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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아침 자전거 출근 10.3km
2020년 누적 주행 거리 1359.8km



1. 동네 대형마트가 사라지다
집에서 가까운 대형마트가 사라집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대형마트 때문에 주변 상점이나 시장, 소형 마트들이 피해를 본다면서 거대 공룡의 독식 문제를 문제 삼았는데요. 이제는 비효율적이다는 이유로 사업을 접는 것을 보면 세상의 변화는 정말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실감합니다. 비효율의 원인은 아마도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택배가 보편화되면서 대형 마트는 거대 공룡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죠.

롯데마트가 서울 시내 매장에서는 처음으로 구로와 도봉의 마트를 폐쇄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대형 고별 현수막까지 걸려 있네요. 11월 30일까지만 영업을 한답니다.

집과 가까워서 자주 가는 대형마트이긴 한데, 보다 특별한 추억은 아이에게 있는 것 같네요. 이곳에는 장난감 마트 한편에 프리파라 게임이 있어요. 이 게임은 여자 아이돌의 음악 리듬게임인데, 민서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즐겨 하던 게임이죠. 2주에 한번씩은 게임 때문에 마트를 찾아가곤 했어요. 게임을 하면 카드가 하나 인쇄되어 나와요. 그걸 또 모으는 재미가 있는 거죠. 집에 모아놓은 프리파라 게임 카드가 상당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될 물건이 되겠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강제로 게임을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었네요. 한때 아이의 소원 중에는 집에 프리파라 게임기를 가지는 거라고도 했는데...


2. 구구단 외우기 하지 마라
대형마트가 이렇게 빨리 폐점될 거라 생각도 못했어요. 세상이 정말 빨리 변하는 거죠. 교육도 변화의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역량은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입니다. 4차 산업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이런 생각에는 대부분 동의할 거라 봅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수학 문제에 있어서도 구구단을 외우는 것을 절대 못하게 합니다. 구구단을 외우는 과정은 오히려 아동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탐구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수학에 대한 반발심만 더 키운다는 거죠.
무언가를 암송하듯 외우는 행위는 구세대의 교육법임은 분명합니다.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습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만큼 변화속도가 빨랐는데, 코로나 이후에 더 큰 변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느리게 가고 싶은 마음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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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6. 아침 자전거 출근 10.4km
🏁 2020년 누적 주행거리 1349.5km


1.
지난 금요일 부모님께 독감 백신 접종 여부를 여쭤보았습니다. 아버지는 혼자 가서 이미 맞으신 것 같고, 어머니는 일을 다니고 있으셔서 아직 맞지 않으셨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머니가 독감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병원과 시기를 찾아보니 가까운 ㄱ 의원에서 이번주 월요일부터 맞을 수 있다고 나와 자세히 말씀드리고, 월요일에 귀가길에 들리셔서 맞으시라 잘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죠.

2.
독감 백신을 맞은 이후 사망하는 사람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백신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고, 심지어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이 백신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번 관련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요. 결과적으로 독감 백신의 경우 우리가 코로나 이후 대부분이 처음으로 접했을 '집단 면역'과 관계가 있습니다.

"군집면역: 특정 집단에서 해당 감염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는 구성원의 비율을 의미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집단면역을 획득하면 면역력이 없는 구성원에서도 간접적인 질병예방효과가 나타남."(성인 예방접종 가이드 발간 배경과 의의 - 질병관리본부)

독감 백신은 자신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백신이 소용없는 치명적인 환자들, 노약자들을 위해서 집단 면역 환경을 만들어 이들을 지키는 보호막(우산)을 펼치는 것과 같다고 합니다. 백신을 통해 어느정도 많은 이들이 면역력을 가지게 되면 독감처럼 호흡기로 쉽게 전염되는 병이 이들에게 전달되는 통로가 막히고, 결과적으로 노약자와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죠.

3.
물론 100% 완벽한 백신이라는 건 없습니다. 부작용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그렇다고 백신을 거부한다는 건 더 큰 위험에 빠지는 것입니다. 배가 위험하니 수영해서 바다를 건너겠다는 발상이죠. 특히 코로나에 대한 치료제나 백신은 앞으로도 한참 시간이 걸릴테니 독감이라도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막아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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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2. 저녁 자전거 퇴근 10.9km / 10.23. 아침 자전거 출근 9.7km
🏁 2020년 누적 주행거리 1339.1km


1.
상강. 아침 기온이 4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상강은 첫 서리가 내린다고 하는 날이죠. 상강답게 쨍한 아침 날씨와 서늘한 공기가 조화를 이룹니다. 찬 이슬이 내리는 한로를 지나 지표면의 온도가 많이 떨어져 서리가 맺히는 상강, 그리고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으로 절기가 이어집니다. 만추, 마땅히 입동이 오기 전까지의 이 시기를 일컫는 말이겠죠. 나뭇잎들의 색이 더더욱 붉어지고 낙엽이 비처럼 떨어집니다. 어제는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낙엽이 미친듯이 공중에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았네요.

