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다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접이식 자전거 블랫캣3.0은 오랜만에 기지개를 폈다. 관절들이 굳어 있을까 걱정했지만 녀석은 무리없다고 자신만만했다. 얼마전에 기름치고 점검해주었더니 기고만장이다. 그러나 얇은 옷속에 숨어있던 내 속살들은 파고드는 아침 기운에 넌더리를 쳤다. 아무래도 방풍쟈켓이라도 하나 더 입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다. 페달을 돌리는 힘이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시간을 기다릴밖에. 그렇게 조심스럽게 자전거를 밀고 나아갔다.

불과 5분만에 길을 헤맸다. 목감천에서 안양천으로 접어들었다가 곧장 고척교로 오르는 길이 사라진 것이다. 예전에 있던 정수사업장 옆의 샛길이 공사로 바뀌어서 못알아보고 지나쳤다. 너무 오래 쉬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같은 길을 오래 달리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몸이 먼저 길을 알아본다. 어디에서 돌출구간이 있고, 어느 길에 파인 구멍이 있다는 것을. 어디에서 차량들이 신경질적인지, 다음 신호가 어떻게 변화될지 등등. 차도로 올라오니 몸이 길을 기억하고 있다. 오랜만이지만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처음의 긴장감은 많이 물러났다. 더구나 지난해 마지막 자전거 출퇴근 때보다 도로사정은 매우 좋아졌다. 문래고가가 철거된 뒤에 넓어진 차도는 자전거가 다니기가 편했다. 또 여의도를 관통하는 도로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따로 마련되어 옆의 자동차들의 눈치(혹은 경계)는 덜 보게 되었다.

봄바람은 대단했다. 집으로 오는 퇴근길이었다. 서해 바다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바람이었을 거다. 엄청난 바람이었다. 마포대교 위에서 흔들리는 운전대를 느꼈다. 툭툭 옆구리를 치고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마포대교와 여의도를 지나와야 했다. 영등포 롯데백화점 삼거리가 가장 위험한 구간이다. 길은 좁은데 차량통행이 많다. 자전거가 다니는 끝차선의 도로 상태도 울퉁불퉁 엉망이다. 이 구간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가장 긴장된 구간이다.

오랜만에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나니 몸이 녹초가 되었다. 겨우내 몸이 많이 망가진 것이다. 9월 즈음에는 춘천까지 자전거 도로가 뚫린다고 한다. 그때까지 열심히 몸을 단련해야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50여일 동안 달린 거리 약 400km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마포대교에서 본 노을(4월14일)




'2010 프로젝트 : 3000km 달리자'를 시작한지 이제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처음에는 자전거로 부지런히 출퇴근 한다면 3000km도 가능하리라 예상했지만, 이상 저온 현상으로 3월 중순에도 눈이 왔고, 연일 영하에 가까운 한파가 아침 기온을 장식하고 있어 자전거 출퇴근이 어려웠다. 4월이 되어도 날씨는 예년 날씨로 돌아오지 않았고, 게다가 거대한 황사 먼지가 며칠간 서울에 머물렀던 적도 있으며, 비도 여러번 내려서 자전거 출퇴근 횟수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적다.

이러다 보니 2월 22일부터 본격적인 기록을 시작한 이래, 자전거 출퇴근 횟수는 총 15회에 불과, 달린 거리는 고작 389km, 3000km까지 남은 거리는 2611km나 된다. 하루 24km를 달린다고 했을 때, 108일을 자전거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12월은 자전거 출퇴근이 어렵다고 본다면, 앞으로 남은 날수의 절반을 자전거 출퇴근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거기에 눈비 오는 날, 약속 있는 날을 제외하면 사실상  3000km 달성은 이루기 어렵다고 보아야겠다.

그렇다고 목표를 까맣게 잊고 기록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앞으로도 계속 기록은 정리할 것이며, 올 한해 동안 정리된 데이터를 근거로 내년에는 보다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마포대교에서 여의도 윤중로 입구(4월 14일)




