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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상상력, 수다, 꿈...

"아빠, 그 얘기 알아? 내 친구 수연이는 저번에 바람 많이 불고 비오던 날 우산 쓰고 점프를 했더니 공중으로 3초간 떠 있었데."

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 도중 아이가 재잘거리며 말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 아이 동생도 하늘을 날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이의 상상력을 돋우려고 난 꿈속에서 하늘을 날았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몸을 꿈틀거리면서 거미줄처럼 엉켜있던 전깃줄 사이를 지나 제비처럼 낮게 지면을 수평으로 비행했다가 다시 공중으로 붕 떠서 어느 순간 구름 위를 날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어릴 적 꿈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이제 그런 꿈은 꾸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게 맞는 말이겠지. 


"아빠 나 나가니까, 바로 전화해야 해, 알았지?"

이제 혼자서도 놀이터나 심부름 정도는 갈 수 있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무서움이 많다. 외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두려움은 엘리베이터 귀신이다. 엘리베이터 문을 제외한 3면에는 거울이 붙어 있는데, 혼자 있으면 그 거울에서 귀신이 나와서 붙잡을 거라는 게 아이의 믿음이다. 터무니 없는 믿음이라고 아무리 설명해 주고 온갖 이야기를 새로 꾸며 주어도 여전히 공포심이 남아 있어서, 꼭 엘리베이터 안에서 통화를 하고 있어야 한다. 


"아빠, 사춘기는 언제부터 와?"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 그건 왜?"

"응 난 4학년 때부터 오는 거 같아. 자꾸 요즘에 짜증이 많이 나고 그래."

곧 질풍노도의 시기가 오겠지. 짜증 많고 신경질적인 아이가 되면 어쩌나 고민이다. 제발 석판으로 자신을 놀리는 남자 아이를 후려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학폭위에 나가 고개숙이는 일은 피하고 싶다. 빨강머리 앤이 자신을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를 석판으로 후려쳤을 때는 아마 사춘기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긴 못생겼다고 대놓고 말하는 린드 부인 앞에서 얼굴이 벌겋지도록 화를 내던 모습도 딱 사춘기의 앤일 것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빨강머리 앤"을 원작으로 읽어 볼까?



다시 만난 빨강머리 앤 

2013년에 다시 돌아온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


다시 만났다. 얼마만일까? 앤을 만났던 건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리고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아이를 위해서 빨강머리 앤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보여 준 일이 있다. 추억 속에서 자라던 앤이, 그 말많고 실수투성이 앤이 성큼 내 앞에 다가왔다. 최근 서점가에서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백영옥, arte)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어릴적 조실부모한 소녀 앤이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초록 지붕 집 커스버트 남매에게 키워지면서 겪는 과정에서 온갖 실수와 사건들이 얽히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넘어 큰 위로와 위안을 주었다. 내 또래의 중년에게도 1980년 대에 접했던 <세계 명작 극장> 중 '빨강머리 앤'의 이야기는 큰 재미를 주었던 시리즈 중의 하나였다.[각주:1] 

그래서 다시 꺼내 보았다. 집에 있는 빨강머리 앤은 어린이용 문고판으로 있어서 '더클래식'에서 나온 이북판으로 구입했다. 읽는 내내 즐거웠다. 옆에서 아이가 재잘거리는 걸 실감하며 즐겼다. 실제 내 아이도 수다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것과는 좀 다른 세계였다. 1900년대 초반 아이의 상상력과 21세기를 달리는 아이의 상상력은 다를 수밖에 없겠고, 어른이 만들어 낸 이야기 속의 앤을 최첨단 도심 속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와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겠지만, 어린 아이의 감성이야 옛날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는 캐나다의 작가로 소설의 배경인 프린스 에드워드 섬 출신으로 풍경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면서 낭만적이었다. 소설 속에서 앤이 매튜 아저씨를 처음 만나서 초록 지붕집으로 가는 여정에서 아름다운 벚꽃길을 지나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는 매우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그려졌는데, 앤의 상상력이 환상적으로 묘사되어 인상깊게 남아 있다. 그러나 소설은 영상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글이 주는 여유와 틈이 더 넉넉한 마음을 품게 한다. 애니메이션이 주는 화려함보다는 글에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더 좋다. 물론 영상과 글은 매우 다르다. 글은 읽는 사람의 상상력만큼 펼쳐지겠지만, 잘 만들어진 영상은 보통 사람의 상상력 그 이상의 자극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힘은 보다 깊은 생각과 상념으로 이끈다. 이것이 아마도 이야기의 힘일 것이다. 


