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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아래에서/하늘을 여는 아이'에 해당되는 글 19건

  1. 2010/03/08 80여일이 지난 민서의 일상 (6)
  2. 2010/02/17 애기똥아 나와라 (8)
  3. 2010/01/25 1월 25일날 만나기로 했었지 (2)
  4. 2010/01/14 자다가 일어나 울다
  5. 2010/01/12 우리 딸 미숙아 의료 지원금 받은 이야기 (2)
  6. 2010/01/07 재롱 잔치는 시작됐다 (14)
  7. 2009/12/23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6)
  8. 2009/12/17 촌뜨기, 세상에 나오다 (10)
  9. 2009/12/11 아내가 퇴원했다
  10. 2009/12/08 잘도 잔다, 우리 아기 (2)

딸 민서가 태어난 지 80여일이 지났다. 이제는 제법 눈을 맞춘다. 안고 어르고 있으면 한동안 빤히 나를 쳐다 본다. 그 심해의 어둠보다 깊은 먹빛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곳에 빠져들고 만다. 나는 거기서 헤어 나올 수 없고 다행히 민서가 먼저 눈을 돌려 다른 데 관심을 가져야 그나마 해방이다. 그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숨이 턱밑까지 차올 것이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요새 들어 밤잠이 좀 길어진 것 같다. 한동안은 12시에 젖을 먹고 내리 6시까지 잔 적도 있어서 우리 부부는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어제는 3시에 사이렌을 울리고 말았다. 100일 정도 지나면 밤낮을 가릴 수도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본다.

요새는 2~3일에 한 번꼴로 대변을 보고 있다. 애기똥은 항상 찰진 모습을 드러내 주고 있음이다. 똥을 보는 일도 때론 행복할 수 있음을 아기를 보면서 느낀다.


환하게 웃는



무엇보다 이제는 배냇짓이 아닌 정말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눈과 입을 움직여서 "나 웃어요"하고 말하는 것처럼 분명하다. 때로는 웃음소리도 내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웃음이 분명해진 만큼 울음도 선이 굵어졌다. 처음에는 왜 우는지 알 수 없더니 이제는 기저귀 때문에 우는지 배가 고파 우는지, 불편해서 우는지, 꿈을 잘못 꾸고 우는지 제법 맞추어 주고 있다.

민서가 제일 좋아하는 건 송아지 인형 모빌이다. 칭얼댈 때 모빌을 살짝 흔들어주면 많은 관심을 가진다. 물론 오래가지 않는다. 그럴 때면 다시 안아준다. 그래도 칭얼대면 민서를 안고 일어나 돌아다녀야 한다. 우리는 "산책 가자"고 한다. 돌아다니다 보면 집안 이것저것에 눈길을 돌린다. 그리고 실컷 돌아다니면 스르르 잠이 든다.


민서가 재채기를 한다



집안을 좀 서늘하게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너무 따뜻해도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들어서 좀 차갑게 키우지만, 민서는 잘 크고 있다. 무엇보다 모유 성분에 당장 필요한 면역성분이 많이 들어서인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가끔 재채기를 하지만 심해 보이진 않았다. 한번도 열이 없이 잘 크는 걸 봐서는 지금까지 민서도 하군(아내)도 아주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무사히 100일 1000일 10000일을 보내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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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얼마 전 아내의 꼼꼼한 메모에 대해 포스팅(아내의 달력)에서도 밝혔지만, 거기에는 여러 가지 기록 중에 민서가 똥을 눈 시간도 적혀 있다. 물론 민서가 똥을 싸놓고도 안 싼 척하는 경우(?)도 있어서 약간의 오차가 있기도 하다. 아기 기저귀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신도 파악하기 힘들 것이다.


민서는 2~3일에 한 번꼴로 건강한 똥을 내놓았다. 똥을 보면서 흐뭇할 수 있다는 건 아기를 키워본 부모라면 모두 동감하는 사실. 황금변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서 매번 볼 때마다 입맛을 다실 정도로 기뻐했건만, 설 연휴 전부터 시작해서 내리 6일간 민서는 똥을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분명 똥을 싸는 폼이 분명한 행태도 자주 보여주었다. 팔다리를 아등바등 댄다든지, 얼굴이 시뻘게진다든지 하는 행동은 분명 자기 나름대로 힘을 주고 있는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매번 그 힘이 미치지 못함인지 아직 아랫배에 힘주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인지, 결국은 그러다가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매번 밤새도록 그렇게 자다가 깨다가 힘쓰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우리 부부의 밤잠은 싹 달아나버렸다. 설 연휴 동안 시댁과 친정의 경험 많은 분들에게 여쭈어 보았지만,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고, 기껏해야 연휴 끝나고 병원 가보라는 말씀만 들었을 뿐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애기 울 때마다 옆에서 "애기똥아 나와라~" 제사나 지내며 기원하는 것도 하루이틀. 결국 책과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책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신생아의 경우 하루에도 2~3번씩 똥을 누지만 40여일 정도 경과하면 심하게는 일주일동안 변을 안 보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하였다. 민서의 경우 신생아를 지나 영아 단계에 온 만큼 일주일 정도는 괜찮겠다 싶지만 똥을 싸겠다고 아등바등 대며 얼굴이 빨개지는 모습을 자꾸 보는 것도 안쓰럽기만 했다. 아기도 뜻대로 안되고 불편하니까 그렇게 울어대는 거니 말이다.


