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1/04/15 | 엽기적인 그녀
  2. 2011/03/22 | 민서 응가할래? (2)
  3. 2010/08/17 | 민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4)
  4. 2010/06/28 | 머리 깎은 민서 (4)
  5. 2010/06/15 | 이것이 운명이다 (6)
  6. 2010/04/19 | 민서의 시골 생활 (8)
  7. 2010/04/14 | 민서는 지금 구례에 있어요 (6)
  8. 2010/02/07 | 아내의 외출 (10)
  9. 2010/02/01 | 아내의 탁상 달력

엽기적인 그녀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어젯밤 민서 재우면서 민서 손을 꼼지락 꼼지락 만지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들려준 이야기.

"글쎄, 오늘 낮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아? 민서가 배변의자에서 의자 뚜껑을 만지면서 노는 거야. 그건 민서가 쉬야나 응가가 하고 싶다는 표시거든. 그래서 내가 '민서, 응가 하고 싶어?'하고 바지 벗겨서 앉혀 놓고 같이 노래 부르며 응가하는 놀이를 했지. 그런데 응가가 아니고 쉬야더라. 아주 많이 싸놨더라구. 이제 거기서 쉬야 하는 게 재미있나봐. 아무튼 그렇게 쉬야해놓고 다시 바지 입히고 난 급하게 일이 있어서 일보고 있는데, 어디서 물소리가 들려. 돌아보니까, 아이구, 민서가 자기 오줌물을 가지고 놀고 있더라. 심지어 자기 얼굴에 막 바르며 세수 하는 흉내까지 내는 거야. 그걸 보고 내가 '민서야!!!'하고 급하게 부르니까 날 씩 보더니, 두 손을 활짝 펴고 나에게 달려오는 거 있지. 안아달라고..."

물론 나는 그때 민서의 손을 살포시 내려놓고 있었다.

 

사랑한다 민서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구상나무 아래에서 > 하늘을 여는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의 끄트머리  (2) 2011/08/22
빵빵이 아줌마 그동안 고마웠어요.  (0) 2011/05/02
엽기적인 그녀  (0) 2011/04/15
민서 응가할래?  (2) 2011/03/22
재미있는 흙장난  (0) 2011/03/07
중이염에 걸린 민서  (8) 2011/02/14
TAG 오줌, 육아

민서 응가할래?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엄마 뱃속에서 8달 만에 나온 아이라 부족한 두 달로 인해 늦될 것이라는 의사의 말이 있었다. 그런데 다행히 민서는 보통의 아이들만큼 자라고 있다. 돌도 되기 전에 걷기 시작한 것은 보통의 아이에 비하면 빠르다. 늦될 것이라는 말이 있었던 만큼 아이의 이런 성장 발달이 우리 부부에게는 경이롭기만 하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는 유아용 용변기에서 변을 보기 시작했다(네, 지금 저는 아이가 똥 누는 것도 자랑이라고 글 쓰고 있습니다-_-;;). 보통은 18개월부터 배변 교육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민서는 불과 15개월 만에 용변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항상 용변기에서만 변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3번 중에 2번은 용변기를 이용하고 있다. 민서는 배에서 신호가 오면 뿡뿡이(소아용 용변기) 주변을 서성거리며 엄마 아빠를 부른다. 민서가 용변기에 앉아 똥을 누는 일을 즐거워한다는 점은 앞으로 배변 교육이 잘 진행되리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게 한다.

민서가 이렇게 일찍이 배변을 따로 보기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엄마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먼저 민서엄마는 유아용 용변기를 일찌감치 장만해 두었고, 용변기를 장난감 삼아 친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게다가 TV에 나오는 뿡뿡이 만화나 집안에 들여놓은 뿡뿡이 볼텐트 등은 아이에게 배변에 대한 친숙함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또 집에 엄마와 아기만 있을 경우, 엄마도 생리 현상을 해결하려면 화장실을 가야하는데, 그때마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하는 민서를 안고 들어가거나 화장실을 열어놓고 일을 봐야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민서가 배변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민서는 자신의 변을 신기해한다. 자신의 몸에서 나온 물질에 대한 호기심이다. 이런 아이의 호기심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민서 엄마는 아이의 호기심을 이용한다. 바로 변과 이야기를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변기에 버리는 과정도 보여주고 잘 가라는 인사도 나누게 한다. 이를 통해 변을 보는 모든 과정을 놀이와 유희로 만들어 준 것이다.