110년 전의 앤, 그리고 현실의 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빨간 머리 앤’ 한 장면. 주인공 에이미베스 맥널티는 원작 속 앤을 그대로 옮긴 듯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 2018년은 앤이 세상에 나온지 110년이 되는 해란다. 한 세기를 넘어서 사랑받는 앤의 매력은 아이다운 순수함과 끝없이 재잘거리는 활기, 엉뚱하기 그지 없는 상상력에 있을 것이다. 여전히 지금을 사는 아이들에게는 이런 것들이 보인다. 마릴라 역시 그런 앤의 모습을 사랑하면서도 앤에게 너무 시끄러다고 핀잔을 주었고, 얌전히 굴어야 한다고 야단쳤으며, 착한 아이가 되라고 훈계하고, 아이들끼리 어울려 엉뚱한 짓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잔소리한다. 지금의 어른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110년 전의 앤과 지금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별반 다르지 않고, 110년전의 마릴라나 지금의 어른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 더 풍요로운 세상이라고 말하면서도 이야기는 고갈되고 상상력은 말라가며, 대화는 줄어들고 시간에 쫓기며 산다. 


앤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썽도 많고 엉뚱하기도 했던 앤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믿어주었던 매튜 아저씨, 언제나 잔소리를 하고 혼냈지만, 앤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마릴라, 앤의 마음의 친구 다이내나, 앤의 재능에서 가능성을 보고 적극 지원한 스테이시 선생님, 앤이 슬프고 힘들 때 좋은 멘토가 되어 준 앨런 부인 등 많은 이들이 앤의 성장에 영향을 끼쳤다. 지금을 사는 아이들에게 온 마을이 주는 도움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길은 아직 열려 있는 것일까 문득 생각해 본다. 


앤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넷플릭스에서는 지난해 새로운 버전의 '빨강머리 앤' 드라마 시리즈를 내놓았다. 대본을 쓴 작가(월리-베켓)은 앤이 그저 순수하고 낭만적인 수다스러운 아이라는 것에 더 깊이 현실적인 아이로 그려내려고 했다. 

당시 진단이 있었으면 앤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예요. 무엇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혼자 상상에 빠지며 가상의 친구와 얘기하잖아요. 넷플릭스 버전은 귀엽게만 생각했던 앤의 특징을 병리적으로까지 밀어붙인 거죠. 해외 리뷰를 보면 앤의 증상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보기도 합니다. 어려서 학대를 당한 아이가 새로운 가정을 찾았다고 한 번에 치유되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준 거죠. 이게 흥미로운 지점이라 생각했어요. 앤을 꿈과 희망을 주는 예쁜 친구로만 볼 게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기쁨과 아픔을 같이 보자는 취지거든요.  

원문보기:  경향신문(2017. 6. 9.) 기사 '너무나 현실적인 넷플릭스의 앤... 그래도 너는 나의 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에 있어 주위의 지원과 응원, 그리고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디 그것이 쉬운 일일까?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어찌보면 매튜와 마릴라의 사랑을 비롯해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1. <세계명작극장>과 관련한 좋은 글 추천 http://slownews.kr/6043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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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둠즈데이북 1~2 세트 - 전2권 - 10점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아작


유럽 인구의 3분의 1, 아니 절반까지 죽었다. 그것은 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천벌이었다. 최후의 날이 도래했다고 생각했다. 어디는 마을 전체가 몰살해 죽은 사람을 묻어줄 사람도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퍼지는 흑사병의 공포 앞에서 어떤 사람들은 도망치려했지만 그것은 더 병을 퍼뜨리는 일이 됐다. 그렇게 퍼진 흑사병은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박살냈다. 그 병이 진행되는 모습도 끔찍했다. 고열을 동반하면서 환자는 망각을 보고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에 큰 멍울이 생긴다. 그 멍울은 끔찍하게 커지고 어떤 감염자는 눈이 썩어들어가 손으로 긁어내야 했다. 1300년대 의사들은 멍울을 째보기도 했지만 터진 고름에 노출되어 병을 옮기거나 동맥을 건들여 죽이기 일쑤였을 것이다. 항생제라는 것은 커녕 아스피린도 없던 시절이다. 약초라는 걸 달여서 붙이거나 먹이는 게 전부였던 시기였다. 피부 밑의 핏줄이 터지면서 피부가 검게 변하면서 죽는다고 해서 흑사병으로 불렸다. 사람들은 이 공포스러고 괴기스러운 죽음에 좌절했다. 이런 떼죽음이 하늘의 분노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고, 여자, 유대인들이 하늘의 분노를 불러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을 산 채로 태워죽이거나 목을 매달았다. 