결국 인터넷에서 찾아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시술은 역시 용감한 하군께서 하시었다. 그 결과는 물론 성공적이었다. 누구 말대로 투게더 한 통의 똥을 받아냈다. (-_-;;)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면봉과 베이비오일을 준비한다.
2. 면봉에 베이비오일을 충분히 적신다.
3. 면봉을 조심스럽게 아기의 항문에 집어넣는다.
4. 이때 면봉 부분까지만 넣고, 면처리가 되지 않는 나무 막대는 넣지 않는다. 즉 1cm 정도가 적당하다.
5. 항문에 면봉을 넣은 다음 끝을 빙글빙글 돌린다는 생각으로 살살 항문을 자극해 준다.


그 결과 아기 뱃속에서 나왔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만큼의 똥이 나왔다. 그동안 이 많은 것을 속에 담고 있었으니 녀석도 힘들었을 게다. 그래도 속이 편해졌는지 잠도 잘 자고 땡강도 덜 부리니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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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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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TAG 민서, 아기





민서는 잘 먹고 잘 잔다. 하루에 하는 일이라곤 먹고 자는 게 전부지만, 하루에 2~3시간 정도 혼자 눈을 말똥말똥 뜨고 놀 때가 있다. 무슨 생각을 할까? 왜 팔을 흔들까? 자리는 불편하지 않을까? 배가 고픈 건 아닐까? 여러 의문이 몰려오지만, 대부분의 대답은 알 수 없는 의문들이다. 오직 지금의 민서 머릿속에만 존재하고 금새 사라지는 것들이다.

어제는 자꾸 울며 보챘다. 좀 안고 있으면 가만히 있는데, 내려놓으면 또 울면서 보채기에 젖을 주어보고 기저귀를 갈아줘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열을 재어보니 36.9도가 나온다. 평소보다 약간 높게 나와서 열 때문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온돌바닥이 너무 뜨거웠던 것이다. 두꺼운 이불로 옮겨놓으니 그새 새근새근 잘 잔다.

말을 할 줄 알면 쉽게 풀릴 문제지만, 아기는 말을 할줄 모르니 저나 나나 답답한 일이 많겠다. 아빠엄마 마음은 성급해 언제 뒤집을까, 언제 엄마아빠 부를까 노심초사 기다리지만, 하루하루의 깊은 보살핌과 애정이 쌓여야 한 아이가 성장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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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예정일보다 한 달 반 이상 일찍 태어난 민서는 체중이 2.04kg의 미숙아로 판정, 곧바로 인큐베이터로 들어갔다. 입원해 있는 동안 별다른 특이사항이나 이상 증상은 다행히 나타나지 않았다. 총 19일간 입원해 있는 동안 진료비는 건강보험 적용한 후에도 약 130만원이 넘게 나왔다.


미숙아에게 나오는 지원금이 있다. 지자체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는 것 같으나 꽤 많은 병원비를 지원해 준다. 다행스럽게도 민서는 약 120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서 실제 지불해야 할 돈은 10여만원에 불과했다.


