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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양이의 걸음걸이처럼 

밤이 오고 하루가 저물고 있습니다. 

여름의 잔영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겨울이 온다해도 상관 없습니다. 

바람부는 생의 골목을 돌아와 

나는 언제나 그대를 알아볼테니


큰 길가의 언덕은 황갈색으로 변했고

마을엔 쓸쓸한 저녁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런 저녁이 찾아와도 괜찮습니다. 

어둠 속으로 걸어내려가 

나는 언제나 당신을 알아볼테니


어떤 순간이 온다해도 

어떤 계절이 온다해도 

나는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언제나 거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노래의 일부 가사만 번역된 것으로 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에 나온 내용을 옮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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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강조는 오래전부터 나왔다. 그러나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것은 교육과정평가원의 연구 보고서나 연구 과제를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초에 나온 평가원 보고서-"교과서 완결 학습 체제 구현 방안 탐색(RRT 2014002)"도 자기 주도 학습을 위한 교과서 연구 결과물이다. 


교과서 완결 학습이란 말이 맞는 말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여전히 교과서 중심주의 교육을 벗어나지 못한 한국 교육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렇지만 교육에서 교과서가 가지는 가이드라인을 최소한으로 하고 그밖의 것들로 교육을 채워야 하는 것이라면, 현재의 방향은 틀리지 않은 듯하다. 


이 보고서에서 나온 교과서 완결 학습을 지원하는 교과서의 구성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과서는 핵심 성취 기준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분석과 수업에 대한 설계를 고려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둘째, 교과서는 학교급과 교과의 특성에 적합한 자기 주도적 학습 요소를 적용하여 구성되어야 한다. 셋째, 교과서는 교과서가 사용되는 맥락, 즉 교사와 학생 특성에 따른 수업 상황과 교육 여건을 고려하여 구성하여야 한다. (중략) 교과서 완결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교과서에는 필수적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며 그 내용은 '학습자의 인지 자극', '학습자의 사고 과정 점검', '교사와 학습자의 상호 작용 유도'이다. 


이보다 먼저 나온 연구보고서 - "자기 주도적 학습 지원 교과서 일반 모형 개발 (CRT 2013-5)"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교과서의 구현 방향을 제시하였다. 


자기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교과서의 구현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첫째, 목표를 분명히 제시해 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능력을 습득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교과서이다. 둘째,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해야 할 ‘방법’을 알려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스스로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를 제시해 주는 교과서이다. 셋째, 학습하고 싶은 내적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는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를 유발하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교과서이다. 넷째,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싶은 교과서가 필요하다. 즉, 학습에 관한 내적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교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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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같이 일하게 된 신입사원이 오늘 졸업식을 한다. 

하루 휴가를 받은 신입사원에게 축하 인삿말을 문자로 남기려다가 

아예 장문의 글을 남겼다. 

앞으로 풋풋한 새내기 신입사원의 직장 생활을 응원해 본다. 



사진 출처: 플리커 @Luftphilia 





*** 씨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젊은날의 졸업식이 떠오릅니다. 

IMF의 여파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간신히 작은 신문사에 취직했었죠.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청춘들이 사회에서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게 녹녹치는 않습니다.

그래도 *** 씨는 운이 좋습니다. *** 씨를 얻은 우리도 운이 좋습니다. 

좋은 운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봅시다.

*** 씨에게 지금의 일이 그냥 '업'이 될지, 

아니면 하늘이 내게 준 '명'이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학생의 신분을 벗고 책임지는 사회인이 되었습니다. 

자기 몫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럼 언젠가 세상이 당신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고, 

하늘이 당신을 알아볼 것입니다.

오늘 하루 같이 동고동락했던 학우들과 함께 학창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남기시길 바라며,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 씨의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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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술마시다. 

BU에서 이번 달에 그만두는 직원이 벌써 넷이다. 오늘 그 중 한 직원이 자신의 퇴직 파티(?)에 나를 초대했다. 이로서 유별나게도 퇴직자 중 딱 한 명을 제외하고 모든 사람과 술 자리를 한 몇 안되는 직원이 되었다. 술 한 잔 제대로 해 본 일 없는 직원이 잠깐 함께 했던 모임의 인연으로 그 자리에 불러낸 것이니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다.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2.