여전히 자전거 출퇴근은 몸에 배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자전거 길이 즐거운 계절이다. 곳곳에 꽃들이 만발하고 봄바람이 휘청거리며 나를 흔들어 준다. 때로는 맞바람이 인생의 시련인 듯 마중 나오기도 하지만, 그 다음에는 언제나 뒷바람으로 탄탄대로를 수월하게 달릴 수 있게 해준다. 올해 내가 달리는 거리도 중요하지만, 자전거가 내 몸에 맞는 게 더 중요하다. 앞으로도 3000km를 향한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서울특별시 마포구 용강동 | 노을 사진 찍은 곳
도움말 Daum 지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형광조끼와 전조등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형광조끼가 도착했다. 밝은 노란 망사 조끼이며, 선명한 형광띠가 부착되어 있는 중국산이다. 가격은 7,000원. 그리고 전조등도 새로 바꿨다. 야간 산악 자전거도 가능할 정도로 굉장히 밝고 오래가는 등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한지도 꽤 됐지만 여전히 도로는 무섭다. 개념없이 클락션을 신경질적으로 울려대는 강아지 자제분은 그렇게 많지 않고, 오히려 서로 존중하고 조심하는 운전자들이 많지만, 예나 지금이나 도로 사정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로 주행에서 음푹 패인 지형이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애물들, 망가진 도로 상황이나 깨진 아스팔트 등도 안전 라이딩을 위협하는 복병들이다.

형광조끼와 전조등은 앞으로 야근도 많아지면저 자연히 늦은 퇴근이 잦아질 것을 대비했다. 형광조끼는 뒤에서 오는 자동차들에게 나의 존재를 선명하게 알리는 수단이 될 것이며, 전조등의 전방의 장애물을 파악하고 앞에서 달리는 차량들에 나의 존재를 알리는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둘다 안전을 위한 선택이다. 안전은 지금 당장 실천할 문제다. '나중'은 없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마포대교에서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자전거 출퇴근의 장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만 골라서 말하라면, 그것은 매일매일 자전거로 여행하는 기분이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편하게 여행하는 것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예외다. 하지만, 여행의 난관과 도전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전거 출퇴근만큼 일상을 여행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는 그리 흔치 않음을 강조하고 싶다.

내 출퇴근 길은 항상 똑같다. 개봉동집-개봉사거리-구일역-구로역-신도림역-영등포역-여의도-마포대교-마포역-공덕역-회사. 매번 같은 길을 달리지만, 어제처럼 자전거가 말썽을 부리는 일이 있다해도 한번쯤 거치는 사소한 불운으로 여길만큼 여유도 생겼다.

마포대교는 그 여행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곳이다.




저녁에는 저 63빌딩에 비치는 노을이 무척 아름답다. 지금은 여름이라서 출근시간에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지만, 겨울철 좀 일찍 나올 수 있다면 해가 도시 빌딩숲에서 떠오르는 걸 볼 수도 있다. 도시 일출이 뭐 볼게 있겠냐만, 일상의 작은 이벤트 정도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그도 즐겁다. 자전거 출퇴근 여정 중에 아침에 마포대교를 건널 때가 가장 여유로울 때이다. 저녁에는 다른 편에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보며 달리는 데 그 때도 기분이 좋아진다.




사진 더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블랙캣 콤팩트 3.0 시승기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벌써 한 달이 지난 것 같다. 아내에게 알맞은 자전거를 사줘야겠고, 나에게도 출퇴근용 자전거가 하나 필요하다는 생각에 적당한 미니벨로(접이식 자전거)를 물색하던 차였다. 예쁘다 좋다 싶은 건 고가의 외국제였고, 싸고 적당하다 싶으면 어딘지 하나 둘 부족한 게 눈에 띄웠다. 인터넷만 봐서는 역시 자전거 구입이 쉽지 않다.

그래서 잘 아는 자전거 전문 가게에 들렀다. 예전 자전거도 이곳에서 사고, 자전거 용품도 웬만하면 여기서 구매하던 터라 주인아저씨와는 이미 안면을 튼 상태. 아저씨가 추천한 것은 첼로스포츠에서 나온 블랙캣 콤팩트 3.0이었다. 가격은 38만원. 싸게 판다고 말하는 웬만한 인터넷 쇼핑몰(현재 11번가에서 내놓은 최저가는 이것저것 할인받아 40만원에서 몇 천원 빠진 가격)보다 훨씬 싼 가격이다. 이런 가격으로 살 수 있었던 건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여하튼 자전거는 꼭 자전거 전문 가게에서 사는 게 맞다는 것.

그렇게 해서 자전거 출퇴근이 다시 시작되었고, 약 한 달여가 지난 지금에서야 블랙캣 콤팩트 3.0의 시승기를 올려 본다. 자전거라는 게 한 달은 타 봐야 좋고 나쁜 점이 나오는 거 아닌가. 사자마자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시승기 올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일단 콤팩트 3.0은 가볍다. 전체 중량 12.2kg으로 도심 자전거 주행에서 중요한 순간적인 쾌속주행이 가능하다. 그리고 브레이크도 역시 알루미늄 V 브레이크. 순간제동력이 좋다. 새거라서 좋은 게 아니라 한달 넘게 쓰고 있는 지금도 급브레이크 잡으면 내가 튀어나갈 것 같을 정도로 잘 잡힌다. 게다가 쉽게 접히고, 접혔을 때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서 좋다. 집으로 돌아오면 접어서 현관문 안쪽에 놓기 딱이다. 또 이런 접이식 자전거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 다른 자전거 보다 유리하다. 자전거 출근 이후 갑작스레 잡힌 술자리 제안이 있어도 자전거 때문에 망설일 일은 없어진 셈이다.