의료 지원금은 소득기준에 따라 차등 지원이 되는데, 그 기준은 건강보험료 납부액으로 잡고 있다. 지원 대상 내역을 곰곰이 살펴보면, 평가금액이 3000만원 이상인 차량이 있거나 종부세 과세 대상자는 제외된다. 이럴 때는 집 없고 차 없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다. 물론 3000만원 이상인 차량을 몰고 종부세를 낼 정도면 갑부여도 나쁘지 않겠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니 말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어떨지 모르지만, 구로 보건소의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미숙아에 대한 의료비는 최고 1천만원까지 지원된다. 100만원 이하는 전액 지원이 되며, 100만원을 초과해 500만원까지는 초과한 금액의 80%를 지원해 준다. 500만원을 초과한 의료비에 대해서는 90%를 지원해 주며 최고 1천만원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미숙아 또는 선천성 이상아로 태어나면 겪게 될 부모의 마음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나마 이런 의료비 지원 정책이 있어 애간장 타는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주니 얼마나 다행인가. 보통 병원에서 미숙아 지원 정책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고 들었는데, 간혹 의도하지 않게 지나치는 곳도 있는 듯하다. 주변에 미숙아를 낳아 인큐베이터 진료를 받고 있는 아이의 부모가 있다면, 꼭 미숙아 대상 의료지원금을 이야기해 주자. 또, 퇴원 후 한 달 이내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 신청해야 하는데 기한을 넘겨 버리면 지원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으니 꼭 기한을 지켜서 제출하도록 안내하자.




** 구로구 보건소 미숙아/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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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하루 24시간 내내 먹고 자고하다가 이제는 노는 시간이 조금씩 늘고 있다. 저렇게 적게는 한두시간, 많게는 서너시간을 혼자 논다. 온갖 표정연습을 하는 연기파 배우처럼 다양한 인상을 짓고 있는 걸 보자면 천국이 따로 없다.

매일 보다 보니 잘 몰랐는데, 사진으로 찍고 이전에 올린 포스팅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볼살이 통통해지는 게 눈에 띈다. 작게 태어났지만 목소리 하나만은 야무져서 울음도 쨍하게 울어대는 우리 아기의 출생신고는 내일 중에 할 예정이다. 이름은 '민서'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엄마 아빠의 행복이 되어주렴, 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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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생명의 성장은 여러 사람들의 축복과 관심에 있다는 말이다.


지금 아기는 병원에 있다. 처음 2.02kg이던 몸무게는 계속 줄어들더니 1.83kg을 최저점으로 한 금요일 이후부터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아기의 몸무게는 처음 일주일은 줄어들기 마련이라고 하지만 아내는 200g 가까이 줄어든 아기 몸무게에 슬퍼하였다. 아기의 몸무게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토요일. 어제 병원에 다녀온 아내의 말에 따르면, 다음 주 월요일, 즉 28일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아기와 함께 집에서 새해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아내의 몸조리를 위해 장모님이 올라오신 것은 지지난주 월요일, 그러니까 아내가 병원에서 퇴원한 날이었다. 당초 예정했던 1월말보다 한 달 반이나 일찍 올라오는 바람에 메주를 쑤는 일도 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마도 농촌에서 겨울 농한기 기간 동안 해야 할 여러 일들을 못하실 것 같다. 그러나 외손녀를 만나는 장모님의 마음도 뿌듯하신 듯, 아내에게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말을 아끼지 않으셨다.


내후년이면 70을 바라보시는 장모님의 나이를 생각하면 산모 돌봄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오랜 경험과 삶의 지식을 바탕으로 장모님은 꼼꼼하고 세심하게 아내를 보살펴 주셨다. 장모님은 “여자는 몸을 잘 풀어야 나중에 고생 안한다”는 말을 누누이 강조하시면서 아내를 꼼짝 못하게(?) 하고는 먹을 것과 잠자리 등을 살펴 주시고 있다. 내가 출근한 이후부터는 홀로 아내 수발을 들고 있으니 그 수고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른 출산 때문에 미처 하지 못한 아기 기저귀나 옷가지들을 미리 세탁하고 삶는 일은 아내의 작은 올케 언니가 도움을 주셨다. 큰 올케 언니는 아기용 이불을 사서 보내주셨다. 아내의 어린 조카들은 종종 아내를 찾아와 아기가 옆에 없어 우울한 아내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후배 윤정과 세나, 직장 동료 민서 씨 등은 전화와 메신저 등을 통해 산모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비롯해 육아에 도움 되는 정보 등을 꾸준히 전달해 주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최근에 아이를 낳은 산모라서 더더욱 살아있는 정보이고, 따끈한 최신 소식이라서 아주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내는 항상 “참 좋은 사람들”이라며 꼭 인사를 전해달라고 한다.