취하다.

그런 자리가 편한 것은 아니다. 쏟아지는 문제 의식들에서 갈피를 잡는 일에도 허덕였다. 때로는 가시방석 같았다. 힘들게 날 변호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같이 성토했다. 물론 진심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래도 동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번 이런 자리에서 느끼는 것은 나이듦이다. 나이를 어중간하게 먹으니 심장이 벌렁거리는 거다. 먹은 술과 안주가 체증처럼 가슴 한복판을 어지럽힌다. 그러나 체증을 견디면서 다시 내일의 밥벌이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니 취할 수밖에...





출처: http://grapesoda.tistory.com/m/post/28


3.

잊다.

돌아보니 이런저런 일로 술을 자주 마신다. 일전에는 동종업계 친구들과 같이 새벽까지 술을 들이부었다. 오랜만에 필름이 끊길 듯이 심하게 마셨다. 술은 늘지 않는데, 술 먹을 일이 많아서 고단하다. 그렇게 늦게까지 들이 부으며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면서 마치 암송하듯 했던 많은 이야기들은 다시 또 잊혀진다. 때로 술은 잊기 위해 마시는 거라는 말이 맞다. 추적추적 밤비가 내리는 어스름길을 친구는 비틀거리며 들어갔다. 아파트 주차장 사이 좁은 길로 택시는 돌아왔고,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택시에 올랐다. 그리고 나도 필름을 거기서 멈추었다. 


4.

시작한 것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새롭게 시작한 거니, 이 일의 끝은 봐야할 거다. 낙관적이진 않다. 그러나 비관할 일도 아니다. 내일 다시 비가 온단다. 비 구경이나 실컷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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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공주, 인어 아가씨는 있는데, 왜 인어 아저씨는 없을까? 우리의 상상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환경과 조건에 따라 생각의 차이가 생긴다. 이번 ‘산해경’ 강의는 우리의 상상력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그리고 동양의 신화가 서양의 신화와 다른 가치와 철학으로 우리에게 어떤 상상의 문을 열어 주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재미있는 괴수 이야기부터 ‘산해경’에 영향을 받은 뛰어난 문인들과 그 작품들을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치면 총 630개의 상품이 나온다. 반면 ‘산해경’을 검색해 보면 67개의 상품만 소개된다.[각주:1] 거의 10배의 차이다. 아마 판매량으로 보면 그 이상일 것이다. 사람들 사이 인식의 차이도 그만큼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산해경’이 동양의 지리와 신화를 다룬 책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도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나 자신도 제대로 몰랐다. 대학의 고전문학에서는 ‘산해경’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다.[각주:2] 물론 국어국문학과에서 중국의 신화를 학문적으로 배우기에는 거리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산해경’ 곳곳에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과 자연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또 국문학적 이해를 돕기 위해서도 ‘산해경’에 대한 공부는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산해경 속 기이한 동물들(출처: 대기원시보)


‘산해경’은 이미지가 귀하던 시절, 이미지가 담긴 글과 상상 속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에게 현실 저 너머 세상을 보게 해 주었다. 현실에 갇혀 자신의 눈 앞의 세상만 볼 수 있던 사람들의 시야를 우주 저 너머로 열어준 것이다. 나아가 자연과 인간, 자연과 우주의 관계에 대해 다른 고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지평을 넓혔다. 이는 비단 옛사람들에게만 준 영향이 아니었다. 중국의 대문호 루쉰은 어렸을 적에 본 ‘산해경’에 큰 충격을 받고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로 세상을 다시 보게 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우리나라의 황지우 시인 역시 ‘산해경’을 읽고, ‘산경’[각주:3]이라는 시를 지었다. 황지우는 ‘산경’이라는 글을 통해 1980년대 암울한 시대 상황을 ‘산해경’의 서술 방식으로 비판했다.