 

안장도 집어 넣을 수 있다. 그러면 정말 작아진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일단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가 전혀 없다. 접이식 자전거의 장점을 살리다 보니 이렇게 만들어졌나 본데, 다년간 자전거를 타 온 나도 첫 출근한 날에는 엉덩이와 손목이 아파서 고생 좀 할 정도였다. 또 작아서 그런지 촐랑거림이 심하다. 작은 바퀴는 조금만 핸들이 흔들려도 바로 주행에 영향을 미쳐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정성은 좀 떨어진다는 말이다. 도심 도로에서 타기에 가볍고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핸들 조작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은 지금도 나를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또 자주 접고 펴다 보니 바퀴와 핸들의 각도가 틀어져서 운전에 애를 먹는가 하면, 기어가 잘못 자리 잡아서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어서 재점검 받기도 했다. 제법 잔손질을 많이 필요로 한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의 콤팩트 3.0에 80점의 점수를 주고 싶다. 타고 다니면 다닐수록 실증이 나는 자전거가 있는가 하면, 점점 더 애착이 가는 자전거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개개인의 성향에 따른 차이도 있겠지만, 자전거가 주는 다이내믹한 삶의 즐거움을 안다면 아마도 애착에 더 무게가 실릴 것이다. 콤팩트 3.0은 그런 애착을 주기에 적당한 자전거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늘어나는 뱃살을 줄여보고자 다시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다. 벌써 2주가 넘었으니 꽤 열심히 타고 있는 셈이다. 비가 오거나 저녁에 술약속이 있지 않는 한 꾸준히 타고 다닐 생각이다. 서울시가 2014년까지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무척 반갑다.
(관련뉴스:'서울 자전거 특별시' 출퇴근 풍경이 바뀐다) 지금까지 살펴보았을 때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도 거의 같거나 오히려 빠르다. 샤워를 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지만, 물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닦아줌으로써 땀냄새 등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가실 수 있었다. 가장 큰 걱정과 두려움은 역시 교통사고다. 안 쓰던 헬멧까지 제대로 갖추고 다니고는 있지만, 울퉁불퉁한 도로 갓길이나 무개념 운전자들을 만나다 보면 가슴이 철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혹시 술을 마시고 싶다면 비 오는 날 연락해 주시길... 그 날은 무조건 콜이다.

2.
황석영 작가가 블로그에 글을 남겼다. 그의 상상력은 대단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참여한다는 그의 진심을 왜곡할 마음은 없다. 단지 이명박 정부가 그 진심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해 보겠다. 평화열차는 꼭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관련 글 :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3.
교과서 성적이 매우 안 좋았다. 그 여파로 5층에서만 벌써 4명이 퇴사했다. 이러다보니 교과서 실패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반성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담당자의 실패로 귀결되는 듯하다. 회사로서도 일의 기획단계에서 타당성이나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일이 한참 진행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재정의 지원도 부족했다. 물론 진행하는 사람들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 책임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유야무야 없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회사 조직 내에 나쁜 선례가 남겨진 셈이다. 즉, 회사의 책임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무조건 해당 진행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겨 버리고, 교과서 채택 실패는 곧 퇴사라는 이상한 공식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 조직 내 분위기를 이렇게 만든 데에는 나를 비롯해 같이 근무하는 다른 동료 직원들의 책임도 크다. 각자에게 있을 상처들을 냉철히 돌아보고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올바르게 정리하여 새 출발을 하든 다시 새로운 각오를 다지든 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시 결론은 그렇다. 회사라는 조직은 개인을 하나의 도구로 볼 뿐이다. 자기 권리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러니 조직하라.

4.
음악 교과서 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국어 전공자가 왜 음악이냐고? 국어니까 어떤 과목이든 할 수 있다는 게 논리다. 이참에 악기라도 배울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04년 3월 덕수궁



소한이다. 대한이가 얼어 죽는다는 소한이라고 하는데, 오늘의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높다고 한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고 하는데 춥지 않으니 그것도 걱정이다.
새해 들어 처음 맞는 절기 중의 하나인 소한이 제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겨울철 가장 추운 날은 소한부터 시작해 대한까지라고 하는데
이대로 가면 소한이가 대한이네 가서 얼어 죽을지도 모르겠다.