윤정은 씨의 선물^^



어제는 직장 동료 윤정은 씨가 출산을 축하한다면서 아기 모자와 장갑, 양말, 수건 등을 선물해 주었다.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아 기뻤고, 아내 역시 앙증맞고 귀여운 아기 장갑과 모자, 양말을 보면서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밖에 출산 소식을 접한 지인들의 수많은 축하 인사와 조언 등을 여기에 모두 적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언어 습관 중에는 ‘우리’라는 말을 자주 넣는 전통이 있다. 나는 여기에 ‘우리 아기’도 넣고 싶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축복으로 태어나고 성장해 갈 ‘우리 아기’이기 때문이며, 이미 그런 관심과 축복은 밤하늘의 별빛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기가 앞으로 세상을 살면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느끼길 바라고, 그 안에서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며,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그런 세상은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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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모든 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나 돌아보면 산통의 시간만큼 길고 긴 시간이 있을까. 그러나 이제 그 시간도 지나간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 죽을 만큼의 고통마저 아름답게 만들어준 한 생명이 환하게 피어났다.


지난 주 금요일(11일) 밤, 아내는 다시 이대 목동 병원에 입원했다. 저녁 식사 이후에 다시 시작된 진통은 이전보다 구체적인 통증을 주었다고 한다. 3~5분 간격으로 진통을 느낀 것이다. 이대 목동 병원에 옮겨 당직 의사로부터 들은 소견으로는 이전과 비슷하며 진통의 강도가 약간 세진 정도라고 한다. 우선은 진통대기실에서 진행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내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옆에서 나도 잠들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 아내는 작은 오빠와 올케 언니와 통화했다. 9시쯤 올케 언니와 오빠가 도착하고 난 잠시 사우나에 가서 좀 쉬었다 오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자리를 뜬 이후 본격적인 진통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다시 돌아온 12시에 본 아내의 얼굴은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내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힘들었지만,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난 자리를 뜨지 않고 옆에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손을 꼭 잡아주는 것 뿐, 아내는 울었고, 나는 절망스러웠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이 고통을 멈추고 수술을 시키고 싶었지만, 의사가 수술하겠냐는 물음에 아내는 참아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참을성도 오래 가기 힘들었다. 오후 2시를 넘어가면서 아내는 정신을 잃기도 했고, 어떻게 좀 해달라며 울부짖었다. 정말로 무섭고 두렵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이 세상의 어떤 고통을 산고에 비유할 수 있을까. 없다.


아내의 산고는 아이가 이미 내려온 상태에서 자궁문이 오랫동안 열리지 않아서 더 극심했다고 의사는 말했다. 아침 9시에도 20% 열렸던 자궁문은 오후 2시가 넘어가도 그 상태에서 별로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오후 3시 즈음, 온 분만실이 아내의 비명 소리로 가득했다. 의사들도 의아해하면서 다른 처방을 내릴 게 없다며 안타까운 눈길만 던졌다. 그러다가 어떤 의사가 와서 정신없는 아내에게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자세와 호흡 등을 가르쳐주었다. 그때부터 아내는 제대로 힘을 쓸 수 있었고 고통을 다리 힘으로 모으는 방법을 터득했으며, 제대로 호흡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자세와 호흡을 제대로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자궁문이 열렸고, 지난 6시간 동안 열리지 않던 자궁문이 빠르게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4시 10분, 아내는 급박하게 분만실로 이동되었고 분만실에 들어간 지 12분 만에 아이를 순산했다.


아이는 33주 5일 만에 세상 바람을 맞았다. 울음은 우렁찼다. 그동안 병원에서 들었던 들었던 아기들의 울음소리와도 달랐다. 분명하고 또렷하게 “응애, 응애”하고 울었다. 놀랍고 신기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몸무게가 작고(2.02kg),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바람에 바로 중환아실로 옮겨졌다. 이후 중환아실의 의사와의 상담에 따르면, 중환아실에서도 급박하게 아이를 받아서 아이의 상태나 산모 상태에 대해 아는 게 많지 않다는 것, 미숙아에게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병환들, 아기 엄마아빠가 준비해야 할 몇가지 등을 상세하게 안내해 주었다. 정신없는 와중에서도 그런 내용들을 적고 메모했다.


아내는 지난 월요일 퇴원했다. 아내의 출산 소식을 듣고 장모님이 월요일 올라오셨다. 고령의 장모님이 올라오셔서 고생하실 것을 생각하니 죄송하면서도 아내가 가장 믿고 의지할 분이 장모님임을 생각하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저께(15일)부터 아내에게서 본격적으로 모유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아내가 직접 병원에서 모유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아기는 성탄절 전후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세 가족에게 펼쳐질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만 그 한편에는 두려움보다는 아이가 보여 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흘러 넘쳐 강물을 이루고 있다.





그 외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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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아내는 어제 퇴원했다. 화요일 밤에 광명시 파티마 산부인과에서 이대 목동 병원으로 급하게 이송해야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천만다행이다.

