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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유튜브 동영상을 열심히 보고 있다. 주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다. 보통은 책을 보는데,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워낙 사람이 많아서 책을 들고 읽는 게 민폐가 되는 경우도 있고, 사실상 책을 읽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 올라온 교육, 과학, 인문학 관련 강연이나 다큐멘터리를 접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접했던 것은 조성택 교수의 플라톤 아카데미 강연, '어떻게 살 것인가? - 경계와 차이를 넘어 함께 사는 지혜'를 우연히 케이블TV에서 접했는데, 이를 유튜브에서 다시 들었던 것이 내가 유튜브에 빠진 계기가 됐다. 이를 계기로 플라톤 아카데미 TV의 여러 강연들을 들어 보았다. 


강연의 경우 한국 사람들이 주로 나오는 강연을 듣는다. 따로 PPT를 활용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주로 인문학 강연들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다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보기 시작했다. ‘총, 균, 쇠’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을 다큐멘터리로 만든 프로그램[각주:1]으로 시작됐다. 이전의 인문학 강연은 그냥 듣기만 하고 화면은 볼 필요가 없었던데 비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특히 외국 다큐멘터리는 영어가 많이 나와 자막을 반드시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책을 들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편리하다. 최근에는 교육 다큐멘터리인 EBS의 '학교란 무엇인가 10부작'을 보고 있다.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 


이러한 학습(?)은 책에 비해 집중도는 약간 떨어지는 면이 있지만 단시간에 꽤 많은 정보들을 편리하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금까지 꽤 많은 다큐와 인문학 강연, 교육 프로그램을 접했다. 그럼에도 너무나 많이 흘려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에 이제부터 그런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나의 느낌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이 내 안의 철학으로 성장하고 내 삶을 밝혀줄 것이라 생각된다. 기록은 기억을 돕고, 그 기억은 가혹한 세상을 향해 나서는 내 자신의 인간적인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최근 본 동영상


  1.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올려 놓아 따로 링크를 달지 않는다. 유튜브에서 '총균쇠'만 검색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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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이날 영하 9도까지 내려갔다. 한파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친친 국수의 유리창에는 짙게 김이 서려져 있다. 뿌연 유리문 너머로 두 남자가 흐릿하게 보였다. 창기와 성태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국수를 기다리고 있을 때, 외국인 남녀가 들어왔다. 메뉴에 대해 광노형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로 분위기는 정겹다.



친친국수 닭개장 국수



ST 이야기

전날 영화 ‘미라클’ 시사회 뒷풀이로 간만에 엄청 달렸단다. 닭개장국밥을 주문했지만 그의 입에 들어가는 밥알은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술은 참 달게 마신다.

역시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는 빠질 수 없다. ‘국제시장’과 관련해 성태는 “훈훈한 <국제시장>... 따져보면 무서운 영화”라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렸다. ST의 기사 중 몇 대목을 옮겨와 본다.


  "<국제시장>이 <포레스트 검프>와 갈리는 지점도 정확히 거기에 있다. '전시'는 있으나 '해석'은 없다.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기는 하지만, 그 맥락은 거세됐다. 생존과 그를 위한 '돈벌이'가 중요했다는 알리바이 기능에 충실할 뿐이다.

(중략)

 영화 속에서조차 소통이나 대화할 의지가 없는 인물을 마주하게 한 뒤, 영화 밖의 우리야말로 그를 이해해야 한다고 외치는 꼴은 공허하고, 어떤 면에서는 위험하다. "


<국제시장>은 꽤 뜨거운 이슈였다. ST는 <국제시장>이 진보와 보수의 대결적 상징으로 떠오를만한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저 그런 대중 영화가 이념적 대결의 상징이 된 데는 종편과 보수 정치권의 농간이라고도 했다. 영화는 영화적 기법을 통해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키는 도구이다. 평론가들은 그런 이데올로기(감독의 의도)가 개연성 있게 표현되었는지, 그것을 위한 영화적 도구(촬영, 연기, 그래픽 등)들이 잘 받침되었는지, 이야기 구성은 짜임새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훈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의 시선이 우리와 다르더라도 존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ST는 나이 마흔되면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겠단다. 결혼은 아직 염두에 두지 않았다. 지금 새로 사귀는 여친과는 좀 오래 사귀고 싶단다. 성태는 연애 하나는 참 잘~ 한다.


CK 이야기

외주 방송 프로덕션 PD일을 하고 있는 창기. 최근에는 EBS 기획과 관련되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역시 프리랜서는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바쁘게 사는 가운데, 조만간 셋째 아이가 나올 예정이다. 다른 사람이면 걱정할 만도 한데, “셋째는 발로 키운다잖아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그 말에 성태 발끈한다. “우리 엄마한테 이를 겁니다.” ST는 셋째(막내)다.