민서가 언제쯤 기저귀를 뗄 수 있을까?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 기저귀를 빨리 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아이의 육아에서 가장 먼저 포기할 것이 욕심이라는 말을 들었다.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일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구상나무 아래에서 > 하늘을 여는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빵빵이 아줌마 그동안 고마웠어요.  (0) 2011/05/02
엽기적인 그녀  (0) 2011/04/15
민서 응가할래?  (2) 2011/03/22
재미있는 흙장난  (0) 2011/03/07
중이염에 걸린 민서  (8) 2011/02/14
민서, 감기를 만나다  (2) 2011/02/08

민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여전히 난 민서가 태어나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민서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날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고통스러워하고 힘겨워 하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출산의 고통에 대해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워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매우 힘겹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 고통은 여전히 내 기억에 자리잡고 있다. 물론 당사자에 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둘째를 생각하고 있다.

내가 둘째를 가지는 것에 대해 가장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내 재정 건전성이나 내 삶의 부자유 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힘들어 했던 아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내가 그것을 잊었을 리가 없다. 적지 않은 나이라서 임신과 출산을 위해서 단단히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굳이 둘째를 생각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딸 민서가 홀로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것. 그 고통과 힘겨움을 무릎쓰려는 엄마의 모정은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둘째를 가졌을 때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키워 보면 후회할 거라는 사람들의 말도 흘려 듣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것이다. 미래에 저당잡혀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아내와 나, 민서가 행복한 길을 찾는 게 정답이다.

아내가 둘째를 가지자고 한다. 아마도 잘 된다면 마흔 전에 아이 둘 키우는 아빠가 될 수도 있겠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머리 깎은 민서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어린왕자를 만나다                                




지난 토요일은 아내의 친한 동생네 돌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멀리 남양주에서 열리는 돌잔치라서 이왕 나서는 길, 가족 나들이 계획까지 세웠더랬죠. 아침 일찍 나와서 쁘띠프랑스를 둘러보고 청평휴양림에서 산림욕을 즐긴 후 마석공원 미술관에 들렀다가 저녁 6시에 있을 돌잔치에 참여하자는 거창한 계획은 때아닌 장마 소식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대신 쁘띠프랑스만 둘러보고 돌잔치에 다녀왔지요.

쁘띠프랑스는 입장료가 대인 8,000원이었는데, 그 가격만큼 볼만한 게 있었는지는 회의적입니다. 여기저기 다채로운 행사를 하던데, 아기를 안고 다니기에는 사실상 어렵더군요. 그래도 좀 큰 아이들은 신나 보였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소설 <어린왕자>는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잃어버린 순수의 세계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텍쥐페리의 이상이 <어린왕자>에 드러나 있죠.

어린왕자는 장미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 갔다.
그는 꽃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조금도 닮은 데가 없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니야. 누구 하나 너희들을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도 누구 하나 길들이지 않았어. 옛날엔 내 여우가 꼭 너희들같았지. 세상에 흔해 빠진 여우들과 뭐 다를 데 없는 여우 한 마리에 지나지 않았지. 그러나 내가 친구로 삼았고 이젠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됐어."
그 말에 장미꽃들은 몹시 난처했다.
어린왕자는 말을 계속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러나 너희들은 비어있어. 아무도 너희들을 위해 죽을 수는 없는거야. 물론 나의 꽃인 내 장미꽃도 멋모르는 행인은 너희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할꺼야. 그러나 그 꽃 하나만으로도 너희들 전부보다 더 소중해. 내가 물을 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유리덮개를 씌워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바람막이로 바람을 막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내가 벌레를 잡아준 꽃이기 때문이야. (나비가 되라고 두 세 마리는 남겨 놓았지만) 내가 불평을 들어주고, 허풍을 들어주고, 때로는 침묵까지 들어준 꽃이기 때문이야. 그것은 나의 장미이기 때문이야."

나만의 장미, 나만의 여우, 저에게는 민서와 아내가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기들여져 있어 그들 없이 세상을 건넌다는 게 저에게는 무의미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들에게 물을 주고, 유리덮개를 씌워주고, 바람막이가 되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항상 그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싶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길들여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쁘띠프랑스는 좀 실망스러웠지만, <어린왕자>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내가 아끼는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제 곁에 항상 어린왕자를 두고 있어야겠네요.