흑사병은 중세 유럽을 암흑기라고 부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흑사병은 그저 피부가 검게 변하면서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만 알았다.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 북(Doomsday book)"은 흑사병이 발병하던 초기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처참했다. 글이 줄 수 있는 상상력의 최대치를 살려내는 문장들이 여기저기서 바이러스처럼 뇌 속을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더러운 진흙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꽃이 핀다. 세상의 끝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진실이 나타난다. 키브린은 성녀였고, 로슈 신부는 성자였다. 흑사병은 신의 천벌도 분노도 아닌 그냥 질병이었다. 무시무시한 병 앞에서 사람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다. 서로를 의심과 비난으로 쳐다보며 신의 분노를 잠재울 희생양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키브린은 이 병이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퍼지는지 알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을 죽음의 사신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현대 지식을 총동원하며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그는 정해진 역사를 바꿀 수 없었다. 시간 모순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일은 미래에서 왔다고 할지라도 바꿀 수 없다는 것. 키브린은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것은 중세시대를 뒤흔들었던 흑사병의 사망률은 2분의 1 혹은 3분의 1이었다는 것에 기댔다. 그러기에 최선을 다해 그들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이미 과거는 정해져 있지만, 키브린은 그 결론과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사람들은 쉽게 진행되는 사건의 결론을 내고, 그에 따라 해야할 행동을 계산적으로 따지면서 이익을 쫓아 행동한다. 우리들에게 키브린은 묻고 있다.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결말에 기대지 말고 나아가라고. 세상에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으며 무엇을 하든 나 자신을 변화시키며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기대며, 더 큰 자신이 되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 앞머리에 있는 존 클린 수사의 기록이 그것을 말한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이 모든 일이 시간에 파묻히지 않도록, 그래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 모든 일이 우리 후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이 땅 사악한 존재의 손아귀에 놓인 이곳에서 일어난 수많은 재앙을 보아온 나는, 이제 죽은 자들에 둘러싸여 죽음을 기다리며 그동안 내가 목도한 모든 일을 여기 적는다. 

기록은 글쓴이와 함께 소멸되지 않아야 하고 노동은 그것을 행한 사람과 함께 무위로 돌아가지 않아야 하므로, 내 오늘 이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 양피지를 남기니, 만일 단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 아담의 후예 중 그 누구라도 페스트로부터 도망쳐 내가 시작한 일을 계속 이어갈 수만 있다면... 

- 존 클린 수사, 1349년


우리는 계속 나아가야 한다. 인간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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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청춘의 문제도 바뀐다. 난 지금의 청춘을 모른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안다고 나서는 게 더 볼품없는 일이다. 문제를 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해야 할 텐데, 그 실천과는 관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덧 중년을 넘어가다 보니 조직 내에서의 위치 역시 청춘을 이용해 삶을 연명하는 건 아닌지 하는 자괴감도 없지 않다. 거대한 시스템의 챗바퀴에 어느 누구는 깔리거나 힘겹게 돌리고 있다면, 난 그 챗바퀴에 올라타거나 손쉽게 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편안한 삶일까? 그럴리가 있나. 나 또한 거대한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한낱 나사일 뿐인데 말이다. 살아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선택적 가난이라고 위안하면서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 삶이다. 나이가 있으니 상처들은 딱딱하게 굳어 갑옷이 되었고, 얼굴에 핀 주름들은 속마음을 감추는 가면이 되어 준다. 아이의 재롱과 가족의 편안함이 작은 위로가 된다. 그렇다.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다. 내 청춘은 그렇게 게으른 중년이 되었다. 살면서 쥐꼬리만큼 쌓아온 것들에 의지하면서 스스로 치유하는 힘은 점점 사라져가는 나이가 되고 있다. 난 다른 삶을 꿈꾸지 못한지 오래됐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초식 동물들은 상한 과일이나 버섯으로 중독되었을 때 그것을 치유할 풀을 찾아 씹어 먹는다. 맹수들도 영역 다툼의 과정에서 다친 상처들을 자신의 혀로 핥아가며 다음 싸움을 기다린다. 모름지기 살아 있는 생물들은 유전자 속에 깊이 간직된, 자신의 어미와 아비로부터 이어받았을 그 고갱이의 흔적으로 스스로를 치유하고 상처를 이겨낸다. 


사람도 다친다. 눈에 보이는 상처나 분명하게 나타나는 통증은 병원에 가서 치료한다. 그러면 대개는 낫는다.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고,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얽히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 잘 드러나지 않는 통증들이 나타났다. 이 상처와 통증들은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었다. 공허와 분노, 상실감과 허무함만이 남아 먹어도 채워지지 않은 허기와, 마셔도 가셔지지 않는 갈증, 자도 자도 끝이 없는 불면의 고통을 헤매이게 된다. 