그 와중에 <국제시장> 전에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다큐 영화로서 그 감독을 잘 알고 있다는 CK는 “그 감독은 진정성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자, 성태가 곧바로 받아친다. “진정성이 없이 다큐할 수 있나요?” 맞는 말이다. 그놈의 ‘진정성’


보통 독립 영화들과 달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꽤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고 시작했다고 한다. 120여개 상영관이면 다큐영화치고는 꽤 많은 상영관을 확보한 것이다. 이 배경에는 배급사의 영향이 있었다는 게 ST의 이야기다. 흥행도 만들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IY 이야기

작곡가. 영업 끝을 선언한 주인장이 자리를 앉자 얼마 뒤 나타났다. 하루종일 한끼도 먹지 못했다며 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흔쾌히 자리를 일어선 주인장. 오늘 참 바쁘시다.

그이가 왜 이 자리에 왔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여러 영화에서 음악 작업을 해왔고, 이번에 개봉하는 ‘조선명탐정2’에서는 처음으로 자기 이름이 올라간다며 기뻐했다. 유쾌하고 발랄한 그는 사실 ‘세월호’ 추모 뮤직비디오 ‘잊지 않을게’를 만들기도 했다. 이 뮤직비디오는 그의 주변에서 함께 음악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 SNS를 통해 모인 30여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고 했다.


‘답답함’. 그가 이 뮤직비디오를 만든 이유였다. 무언가를 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답함. 과연 그 답답함은 풀렸을까.


세월호 이전까지 그는 정치나 사회 이슈에 대해 무관심했단다. 그러다가 세월호가 터졌다. 뮤직 비디오를 만들면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었다.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회적 이슈나 정치 문제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열혈 청년 작곡가가 되었다. ‘조선명탐정 2’의 마지막 엔딩 음악을 만들면서 이 곡을 ‘잊지 않을게’의 답가 형식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코믹 탐정 영화에 좀 어울릴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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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 12시가 다 되어 가게를 나왔다. 난 집으로 돌아가고, 셋은 한잔 더 나누어야겠다며 한파 몰아치는 밤거리 속으로 들어갔다. 




큰지도보기

친친국수 / 국수

주소
서울 마포구 대흥동 246번지
전화
070-7579-7379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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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난 "친구가 보고 싶다"며 자살을 시도한 세월호 생존 학생의 소식을 접했다. 아무 일 없이 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지금 같은 땅,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겪을 수도 있는 고통을 그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 수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가슴 속 어디선가에서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의 평화가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그들에게 연민이나 동정을 주는 것을 그만둔다는 것, 이것이 나와 당신, 그리고 이 땅의 공동체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단지 그 잔인함 또는 슬픔만을 기억하기 위함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가 언제나 그러했듯이 잔인하고 참혹한 현장에서도 자애와 희생, 용기와 친절이 꽃을 피웠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역사 속 4.19, 5.18 중에 일어났던 참혹하고 잔인한 학살에서도, 공포와 두려움을 뚫고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진실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은 4월 16일에 멈춰있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슬픔을 나누고 아픔에 연대하면서 치유와 극복을 위해 나아갔다. 그래서 2000년대 대한민국 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암울한 시대의 잔인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우리가 희망을 포기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어리석은 필부의 정신 승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보여준 헌신과 봉사, 친절과 용기를 기억하자. 돌이킬 수 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사소한 방식으로 실천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이 변화다. 변화의 중심에 세월호를 놓아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현실의 끊임없는 반복 속에서도 마땅히 인간이 지켜야 할 근본적인 물음에 다시 답하려고 노력하는 것, 그 자체가 승리다.


photo by 구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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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좁은 취업문을 이야기한다. 청년 취업 문제는 이제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취업하면 총알없는 전쟁터란다. 그 전쟁터를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것이 요즘 직장인이다.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이 경직된 조직 문화에서 생각과 의지를 거세당하고 있다. '미생(未生)'이라는 드라마는 우리의 이상한 조직문화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판타지도 만들어 준다. 장그래 같은 우리 사회 새내기 취업자들은 오늘도 자기 성장 보고서를 쓰면서 '완생(完生)'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과연 '완생'은 있을 수 있는 이야긴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조직도, 개인도 정체되어 괴로운 세상이다. 