2.
아이는 아직도 같은 반 아이들 중 모르는 아이가 많다고 합니다. 고작 22명밖에 되지 않지만 고작해야 일주일에 한번 정도 등교하고 그나마 학교에서도 마음놓고 놀고 떠들 수가 없으니 서로를 알아가는 게 어렵습니다. 벌써 겨울방학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아이는 친해지고 싶은 아이와 친해지지 못한게 가장 아쉽다고 말하네요.

3.
11월 초에 시간이 된다면 지리산둘레길 일곱번째 구간을 걸어볼 생각입니다. 아마도 산은 더욱 붉게 물들었거나 나뭇잎을 떨구고 황량한 기운을 내뿜고 있겠죠. 텅빈 들판을 보면서 속으로 눈물을 한웅큼 쏟아내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들고 당황스럽게 한 2020년을 이렇게 보내는 아쉬움과 억울함이겠죠. 그렇게 걸으면서 풀어집니다. 세상 속의 나는 작고 하찮지만 내가 경험하면서 품는 세상은 그 어느 세상보다 크고 넓을 수 있다는 걸 느껴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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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 자전거 출근 10.1km
🏁 2020년 누적 주행 거리 1307.7km


1.
저녁 자전거 퇴근은 참 힘든 일입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것은 사실 위험한 행동이죠. 저마다의 사정으로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이고, 대부분이 정체 구간이라서 여유들이 별로 없습니다. 갑작스런 경적 소리가 가슴을 철렁이게 하죠. 간혹 신경질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이제 익숙해졌네요.

2.
폰지 사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1920년대 초에 미국 보스톤의 찰스 폰지라는 은행원이 벌인 사기행각에서 비롯된 말인데요. 시중에서 주는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약속하고 돈을 받은 뒤 그 자금으로 높은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고 다시 모금하면서 돌려막기 식으로 돈을 자꾸 부풀리고 결국에는 더 이상 돈을 지불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이르는 것을 말합니다. 단순한 논리지만 이 과정에 온갖 논리가 동원되고 여기에 많은 사람이 속아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죠. 최근의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피해액이 1조5천억원에 이른다고 하니 그야말로 역대급 사기 사건이 터진 셈이고 피해자들의 규모 역시 정관계 유력 인사까지 포함될 정도로 광범위합니다.

3.
금융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펀드도 똥손이라서 매번 실패를 밥먹듯하다보니 주식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그저 정기예금과 연금만 넣고 있는데 최근의 이런 사기 사건을 보면 돈에 대해 모르고 사는 내가 다행인 건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누구도 당할 수 있고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금융 사기일 겁니다. 정부가 이런 사건에 대해 엄격히 대해야 하겠지만, 이게 자본주의의 실체가 아닌가 싶네요. 통제가 안되는 거죠. 산업 자본주의에서 금융 자본주의로 넘어온 지금의 시대에서는 이런 일들이 더 자주. 빈번히 발생할 것 같습니다. 그 신호탄이 IMF외환위기였죠.

4.
스콧 니어링은 다음을 인생 목표로 삼았다고 합니다. (출처 장석주 스콧 니어링 자서전)

- 간소하고 질서 있는 생활을 할 것
- 미리 계획을 세울 것
- 일관성을 유지할 것
-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을 멀리 할 것
- 되도록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할 것
- 그날그날 자연과 사람 사이의 가치 있는 만남을 이루어가고, 노동으로 생계를 세울 것
- 연구에 온 힘을 쏟고 방향을 지킬 것
- 쓰고 강연하며 가르칠 것
- 계급투쟁 운동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할 것
- 원초적이고 우주적인 힘에 대한 이해를 넓힐 것
- 계속해서 배우고 익혀 점차 통일되고 원만하며, 균형잡힌 인격체를 완성할 것

우리는 자본주의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체제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다음 세계를 어떤 세상으로 만들지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개개인의 마음가짐과 행동의 변화부터 시작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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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9. 아침 자전거 출근 10.5km
🏁 2020년 누적 주행거리 1286.6km


1.
집에 있던 자전거 블랙캣3.0를 타고 달렸습니다. 이 자전거는 미니벨로 접이식 자전거입니다. 가끔 포장 주문한 음식을 찾으러 갈 때, 마트에 물건 사러갈 때 잠깐 이용하곤 했죠. 올해 1500km 주행 목표가 점점 어려워지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어요. 출근길로만 달성하긴 어렵겠다 싶어서 출퇴근 모두 타기 위한 고육책이네요. 8월 한달의 저조한 성적이 이제 발목을 잡는군요.