아직 익숙지 않은 이 시대의 상처와 치유들은 어떻게 극복될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이 마음에 난 상처와 통증들의 치유 과정을 담아 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들에게도 스스로의 마음을 치유하고 통증을 가시게 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라고 속삭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담아낸 치유의 기술들을 살펴보자. 


음식.

영화 속에서 주인공 혜원은 끊임없이 음식을 만들어 낸다.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굶주려 있던 배를 채우기 위해 밥을 짓고 국을 끓여낸다. 국에 밥을 말아 훌훌 들이키는 단촐한 식사였다. 하지만 그가 도시에서 먹었던 컵밥과 편의점 간편 음식들과 비교할 수 없다. 도망치듯 내려온 고향집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음식을 지어 주린 배를 채운 것이다. 도시에서 채울 수 없었던 몸과 마음의 허기를 시골 고향집에서 갓지은 밥과 국에서 해소한 것이다.  


농사. 

여름날 밭에서 일하던 혜원의 목덜미를 흐르던 땀방울들은 영롱하게 빛났다. 혜원은 도시에서 편의점 알바를 비롯해 끊임없이 일하며 공부도 하고 생계도 유지해야 했다. 노동의 가치를 따지는 건 한가로운 몽상가들에게나 어울릴 말이었다. 그런데 혜원에게 농촌에서의 노동은 달랐다. 돈을 벌기 위해 했던 도시의 노동과 먹거리를 얻기 위해 지은 농사는 자본주의적 가치로 따지자면 비교가 안되겠지만, 노동의 가치에서 농사는 달랐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텃밭의 농작물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잡초를 뽑았고, 밤새 휘몰아친 폭풍으로 쓰러진 벼들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플 때까지 묶어 세웠다. 이 농사일은 온전히 그에게 돌아와 먹을거리가 되어 주고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잊기 위해 시작한 농사일이 잊을 수 없는 충만함으로 돌아왔을 때 혜원은 결심을 굳히게 된다. 


엄마.

혜원의 엄마는 혜원이 대학에 합격하자 먼저 고향집을 떠났다. 그리고 어디로 갔는지 소식도 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혜원이 집에 돌아오자 감자 요리 레시피를 혜원에게 보낸다. 여기에 자신의 신상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맛있게 요리하는 법, 오직 그것만을 알려주고 있다. 도시에 있을 때는 소식 한 번 주고받지 않았던 엄마가, 혜원이 시골집에 내려온 것을 어떻게 알고 혜원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그리고 요리법이라니... 엄마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들은 넘어지기 마련이다. 넘어진 아이는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운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에게 홀로서기를 강요하며 집을 나간 엄마는 도시 생활에 지친 딸이 집으로 돌아오자 감자 레시피로 맞아주었다. 엄마는 넘어진 딸이 고향집에서 일어서기를 기다린 것이다. 딸 혜원이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통증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을 찾기를 기다렸다. 그 방법은 이미 엄마가 오랜 세월 동안 전수한 것, 요리. 어린 혜원에게 엄마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기댈 존재였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엄마는 넘어서야 할 대상이 되었다. 엄마가 먼저 떠났고, 혜원도 고향집을 떠났다. 하지만 다시 고향집에 돌아왔을 때, 혜원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영화는 스스로를 치유하며 진정한 홀로서기로 나아가는 젊은이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여전히 쫄아들어 있는 나는 이 영화가 참 좋다. 누구에게나 부모에게서 알게 모르게 배운 치유의 기술이 있다.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찾아보고 싶다. 이 영화가 그렇게 나를 자극했다. 유난히 추웠던 이 겨울의 끝, 기다리던 봄의 초입에서 만난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내 안의 상처와 통증을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정말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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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이리 - 6점
헤르만 헤세 지음, 김누리 옮김/민음사


난감한 일이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도 보고, 침대 머리맡에서도 보았다. 작정하고 의자에 앉아서 열심히 탐독도 해 보았다. 그의 이전 작품 "데미안"에 대한 기대를 이어갈 수 있으리라 보았다. 그러나 달랐다. 재미도 감동도 없이 철학적 사유와 몽환적 상상력, 이해되지 않은 이야기의 연결 구조, 도저히 현실적 인물이라고 보기 힘든 등장인물들까지,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내 사유의 빈곤함인지, 아직 무르익지 않음인지 모를 일이다.