그러나 여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나간 사람들이 있다. SNS를 통해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의 문을 연 우리나라 청년 취업자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쉬운 사무직(기자를 비롯해)은 로봇이 대체될 것이다. 3D 업종은 이미 제3세계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하고 있다. 단순한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넘어 자신의 가능성을 돌아보고 생각의 크기를 키워야 한다. 새로움은 1년도 되지 않아 낡은 것이 되는 세상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라고 하지만, 그 창의는 너무나 소모적이라서 괴롭다. 회사는 더더욱 고리타분하다. 회사 역시 좀더 다양한 구성원에 대한 관용과 진일보한 조직 문화를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가 들어와도 그런 인재를 좀비로 만드는 조직 문화는 고쳐야 한다. 



링크에서 인용한 칼럼 일부를 여기에 옮겨 본다.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상명하달식 군대식 조직문화를 평등한 조직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획일적인 문화를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해외취업을 꿈꾸는 국내 인재를 품고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


교과서 출판업계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일은 아직은 요원하다. 하지만 동종 업계에서 우리 출판사의 이미지가 보다 진일보한 조직 문화를 가짐으로써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대로라면 나가고 싶은 기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니, 실상 나가고 싶은 직원들, 실제로 타사에 지원서를 넣는 직원들이 많다. 

변화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고, 가능성은 생각의 크기에 비례한다. 큰 생각을 변화로 이끌 동력으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지금 기업들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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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민서가 다음달 생일이 되면 딱 60개월이 된다. 처음 2.04kg의 미숙아로 태어났고 인큐베이터에서 3주 머물때는 1.89kg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그러던 아이가 어느새 키도 또래 아이보다 크고, 몸무게도 비슷하게 나간다.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의 일이다. 면회도 쉽지 않아 예약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럼에도 나날이 잘 견디고 건강하다는 이야기만으로 감사해 했다. 엄마 젖을 빠는 모습은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면회를 하려고 대기할 때였다. 안이 부산스러웠다. 결국 많이 아프던 미숙아 하나가 저 세상으로 갔다. 아주 작은 상자가 나오고 뛰따라 엄마아빠가 따라나왔다. 우리는 일어서서 고개를 숙였다. 민서 엄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산부인과나 유아관련 의학은 이제 비인기학과가 되고, 종합병원의 신생아실 유지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태아보험도 들고, 정부지원에 구청 미숙아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이런 행운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닌가보다. 아름다운 재단의 미숙아 지원 기금 모집을 보면서 민서가 태어났을 때의 그 겨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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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소설 ‘토지’에서 묘사한 추석 한가위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리면 자잔한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소복 단장한 청상의 과부는 밤길을 홀로 가는데 – 팔월 한가위는 한산 세모시 같은 처량한 삶의 막바지, 체념을 묵시(黙示)하는 축제나 아닐는지. 우주만물 그 중에서도 가난한 영혼들에게는.

   가을의 대지에는 열매를 맺어놓고 쓰러진 잔해가 굴러있다. 여기저기 얼마든지 굴러 있다. 쓸쓸하고 안쓰럽고 엄숙한 잔해 위를 검시(檢屍)하듯 맴돌던 찬바람은 어느 서슬엔가 사람들 마음에 부딪쳐와서 서러운 추억의 현(絃)을 건드려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하고많은 이별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흉년에 초근목피를 감당 못하고 죽어간 늙은 부모를, 돌림병에 약 한첩을 써보지 못하고 죽인 자식을 거적에 말아서 묻은 동산을, 민란 때 관가에 끌려가서 원통하게 맞아죽은 남편을, 지금은 흙 속에서 잠이 들어버린 그 숱한 이웃들을, 바람은 서러운 추억의 현을 가만가만 흔들어준다.

   “저승에나 가서 잘사는가.”

   사람들은 익어가는 들판의 곡식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들판의 익어가는 곡식은 쓰라린 마음에 못을 박기도 한다. 가난하게 굶주리며 살다 간 사람들 때문에.

   “이만하믄 묵을 긴데…….”

   풍요하고 떠들썩하면서도 쓸쓸하고 가슴 아픈 축제, 한산 세모시 같은 한가위가 지나고 나면 산기슭에서 먼, 먼 지평선까지 텅 비어 버린 들판은 놀을 받고 허무하게 누워 있을 것이다. 마을 뒷산 잡목 숲과 오도마니 홀로 솟은 묏등이 누릿누릿 시들 것이다. 이러고 저러고 해서 세운 송덕비며 이끼가 낀 열녀비며 또는 장승 옆에 한 두 그루씩 서 있는 백일홍나무에는 물기 잃은 바람이 지나갈 것이다. 그러고 나면 겨울의 긴 밤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해가 서산에 떨어지고부터 더욱 흐느끼는 듯 꽹과리 소리는 여전히 마을 먼 곳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밤을 지샐 모양이다. 하기는 마을 처녀들의 놀이는 이제부터, 달 뜨기를 기다려 강가 모래밭에서 호작거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시작될 것이다.







