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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7 | 백두대간 2 - 왜 혼자서 왔어? (6)
  2. 2007/03/07 | 겨울 지리산 종주 2일차 : 세석-벽소령(-음정마을)

백두대간 2 - 왜 혼자서 왔어?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왜 혼자서 왔어?


- 백두대간 지리산에서 덕유산까지 9박10일의 이야기 2
- 장터목산장 >> 촛대봉 >> 벽소령 >> 연하천산장(12.8km)
- 2008.06.26



장터목산장은 이른 새벽부터 어수선하다.
3시반부터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잠결에 들린다. 대부분 일찍부터 일출을 보러 천왕봉에 오르려는 사람들이다. 산장 게시판에는 이날 일출이 5시 15분 경에 있을 거라고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름이 위아래로 가득했던 엊저녁의 풍경은 멋진 일출을 보여줄리 만무하다. 만일 날이 좋았다면 나는 촛대봉 일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날씨 때문에 접었다. 4시경에 일어났다. 일찍 일어났지만 잠은 충분했다. 이미 많은 침상이 비어있다. 모포가 어지럽게 널린 곳도 있다. 대충 꾸리다가 만 배낭도 보인다. 급하게 나간 모양새다.


핸드폰을 열어보았다.


내일 지리산 최저

14도 최고 21도

구름 조금 강수확률

오전 10% 오후 20%


후배 환국이가 문자를 보내주었다. 이번에 떠나오면서 아무래도 기상정보는 접하기 어렵다 싶어 환국에게 다음날 기상정보를 문자로 보내달라고 부탁해 놨다. 오기 전에도 무운을 빌어준 후배였고, 여행 내내 문자를 보내 준 것에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햇반으로 아침을 먹었다. 산 아래서 준비해온 카레와 더불어 먹으니 먹을 만하다. 새벽 공기가 약간 서늘하지만 상쾌하다. 멀리 구름이 잔뜩 껴있다. 밥을 먹고 나니 새벽에 천왕봉에 다녀온 이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예상대로 일출은 없었다. 사람들 얼굴 여기저기에는 피곤하고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다. 장터목의 아침은 일출에 따라 표정은 확 달라진다. 멋진 일출이라도 있던 날이면 축제 분위기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렇듯 침울하다. 날씨랑 똑같다.


5시 반, 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꾸렸다. 어제는 배낭을 잘못 꾸려서 힘들었다. 배낭을 꾸릴 때는 부피에 비해 무거운 것을 아래로 넣고, 가벼운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아올려야 한다. 양말이나 속옷, 여분의 옷은 딱딱한 물건들 사이사이에 끼어 넣는 게 효율적이다. 물론 배낭에 짐을 넣기 전 김장비닐을 넣어 침수에 대비하는 것도 요령이다. 또 옷들은 지퍼 팩이나 작은 비닐주머니에 소단위로 나눠 놓으면 효율적으로 배낭을 채울 수 있다. 우의나 배낭커버는 유사시 바로 꺼낼 수 있도록 배낭 위쪽이나 옆주머니에 넣어둔다. 그러나 이날 같을 경우 비올 확률이 매우 낮아서 안쪽 깊이 넣어버렸다. 우의도 부피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배낭을 잘못 꾸리면 배낭에 따라 몸의 중심이 흔들리기 쉽다. 그러면 무릎이나 발목, 허리 등에 더 많은 무리가 가고 피로감도 급격히 찾아온다. 배낭은 최소한 몇 시간 동안 짊어지고 가는 것인 만큼 많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꾸려야 한다.


6시, 장터목 산장을 떠났다.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나왔지만, 곧 몸이 더워졌다. 연하봉에서부터 슬슬 구름이 다시 몰려들었다. 하얀 파도처럼 아주 천천히 밀려오는 게 보였다.