동자승이 된 민서                                           


일요일에는 부모님까지 참석한 작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민서 머리 깎기'. 이전부터 머리를 한번 싹 밀어주자는 아내의 요청이 있었는데, 자꾸 미루어 오다가 어제 드디어 거사를 진행했죠. 민서가 숨넘어가는 울음을 울거라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민서는 머리를 깎는 내내 아주 침착하고 조용히 있더군요. 물론 좀 귀찮다는 듯 머리를 도리질 치긴 했지만 그다지 큰 어려움 없이 일을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발기를 이용해 깎긴 했지만 너무 바짝 자르지 말라는 아내의 요청이 있어서 이발기에 보조기구를 대고 잘랐더니 밤송이 같은 머리가 나왔네요. 아내는 배냇머리를 잘 간직했다가 붓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걸 대행해 주는 곳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아기의 배냇머리를 고이 간직했다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선물과 함께 준다고 합니다.

민서는 머리카락은 엄마를 닮아서인지 얇고 숱이 적은 편입니다. 저를 닮았다면 무성하고 빳빳할텐데 말이죠. 깎아 놓고 보니 어느 절의 동자승처럼 아주 귀엽습니다.

아내도 민서 머리 깎은 기념으로 더불어 결혼 이후 줄곧 길렀던 긴 머리를 잘랐습니다. 머리가 기니까 아기를 업을 때 여러가지로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고, 무엇보다 머리를 다듬고 신경써야 할 일이 많다는 게 피곤하다는군요. 처음 만났을 때 짧은 단발머리였기에 오히려 전 환영했습니다. 아내는 짧은 머리가 아주 잘 어울리거든요.

이렇게 모녀가 함께 머리를 다듬은 날, 기념 사진을 하나 찍었습니다. 왼쪽은 before 오른쪽은 after^^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이 장소를 Daum지도에서 확인해보세요.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 (주)쁘띠프랑스
도움말 Daum 지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구상나무 아래에서 > 하늘을 여는 아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서와의 숨바꼭질  (2) 2010/10/04
민서가 이렇게나 컸네요.  (2) 2010/08/19
머리 깎은 민서  (4) 2010/06/28
민서의 셀프 스튜디오 나들이  (10) 2010/06/21
민서는 바구니를 좋아해  (2) 2010/06/18
이것이 운명이다  (6) 2010/06/15

이것이 운명이다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순수한 육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태동하는 아이의 영혼은
우리에게 바로 '지금'과 공명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알려주는 그 신호에 우리는 충분히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운명이다.







아이를 안아 들어 본다는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그것은 큼직한 사랑을 하나 들고 있는 무게와 같다. 아이가 무럭무럭 크다 보면 그 버거움은 아이의 몸무게만큼 더욱 커진다. 그런 사랑을 거뜬히 들어 올리는 게 또한 사랑이니, 사랑은 얼마나 위대한 경험인가.

고된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와 아기가 함께 맞아주는데, 그때마다 민서는 활짝 웃어 주는 걸 잊지 않는다. 그날 있었던 모든 안 좋은 기억들을 지워주는 미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래서 점점 가벼워진다. 누군가는 회사에 묶어 놓은 말뚝을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묶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 말뚝은 꽃을 닮았나 보다. 집안에서는 꽃향기가 나는 듯하다.

민서가 7kg을 살짝 넘어서고 있다. 2.02kg의 미약한 몸무게로 태어났지만 200여일을 지나고 있는 지금 아주 건강하고 활기차게 잘 자라고 있다. 민서를 들어 안는 일은 행복하지만 조금씩 삶의 무게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 걱정스런 눈길을 느꼈는지 민서는 환하게 웃어 준다. 빠져들 것 같은 눈동자를 보며 근심을 잊는다.


















요새는 뒤집기가 한창이다. 어떨 때는 잘 자다가 자기도 모르고 뒤집고는 끙끙대는 통에 나와 아내의 잠도 깨우고 만다. 그럼에도 아이가 뒤집는 모습은 경이롭다.

처음에는 허리를 활처럼 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한쪽 다리와 뒷머리를 받쳐서 허리를 띄운다. 이러면 절반은 성공이다. 예전에는 여기서 힘이 딸려서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고 말았는데, 요새는 다리 힘도 세지고 목의 근육도 단단해졌는지 끙끙 두번만 하면 어느새 뒤집고 엎드려 있다.

민서에게 엎드려서 보는 세상은 이전과는 아주 다른가 보다. 무척이나 신기한 듯 고개를 둘레둘레 흔들며 주위를 살핀다. 자신이 한 행동이 의미하는 것을 곰곰이 뒤짚어 보는 듯한 멍한 눈빛으로 앞을 본다. 물론 그렇게 한 5분 정도 있으면 울음을 터뜨린다.

