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응형



실로 오랜만에 자전거 펑크를 때워야 했다. 자전거 뒷바퀴가 펑크난 건 벌써 3주 정도된 것 같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전거 펑크를 방치해 놓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자전거를 잘 타지 않기 때문. 아무튼 펑크난 자전거를 끌고 반나절을 보냈다. 이곳저곳에 들려보아도 자전거 펑크만 때우는 일은 이제 하지 않는다. 노고 대비 비용이 너무 적기 때문일 거다. 오래전 5000원 정도면 펑크를 때울 수 있었다. 내심 15000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결국 13000원을 주고 튜브를 교체해 주었다.

그럴만하다. 펑크를 때우는 일은 튜브를 교체하는 일에 비해 더 많은 노동력이 들어간다. 아무래도 펑크의 원인 파악을 해야 하며, 펑크난 위치를 정확히 찾아야 하는 것 때문이다. 그러니 튜브 자체를 교체하는 일이 훨씬 더 쉽고 간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자전거 타이어의 튜브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니 가능한 일이다. 튜브 자체의 가격이 비싸다면 이뤄지기 어려웠을 거다. 자전거 수리나 정비와 관련한 공식 공임비는 인터넷에 찾아보면 나온다. 그러나 거기에도 이제는 타이어 펑크 수리 관련 항목은 보이지 않는다. 튜브 교체 비용만 나온다.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bss_b&logNo=221832779765



펑크 패치를 이용해 기존 튜브의 펑크를 때우던 방식이 이젠 튜브 자체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전에 비해 자원의 소모는 더 커진 셈이다. 사람의 노고에 대한 가치를 더 높게 쳐주면서 벌어진 일이지만 적당한 공임비를 주는 방식이 아닌 생산품의 구매를 통해 이뤄지는 서비스 방식이 된 것이다.

높아진 자본주의적 생산이 가진 모순의 하나 아닌가. 튜브의 생산 비용이 턱없이 낮아지고, 임금의 가치는 계속 높아지면서 작은 조각으로 타이어 튜브의 펑크를 때우는 비용보다 아예 튜브 전체를 교체하는 비용이 더 효율적(비용)이 된 세상이다.

이런 현상은 가전제품에서도 잘 나타난다. 보통 냉장고의 수명이 10년 이상인데, 그 냉장고가 이상이 생겼을 때 수리하려면 수리비와 부품교체비(냉장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해당 부품이 없거나 구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수리에 필요한 기간 등등의 문제로 아예 냉장고를 교체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는 말이 있다. (가전제품별 교체주기는···고장난 냉장고 '고쳐 써? 새로 사?')

고쳐쓰고 아껴쓰는 건 이제 옛말이 되는 걸까? 내가 세상이 바뀌는 것에 조금씩 뒤쳐지는 걸까? 아껴쓰는 건 어찌어찌 해 보아도 고쳐쓰는 일은 이제 쉽지 않다. 아니 아껴쓰는 것도 어리석은 일일지도. 세상은 지금, 이 시간을 잘 즐기라고 한다. 아끼지 말고, 마음껏! 물건도 아끼지 말고 지금 당장 사고 사용하고 즐겨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물건의 가치보다 경험의 가치가 더 중하다. 세상은 더 좋아진 것일까? 그 많은 물건들은 금방 쓰레기가 되고 지구 환경에 더 악영향을 줄텐데 그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결국 소비를 줄이는 것이 지구 환경에 더 유익하다. 그러나 소비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덜 산다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경험의 폭을 좁히고, 더 작은 공간과 더 단순한 생활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세상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는 것이 될 것이다. 감당할 수 있을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