7시 20분 촛대봉에 도착했다. 봉우리 모양새가 촛농이 흐른 촛대처럼 보인다해서 촛대봉이다. 이미 짙은 구름으로 10m 앞을 보기가 어렵다. 넓은 세석평전이 한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세석산장은 들리지 않고 곧장 영신봉으로 치고 올랐다. 여름 꽃들이 아침이 되자 만개하고 있다. 초록의 숲에서 피어난 수수한 순백의 꽃들은 별처럼 반짝이며 길잡이를 하고 있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지리산 마루금은 그다지 힘들지 않다. 대부분의 봉우리들이 1500m의 고봉이지만 한시간 이상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드물다. 8시에 영신봉을 올랐다. 영신봉에서 떨어지는 급한 내리막에서는 잘 만들어진 나무계단이 있어 편하다. 눈앞으로 펼쳐진 광경이 구름으로 가려져 아쉽지만 키큰 나무들이 펼쳐진 협곡의 모습은 지리산에서 놓칠 수 없는 풍경 중 하나다.


영신봉을 넘어서면 곧이어 갖가지 모양의 암봉이 삐쭉 솟아 있는 칠선봉에 이른다. 잠시 배낭을 풀어 내려놓고 시간과 자연이 빚은 바위 모습을 보면서 감상에 젖어본다. 다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서면 맑은 샘을 만날 수 있다. 선비샘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언제나 수량이 많아서 오가는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물통을 가득 채워주고 있다. 이곳까지 오는 내내 나와 같은 여정을 가는 사람을 보기 드물었는데, 선비샘에서 아저씨 두분이 동행이 되었다. 산에서 말을 트는 인사말은 대개 이렇다. “어디서 오셨어요?” 혹은 “어디로 가세요?”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오고 가는 길을 묻는 건 당연한 일, 그렇게 해서 대화가 시작되고 동행이 되는 것이다.


“왜 혼자 왔어?”

“아, 네. 다들 시간이 잘 안 맞아서요.”

“혼자 지리산 오는 사람은 보통 고민이 있어 오잖아.”

“……”

“결혼, 연애, 사업, 직장 등등 뭐 그런 고민들을 짊어지고 오지.”


혼자 지리산을 찾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96년 군을 제대하고 나서 홀로 지리산을 찾아 하루 동안 광란의 질주로 천왕봉까지 달렸다. 마땅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답답한 마음을 지리산에 의탁해 보는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은 비단 나만 그렇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그런 마음과 정신을 치유받기 위해 숲을 찾고 지리산을 걷는다. 숲의 마루금을 걸으면서 아픈 가슴은 맑은 산공기로 가득 채우고, 복잡한 머릿속은 숲의 공명으로 채운다. 아무 생각없이 걷다가 봉우리에서 깊은 숨을 몰아쉬어 보고, 산 아래 펼쳐진 장난감 같이 조그마한 세상풍경을 보며 위안을 받아 보는 것이다. 지리산에서 사람들은 고통, 우울, 절망, 실패, 좌절을 버리고 온다. 그 깊고 깊은 계곡에서 푹푹 썩어가고 있는 나쁜 감정과 생각들은 다시 우리에게 희망이라는 선물로 돌아오고 있다. 혼자서 산을 가도 좋은 이유다.



 


 


 


 


 


12시에 벽소령에 도착했다. 이제 여기서 연하천까지는 넉넉잡고 2시간이면 간다. 점심을 먹으며 푹 쉬기로 했다. 먼저 쉬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역시 여느때와 같은 인사말로 말을 건네본다.


“어디서 오셨어요?”

“연하천에서 왔어요.”

“연하천에서 몇시에 나오셨는데요?”

“여기까지 네 시간 걸렸네요?”

“네 시간이나요?”


두 시간이면 가는 거리를 네 시간이나 걸렸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길이 바뀐 것일까. 건장하게 보이는 그 사람의 모습을 봤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네 시간이나 걸릴 이유가 없다 싶었다. 길이 바뀌지 않고서야... 그러나 잠시후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됐네요. 제 친구가 시각 장애인이거든요.”

“네?”