2.
블랙캣3.0은 좋은 자전거입니다. 나름 접이식이지만 꽤 튼튼하고 가볍죠. 속도도 어느정도 낼 수 있고, 8단까지 기어 조정이 가능해 다양한 도로 상황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니벨로라 바퀴가 작아서 열심히 굴려도 큰 바퀴에 비해 더 많이 페달을 돌려야 하는 고단함이 있습니다. 마포대교를 달리는데 저를 추월하는 따릉이를 보면서 큰 바퀴와 작은 바퀴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네요. 장거리 주행에서는 미니벨로가 체력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3.
지난 주말 친척 조카의 결혼식에 갔습니다. 입장부터 발열체크, QR 코드로 출입명부를 작성하고 식장 안에서도 옆 한자리를 비우고 앉아야 됩니다. 대부분 이런 규칙을 지키고 앉아서 결혼식을 지켜보았고요. 사진 촬영 때만 마스크를 뺐을뿐 결혼식 내내 마스크는 대부분 쓰고 있었네요.
식사에서도 일회용 비닐장갑을 끼고 음식을 덜어야 하며 당연히 그러는 동안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식사 자리도 한자리씩 떨어져 앉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결혼식이라는 자리, 오랫만에 만나는 친인척과 지인들의 만남에서는 단순한 안부인사와 대화도 전개되기 마련이고 손을 잡고나 대면 대화를 하는 모습도 자주 나타납니다. 노인이나 노약자는 가능하다면 참석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코로나 이후 일상적인 행사나 집회가 이제는 특별한 절차와 주의가 필요해졌습니다. 쉽지도 않고 거추장스럽고 까다롭게 느껴져 짜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식장의 건물에 입장할 때부터 이런 절차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아 짜증을 내는 어르신들도 많이 보였죠. 사실 노인분들에게 QR코드 출입명부 작성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결혼식에 가는 분들은 이런 부분을 미리 염두하고 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지금까지 약 9개월 정도 이렇게 달려왔고 앞으로 이 정도 기간을 더 가야합니다. 지치지 않고 건강히 완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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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 마을 지나 논 한가운데 나 있는 도로를 따라 걷는 길에서 강아지풀을 들고 장난치는 아이

 

 

들녘이 누렇게 변했다. 추수를 앞둔 벼들이 고개를 한껏 숙이고 있다. 한가위를 지나 풍요의 시간이다. 넉넉한 곳간처럼 마음도 넉넉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왜 이리 공허할까. 사람 사는 세상의 흐름은 이제 더 이상 자연의 흐름과 같아질 수 없는 거다. 땅과 하늘은 풍족한 곡식과 과일을 주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눈에도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갇혀 있다. 오랫동안 발이 묶이면서 시간의 흐름도 묶이길 바랐지만, 시간은 바이러스 따위 쳐다보지도 않고 제 갈길을 달려 갔다. 

매달 걷기로 한 지리산 둘레길이었다. 5월 이후로 5개월만에 다시 길을 나섰다. 모가 심어졌던 논들은 이제 그 모가 자라 벼가 되었고, 수확만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시간은 훌쩍 넘어갔고, 아이는 금세 엄마의 키를 넘볼 만큼 자랐다. 좀 천천히 자라주면 안되겠니, 속으로 말해 본다. 