 

주인공 하리는 고집스럽게 자신의 사상을 고수하며 전쟁으로 치닫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소시민적인 삶과 명확히 구분되며 홀로 좁은 방에서 고전을 탐닉하며 살아가는 사상가이다. 세상에 대한 희망도 기대도 없고 삶의 즐거움도 행복도 모른다. 마침내 거칠고 황막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의 가슴 속에서 야수를 불러내고 말았다. 그 이리는 그의 영혼의 살점들을 뜯어먹으며 끝내 그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고 한다. 그러던 그가 헤르미네를 만나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혐오하던 대중 음악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속물적이라고 보았던 가면 무도회에 참석해 어린 소녀부터 중년의 부인까지 희롱하며 춤을 춘다. 자신의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던 그가 마지막에 찾아간 이상한 장소에서 몽환적 상상을 경험하고 수많은 자신의 개성들을 어떻게 취할 것인가에 대해 깨닫는다. 


50대의 헤르만 헤세는 삶에서 회한과 절망을 경험했던 것일까. 세상과 불화하거나 또는 세상에 너무 예민하거나 했을지도 모르겠다. 자고로 시인이라면, 소설가라면 보다 예민하고 불만족스러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이유와 해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그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이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읽는 내내 상황에 담긴 은유의 의미를 찾기 바빴고, 맥락없이 빠져드는 독서를 다시 주워담기에 정신없었다. 너무 어렵게 책을 읽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바삐 행간을 넘어가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가슴 속에서 한마리 야수가 정신없이 심장을 뜯어 먹는 것은 아닐까 생각됐다. 영혼 없는 책읽기... 내 영혼에게 참 미안한 책 읽기였음을 고백해야겠다. 



▲ 딸과 함께 간 실내 놀이터에서도 열심히 탐독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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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 순간이 그립다. 양 옆으로는 곧게 뻗은 참나무들이 적당하게 나 있는 숲의 오솔길, 숲의 향을 온전히 맡을 수 있는 그 길을 걷던 순간 말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숲과 나라는 인간은 온전히 하나되는 합일의 경험에 다가선다. 경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계조차 서로 다른 종의 경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는 그 순간 숲에 들어온 낯선 동물의 하나다.


                                                                                       ⓒ강대진(eowls@eowls.net)


지리산을 비롯해 남도의 여러 산을 돌아다니고, 백두대간에 도전한다고 꼬박 열흘 동안 지리산부터 덕유산까지 걸을 때도 그런 순간은 매번 찾아왔다. 어쩌면 이제는 잃어버린 시간이 된 것일까? 산, 숲을 떠나온지 너무 오래됐다. 숲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 책 “숲에서 우주를 보다”라는 책을 들었다.


이 책은 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이 숲 속 오두막에서 생활하면서 숲의 생태계에 대한 관찰과 그 속에 담긴 생물학적 이야기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 낸 책이다. 숲이 가지는 생태적 환경의 조화, 그리고 그 속에 담긴 태고적 신비, 그로부터 수만년 동안 진행되 온 진화의 오묘함 등을 쉽고 아름다운 문체로 담았다. 이 책에 담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은 내 좁은 시야를 다시 한 번 넓혀주었다.


작가는 한 겨울의 추위를 맨 몸으로 도전해 보면서 박새가 겨울을 나는 방법과 그러기 위해 발달할 수 있었던 신체의 비밀들을 비교해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극심한 추위 속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 했다고 서술했다. 이 책에는 이처럼 동물만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 생태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끼, 꽃, 풀, 나무들은 동물들과 함께 공존한다. 나무 하나가 쓰러져 죽으면 그 죽은 나무 주위로 더 많은 풀과 동물들의 보금자리가 싹튼다. 곰팡이부터 도롱뇽까지 수많은 무척추 동물들이 썩어가는 줄기 속과 밑에서 번식한다.

그래서 숲의 건강함은 고사목의 밀도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죽은 나무들이 숲을 살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이 억지로 나무를 베어 넘어뜨리는 것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지만 숲의 자연스러운 경쟁과 협력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자연이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일궈낸 위대한 작품은 여럿 있지만 그 중에 여기서는 ‘반딧불이’에 대해 소개해 본다.