“앞을 거의 못 봐요. 빛을 감지는 하지만 물체를 구별할 수가 없지요.”


벽소령산장 앞 테이블에서 쉬고 있는 한 사람의 시선은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힘들어서 멍하게 하늘만 쳐다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앞을 보지 못하는 눈이었던 것이다. 그런 핸디캡을 가지고 지리산을 종주하고 있다. 이번 지리산 종주는 시각장애인 친구의 바람을 비장애인 친구가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한 4박5일 동안 종주하겠다는 마음으로 가고 있어요. 그래서 짐도 엄청 많아요. 저 친구는 앞을 못 봐서 힘들고, 저는 짐 때문에 힘들고 그러네요.”


이제 점심식사를 마친 그들은 세석으로 가겠다고 한다.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그들도 자신할 수 없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 4시간이라면, 다시 세석산장까지 4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천왕봉도 오를 수 있는 하루의 여정이건만 아주 천천히 지리산 마루금을 밟아가고 있다.


그들은 음료수 하나씩 나눠 마시고 일어섰다. 둘 사이에는 노란끈이 연결되어 있었다. 세석까지 결코 쉽지 않은 봉우리들을 몇 개나 넘어야 한다.


“조심히 가세요.”


난 일부러 큰 소리로 인사했다. 시각장애인 청년이 허공을 향해 대답했다.


“네, 잘 가세요.”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노란끈은 짧지만 그들이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하지만 그 노란끈이 끊어지지 않는 이상 그들은 천왕봉까지 무사히 가고 말 것이다. 우리는 모두 함께 올라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협력과 협동이며,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다. 산은 그런 진리를 몸소 보여주었다.


벽소령에서 뜻깊은 만남을 가진 후 다시 짐을 꾸리고 길을 나섰다. 연하천까지 가는 길은 형제봉을 넘고, 삼각봉을 지나 어렵지 않게 연하천에 도착했다. 다시 한번 이 구간을 함께 지났을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어린다.





연하천은 작은 산장이다. 얼마전에 증축해서 시설이 좀 좋아졌다고 하지만 고작해야 60여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다. 하지만 물이 가깝게 있고, 풍부해서 많은 사람들이 산행 중 반드시 쉬어가는 곳 중의 하나다. 이날은 여기서 머물기로 했다.


단체로 온 대학생들이 속속 넘어오고 있다. 모두들 여기서 한바탕 쉬고 가고 있다. 50여명 정도의 대인원이 함께 지리산을 타고 있다. 선발대와 후발대가 1시간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그래도 젊고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다. 함께 지리산을 탄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를 알고 그것을 배려하는 과정에서 동기애와 우정을 나누는 것이다. 힘든 여정에서 우정은 더욱 빛을 발하며 고귀하다. 하지만 이기적인 일부의 행동은 전체를 위기로 몰아갈 수도 있다. 다음의 사건이 그러했다.


산장 관리인 아저씨가 연하천에서 묶는 O대학교 동아리팀에게 삼겹살 한근을 선물로 주었다. 약 20여명으로 이루어진 팀에게 고기 한근은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그러자 일부 학생들이 후발대가 오기 전에 먼저 구워먹자고 주장했다. 어차피 한점씩 나눠 먹기 힘들다면 빨리 먹어치우고 안 먹은 것처럼 숨기자는 것이다. 너무나 황당한 주장이었지만, 제3자인 내가 뭐라고 말 할 게재는 아니다. 그렇다고 고기를 준 산장 관리인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내부 의견은 그렇게 급속도로 모아졌다. 속으로 정말 철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결국 선발대의 선배가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얼마 안 되지만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삼겹살로 먹으면 모두가 먹기 힘들겠지만 잘게 잘라서 김치와 함께 볶아서 모두가 골고루 나눠 먹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경쟁 중심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희극이다. 먼저 왔으니 먼저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 거기에는 약자나 함께 살아가는 동료에 대한 배려나 연민은 없다. 승자독식주의만 자리잡고 있다.