그래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채워지지 않는 것들을 채우려는 마음, 채워질수록 공허한 마음은 가을이 죽는 숙명이다. 이 난국은 끝이 보이지 않고, 혼란은 더욱 깊어간다. 불안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광장을 가득 메우고, 힘을 가진 이들도 해결책을 찾지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정답이 있을까? 누구도 알 수 없는 낯선 상황에서 우리는 최선의 해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사실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아무렇지도 않게 출근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이어가는 것. 비정상적인 생활을 정상적으로 이어갔던, 그런 생활이 벌써 1년을 채워가고 있다. 이렇게 2020년이 다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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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6구간(수철-성심원)(출처: 네이버 지도)

 

둘레길을 걷는다는 것은 이렇게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잠시 눈앞에 붙잡아 둘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걸으면서 만나는 강과 들과 산의 모습은 내가 놓치고 지나온 자연의 시간들을 돌아보게 한다. 지난 5월, 찰랑찰랑한 논에 심어져 있던 모들이 이제는 어린아이 키만큼 자라 무거운 벼이삭을 늘어뜨리고 있고, 막 연초록 새잎들을 틔우던 나무들도 어느새 빛바랜 나뭇잎을 하나둘씩 떨어뜨리고 있다. 감나무의 감들은 잘 익어 어서 따달라고 가지를 늘어뜨리고, 대추는 매달린 채 쪼그라들었으며, 지천에는 밤송이들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풍경을 만난다. 저 벼들과 감과 대추와 밤이 그동안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내 앞에 나타난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낮과 밤, 비와 바람을 그 안에 품고 있을까. 잘 커 줘서 고맙다. 

 

 

벼들을 말리는 모습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추수가 다 끝나지는 않았다. 멀리 웅석봉 자락이 보인다. 저 너머 지리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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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막마을에서 금서 농공단지 옆을 지나는 길. 논밭 사이로 난 길을 지나 마을과 마을을 지난다. 

 

수철리 마을 회관 앞 공터에서는 이삭을 말리고 있다. 고속도로를 나와 지방도로를 달릴 때에도 한적한 곳에는 여지없이 벼를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벼를 잘 말려야 썩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요새는 다들 건조기에서 말리지만 일부러 건조기를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들판에 벼를 말리는 일은 여간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매번 요리조리 잘 뒤집어 골고루 말리는 일도 번거롭지만 안 본 틈에 짐승들이 접근해 먹어치우는 것도 감시해야 할 것이다. 자칫 지나가는 차량들이 실수로 밟고 지나가는 일도 벌어진다. 정말 재수 없으면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리는 일이다. 대부분이 노인들인 시골에서는 벼를 말리는 일도 거두는 일도 뒤적거리는 일도 모두 수작업이라 보통 힘이 드는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리한 건조기를 마다하고 굳이 여기 아스팔트 바닥 위에 말리는 건, 가을 햇살이 주는 오묘한 맛이 있기 때문이다. 고추도 건조기에 말리는 것보다 햇볕 아래 말리는 것을 더 높게 쳐주듯이 밥맛도 건조기로 말린 쌀보다 이렇게 햇볕에 말린 쌀이 더 좋다고 한다. 널어놓은 벼가 바싹 말라가는 시간은 밥이 맛있어지는 시간이다. 

수철마을을 지나면 곧 지막마을로 들어선다. '지막'은 '종이로 만든 막'을 뜻한다. 지리산 산골마을 중에는 종이를 만들던 곳이 많았다. 지막마을 역시 산에서 닥나무를 베어다 닥종이를 만드는 일을 마을의 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옛날에는 삶은 닥나무 섬유를 발에다 건져 종이 모양을 만들고 나무판에 붙여 햇볕에 말렸는데, 여러집에서 그렇게 말리고 있으면 커다란 하얀 막이 마을을 덮은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지막' 마을이 된 것이라는 유래다. 

지막마을을 지나고 평촌마을을 지날 때면 금서 농공단지가 옆으로 펼쳐진 모습이 보인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산청공장이다. 여기가 비행기나 헬리콥터 등을 만드는 공장인 셈이다. 수철마을로 들어오다 보면 정문 앞을 지나가게 되고 이렇게 둘레길을 가다 보면 또 옆으로 지나치게 된다. 농공단지에 제법 크게 지어진 건물이라서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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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 농공단지 옆을 지나 경호강을 만난다. 