‘산해경’은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다양하게 변화 발전할 것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이야기가 가진 힘은 강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여러 변종으로 바뀌며 발전해왔듯이 ‘산해경’도 앞으로 그 이야기의 힘으로 더 많은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 이미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었거나 읽을 예정이라면 ‘산해경’ 역시 함께 읽어 동양과 서양의 신화를 비교해 볼만하겠다.




산해경

저자
예태일, 전발평 지음
출판사
안티쿠스 | 2008-04-1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출간취지 이제 고전은 그 원전의 텍스트를 연구하고 해석하는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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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년 3월 19일 검색 기준 [본문으로]
  2. 어쩌면 수업에서 언급하거나 다루었을텐데 오래전 일이라 기억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본문으로]
  3. http://blog.daum.net/oksun3363/8704394 사이트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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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톨스토이처럼 쉽게 풀어 줄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톨스토이를 접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그의 단편들을 안데르센 동화집처럼 보았던 적이 있다. 물론 안데르센과 톨스토이는 너무나도 다른 작가였지만, 그 둘은 우리집 세계아동문학전집에서 함께 살았던 식구였다. 특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바보 이반’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 등의 단편은 어린 나에게도 다른 동화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바보 이반’. 세 형제 중에 바보로 놀림 받던 이반이 결국 왕국의 공주님과 결혼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는 이야기. 이상하게 생긴 악마가 바보 이반에게 붙들려 있는 이상한 그림이 여전히 머릿속에 아련하다. 하지만,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빛날 수 있는가를 보여 준 단편이었다. 


톨스토이를 다시 만난 것은 대학 1학년 때다. 아마도 현대문학 시간이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때 읽어야 할 책 중 하나가 ‘부활’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부활’에서 온전히 기억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것보다 당시 비슷한 시기에 보았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이 더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이제 잊혀진 톨스토이를 인문학 강연에서 다시 만났다. ‘플라톤 아카데미 TV’의 여덟 번째 인문학 강의 ‘톨스토이, 성장을 말하다(석영중 교수)’이다. 강연은 주로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서 작가 톨스토이를 살펴보고 있다. 작품은 톨스토이의 생을 설명하기 위한 소품에 불과하지만 작품을 읽지 않아도 강연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히 작품 속 주인공 레빈을 통해 삶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꽤 수명이 길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전에 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죽음을 기억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죽음’을 기억할 때 순간순간의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고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죽음을 깊이 고민할 때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죽음이 곧 성장의 발판인 것이다. 톨스토이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는 곧 성장하는 삶이었다. 몰입을 통해 자아를 해방 시키는 것, 그래서 세상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은 ‘안나 카레니나’의 마지막 문장으로 마무리된다.

"나의 생활 전체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매 순간순간이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빅터 프랭클의 '삶의 의미를 찾아서'에서도 언급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순간 삶의 의미를 집중하고 발견하여 자아를 세우고 세상을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은 성장하고 그 성장이 곧 기쁨이며 행복이 된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부활',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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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명박의 자서전이 국회 자원외교 특위가 열리는 시기에 발간됐다. 그리고 한 달 후 이명박 이후 나라 재정이 어떻게 거덜 나고 국민의 생활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를 담은 ‘MB의 비용’이 출가됐다. 절묘하게도 둘은 책의 판형이나 두께가 비슷하고 표지의 바탕색이 모두 흰색에다 가운데에 이미지를 넣는 것까지 같다. 당연히 뒤에 나온 책이 앞에 나온 책을 타깃으로 삼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은 서점들이 여기저기 등장하고 있다. 우문(愚問)이지만 우리는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MB의 비용

저자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유종일, 강병구, 고기영, 김신동 지음
출판사
알마 | 2015-02-0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16인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정교하게 추산한 MB정부가 허공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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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놓여 있는 "대통령의 시간"과 "MB의 비용"(출처 한겨레)


MB의 자서전이 나왔을 때 JTBC의 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파이프는 파이프라 아니다’라는 앵커 브리핑을 통해 그것을 비판했다. 진솔한 회고록이 아닌 자화자찬, 자기변명만 들어있다는 지적이다. 손석희는 여기서 조지 오엘의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은 십중팔구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는 명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MB의 자서전에 있어야 하는 데 없는 것, 그것은 성찰(省察)이다. 국어사전에서는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가톨릭에서는 ‘고해 성사 전에 자신이 지은 죄를 자세히 생각하는 일’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하였다. 즉, 자기 성찰이 없는 자서전은 사기꾼의 자기 자랑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유튜브 강연 “임진왜란, 과거를 징계하여 훗날을 대비하다(한명기 교수)”는 서해 류성룡의 “징비록”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징비록"은 참혹한 임진왜란이 있기 전부터 임진왜란의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상세히 기록한 책이다.