이날 본 두개의 풍경, 시각장애인의 지리산 종주와 연하천 삼겹살 논란은 이 사회의 희망과 절망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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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내리는 겨울산을 만나다                                                  


다음날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하자던 생각이 그만 6시까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산에서는 모두 부지런해 어떤 이는 새벽 3시부터 부스럭거리며 산행을 준비한다. 새벽 일출을 보려는 사람도 있고, 갈 길이 멀어 일찍 떠나는 이들도 있다. 난 피곤했는지 중간에 깨기도 했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 보니 6시에 일어났다.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밤새 눈이 왔었다. 세석산장 주변은 온통 눈천지다. 눈은 계속해서 오고 있었고, 길은 이미 눈으로 덮이고 있었다.

아침 식사는 김치찌개. 있는 김치를 다 넣고 요리하는데, 맛이 영 나지 않았다. 함께 간 사람 중에 요리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다. 게다가 산 중이니 이렇다 할 양념이나 재료를 구하기도 어렵다. 그저 있는 김치와 참치로 찌개를 만들었다. 어제의 만찬이 간절히 그리워졌다. 김치찌개는 그저 그랬고 밥알은 까칠했다. 결국 다시 국에 밥을 말아 먹기로 했다. 역시 부드럽고 뜨거운 것이 좋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 시간이다. 산에서는 세재를 쓰지 않기로 한데다가 겨울이니 음식 닦아내는 게 문제다. 하지만 아주 간단히 해결할 방법이 있다. 물론 산에서는 음식을 남기지 않는게 제1원칙. 그 뒤에 남은 요리의 흔적은 눈을 긁어다가 넣고 밥을 비비듯이 쓱쓱 문지르면 눈이 살짝 얼어 알갱이가 되면서 찌꺼기들을 깨끗이 빨아들인다. 거기에 마시던 커피를 조금 남겨서 넣고 휴지로 골고루 닦아주면 음식냄새마저 사라진다. 이는 라면이나 찌개를 해 먹은 뒤 설거지 할 때 매우 유용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눈길과 눈꽃, 그리고 눈축제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아침먹고 짐을 꾸려서 세석산장을 나간 시간은 7시 반. 벽소령까지 길면 3시간 정도 걸린다. 다시 그곳에서 작전도로를 타고 음정마을까지 3시간반 정도. 점심 시간까지 대략 8시간 반 정도 예상하고 출발했다.

어제는 맑고 화창한 겨울날씨, 오늘은 눈내리는 겨울날씨다. 지리산이 겨울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렇게 친절한 지리산은 정말 오랜만이다.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느낌도 좋다. 새도 눈길을 총총 밟고 갔나보다. 꿩일까?






8시경에 영신봉을 지나면 수많은 나무계단의 내리막길이 나온다. 벽소령에서 세석을 갈 때면 여기가 가장 힘들다. 오르고 또 올라도 끝날 것 같지 않은 계단이다. 반대로 세석에서 벽소령으로 갈 경우 계속 내리막길이니 그다지 부담이 없다. 경치를 감상하면서 갈 수 있으니 즐겁다. 칠선봉에 도착한 시간은 영신봉을 떠난 후 약 한시간 뒤인 8시 50분.

칠선봉은 주위의 바위들을 유심히 보는 재미가 있다. 예전부터 산에 있는 바위에 살아 있는 생명의 모습을 찾아내어 이름을 붙인 건 바위의 영험에 기댄 토템신앙의 발현일 것이다. 칠선봉 주위의 바위에서 인간의 형상을 찾아내는 건 사실 쉽지 않다.





 

칠선봉을 지나 약 40분 쯤 더 가니 선비샘이 나온다. 날씨는 분명 영하로 내려간 날씨인데도 샘은 얼지 않았다. 물의 양도 풍부하다. 여름날에 비해 적긴 하지만 겨울철의 샘치고는 부족함이 없다. 맑은 선비샘의 차가운 물을 마시니 속 깊숙한 곳까지 겨울의 냉기가 싸하게 내려간다.

