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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오늘을 포함해 꼭 두번 지나왔다. 한번은 용문터널로 기억된다. 짧기도 했고 옆으로 지나친 차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늘 통과한 7번국도의 동해 터널은 길이만 500m에 가깝다. 터널은 제대로 된 갓길이 없다. 배수로로 만들어놓은 것이 전부다. 그러니 속도를 낼 수가 없다. 또한 오고가는 차들의 매연이 터널 안에 가득하다.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다. 입구 바로 앞에서는 자전거 운전자든, 차량 운전자든 잠깐 시야가 어두워지는 실명 현상을 겪게 된다. 그 순간이 자전거 라이더에게는 가장 무서운 순간이다. 안보이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까. 1초도 안되는 순간이겠지만, 그 순간에 한사람의 삶이 끝나고 또 다른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뒤에서 오는 차량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터널로 진입하는 것이 그 이유다. 미국 대륙횡단을 한 홍은택 씨도 터널에 들어가는 라이더는 강심장이라고 했다. 매연이나 도로상황 시야고장 보다 더 두렵게 하는 것은 소리다. 공포영화에 대한 실험에서도 시각보다는 청각에서 사람들이 더 공포를 느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만큼 청각으로 느끼는 공포는 더욱 크다는 말이다.

불과 5일 달렸을 뿐이지만 최소한 내 뒤에서 달려오는 차량이 자가용인지, 버스인지, 트럭인지, 대형트럭인지 정도는 안보고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생존본능이었으리라. 그러나 터널에서는 그런 구별이 무색하다. 이미 반대편 차선에서 지나간 차량의 소리를 달려오는 차량으로 착각하는가 하면, 대형트럭들이 지나갈 때면 귀가 멍멍해지면서 머리까지 띵해지는 현상을 겪기도 한다. 이를 두고 홍은택 씨는 '터널은 고장난 앰프'라고 했던가. 오늘도 터널을 지나오다 내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관광버스를 피하느라 터널에 기댔다가 오른쪽 팔뚝에 터널벽의 시커맨 매연때를 잔뜩 묻히기까지 했다. 다시 터널이 나온다면 더더욱 조심해야겠지만, 제발 다시 터널이 나와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릉에서 삼척은 해안도로를 따라가다가 7번국도로 갈아타면 도착할 수 있다. 해안도로라서 그저 평지를 내달릴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정동진까지 가는 길에서 여러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몇번씩이나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던 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니 가장 편한길은 그저 평탄한 길이다. 오르막길은 힘겹고 내리막길에는 위험요소가 있다. 자꾸 오르락내리락 하다보니 내 자신이 스스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천천히 느릿하게 언덕길을 오르다가 다시 쏜살같이 내리막길을 달리고 다시 천천히 언덕길을 비질비질 오르다가 다시 미친놈처럼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물론 자전거 라이더 중에는 이런 길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 길은 날 정말 지치게 하는 길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정동진에 도착했다. 두번째 와보는 것이지만 역시 별 볼 것 없는 곳이다. 연인들이 많이 보인다. 매번 연인 없이 혼자 와서 그런 걸까? 이곳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때웠다.







정동진역을 나와 길을 나섰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해안도로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7번국도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7번국도도 다르지 않았다. 해안도로처럼 심한 것은 아니지만 완만한 언덕과 내리막길의 반복이다. 중간중간에 준비한 빵과 물로 계속 영양보충을 했다. 삼척에 다다를 쯤 길고 높은 언덕에 아파트촌이 보인다. 설마 저기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 싶었지만, 결국 올라갔다.

내 지금의 삶도 힘겹게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어가면 시원하게 내달릴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을까. 그런 바램으로 내일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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