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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삼척 온천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수면실에 사람이 없는 대신 모기가 극성이다. 홀에서는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소리치며 설쳐대는 통에 수면실로 대피했건만 역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찜질방 PC를 이용해 6일차 코스를 살펴봤다. 울진까지 갈 경우 국도에서는 한재터널을 피할 수 없다. 다시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훔쳐본다. 국도를 타고 달린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해안도로를 탔다는데, 지도에는 나와 있지 않다. 자세한 지도를 얻었어야 했다. 삼척시 지도를 따로 구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아침에 카운터에 삼척시 지도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었는데 떨어졌단다. 근처 삼척 경찰서 민원봉사실에도 없다. 여기는 관광수입에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다. 찜질방 카운터 직원은 찜질방 뒷편 언덕길을 오르면 해안도로와 만난다고 알려주었다. 그저 산책길이라고 하는 그 언덕은 자전거를 타고는 오를 수 없는 곳. 끌고 오르기 시작했다. 어찌된 길인지 알 수 없이 세갈래 길이 나온다. 직진으로 멀리 보이는 호텔방면으로 달렸다. 길이 막혔다. 철문으로 막아놓았다. 다시 끙끙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올라와 다른 길로 달렸다. 또 갈림길이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 내려가니 민가가 나온다. 길이 없다. 다시 돌아와 아까 그 갈림길에서 오르막길을 택한다. 길을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빗방울이 보인다. 아직도 삼척의 찜질방 근처에서 헤매고 있는데 비라니… 일단 아저씨의 안내대로 나가니 정말 해안도로가 나온다. 차도 없고, 길도 잘 뚫려 있다. 탁트인 바닷가를 왼편에 두고 거침없이 달렸다. 하지만 빗방울이 점점 심상치가 않다.




해안도로를 나와 다리를 하나 건너니 7번국도와 만났다. 삼척시 정라동에 들어선 것이다. 정라동에서 다시 국도를 타는 기분은 찜찜했다. 계속 이렇게 간다면 한재터널과 만나는 건데… 그러나 삼척남초등학교를 지날 즈음 자동차전용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그 왼편에는 맹방해수욕장 가는 길이 있다. 그렇다면 저 길이 해안도로로 가는 길이 아닐까. 예상대로 맹방해수욕장 길이 바로 해안도로였다. 그러나 빗방울은 이미 굵어져 있었다. 방수를 자랑하는 고어텍스 점퍼도 촉촉이 젖어들고 있었다. 해안도로에는 차가 거의 없었지만, 이렇게 젖은 상태에서 더 달린다는 것은 몸에 무리가 따를 거라고 생각되었다.


결국 덕산해수욕장에서 민박을 구하기로 하고 여기저기 '민박'이라고 써놓은 집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초겨울로 들어가는 길목에 바닷가에는 민박집을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다. 아마도 성수기 때만 영업을 하는 것 같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청솔민박집. 두 노부부가 운영하는 집인데, 샤워실이 각방마다 갖춰져 있고 바다와 접해 있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할머니는 나를 2층 끝방으로 안내했다. 성수기 때는 8만원까지 받는 방이란다. 할머니에게 따로 커피 대접까지 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또 그동안 한번도 빨지 않은 자전거용 바지와 티셔츠를 빨 수 있었다.


오후 늦게 날이 갰다. 바람은 여전히 심했지만, 파란하늘이 보이자 아쉬움이 생겼다. 조금만 더 달릴 것을 그랬나 싶다가도 이왕 쉬는 거니 편하게 쉬었다가자. 옷을 갈아입고 바닷가를 거닐었다. 황량한 해수욕장 풍경. 모두가 떠나고 몇몇 낚시꾼들만 길게 낚시를 들이우고 바람과 파도를 바라보며 입질을 기다리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본다. 그저깨 본 경포대의 바닷가는 관광객들도 많고 놀러온 청소년들이 한창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댔는데, 이곳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만 가득했다.









밤이 되니 적적하다. 컴퓨터가 없어 오늘의 일정을 수첩에 정리하다가 창밖을 보니 달이 둥실 떠 있다. 바다 한가운데 달빛을 드리운 모습을 처음 접한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재빨리 카메라를 들고 나가 바다와 달을 렌즈에 담았다.


어찌됐든 예정했던 일정보다 이틀이 늦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경주에서 며칠 묵을려고 했던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주행거리 : 12km

주행시간 : 2식간 30여분

주행코스 : 삼척온천 >> 정라동 >> 맹방해수욕장 >> 덕산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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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오늘을 포함해 꼭 두번 지나왔다. 한번은 용문터널로 기억된다. 짧기도 했고 옆으로 지나친 차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늘 통과한 7번국도의 동해 터널은 길이만 500m에 가깝다. 터널은 제대로 된 갓길이 없다. 배수로로 만들어놓은 것이 전부다. 그러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또한 오고가는 차들의 매연이 터널 안에 가득하다.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다. 입구 바로 앞에서는 자전거 운전자든, 차량 운전자든 잠깐 시야가 어두워지는 실명 현상을 겪게 된다. 그 순간이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안보이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까. 1초도 안되는 순간이겠지만, 그 순간에 한사람의 삶이 끝나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뒤에서 오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터널로 진입하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 대륙횡단을 한 홍은택 씨도 터널에 들어가는 라이더는 강심장이라고 했다. 매연이나 도로상황 시야고장 보다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소리다. 공포영화에 대한 실험에서도 시각보다는 청각에서 사람들이 더 공포를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만큼 청각으로 느끼는 공포는 더욱 크다는 말이다.

불과 5일 달렸을 뿐이지만 최소한 내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자가용인지, 버스인지, 트럭인지, 대형트럭인지 정도는 안보고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생존본능이었으리라. 그러나 터널에서는 그런 구별이 무색하다. 이미 반대편 차선에서 지나간 차량의 소리를 달려오는 차량으로 착각하는가 하면, 대형트럭들이 지나갈 때면 귀가 멍멍해지면서 머리까지 띵해지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이를 두고 홍은택 씨는 '터널은 고장난 앰프'라고 했던가. 오늘도 터널을 지나오다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피하느라 터널에 기댔다가 오른쪽 팔뚝에 터널벽의 시커맨 매연때를 잔뜩 묻히기까지 했다. 다시 터널이 나온다면 더더욱 조심해야겠지만, 제발 다시 터널이 나와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릉에서 삼척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7번국도로 갈아타면 도착할 수 있다. 해안도로라서 그저 평지를 내달릴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정동진까지 가는 길에서 여러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번씩이나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던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니 가장 편한길은 그저 평탄한 길이다. 오르막길은 힘겹고 내리막길에는 위험요소가 있다. 자꾸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내 자신이 스스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천천히 느릿하게 언덕길을 오르다가 다시 쏜살같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다시 천천히 언덕길을 비질비질 오르다가 다시 미친놈처럼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물론 자전거 라이더 중에는 이런 길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길은 날 정말 지치게 하는 길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정동진에 도착했다. 두번째 와보는 것이지만 역시 별 볼 것 없는 곳이다.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매번 연인 없이 혼자 와서 그런 걸까? 이곳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정동진역을 나와 길을 나섰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해안도로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7번국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7번국도도 다르지 않았다. 해안도로처럼 심한 것은 아니지만 완만한 언덕과 내리막길의 반복이다. 중간중간에 준비한 빵과 물로 계속 영양보충을 했다. 삼척에 다다를 쯤 길고 높은 언덕에 아파트촌이 보인다. 설마 저기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싶었지만, 결국 올라갔다.

내 지금의 삶도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어가면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그런 바램으로 내일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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