선비샘에서 약 30여분 가면 구벽소령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벽소령길이 시작되는 데 1km가 조금 넘는 거리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벽소령길은 편안하게 산책하듯이 갈 수 있다. 오솔길을 걷는 기분도 남다르다.


아름다운 것은 위험하다-벽소령                                              

벽소령은 오른편으로 기암괴석들이 깎아지르듯 서있다. 왼편으로는 계곡쪽을 향해 가파른 낭떠러지다. 길이 넓으니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다보면 “낙석주의” 표지판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왼편으로도 안전줄이 계속 쳐져 있다. 그만큼 위험을 내재한 곳이다.


 


벽소령 산장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40분 경. 눈발이 그치고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양지바른 쪽에서는 눈이 빠르게 녹았다. 특히 벽소령 산장의 지붕에서는 눈이 녹아 내리며 처마끝에서는 물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일행은 여기서 점심을 먹었다. 김치와 라면, 캠핑가스가 부족해 이곳에서 추가로 구입해야 했다. 지리산의 산장에서는 먹을 것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물론 산밑에서 사는 것보다 약간의 웃돈을 더 내야하지만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해도 산장에서 먹을 것을 구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산장도 미쳐 준비하지 못할 수도 있고 물건이 품절될 수 있으니 산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건 비상시나 반드시 필요할 때만 하는 게 좋다.






가을과 겨울이 겹치고 있는 길, 작전도로                                      





 

벽소령에서 하산길은 음정마을로 잡았다. 음정마을로 출발한 시간은 12시 20분. 작전도로길은 초반 100m정도만 가파를 뿐 계속해서 이어지는 길이 옛군사도로다. 평탄한 길로 6.4km정도인데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산책길이라고 보면 된다. 이 길을 걷다보면 산에 온 것이 아니라 멋진 옛길을 걷는 것 같다.

벽소령을 내려가니 양지바른 곳에는 눈이 녹았고, 그늘진 곳은 눈이 많이 쌓여있다. 눈이 쌓인 곳도 이미 속은 얼어 있어 올라가도 많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양지바른 곳은 마치 가을길처럼 낙엽 썩는 냄새마저 났다.

이곳 벽소령 작전도로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운치있는 길이다. 하산길에 일행은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겨울이라는 계절적인 특수성도 있겠지만 이 길은 원래 등산객들이 잘 타지 않는 길이다. 그러다보니 더 고즈넉하고 운치있다. 또 지리산 능선을 타다가 부상을 당하거나 더 이상 등반이 어려울 경우 탈만한 하산길이다.





 

즐겁게 눈싸움도 하고 떠나온 지리산 봉우리들을 뒤돌아보면서 내려가니 어느새 음정마을이다. 음정마을은 조그마한 마을이다. 음정마을에 도착한 시간은 2시 반 정도. 하산길이 2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음정마을을 벗어나면 버스 타는 곳이 나온다. 함양 가는 버스의 시간 간격은 알아보지 못했지만, 산골짝까지 오는 버스가 많지는 않다. 다행히 우리가 갔을 때 때마침 버스가 왔으니 우리는 참 운이 좋은 편이다.





버스는 조금 더 올라간 양정마을이 기점이었다. 양정마을에서 10분 정도 쉰 버스는 오후 2시 35분경

출발해 음정마을을 거쳐 함양으로 달렸다. 함양에 도착한 것이 오후 3시 30분, 함양까지는 약 한시간 거리인 셈이다. 함양발 서울행 버스는 이미 군내버스 기사님이 전화예매를 해주셨다. 우리가 마음씨 좋은 분을 만난 것이다. 만일 아저씨가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오후 5시에나 있을 서울행 버스를 타야 했을 것이다. 함양에서 출발한 버스는 약 3시간 40분만인 7시 10분에 서울 동서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여유있게 즐긴 산행이었는데도 서울에 이렇게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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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네가 보는 책들,한권한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한권의 책이 새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때마다,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바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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