 

농공단지를 지나면 큰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경호강이라고도 불리는데, 남강의 상류부의 명칭이다. 경호강은 남강으로 바뀌고, 진양호에서 잠시 머물다가 북동쪽으로 물의 흐름을 바꾸어 함안군에서 낙동강과 합류한다. 경호강은 래프팅 장소로 인기가 많다. 여름철 이 길을 걷다 보면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래프팅 시기가 아닌 데다 코로나로 인해 이곳의 휴양 산업도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래프팅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강변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강이 훔친 사람 마음이 어디 래프팅뿐일까. 걷는 내내 경호강 주변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경호강 낚시는 보통의 대낙이 아닌 릴낚시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어낚시가 유명한데, 5월에서 8월까지가 한창때이다. 10월인 지금도 강에 들어가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은어 철이 지났는데, 저들은 무엇을 낚기 위해 차가운 강으로 들어가 낚싯대를 흔들고 있는 것일까? 래프팅과 낚시 말고도 ATV(4륜차)를 즐기는 이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온 가족이 함께 왔는지 할머니부터 초등학생까지 10여 명 되는 사람들이 둘레길 코스에서 먼지를 풀풀 날리며 ATV를 타고 우리 옆을 지나갔다. 한참을 엔진 냄새를 맡으며 걸어야 했던 불쾌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ATV들이 많이 낡아 보였고, 바퀴마저 똑바로 굴러가지 않아 보여 위험해 보였다. ATV를 타고 어디까지 구경을 가는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걸으면서 구경하는 경호강의 풍경이 훨씬 조용하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경호강 풍경을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어느새 이 구간의 가장 높은 고개, 바람재를 오른다. 높다고는 했지만, 실상 언덕 정도다. 하지만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고,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나 됐지만, 부모 앞에서는 아직도 아기같이 군다. 이번 둘레길 구간의 특징은 마을과 강을 따라 걷는 길이 많아 평지길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마땅히 쉴만한 공간을 찾기 어렵다. 바람재를 넘어갈 때도 쉴만한 곳을 찾을 수 없어 길 옆에 자리를 깔아 아이를 앉히고 다리를 주물러 주었다. 조금만 가면 끝난다는 말로 구슬려 다시 길을 나섰다. 거짓말은 아닌 게 바람재를 넘으면 곧 성심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날의 종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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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원은 한센인들의 노후를 위한 복지시설이다. 천주교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한센인 또는 중증장애노인들의 생활을 보살피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시점에는 입구에서부터 코로나 방역을 위한 열체크와 문진을 하고 있는 듯해 보였다.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의 중증 장애 노인들이 있는 시설인만큼 초긴장 상태일 것이 분명하다. 안에서 생활하는 노인들도 외부에서 찾아와 주는 사람이 아예 없다시피하는 요즘은 외롭고 쓸쓸함이 더할 것이다. 더불어 그들을 돕는 이곳 종사자들 역시 노인 시설에서 일하는 직업적 사명감으로 외부와의 만남이나 접촉을 일체 끊고 살아가야 하는 힘든 시절이다. 

오랜만에 둘레길 걷기를 나섰지만, 마음은 가볍지가 못했다. 여전히 코로나와의 싸움 최전방에서 고전분투하고 있을 여러 종사자들의 면면을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없다. 게다가 우리가 걷는 둘레길에는 대부분 노인들이 사는 시골마을이라서 말소리 숨소리 하나 쉽게 나가지 못한다. 지나가는 어르신들에게 말을 건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그저 조용히 주어진 길을 걸으며 마을을 소리 없이 지나치는 것이 코로나 시대 여행자의 양심일 것이다. 

성심원 앞에서 산청택시를 불러 차를 주차해 둔 수철마을로 갔다. 요금은 17000원 정도. 아이는 피곤했는지 뒷좌석에 잠들었다. 

 

성심원 앞길

 

 

그래서 이번 둘레길이 공허한 마음을 채웠을까? 아직은 어설프다. 세상이 분명 나아지고 있다고 믿지만, 말들의 전쟁이 난무하는 온라인 공간을 보면 심란하다. 한편으로는 총칼이 부딪히는 것이 아니고 말로만 서로를 죽고 죽이는 게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저 많은 말들에 쌓인 업보는 어떻게 풀려고 저러는 것인지 안쓰럽다. 어지러운 온라인 공간에 이렇게 글과 사진을 남기는 건, 그럼에도 우리의 삶이 나아지고 있다는 작은 희망이 되고 싶은 소망 때문이다. 물론 무엇보다 내 마음 안의 공허를 채우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아내에게 다음 지리산둘레길 일정을 서둘러 잡자고 했다. 걷는 일은 명상과 사색이 함께 어우러지는 일이다. 마음의 평안을 찾는 여정이다. 어질러진 일상을, 흐트러진 마음을, 늘어진 몸가짐을 바로잡는 일이 될 것이다. 

