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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0 | 내 가족과의 첫 여행 (10)
  2. 2008/06/10 | 화엄사에서 송광사까지-기억을 위한 여행

내 가족과의 첫 여행

Posted by 구상나무 구상나무




아빠 왔어?




오늘은 어디가요?




물론 부모형제와 함께 살 때 여행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 그 때 나는 '우리' 가족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만 '내' 가족이라는 말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내' 가족이 생겼다. '내' 가족이 생기면서 책임과 의무가 더욱 늘었고, 나만의 자유와 평화의 영역은 매우 축소됐다. 그러나 혼자였던 '나'는 또 다른 '나' 둘을 더 얻었다. 숫자로만 볼 수 없는 부유함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다. 8월 초 휴가 때 내 가족과 함께 한 첫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첫날부터 휴가길은 심상치 않았다. 토요일 아침 7시에 집을 나섰지만, 뉴스에서는 영동고속도로가 새벽부터 시작된 정체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물론 영동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서울을 빠져 나가는 모든 고속도로는 아침부터 심한 정체를 겪고 있었다. 휴가를 8월초로 몰아주는 우리나라 현실이 고속도로에 여실이 드러나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1년에 한번 있는 휴가, 이렇게 고행을 해서라도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갈 수 있는 시간이 없는 참 꽤재재한 현실을.





























첫날 여행지는 담양. 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그것도 휴가철인 일요일 집을 나선 것이 잘못이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에 치일 거라고 예상은 했어도 시골에 그렇게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담양 소쇄원은 세번째 찾은 것이었는데, 예전처럼 고즈넉한 맛을 볼 수 없었다. 그 작은 전통 정원과 가옥에 그리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디를 담아도 멋진 풍경이 나왔던 소쇄원은 어디를 찍어도 낯선 사람들의 사진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운좋게 자리잡은 평상은 우리가 앉은 이후 채 10분도 안되서 다른 사람들로 꽉 채워지고 말았으니, 저 위의 평상 사진은 정말 운이 좋게 잘 나온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나마 사촌누이의 소개로 어렵게 찾아간 명옥헌원림은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정자라서 그런지 그나마 조용히 머물 수 있었던 곳이다. 물론 이곳에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왔고, 그 중에는 일본인과 서양인도 있었다. 하지만 연못과 그 주변의 배롱나무들에서 활짝 핀 꽃이 제법 운치있는 곳이었다. 담양 여행 중 민서가 가장 잘 웃고 행복에 겨웠던 곳이 아마 이곳이 아니었을까.

죽녹원은 입구의 주차전쟁부터 만만치 않았다. 죽녹원 내부에서는 온갖 사투리를 다 들을 수 있었다. 날이 날인만큼 대나무 숲의 시원함보다는 짜증이 밀려올 정도로 사람과 날씨에 치였다. 그래도 간간히 나들이가 마냥 즐거운 딸내미 덕분에 웃었다.






월요일에는 함양의 서암정사와 상림공원을 다녀왔다. 이날은 장모님도 함께 했는데, 서암정사 주변은 한창 공사중이라서 덤프트럭들이 바로 절 앞까지 오갈 정도로 부산했다. 그래도 서암정사 본래의 모습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장모님이나 아내는 대만족이었다. 상림공원은 날씨를 생각하면 가지 않는게 좋을 뻔했다. 그래도 상림공원 앞 늘봄식당에서 오곡정식은 나쁘지 않았다.



















셋쨋날은 순천 송광사를 돌아보고 계곡에서 간단히 물놀이를 즐겼다. 이곳에서 민서와 처음으로 물놀이를 했는데, 민서는 차가운 계곡물이 신기한지 발로 물장구를 치면서 장난을 치면서 까르르 숨넘어가는 웃음을 던졌다. 태어난지 8개월 된 민서에게 모든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피곤함도 만만치 않았다. 넷쨋날은 장모님 모시고 병원에 갔다가 구례의 위안리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내린 결론은, 역시 집에 물 받아놓고 하는 물놀이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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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내려가면 으례 방문해야 하는 곳은 큰집, 작은집, 큰고모집, 외갓집이 있다. 앞에 세 곳은 구례에 모두 있으니 하루만에 다 방문할 수 있지만 외갓집만은 순천시 주암면에 자리잡고 있다. 구례에서 멀다면 멀고, 서울에 비하면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 거리다. 6일 큰고모집에서 자고 7일 외갓집을 향해 나섰다. 


사실 아침 일찍 나섰지만, 기왕이면 화엄사와 송광사에 들려 구경이나 가자고 말씀드렸다. 아버지 생신도 끼어 있고 해서 오랜만에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제안해 본 것이다. 아버지는 바쁜 시기에 놀러다니는 게 못할 짓이라며 펄쩍 뒤셨다. 하지만 어차피 외갓집에 가도 외숙부나 외숙모 모두 들일 나가셨을 테니 좀 늦게 들어가는 게 좋다고 설득을 했다. 혀를 차시면서도 이내 그렇게 하자고 하신다.


화엄사는 구례군에 속해 있으며 지리산 중턱에 있다. 지리산에 열번 이상 드나들었으면서도 화엄사에 들린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아버지는 감회가 새로우셨을까, 예전에 보았던 낡은 돌계단에 눈길을 오랫동안 던지셨다.


"나 어렸을 때랑 똑같이 그대로 있네. 참 세월 많이 흘렀는데 말이야."


화엄사는 유난히도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건물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는 사찰보다 더 유서깊고 기품이 넘친다. 게다가 2층식으로 지어진 대웅전 건물의 옆 기둥은 위태롭다 싶을 정도로 휘어져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화엄사 구경을 마치고 송광사로 차를 몰았다. 섬진강 옆 한적한 국도는 드라이브 코스로 이미 많이 알려진 곳이다.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 섬진강과 오래된 숲들이 산을 이루고 있는 사이로 난 길은 여름에도 짙게 드리워진 그늘로 인해 공기도 상쾌하다.


한시간여를 달려 송광사에 도착했다. 송광사는 일전에 한국관광공사에서 보내주는 여행 이벤트를 통해 한번 다녀온 이후로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다.


이곳은 외갓집과 가까운 곳에 있어서 어머니에게 각별한 기억이 있는 곳이다. 할머니의 생신이었을 때 외갓집 식구와 어머니 아버지 모두 함께 송광사 나들이를 오셨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으로부터 10년이 훨씬 넘은 일이지만 어머니에게 그 기억은 참으로 소중한 기억이다. 1년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외갓집과 연관된 것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쉬시는 어머니에게 그래서 송광사는 더 아련하게 다가오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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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구례의 화엄사와 순천의 송광사는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있어 오래된 추억의 한편을 가진 곳이다.


돌아보면 이날 참으로 뜻깊은 가족여행이었다. 난 두분의 기억을 되물림 받을 수 있었고, 두분은 새로운 기억의 조각을 만들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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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나무

네가 보는 책들,한권한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한권의 책이 새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때마다,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바람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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