지난 주 토요일 밤부터 시작된 이상 상황은 월요일 오후부터 호전되는 듯했다. 화요일에는 나도 안심하고 출근을 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다시 이전보다 많은 출혈이 나타났다. 의사는 만일을 대비해 이대 목동 병원으로 옮기자고 했다.


임신 중 출혈은 태반이 떨어져 나오는 상황일 수도 있고, 여성의 질 안에 상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인데, 아내의 경우 어느 경우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가진통(자궁수축)도 문제였다. 모든 상황이 안 좋은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특히 태반에 이상이 있을 경우 제왕절개를 해서라도 아이를 출산해야 하는데, 이 경우 33주의 미숙아를 키울 수 있는 신생아용 산소호흡기가 있는 곳은 큰 대학 병원밖에 없다.


곧바로 이동 준비를 하면서 택시로 이동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말은 지금도 그 병원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무리 밤늦은 시간이라지만 자신의 환자 상황이 어려워져 대학병원으로 옮긴다면서 병원 앰뷸런스는 장식용이란 말인가. 광명시 파티마 병원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그런 하나하나의 세심한 배려는 많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대 목동 병원에서 다시 시작된 검진, 검진, 검진… 다시 반복되는 고통, 참아야 할 아픔들 때문에 또 마음이 아팠다. 아내는 잘 견뎌냈고, 그런 와중에도 계속 뱃속 아기의 건강을 염려하고 보살폈다. 아내가 입원하면서 주위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미처 하지 못한 신생아용 준비물들을 미라의 둘째 올케 언니께서 빨고 삶아주시기로 했다.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에는 아내의 조카와 처형이 와서 돌봐 주었다. 어머니는 며느리를 걱정해 퇴근하자마자 병동으로 찾아와 주셨고, 아버지는 당신이 찾아가면 며느리가 부담되어 할 것 같아 찾아가지 않는다며 나에게 잘 돌보라고 말씀하셨다. 그밖에 이전 블로그를 보고 걱정해주며 연락한 몇몇 사람들의 알뜰한 관심 잊지 못할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의 배려와 진심어린 걱정도 많은 도움이 됐다.


고통은 때로 우리 주위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타인과 관계 맺고 있는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을 어루만져 준 많은 분들과 무사히 큰 탈 없이 퇴원한 나의 아내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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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이슬”, 의사는 그것을 이슬이라고 부른다. 아내의 자궁문이 열리면서 소변에서 혈흔과 혈흔 덩어리가 나타난 것이다. 32주. 너무 이른 때이다. 아이도 아내도 나도 준비가 덜 되었다. 무엇보다 태아가 큰일이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태아의 신체 중 폐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다는데, 이른 출산은 아이가 스스로 호흡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되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만일 계속 자궁문이 더 열리고 출산이 임박해지면 신생아용 산소호흡기가 있는 대학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에 아내는 입원했다.

아내는 울었다. 지난 주 무리해서 움직였던 자기 자신을 탓했다. 그런 아내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내 손이 부끄럽다. 아내는 모든 면에서 강하지만, 유독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유난히 약해서 지난번 충수염 수술 때도 아파서 울기 보다는 아기 때문에 걱정되어 눈물을 흘린 일이 있다. 그저 옆에서 손 잡아주는 일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마음이 아팠다.

작은 약 한알 먹고 기다리는 일이 전부였다. 아내는 아랫배가 사르르 아파오는, 마치 생리통 같은 통증이 자궁문이 열리는 진통일 줄은 몰랐단다. 나 역시 이제 막 8개월을 넘은 시점에서 그것이 산통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미 열린 자궁문을 다시 닫는 건 불가능하단다. 관건은 자궁문이 더 열리는 것을 막는 데에 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토요일 저녁에 입원한 후 약을 먹으면서 절대 안정을 취하면서 기다려 보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 검진 기계의 산통 그래프는 더 높은 그래프를 보이면서 불안한 신호를 보냈다. 담담히 대학병원에 가는 문제를 가늠하며 한번만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월요일 오전까지 나타났던 진통 현상이 오후 되면서 잠잠해졌다. 오후 3시에 있었던 검진에서 드디어 진통 그래프는 잠잠해졌다. 의사는 간신히 잡은 것 같다고 한다. 아직은 안심할 때가 아니며 며칠 더 입원한 상태에서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서 살아갈 이름도 생각 못하고 있는데, 아기가 입을 기저귀와 옷들도 채 정리하지 못했는데... 아내를 병원에 두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머릿속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산적한 일들이 하나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내 바람처럼 입 속에서 주문을 외워 본다.

“우리 아기, 잘 자라 우리 아기, 엄마 뱃속에서 잘도 잔다 우리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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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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