어둠의 장막이 하늘을 완전히 덮었다. 하지만 만다라[각주:1]를 떠나려고 일어선 찰나 숲이 빛으로 가득 찼다. 반딧불이들은 땅 위 60~90센티미터 높이에 머물기 때문에, 선 채로 내려다보면 바다에 빛나는 부표가 가득 떠 있는 것처럼 지면이 울렁거린다.(생략) 이 비교는 공정하지 못하다. 아기를 현자(賢者)와 비교하는 셈이니 말이다. 우리의 손전등은 기껏해야 200년 전에 발명되었으며 화석 에너지와 화학적 에너지가 풍부한 시대에 발전했다. 사람들은 전구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았다. 연료가 무한한데 왜 쓸데없는 수고를 들이겠는가? 이에 반해 반딧불의 설계는 수백만 년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반딧불이는 늘 에너지가 부족했기에, 채굴된 화학 물질이 아니라 자신의 식량을 연료로 사용하며 낭비가 거의 없는 전구를 만들어냈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말이 또한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말인지 되새겨 보기도 하였다. 작가는 숲에 버려진 골프공 하나를 치울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다. 골프공이 가진 인간적 환경의 특성, 인간은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인지, 인간과 자연은 전지구적 관점에서 하나의 자연을 이루고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그 골프공도 자연의 일부로 보아야 하는지 등등 생각이 뻗어나간 자리에서는 또다른 건강한 싹이 움트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 든 충동은 골프공을 치워서 만다라의 ‘순수함’을 회복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충동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골프공을 치워도 만다라가 산업 부산물로부터 완전히 깨끗해지는 않는다. 산, 황, 수은, 유기 오염 물질이 끊임없이 비에 섞여 내리기 때문이다. 만다라에 있는 모든 생물의 몸 속에는 바깥 세상의 분자 골프공이 흩뿌려져 있다. 나 또한 옷에서 떨어진 섬유 가닥, 외부의 세균, 숨으로  내쉰 외부 분자 혼자 따위를 만다라에 더했다. 심지어 만다라 생물들의 유전 부호에도 산업의 낙인이 찍혔다. 날아다니는 곤충, 특히 사람 가까이에 살던 조상의 후손들에게는 많은 살충제에 대한 내성 유전자가 들어 있다. 따라서 골프공을 치우는 것은 인간의 이 모든 인공물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하여 인간과 분리된 ‘순수한’ 존재라는 환상을 유지할 뿐이다.

순수의 충동은 심층적인 두 번째 차원에서 무너질 것이다. 인간의 인공물은 자연에 묻은 얼룩이 아니다. 이런 시각은 인간과 나머지 생명 공동체를 갈라 놓는다. 골프공은 똑똑하고 놀기 좋아하는 아프리카 영장류의 마음이 물질로 구현된 것이다. 이 영장류는 신체적·정신적 솜씨를 겨루는 놀이를 고안하는 일을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이런 놀이가 펼쳐지는 무대는 이 영장류가 떠나온,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갈망하는 사바나를 꼼꼼하게 재구성한 복사판이다. 똑똑한 영장류는 이 세계에 속한다. 영장류의 생산물도 이 세계 속할 것이다. 이 유능한 영장류가 자신의 세계를 통제하는 데 능숙해지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긴다. 이를테면 지금껏 보지 못한 화학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데, 그중 일부는 생명체에 유독하다. 대다수 영장류는 이러한 역효과를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영장류는 자신의 종이 세상에 미친 영향을 굳이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특히 아직까진 비교적 멀쩡해 보이는 곳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도 그런 영장류 중 하나다. 따라서 골프공이 숲에 떨어진 것을 보았을 때 내 마음은 골프공과 골프장, 골프객, 이 모두를 낳은 인류 문화를 욕한다. 하지만 자연을 사랑하고 인류를 증오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다. 인류는 전체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진정으로 사랑하려면 인류의 창의성과 놀이 본능 또한 사랑해야 한다. 인간의 인공물이 남아 있다고 해서 자연이 아름답지 않거나 일관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는 덜 탐욕스럽게 덜 어지르고 덜 낭비하고 덜 근시안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책임감을 자기 혐오로 바꾸지는 말자. 우리의 가장 큰 실패는 세상에 대한 연민을 품지 못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된다.    


세상에 대한 연민을 품는 것, 그것은 아프리카 영장류인 나를 비롯한 인간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고 한 걸음 더 자연 속으로 동화되어 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은 인간을 향한 연민으로 나아간다. 나아가 세상을 더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독자에게 불어넣어 준다. 이 책이 가진 힘이다. 숲을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닌 숲 속에 있는 나를 상상하게 한다. 오롯이 숲 한가운데로 걸어가는 나와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 사이로 들리는 바람소리, 새소리를 상상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경외감으로 가슴이 떨릴 때 스스로 살아있는 것에 대해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생각이 들 즈음, 이 책은 죽음을 풀어내는 자연의 순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도에서 독수리가 멸종 위기로 몰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들판이나 숲에서 죽어간 동물들을 1차적으로 분해하고 해체하는 독수리들은 다른 동물과는 다른 특별한 위장을 가지고 있다. 독수리들은 썩어가는 사체에서도 영양분을 흡수하고 열량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독수리들이 멸종 위기로 몰리자 가축이나 야생동물들이 들판에서 그대로 썩어가야 했고, 이로 인해 파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감염된 들개들이 창궐하기 시작하면서 이로 인한 질병과 광견병이 인도 사회를 괴롭혔다. 또한 독수리의 멸종은 '풍장'을 전통으로 여기는 인도의 파르시 공동체에도 위기를 가져왔다. 인도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독수리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비슷한 예는 북미에서도 나타났다. 숲을 복원하고 사슴을 숲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사슴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숲이 오히려 망가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결국 늑대를 넣어 숲의 균형을 유지한 예도 나온다(관련 기사).[각주:2] 하나의 숲이 온전히 유지되기 위해서는 수천년 간 이어져 온 질서가 필요하다. 그것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복원은 수천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유기화학적 공산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진화의 신비는 이런 자연의 질서 앞에는 한낱 어린 아이의 손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연민을 바탕으로 자연 앞에 더 겸손해야겠다.