고 박경리 선생의 소설 ‘토지’에 묘사된 팔월 한가위의 모습은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이만하믄 묵을 긴데’ 싶다가도 여기저기 빼앗기고 나면 한줌 겨울나기도 쉽지 않은 곡식들, 그것은 풍요 속의 빈곤을 드러내는 아이러니였죠. 지금 우리는 그렇게 풍족할까요? ‘흉년에 초근목피를 감당 못하고 죽어간 늙은 부모’는 도시의 음습한 그늘을 뒤지며 돌아다니는 200만명의 종이 줍는 노인들이고, ‘돌림병에 약 한첩을 써보지 못하고 죽인 자식’은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바다 속으로 잠겨간 세월호 아이들이었습니다. 진실은 여전히 저 바다 깊이 잠겨 있고요. 그래서 이번 추석은 더더욱 쓰린 가슴에 못을 박게 되는군요. 그리고 이렇게 겨울이 성큼 다가오겠지요.


그래도 추석은 명절입니다. 곳곳에 흩어져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던 이웃과 친척들이 한 지붕 아래 모입니다. 조상네 밥 한끼 대접하고자 모여 지나간 시간들을 술 한잔으로 털어내며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날이죠. 우리 아이들도 노을 지는 시골길에서 만나는 바람 속에서 가을 들녘의 풍요와 행복을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지금의 작은 행복에도 기뻐하고 감사할 수 있기를, 더불어 이웃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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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당선인은 1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성공회대학교 피츠버그홀에서 가진 고별 강연에서 "선행학습 금지법이 사교육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은 교과서 난이도가 대학교수가 풀 수 없을 만큼 높은 탓"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선행학습 금지법은 비정상적인 교육 현실 하에서 공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고육지책"이라면서 "궁극적으로 폐지하되, 과도기적으로는 학원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고(高)난이도의 교과서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사 바로 가기 >>>>)



교과서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 지나친 활동 중심 과제들을 대폭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수업 시간에 해결 가능한 활동 외의 과제로서 따로 풀어야 하는 활동 과제들은 아주 가끔씩 나와야 하는데, 요즘 교과서에서는 수시로 조사-발표-토론 과제들이 등장한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거의 하지 않거나 과제로 제출하게 하는 것이 전부다. 


교과서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교육과정이 쉽게 나와야 한다. 교육과정이 지나치게 어렵게 나오고 난이도 역시 그대로라면 교과서의 난이도 역시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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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서였다. 적지 않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있어서 우산을 깊이 눌러쓰고 있었다. 개봉역으로 막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앞에 가던 커플 중 남자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저기 불났다."


▲ @KimJeongRok1 님의 트위터에서 : 출처는 여기


우산을 들어 그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1층과 2층 사이 PVC관이 불에 녹으면서 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불꽃이 튀면서 PVC에 불이 붙어 연기가 나고 있었다. 가까운 장소라면 소화기로 쉽게 끌 수 있는 장소였으나 장소가 접근이 불가능한 장소라 소방차가 와야 가능할 듯싶었다. 게다가 전기 합선이 우려되는 상황인만큼 쉽게 접근할 수도 없는 일임이 분명하다. 


우산을 접으니 사람들 모습도 보인다. 누군가는 전화를 하고 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있다. 선거운동원들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통제하는 역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모른는 걸까?


전화를 할까, 아니면 역 관계자에게 알릴까 잠시 생각하다가 역관계자에게 알리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봉역에 들어서면서 개찰구를 지나 플랫폼에 설 때까지 주의 깊게 찾아보았지만 역관계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비록 작은 불이었지만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역 관계자나 그 상황을 통제할 책임있는 사람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자동화된 시스템에서 사람은 사라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출퇴근 길의 개봉역 그 거대한 공공 장소에 안전 요원이 없었다. 



▲ @KimJeongRok1 님의 트위터에서 : 출처는 여기


다행히 전철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소방차가 도착하고 몇줄기 물을 뿜는 것으로 불은 쉽게 진화되었다.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의 안전이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안전 문제는 바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다. 세월호 참사는 어쩌다 일어난 불운한 일이 아니였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고, 안전에 소홀히 한 지금 사회 체제의 문제였다. 다시 개봉역 작은 화재를 보면서 그 문제를 더욱더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사진은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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