바깥을 바라보며 또랑또랑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 일어났어요." 


퀵보드를 타고 자전거도 탔다. 이제 제법 안정감 있게 자전거를 탄다. 처음으로 브레이크의 기능을 알았고 장애물이나 충돌 위험 앞에서 브레이크를 잡기도 했다. 아이의 인지 기능이나 지적 능력은 부모의 시선보다 더 앞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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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리는 민서. 이유는 밤새 손가락에 감아놓은 밴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그 밴드는 어젯밤 민서가 자는 틈에 일부러 떼어 놓은 것이다. 아무래도 상처를 감아놓으면 습해서 덧나거나 잘 낫지 않을 것 같아 취한 조치였다. 그렇지만 민서는 손가락에 밴드 감는 걸 워낙 좋아하는 터라 아침에 일어나서 없어진 걸 알고는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어차피 밤에 잘 때에만 풀어 놓으려 한 것이고 아침에 다시 감아주겠다 생각한 건데, 아이의 반응이 실로 즉흥적이다. 엄마가 밴드를 감아주자 울음을 뚝 그치고 이번에는 냉장고를 열어달라고 한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민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것을 꺼내더니 먹어도 되는지 물어본다. 아침 식사 전에는 안된다고 했다. 엄마한테 가서는 쵸코파이 먹고 싶다고 조른다. 역시 아침 식사 전이니 안되는 것은 당연. 배가 고픈 것 같은데, 입에 단 음식만 찾는다. 계속해서 거절당하자 다시 눈물이 터진다. 아침부터 두번이나 울음을 터뜨린 셈이다. 안되겠다 생각되어 안방으로 들어가라고 하고 혼자 울게 놔두었다. 아이의 울음을 바로 그치게 하는 방법은 당연히 쵸코파이와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어주는 것일 게다. 하지만 그것은 가장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게 뻔하다. 


중요한 것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아침 식사를 가족이 모여 함께 하는 것은 중요한 하루의 시작이다. 어차피 점심을 각자의 장소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고, 저녁 역시 내가 빠지는 일이 허다하니 적어도 아침만큼은 서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누며 가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는 일은 드물다. 


아이를 울려야 할마큼 가치 있는가를 항상 의심해 본다. 내 가치관이 얼마만큼 견고한가도 되짚어 보는 시간이다. 아이의 울음이 깊고 길어질수록 사색은 더 짙어진다. 


- 2013. 0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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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란다. 계절이 지나가는 속도보다 빠르다. 금세 쌓인 낙엽을 밟는 아이의 작은 발이 만질 때마다 자란 것을 느낀다. 어떤 때는 키보다 더 빨리 자라는 것 같았다. 저 멀리 또 한 가족이 동물원을 향한다. 아이는 아직 유모차 안에서 자고 있다. 그 아이도 우리 아이만큼 빨리 자랄까. 산꼭대기에서는 벌써 벌거벗은 나무도 보인다. 떠나는 계절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웃음기가 좋다. 따라 웃어보지만 헤설프다.


문득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본 자작나무 숲이 떠올랐다. 하나의 질서처럼 곧게 뻗은 회색빛 자작나무 숲에는 세월의 엄중함이 묻어 있다. 거기 가면 아무 거리낌 없이 시간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다.


살다보면 세상은 참 잔인하다. 여기저기 충돌과 살육의 소음이 쟁쟁하다. 그러다가 이렇게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 참 평화롭다. 모든 나무들도 바람 앞에 애써 조용히 평화를 지키고 있다. 아이야, 이제 네가 살아갈 세상은 고작 이런 삶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해야 하는 그런 삶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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