조만간 아이와 함께 봄이 움트고 있는 작은 숲을 찾아가 보아야겠다. 아이가 보는 숲이 내가 보는 숲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좀 더 소중하고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숲에서 우주를 보다

저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출판사
에이도스 | 2014-06-27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2013년 교양과학 부문 미국 최고의 화제작2013년 미국 국립...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숲을 '만다라'라고 표현하고 있다. 온갖 자연만물이 조화롭게 어울려 살아가는 곳을 의미한다. [본문으로]
  2. 기사가 인용한 논문: William J. Ripple et. al., Status and Ecological Effects of the World’s Largest Carnivores, Science 10 January 2014: Vol. 343 no. 6167 DOI: 10.1126/science.124148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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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11살 빌리는 영국 북부의 탄광촌에서 살고 있다. 아버지는 이곳에서 대대로 광부로 일해 왔고, 형 역시 광부이다. 하지만 광부들은 광산을 폐업하고자 하는 정부에 맞서 파업에 들어갔으며 경찰들과 대립하면서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빌리를 체육관에 보내 권투를 배우게 하지만 정작 빌리는 발레를 하는 모습에 빠져들고 만다. 우연히 발레를 배우기 시작한 빌리는 점차 발레만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발레 선생님 윌킨슨 부인은 빌리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를 로열 발레단 학교에 보내고자 한다.

그러나 빌리가 발레를 배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형과 아버지는 남자는 발레가 아니라 권투나 축구를 해야 한다며 체육관 출입을 금지시키고, 더 이상 50펜스의 강습비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빌리 안에 숨겨져 있던 재능은 감출 수가 없었다. 성탄절날 빌리가 자신의 친구 마이클에게 체육관에서 춤을 가르쳐 주고 있는 모습을 아버지가 보게 된다. 여기서 빌리는 아버지 앞에서 자신 안에 숨겨둔 춤에 대한 열정과 끼를 마음껏 펼친다. 아버지는 비로소 빌리에게 있는 재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마음을 바꾼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비겁자의 오명을 뒤집어쓰면서 빌리의 오디션 비용을 벌기 위해 일터로 향한다. 이런 아버지를 말리던 형 토니 역시 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빌리를 돕기 위해 나선다.

빌리는 그렇게 주위의 도움과 가족의 희망을 안고 로얄 발레단 학교의 오디션을 본다. 그리고 기다리던 합격 통지서를 받아 학교에 입학한다. 그 와중에 파업은 노동조합의 패배로 끝나고 아버지를 비롯한 노동자들은 다시 광산으로 향한다.

시간이 흘러 빌리는 국립발레단의 공연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를 날아오른다. 첫 무대에서 아버지와 형, 친구 마이클도 참석해 그의 뜻깊은 첫 주연 공연을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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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첨삭하면 쉬워지는 교과서            

 ① 몸짓으로 표현되는 아름다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이후 말을 사용하기 전에는 손짓, 몸짓, 표정으로 의사를 전달했다. 이런 행동 점차 신에게 기원하는 수단으로, 축제 자리에서 흥을 돋우는 수단으로, 전쟁과 사냥을 준비하기 위한 단련의 수단으로 발전한다. 이처럼 무용은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마임과 호흡의 강약, 신체의 움직임을 표현 기교로 사용한다.

심미 표현 활동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아름다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체험을 통하여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이다. 또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경험은 정서적인 안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경험해 보지 못한 예술적 창의력과 감상 능력을 높여준다.


심사위원: 춤을 추면 어떠니?