요새는 뒤집은 자세에서 발을 허둥대곤 한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본격적으로 기어다닐 것이다.



















기어다니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큰일이라고 다들 말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느 부모든 그럴 것이다. 아이가 다칠 거라는 생각은 그 어떤 악몽보다 무섭다.


그러나 이 세상은 비참과 무지, 불의와 폭력이 난무한다.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이해를 무력화시키는 온갖 사건사고들이 곳곳에서 터지는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은 것 자체가 원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며 우리의 꿈과 희망을 다음 세대에 걸어 보는 것이다. 생명 있는 것은 모두 더 나아지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이 사회는 인간의 이런 유기적 욕망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곳이라면 좀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꿈이다.

사람들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그것은 '살아있음에 대한 경험'이다. 순수한 육체적인 삶의 경험에서 태동하는 아이의 영혼은 우리에게 바로 '지금'과 공명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알려주는 그 신호에 우리는 충분히 반응해야 한다. 이것이 운명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민서의 시골 생활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기도하는 민서




4월 19일이 결혼 1주년입니다. 비록 아내와 딸은 멀리 전라남도 구례 산골짜기에 있지만, 저로서는 남다른 날을 남다른 방법으로 기념해 보렵니다. 불과 1년 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들떠 정신없이 결혼식을 치렀던 기억들이 이제는 아주 오래전 기억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자리에 사랑하는 아내와 그만큼 또 사랑하는 딸, 민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현재가 행복하면 과거는 금방 멀어지는 법이죠. 이렇게 저에게 1년 만에 사랑하는 여인이 둘이나 생겼습니다. 세상이 맺어준 인연 아내와 하늘이 맺어준 인연 딸. 둘의 웃음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일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새벽 5시에 출발해 다시 4시간여의 먼 길을 달려 아내와 민서에게 갔지요. 여전히 운전은 서툴고 낯설지만(2007년에 면허를 땄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는 길은 즐겁기만 했습니다. 9시 반쯤 장모님 댁에 도착해 보니 아내와 민서는 곤히 자고 있었지요. 주말 아침의 늦잠은 그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은 거라 가만히 옆에 앉으려 했는데, 민서가 먼저 깨서 말똥말똥한 눈으로 아빠를 쳐다보네요. 그리고 아내도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서 일어났지요.

민서는 일주일동안 많이 달라졌습니다. 서울에서는 4~5일마다 변을 보았는데, 시골에 와서는 거의 매일 황금변을 내놓았습니다. 스스로 손을 모으고 물건을 잡는 시늉을 하고, 가만히 물건을 쳐다보거나 손을 쳐다보는 행동을 합니다. 안아주는 사람과 눈을 잘 마주치고, 엄마가 움직이는 대로 자기 시선을 돌립니다. 옹알이도 많이 늘어서 민서가 가장 기분 좋은 아침에는 아주 시끄러울 정도입니다. 뭐라고 하는지도 모를 말에 넙죽넙죽 대꾸를 잘하는 엄마가 있어 다행이지요. 상상력 부족한 저는 대답할 말을 못 만들어 내고 그냥 "어~ 어~"라고만 하지 말입니다.

이날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자동차로 지리산 성삼재에 오르려 했으나 계속되는 이상저온으로 대신 쌍계사길 드라이브만 다녀왔습니다. 쌍계사 벚꽃 길은 아내가 예전부터 꼭 가보아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터라 저 역시 기대감이 컸는데, 정말 쌍계사 벚꽃 길의 아름다움은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에 비할 바가 아니더군요.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때는 벚꽃이 많이 지고 난 뒤였지만, 남아 있는 꽃잎과 떨어지는 꽃잎 속에서 이전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쌍계사에서 아내와 민서




민서는 아직 자동차 여행에 익숙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여전히 작아서 아기띠를 해도 그다지 편안해 보이지 않았지요. 그리고 콧바람 신나게 쐬고 온 하루였습니다. 나중에 아장아장 걷게 되면, 산과 들로 더 신나게 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인간과 자연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습니다. 이번 짧은 여행에서 아내와 나는 다시 한 번 민서와 약속하고 왔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민서는 지금 구례에 있어요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놀아달라고 떼쓴
민서를 벌주기 위해서
바지 속에 팔을 넣어봤습니다.
녀석은 가만히 있더군요.
벌써 자기의 잘못을 깊이 알고
반성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빠,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여러분이 보기에도 그렇지 않나요?