여기서 ‘징비(懲毖)’는 “시경(詩經)”의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豫其懲而毖後患)’라는 구절에서 따온 말로, 쓰라린 반성의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목처럼 이 책에는 참혹하고 부끄러움을 넘어 치욕스럽기까지 한 기록들이 낱낱이 담겨 있다. 물론 강연의 많은 부분이 영화 “명량”의 영향 때문인지[각주:1]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또 그 덕분에 더 재미있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 사건을 통해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는 상황이다. 참혹한 사건 앞에서 벌써부터 조롱을 일삼는 모리배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고, 진상규명위는 후안무치한 정치가들에 의해 표류하고 있다.


사실 세월호는 4월 16일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전부터 쌍용차 사태로 인해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용산 사태에서는 여러 명의 목숨이 무리한 경찰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아마도 세월호는 세상의 애꿎은 목숨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었던 우리 사회가 만들어 낸 비극적인 결과, 혹은 그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에게 “징비록”의 통렬한 반성의 기록은 더욱 의미있다.


강연 말미, 한명기 교수는 “징비록”이 우리나라에서가 아니라 일본에서 더 인기가 있었고, 일본에서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징비록”에서 밝힌 문제점에 대한 개혁 의지는 흐지부지 되던 시점이었다. 이는 우리 스스로 반성과 통찰이 없이는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세월호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쩌면 여전히 가라앉을 위험에 처한 세월호 배 한쪽 구석에 갇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서 평형수를 채우고, 불안한 콘테이너 박스들의 결박을 더 단단히 해야 한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더욱 책임감 있게 운항할 수 있도록 비판하고 감시해야 한다.


강연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재차 강조하면서 마무리된다.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 속에서도 우리의 정체성을 지키고 우리만의 문화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이 있었다. 한국 사회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지면서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지혜를 통해 이 엄혹한 세태를 슬기롭게 뚫고 가야할 것이다.




  1. 이 강연을 할 때, 영화 <명량>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고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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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관점에서 세상의 중심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으로 본격적인 강연은 시작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원효의 화엄사상, 또는 화쟁론이다. 개시개비(皆是皆非)와 화쟁론은 그 강연의 핵심이다. ‘개시개비(皆是皆非)’, 즉 ‘모두 옳고 모두 그르다’는 자칫 양비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말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아는 세상의 진리는 한정되어 있다. 이를 두고 그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의 사례를 들었다. 장님들이 만져서 파악하는 코끼리는 모두 옳지만 모두 그르다. 진실은 맞지만 그 진실의 일부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무릇 지도자는 갈등을 화해하고 중재할 수 있어야 한다. 영국과 미국의 예를 들면서 지도자라면 반대하는 국민이든 찬성하는 국민이든 모두가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대전제 하에서 일을 진행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은 불필요한 과정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보았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사진출처: 이투데이)


갈등을 에너지로 승화시키기 위해서 할 일은 대화이다. 갈등은 모두가 입을 열어 자기 이야기에만 열정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 모두가 입을 닫고 귀를 여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인문학의 관점에서 세상의 중심은 어디인가에 대해 답한다. 우리 몸의 중심은 어디일까? 발가락이 아프면 발가락에 온 신경이 집중되고 생각과 마음이 발가락에 머문다. 귀가 아프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흔들린다. 이처럼 몸의 중심이 아픈 곳이듯이 세상의 중심은 바로 아픈 곳, 고통 받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세상의 중심을 향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며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답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들이 수많은 실제 사례와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강연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가장 먼저 접한 플라톤 아카데미 강연이자 내게는 최고의 강연으로 손꼽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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