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1~6구간, 주천에서 성심원까지는 아내와 딸이 함께 걸었다. 그러나 아내의 건강 문제로 오래 걷는 게 힘들어졌다. 아내가 빠지니 아이도 안 걷겠다고 버틴다. 걷기, 오르기, 그리고 견디기... 아이에게는 좀 지루하고 힘든 일임에 틀림없다. 아빠와 딸의 여행은... 앞으로 10년 뒤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서운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위해 아이의 성장을 기다리고 내 건강을 살필 시간이다. 가족과 함께 서울둘레길을 완주했을 때의 그 기쁨과 희열을 잊을 수 없다. 항상 엄마가 앞에 서고, 어린 딸이 중간에, 내가 맨 뒤에서 걸었다. 어린 딸이 10여km를 아무 투정없이 걸었을까. 한번은 내가 아이를 업고 걸었던 일도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길을 아이는 잘 걸었다. 힘겨웠던 시간은 지나면 영..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직장 동료들이 가끔씩 던지는 말이 있다. 젊었을 때는 절대 하지 않았던 말인데, 나이가 드니 저절로 입밖으로 터진다. 변하지 않는 구조와 회사의 인식에 대한 자괴감을 담아서 이렇게...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20대의 젊은 청년 조일병이 내뱉던 그 말은 바닥을 알 수 없는 절망의 끝에서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무시무시한 폭력 앞에 내던져졌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누구도 손내밀지 않았으며 모두가 방관했다. 그 절망 앞에서 그는 마지막을 향해 폭주했다. 누가 착하고 순했던 조일병을 그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은 의미없다.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떠들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군 시절(1993~1995) 중대 행정반 게시판에는..
2015년에 나온 EBS 기획 다큐 프로그램이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접하고 1부부터 4부까지 보았다. 총 6부작으로 5부는 '누가 1등인가' 6부는 '공무원의 탄생: 300일의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4부 '서울대A+의 비결' 편이 내게는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다. 수용적 사고를 기르며 비판적 사고를 용납하지 않는 우리나라 시험과 평가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의 교수학습자료 센터장이 서울대 성적 우수자들의 공부 방법을 조사했다. 서울대에서 2학기 이상 4.0 이상의 학점을 받은 학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좋은 성적을 얻었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그들의 대답은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설명하시는 모든 내용을 필기한다"였다. 성적 우수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강의, 농담까지도 하나하나 노트북으로..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걸었다. 이곳에는 두 번 정도 왔다. 그때마다 내 옆에는 항상 아내와 아이가 같이 걸었다. 이번에는 지인들과 함께 걸었다. 높이 솟은 나무들이 드리운 그늘과 향기가 좋다. 자박자박 흙길 밟는 소리도 평화롭다. 천천히 걷다 보니 어느새 월정사 앞에 다다른다.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 구름이 걸렸다. 파란 하늘이 산사를 둘러싼 초록을 더 짙게 물들인다. 처마 끝에 매달린 풍경소리가 바람에 흔들리면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이 이내 엎어져 잠이 들 것 같구나. 가만히 앉아서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대웅전의 지붕 너머 소나무 숲과 하늘의 경계를 살핀다. 이 시간이 아깝지 않다. 안목 커피 거리에는 차와 사람이 가득했다. 은은하고 깊이 있는 커피향을 상상하면서 방문했지만 마땅히 차댈 곳도 찾지 못해 한..
따릉이가 신문 1면에 나왔다(누군가는 국민의 힘의 젊은 당 대표가 나왔다고 하지만...). 따릉이를 무척 자주 이용하고 있는 이용자로서 따릉이가 세간의 긍정적 주목을 받는 게 무척이나 반갑다. 이준석 대표가 여의도역에서 따릉이를 타고 국회까지 출근하는 모습은 나로서도 매우 인상적이다. 따릉이가 활용되는 전형적인 사례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준석 대표의 따릉이 사용을 두고 말이 많이 나오는데 전혀 그럴 문제는 아닌듯하다. 지하철, 버스, 택시라는 대중교통의 빈틈에 따릉이가 매우 효과적으로 스며들고 있다. 근거리 교통 수단이자 환승 수단의 하나로 적절한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이준석 대표의 따릉이 운행 사진을 보면서 몇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안전모. 자전거를 탈 때는 안전모를 쓰는 것이 좋다. 하..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덕분인지 어느 때보다 청명한 하늘. 자전거 주행거리 총 500km 찍은 날. 지난해 이맘때는 800km를 넘겼지만 올해는 목표없이 흘러가는대로 사는 걸로... 바퀴가 굴러가고 싶은 만큼 가는 거지. 욕심없이 사는 건지 안일하게 사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사십을 지나 곧 오십이 가까운데 유혹에 강해진것 같지는 않고 무언가에 혹했던 적은 있었나? 욕심을 내고 쟁취하려 달려든 적은 있었나? 어찌보면 참 제멋에 취해 편하게 살았다. 이제와 사람이 바뀌겠나. 그럼에도 환경과 상황이 바뀌니 사람을 다른 자리로 몰아갈까 두렵다.
🚴 아침 자전거 출근 10.3km 🏁 2021년 누적 주행거리 311.7km 나와 그대들의 20대를 위하여 돌아보면 나의 20대는 저항과 도전의 시기였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면서 저물어가는 운동권의 마지막 세대로서 그 화려한 불꽃의 정점(전대협의 끝과 한총련의 시작)을 달렸던 시대다. 93년 한총련 출범식에는 전국의 대학생 10만명이 고려대에 모여 청년의 위상과 책임을 실감하며 민족과 시대의 요구를 생각해 보았고 96년 연대 사태에서 저물어가는 운동권의 마지막 숨을 지켜보기도 했다. 돌아보면 20대라는 시기는 시대와 불화하는 나이이다. 앞세대의 허점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보다 나은 세상에 대한 뚜렷한 전망과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나름 내가 살았던 20대는 그럴만한 집단적 힘이 구체적으로 발화..
🚴 4.7. 아침 자전거 출근 10.6km 🏁 2021년 누적 주행거리 300.8km 공공성을 지키는 일 최근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미국 방송사 NBC에서 만든 의학드라마로 뉴욕의 공공병원 '뉴암스테르담' 병원을 중심으로 의료의 공공성을 다루는 드라마이다. 미국은 이미 최첨단 민영 의료 시스템 중심의 국가이다. 그런 미국 사회에서 공공병원의 위치는 어떠할까? 뉴욕이라는 대도시에 자리잡은 공공병원 ‘뉴암스테르담’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재정(자본)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병원의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공공병원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이사회와 병원장은 정부나 주 예산을 끌어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부자들로부터 기부를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이 지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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