암튼 저렇게 만들어 놓고
전 자전거 타고 출근했습니다.
아마 민서 엄마가 제가 나가자마자
풀어주었을 겁니다.

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며,
옆의 계단으로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는
다세대 집구조이다 보니,
민서는 작은 울림에도 깜짝깜짝
잘 놀라는 듯합니다.

아이를 보면서 새삼 도시의 소음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37년을 살아오면서 이제 이 도시의
시끄러움에 많이 익숙해졌나봐요.
그러나 아이는 그렇지 않았죠.
결국 엄마 아빠가 잘 때는 조용조용
놀때는 시끄럽게 하는 방법 밖에는
없더군요.















민서는 지금 아내와 구례에 있습니다.
장모님 칠순 잔치를 앞두고
아내와 함께 미리 구례에 내려가 있죠.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공기 좋고 물 좋은 동네입니다.
최근에는 근처에 골프장 만드는 문제로
동네가 시끌시끌합니다만,
그래도 산수유, 매화,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는 동네죠.
거기서 아주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장모님 집이
인터넷도 안되고, 컴퓨터도 없어서
아내의 블로그도 멈춰버렸네요.
회사에서 하루에 한번씩 올라오던
아내 블로그의 민서 이야기가
저에게는 하루의 신성한 청량제였는데,
그게 없으니 무척이나 허전합니다.

4월 중순인데도 날씨가 춥네요.
그래도 지리산이 북동쪽에서 내려오는 꽃샘추위를 잘 막아주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산후통이 좀 심한데,
(친정)엄마가 해시주는 밥을 먹으면서
많이 나아져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아플 때는 엄마가 해 주시는 밥만큼
좋은 게 없잖아요.















오늘 통화해 보니,
민서는 똥도 잘 싸고,
잠투정도 덜 하고
아주 잘 논다고 하네요.

역시 시골 공기는 아이에게 좋습니다.
누구는 아이 교육과 미래를 생각해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고 하지만
맑고 밝게 키우려면 역시 시골에 사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저 생각만 이리저리 굴리며
역시 갈피를 못잡고 맙니다.

아내는 매일 민서 사진을 보내 줍니다.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주말에 예정에 없던
구례행을 결정했습니다.
아무래도 민서 한 번 안아보지 않으면,
팔에 가시가 박힐 것 같아서 말이죠.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AG 아기, 육아

아내의 외출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어제, 오랜만에 아내의 화장한 얼굴을 보았다. 아내는 토요일을 맞아 자유 시간을 갖기 위해 외출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화려한 색조화장과는 거리가 멀다. 소위 말하는 방황이나 가출은 더더욱 아니다. 기껏해야 친구들 만나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나 나누는 게 전부다. 하지만 아내는 "예전 같으면 거나하게 한술 했을텐데…"하며 아쉬워했다. 화장한 아내의 얼굴을 보니 나까지 괜히 가슴이 설렌다.

토요일은 언제나 아내에게 자유시간을 주고자 했다. 오전에도 내가 아기를 돌봄으로써 아내가 충분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짜서 비축해 놓은 냉동 젖을 녹여서 적당히 덥힌 후 민서에게 먹이고 달래고 놀아주면, 아내의 곤한 잠은 방해받지 않을 수 있다. 대신 나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멀리 산행을 다녀올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토요일은 아내가 자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내의 자유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젖이 불어서 도저히 6시간 이상 놔둘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내 혼자 가는 여행도 쉽지 않다. 유축기를 쓰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유축기로 젖을 짤 수 있는 공간이 한국 사회에 그리 흔한 게 아니다. 그렇다고 아기를
데리고 다닌다면 그게 편한 자유 시간일 수 있을까.

아내가 외출하고 나면 민서와 나의 온전한 하루살이가 시작된다. 민서는 아빠와의 시간이 즐거웠는지 잠을 자지 않고 하루 종일 칭얼대며 놀았다. 기저귀를 두 번 갈았는데, 한번은 기저귀 갈다가 오줌을 싸는 바람에 내 손등을 따뜻하게 적셔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래도 좋다고 웃음만 나온다.







