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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비가 왔다. 안양천에서 올라오는 시쿰한 냄새는 옛날 어떤 생물체도 살 수 없었던 그 시절의 안양천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하수구가 일제히 개방됐는지 냄새가 좀 역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척교와 광명교 사이의 축구장에서는 여성 축구단의 경기와 연습이 한참이다. 매번 9시~10시 사이에 이 구간을 뛰는데 그때마다 여성들의 경기 모습이나 훈련 모습을 본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인조잔디 위를 내달리며 공을 시원하게 발로 내지르는 호쾌함은 피구나 발야구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여전히 여자 고등학교에서 축구는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운동임에도 성인이 된 여자들은 이 한밤에 신나게 공을 차며 소리를 지르고 내달리고 있다.



체육교육은 '아는 것'과 '하는 것' 사이에서 항상 헤매고 있다. 교과서는 '아는 것'을 이야기하지만 체육의 성격은 '하는 것'과 닿아 있다. 나의 고교 시절에는 체육 교과도 필기 시험을 보았지만 지금은 수행평가만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아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정책으로 실행하기 시작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의 진리는 똑같다. '하는 것'이 없는 '아는 것'은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뛰면 건강해진다', '건강을 위해 뛰어야 한다'라는 것은 알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그만큼 '아는 것'보다 '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백마디 말이 소용없다. 당장 신발 신고 문을 열고 나가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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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으면 취향이 변하는 게 맞나 봐. 난 원래 운동하는 거 질색했는데."
우리 팀 부동의 주전 풀백이 무심코 던진 이 말에 모두들 앞다투어 공감을 표했다. 이건 취향의 변화 정도가 아니라 유전자 변이 아니냐는 근본 없는 병리적 의심까지 제기됐다. 체육 시간이면 양호실 갈 궁리나 했었다는 사람들이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8월의 뙤약볕 아래로 스스로 기어 나와 이러저리 뛰어다니며 공을 차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프롤로그 중에서


복잡한 대중교통 안에서 낑겨서 가다보면 이북리더기도 들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종종 소리로 듣는다. 주로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가 좋다. 이북리더기에 내재된 기계음(제법 사람 목소리가 나온다)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마침 좋은 오디오북이 나왔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인데,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셨던 책인데, 아직 초반인데 재밌다. 목소리 고운 여성 성우가 읽어주는데 듣기가 좋다.

체육 교과서 편찬일을 하다보면 여학생을 위한 내용을 배려해야 한다. 체육 교과만큼 여학생 장애인 등이 참여하기 어려운 교과는 없다. 내용만이 아니라 삽화나 사진 등 이미지에서도 이들을 고려하는 편집이 필요하다. 특이 여학생 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높다. 주요 신문사와 방송에서도 여학생 체육을 특별 기획으로 다루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교 체육에서 여학생이 차지하는 위치는 약간 소외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식 있는 체육 교사들도 여학생을 체육에 참여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여학생들이 표현활동(춤과 관련한 내용)이나 동작 도전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서 그와 관련한 시간을 많이 할애해 주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많은 여학생들이 체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쟁 활동(축구, 농구, 배드민턴, 탁구, 야구 등등)과 도전 활동(기록, 투기 스포츠 등)에서는 관심을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나이키 광고를 보면 꾸미지 않고 도전하는 여자들의 스포츠 모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젠더 의식을 부각하고 차별적 성문화에 반기를 드는 듯한 이미지를 제품에 심어줌으로써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문화적 우월감을 갖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그만큼 여성의 스포츠 참여는 이제 이 시대의 중요한 문화적 흐름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의식의 장벽과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도전들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미투 운동과 함께 불붙은 여성 운동이 비분강개형 투쟁으로 나아가는 것도 어느정도 필요하지만, 여성들의 우아하고 호쾌한 축구 모임을 살펴보면서 그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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