 

 

새벽길을 달려 온 여정이라 아이가 힘들어했다. 길은 평이했지만, 걷기 여행은 약간의 고단함을 견뎌내는 것. 아이가 알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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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4. 아침 따릉이 출근 9.7km
🏁 2020년 누적 주행거리 1266km


1.
구름이 많은 날입니다. 덕분에 일교차는 적다고 하는데요. 그동안 건조하다 싶었는데 구름 때문인지 아내의 비염도 오늘 아침은 덜한 것 같네요. 콧소리가 익숙해져 가고 있었는데 아쉽...ㅋ

2.
"지난 16일 청주시 모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에 대한 물음에 「엄마 아빠가 안때리면 좋겠다」 「아빠가 발로 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상당수의 아동들이 대답한 것으로 밝혀져 아동 학대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 1990년 6월 24일 기사 "툭하면 구타 등 가혹행위 부모 겁내는 아동 많다" 중 일부


자녀 체벌 금지를 강조한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아동에 대한 부모의 징계권이 인정됐습니다만 이제는 국가의 법 체계에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동에 대한 부모 징계권은 그동안 아동을 학대한 부모들이 훈육의 목적으로 사랑의 매를 든 것이라는 핑계로 이용되어 왔고 그렇게 해서 법의 처벌도 피해가곤 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국가가 아동에 대한 학대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거죠. 민법이 생긴 1958년부터 있었던 아동에 대한 징계권은 전근대적인 유물에 불과합니다.

저를 포함한 제 또래의 많은 부모들이 대부분 그 부모에게 매를 맞은 경험이 있을 겁니다. 1990년 서울 국민학교 어린이 124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한달에 2회 정도 매를 맞았다고 답한 아동이 5명 중 1명꼴(19.43%)로 나왔으니까요.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집에서 맞고 학교에서도 맞고 군대 가서도 맞고 사회 나와서도 맞았던 세대일 겁니다. 그렇다고 그 폭력이 미화되어서도, 다시 반복되어서도 안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깊은 정과 헌신적인 사랑이지 그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겠죠. 이제는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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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 수. 아침 따릉이 출근 10km
🏁 2020년 누적 주행거리 1236km


1.
따릉이를 타다보면 인도로 달리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구로에서 신도림-영등포-여의도- 마포대교-마포-공덕 을 달리면 대부분의 인도는 자전거도 달리는 게 허락된 복합보도입니다. 자전거 전용도로로 구분되어 있는 구간은 여의도와 마포대교 구간이 유일하죠. 마포에서 공덕까지 끝차선은 자전거 우선도로로 되어 있지만 차와 공유하는 도로입니다.

2.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로 이용하려 하지만 이도 쉽지 않은 게 자동차 도로와 완전 분리된 공간이 아니다 보니 자동차들이 수시로 들락거립니다. 여의도 구간에서는 이른 아침 담배 피우러 나온 사람들이 자전거도로를 점령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들이 지나 다니지만 도로의 절반 이상을 침범하고 들어와 담배를 피죠.

자전거 우선도로 구간도 택시들이 주정차 중인 구단들이 있어 그런 공간에서는 달리는게 매우 위험합니다. 주정차 된 택시를 피하려다가 뒤에서 오는 차에 부딪힐 수 있으니까요. 이런 구간에서는 불가피하게 인도로 달립니다. 당연히 따릉이를 불편해하고 화를 내는 분을 가끔 봅니다. 엊그제도 차도로 가라고 삿대질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했죠. 주정차 중인 택시들이 길게 서 있는 구간이라서 인도로 달리던 중이었습니다. 가급적 천천히 벨도 울리지 않으면서 달리지만... 걷는 이들에게는 탐탁치 않은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3.
반대로 인도가 너무 좁거나 너무 망가져서 위험하지만 차도로 달려야 할 때도 있어요. 문래 영등포 구간에 그런 곳이 많죠. 차도로 달리다 보면 조마조마합니다. 사고의 두려움은 항상 있죠. 조심하지만 위험 상황에 자주 노출된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여하간 조심하는 수밖에요.

4.
나름 수년째 같은 길을 오가다 보니 어디에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인도와 차도를 선택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요령도 뚜렷해졌습니다. 하지만 엊그제 삿대질을 받고 신경질적인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다보면 자전거 출근의 피로감이 쌓이네요. 사실 대중교통이든 개인 자차 이용이든 회사를 다니며 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길에서의 사소한 갈등이나 불편함은 숙명이겠죠. 다들 이렇게 사는 거죠. 밥벌이의 고단함 중의 하나인 거니까.

5.
오늘도 험난한 출근길을 헤치고 직장에 무사히 출근하신 모든 분들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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