1
시에 나갔던 아내는 7시가 채 못 되어 돌아왔다. 이미 5시 30분에 젖을 먹였지만, 아내는 아직 잠들지 않은 민서에게 젖을 물렸다. 민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아무래도 냉동 젖을 덥혀서 먹는 젖과는 맛이 다를 것이다. 아기가 젖을 먹는 폼을 보면 생명이 가진 신비함과 오묘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아내가 들어온 후 나는 텅텅 빈 냉장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장을 보러 나섰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나를 위해 항상 반찬거리를 고민하는 아내를 위해서라면 '장바구니 들고 다니는 남자 ' 쯤이야 대수이겠는가. 밤새 아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도 도시락을 챙겨주는 아내를 위해 장보기 정도는 기꺼이 감수해야 할 내 몫이다. 하지만 장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거리 음식들의 종류도 참 많은데, 예전에는 대충 가격보고 샀다면 지금은 포장물에 적힌 구성 성분 등도 꼼꼼히 따져본다. 아내가 적어준 내용과 함께 이것저것 구매하다 보니 금세 5만원이 넘어간다. 덕분에 5만원 이상 구매한 이들에게 주는 카밀라유를 공짜로 받아오는 행운도 챙겼다. 당분간은 장볼 일은 없을 듯싶은 흐뭇함으로 냉장고를 채웠다.

아내의 빈자리를 느끼기 보다는 아내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하루였다. 덕분에 딸 민서를 원 없이 안아보고 더 가까이서 민서의 표정들을 지켜 볼 수 있었다. 나에게 언제나 토요일은 언제나 이렇게 충만할 것이니, 누가 부럽겠는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구상나무 아래에서 > 일상의 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프로젝트2: 한달 500g씩 1년 6kg 체중 감량  (4) 2010/03/03
사무실에 핀 봄꽃  (0) 2010/02/24
아내의 외출  (10) 2010/02/07
아내의 탁상 달력  (0) 2010/02/01
접란의 점령기  (4) 2010/01/28
연말정산  (4) 2010/01/27

아내의 탁상 달력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벽걸이 달력이 줄어든 대신 탁상달력이 넘치고 있다. 안방 책상에도, 체중계 근처에도, 아기 머리맡에도 탁상 달력이 놓여 있다. 달력에 무언가를 기록하는 데는 젬병에 가까운 수준인 나에게 탁상달력은 그저 요상한 물건일 뿐이다. 결혼하고 난 후 체중계 옆에 있는 탁상 달력에는 매일 아침 아내와 나의 몸무게를 적어 놓는다. 처음에는 임신한 아내의 몸무게 변화를 통해 건강 여부를 체크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제는 내가 더 적극적이다. 몸무게를 줄여보겠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적고 있지만, 실상 줄어들기 보다는 더 늘어나는 걸 막고 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성실하게 기록하다 보면, 한 달 동안의 몸무게의 변화가 혼란기 주가지수처럼 출렁이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겨울 동안 몸무게를 지켜내는 데는 이 탁상 달력과 체중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민서의 탁상 달력도 있다. 아기 머리맡에 놓아 둔 탁상 달력은 아내의 꼼꼼한 기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민서가 똥을 몇 번을 싸고, 몇 시에 젖을 물렸으며, 목욕은 언제 했는지의 기록들이 자세히 정리된 것이다. 아기에게 특별한 이상이 있을 때나 기념할 만한 사건이 있는 날도 메모가 되어 있다. 민서 태어난 이후의 날들을 하루하루 셈해서 적어 넣는 정성도 아끼지 않는다. 또 따로 포스트잇을 사용하여 아기의 특이사항을 메모해 놓고 이후 병원 검진 때의 질문 목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내의 기록에서 아기의 미래를 본다. 기록은 적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지향하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담았다. 우리의 체중 기록이 서로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이정표였듯이, 아기의 일상을 메모한 달력은 건강하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아기의 미래를 그려보는 조감도를 보는 것과 같다. 탁상 달력 하나에 적혀 있는 소소한 메모도 하나의 역사가 되는 순간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구상나무 아래에서 > 일상의 발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무실에 핀 봄꽃  (0) 2010/02/24
아내의 외출  (10) 2010/02/07
아내의 탁상 달력  (0) 2010/02/01
접란의 점령기  (4) 2010/01/28
연말정산  (4) 2010/01/27
겨울비 안개 속으로  (0) 2010/01/20
블로그 이미지

구상나무

네가 보는 책들,한권한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한권의 책이 새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때마다,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바람의 그림자/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434)
구상나무 아래에서 (251)
생활 여행자 (141)
사막에 뜨는 별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