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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 횡성
내 몸에 맞는 최대속도를 찾다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과 산위에서 내려오는 단풍진 숲의 모습. 길의 저편 끝까지 이어진 은행나무 가로수 길. 그곳을 달리다보면 흩날리는 노란 은행잎들. 간간히 내 옆을 달리는 자동차들의 시샘일 듯 뒷꽁무니에서 날아오르는 낙엽들이 스치듯 나에게 다가서면 나는 넋이라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양평에서 횡성으로 가는 길을 가다보면 홍천과 횡성으로 갈라지는 길을 만난다. 거기까지는 내 옆으로 80~100km 가까이 달리는 차들이 주는 위압감에 핸들을 쥔 손에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고, 지저분한 갓길에 있는 작은 돌맹이 하나도 놓칠세라 주변 풍광은 신경쓰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횡성으로 가는 6번 국도는 왕복 2차선의 한적한 길이다. 차들도 훨씬 적고 달리는 속도도 느려진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들이 줄줄이 서있고 가을걷이가 끝나 볏단을 세워놓은 논과 멀리서 자전거만 지나가도 짖는 개들, 드물게 서있는 당산나무(마을 입구에 서 있는 큰 나무)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재미가 좋다. 그러나 횡성까지는 구비구비 언덕길들이 오르락내리락 이어진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코스가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익히 알려진 라이딩 코스라고 한다.
마침내 징한 언덕길을 만났다. 왜 이리 언덕이 심한가 했더니 여기가 도덕고개란다. 고작해야 해발 230m 정도에 불과하지만 첫번째 고개라 너무 힘들었다. 도덕고개를 넘어가면 바로 횡성군으로 진입이다. 횡성군청 소재지까지 달리는 길, 곧바로 내리막으로 연결된다. 차도 별로 없겠다 싶어 올라오면서 쌓인 한풀이 겸 내리질렀다. 그러나 난 스피드광은 못되나 보다. 일단 가속이 붙은 자전거를 제어하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거리감각이 순식간에 뒤바뀌니 핸들을 어느 점에서 꺾어야 할지 감이 안잡힌다. 뿐만아니라 돌발상황에서 갑자기 핸들을 꺾게 되거나 브레이크를 잡는다면 그대로 곤두박질 치고 큰 사고가 날 것이 분명하다. 그런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결국 천천히 브레이크를 잡으면서 무리없이 내려오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순식간에 1km를 내달리는 그 느낌은 정말 자전거를 타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쾌감이다.
그러나 언제나 불안한 걱정은 현실로 된다. 다음 고개를 넘어 다시 내달리기 시작하는데 갓길에 버려진 건축폐기물을 피하다가 그만 핸들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차도 한가운데로 꺾어져 들어갔다 간신히 되돌아오는 일을 겪었다. 만일 뒤에서 차라도 달려왔다면 그 자리에서 차에 치였을 터. 십년은 감수한 기분이었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지면에 스치며 충격을 받아 발톱이 지금도 아프다. 그러나 천만다행이다. 내리막길, 특히 차도의 내리막길은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
예정보다 횡성에 일찍 도착했다. 점심도 건너고 1시 반경에 횡성군내로 들어와 오복장이라는 자장면 집에서 자장면을 먹었다. 매일 여관방을 잡고 다니다보니 먹는 건 좀 아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일 횡성까지 가는 길이 좀 헷갈려 다시 인터넷을 뒤져보았다. 자세한 길을 다시 프린트하고 모레 있을 대관령 등정을 위한 선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유심히 보았다. 그리 어렵지도 않고, 또 쉽지도 않을 것 같다. 아무튼 내일 모레 4일이면 강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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