예전 농가에서는 소한부터 입춘이 오기까지의 혹한기를 대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시기라고 한다.
'섣달 그믐이면 나갔던 빗자루도 집 찾아온다.'라는 속담이 말해 주듯 혹독한 겨울나기의 시작이 바로 이때부터이다.
지금은 이맘 때쯤, 우리는 진행 중인 새해 계획을 점검하고, 작심삼일로 끝내야 할 무리한 계획을 수정하고
보다 힘있게 추진해야 할 계획들에 대해 자신을 더욱 독려할 때이다.

새해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절기가 소한인데, 춥지 않다.
아무래도 어느 때보다 더 혹독한 추위를 넘겨야 하는 우리네 어려운 사정에 대한 하늘의 따뜻한 동정이 아닐까?
겨울이 춥지 않다는 것은 도시 생활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좋다. 난방비도 적게 들어가고 활동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춥지 않다는 날씨 예보를 믿고 자전거를 끌고 출근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니 허벅지가 뻐근하다.
그래도 새벽공기를 가르는 기분이 좋다. 무척이나 건조한 날씨다보니 차량이 내뿜는 매연의 냄새가 어느 계절보다 진하다.
마포대교를 건널 때 도시의 빌딩 위로 낮게 떠 있는 태양이 반가웠다.
앞으로 자주 대면해야할 풍경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서울을 크게 보아 한강의 수경이라는 X축과 북악산, 남산,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산경의 Y축으로 이뤄진 사분면이다. X축과 Y축이 만나는 산수의 중점에 한남대교가 있지 않나 싶다. 원래 서울 도심의 수경축은 청계천이었다가 강남으로 서울이 뻗어나가면서 한강으로 대체됐다. 


홍은택 씨가 쓴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의 한 대목이다. 홍은택 씨는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이라는 자전거 여행기를 쓰기도 했다. 얼마전 후배로부터 선물받은 이 책은 올해들어 자전거 출퇴근을 일주일이 2~3회 정도 하고 있는 나에게는 매우 유용하다. 글들은 대부분 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던 내용들을 책으로 다시 정리해서 내놓았는데, 자전거로 서울에서 출퇴근 하는 이들이거나 자전거 출퇴근을 생각하는 이에게는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까.



여행 기분을 내며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여행과 같지 않다. 출퇴근과 여행 모두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여행은 매일 목적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또 꼭 가야할 목적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연적 목적지가 있는 출퇴근과 다르다.



자전거에 대한 생각, 그리고 자전거에 의한 여행을 바라보는 관점은 홍은택 씨의 생각에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다. 작년 말 자전거 전국여행을 하면서 가졌던 감정의 일부분이 여전히 자전거 출퇴근 행위 중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퇴근길 자전거를 타고 지나면서 보는 풍경들-버스정류장의 사람들, 아현동의 가구상점, 마포대교를 건너며 보는 한강의 일몰, 여의도 공원의 한가로움, 영등포역 주변의 분주함-은 퇴근을 여행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들이면서 일상의 한 부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전거는 그 안장에 올라타고 길을 달릴 때부터 곧 여행이다.
바람을 가르고 힘차게 페달질을 하면 온갖 지나치는 군상과 일상이 꿈처럼 몽롱하게 스쳐지나간다. 일상이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자전거 출퇴근이 가지고 있는 묘한 기운이다. 책의 저자 역시 그러한 면에 주목해 자전거 출퇴근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자전거 타기는 바람에 얼굴을 씻는 즐거움이었고 숲의 향기에 흠뻑 젖는 희열이었다. 미래가 불투명했던 시절, 자전거 타는 것 외에 다른 아무 목적이 없었을 때 가장 행복했다. 자전거는 내게 공간 이동의 자유뿐 아니라 나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의 자유를 줬다. 지금은 자전거 타기, 그 자체보다 자전거를 타던 그 때의 질박한 생활이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 과제와 고통, 그리고 성취가 분명했던 시절.


언제나 여행을 꿈꾼다. 꿈꾸는 자는 준비된 자다. 자전거 출퇴근을 통해 꿈꾸는 많은 것들, 여기 이 책에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다. 모두가 자전거로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바라며, 그런 꿈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에게 이 책 <서울을 여행하는 라이더를 위한 안내서>를 강력 추천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블로그 이미지

구상나무

네가 보는 책들,한권한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한권의 책이 새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때마다,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바람의 그림자/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36)
구상나무 아래에서 (253)
생활 여행자 (141)
사막에 뜨는 별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