빌리: 춤을 추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모든 걸 잊게 되요. 다 사라져버려요. 내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 붙어 변해 한 마리 새가 된 것 같아요. 전기처럼…








영화에서 빌리가 처음 발레에 빠진 것은 엄마의 피아노로 익힌 리듬감과 체육관에서 본 발레 동작의 역동성에 있다. 빌리는 발레 음악에 맞추어 자신도 모르게 복싱 경기 중 춤을 추었고 그 때문에 처음 링에 올라온 친구에게 한방 맞고 쓰러지면서 스스로 복싱에 재능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의 이런 경험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버지나 형과의 갈등 상황에서도 그는 언어로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춤으로 혼자 승화시킨다. 발레 학교의 오디션에서도 그는 춤을 배우게 된 계기나 춤 추는 이유 등에 대해 제대로 된 표현을 못해 관객을 답답하게 하지만, 그것은 실상 아직 어린 나이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예술적 본능에 대한 질문이었다. 대신 춤 출때의 기분에 대해 그는 ‘자신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표현이었지만, 그가 추는 춤만큼 제대로 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혜리 영화 평론가는 이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아역배우의 깜직한 춤 솜씨보다 강한 힘으로 관객을 잡아끄는 것은 예술의 품에 안긴 어린 영혼의 멈칫거림. 아직 그의 피를 요동치게 하는 기운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빌리의 가슴은 리듬이 그를 들어 올릴 때마다 성취나 정복의 쾌감이 아닌 자아 소멸의 해방감에 수줍게 떨린다.”(원문 가기)


② 편견에 대한 거부

스포츠에서의 양성평등은 기존의 편견이나 고정관념과의 싸움이었다. 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보듯 전통적인 스포츠에서 여성의 참여는 배제되거나 터부시되었다. 이는 사회현상의 다양성과 진보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성별에 따른 우위적 사고가 오늘날의 사회적 가치와 규범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복싱만 하더라도 올림픽에서 여성 종목이 정식을 채택된 것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부터였다. 하지만 반대로 리듬체조나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등 여성성이 강조되는 스포츠에서는 남성의 참여가 배제되는 현상도 있다.

스포츠에서의 성차별적인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인간의 성적 행동에 대한 오래된 통념적인 가치나 사고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남성의 가치를 보존하고 표출하기 위하여 강하거나 거친 스포츠를, 여성은 여성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부드럽고 아름다운 스포츠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편견과 고정관념은 영화 속에서는 동성애와 만나면서 보다 뚜렷하게 드러난다. 치마를 입고 화장을 하는 동성 친구 마이클을 보면서 빌리는 자연스럽게 그런 가치나 취향을 존중하고 자신이 발레를 좋아하는 것 역시 그저 취향과 가치일 뿐이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성차별은 정형화된 사회의 가치관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을 말하며 이를 깨는 과정은 그런 정형화된 가치관에 대해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아빠: 발레?

빌리: 발레가 어때서요?

<중략>

아빠: 그래, 할머니한테는 그렇지 여자들에겐, 사내들은 아냐. 사내들은 축구나 권투나, 레슬링을 하는 거야. 빌어먹을 발레는 안 해.

<중략>

빌리: 호모나 하는 게 아니에요, 아빠. 발레 무용수는 운동선수만큼 단단하다고요. 웨인 슬립을 보세요. 그 사람도 발레 무용수잖아요. 













③ 발레에 대하여

발레의 동작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원리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서두르지 않고 부드럽게, 우아하게 표현해야 한다. 둘째, 신체 라인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답게 보이도록 움직임 요소를 음악에 맞추어 표현해야 한다. 셋째, 상체와 하체의 연결과 얼굴 표정이나 손끝의 모양까지 조화롭게 표현해야 한다. 넷째, 무중력의 환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발끝으로 서는 동작, 도약, 회전, 점프 등의 기술을 표현할 때에도 공중에 떠 있는 듯하게 표현해야 한다. 



윌킨스 부인: 어디 보자. 하나, 둘, 셋, 넷, 다섯. 정지. 움직이지 말고. 어디 좀 볼까? 뒤꿈치 빼고, 엉덩이 내리고, 좋아. 다리 선이 곧군. 굴곡도 좋고. 다리를 밖으로 돌려봐. 좋아.








영화 속에서 빌리가 윌킨스 선생님과 부둣가에서 듣는 음악은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였고, 빌리가 성인이 되어 첫 주연 공연에 나선 것도 ‘백조의 호수’였다. ‘백조의 호수’는 19세기 유럽의 발레가 쇠퇴하면서 러시아에서 발레가 전성기를 맞이하던 시기에 발표된 작품이다. 이 당시 토슈즈의 발전으로 높은 도약과 빠른 회전이 가능해졌으며 치마(튀뤼)는 더욱 짧아지게 되었다. 이 시기를 ‘고전주의 발레’라고 하며 대표적인 작품으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인도의 무희’ 등이 있다.


◎발레의 기본 동작 익히기

고전 발레는 발의 표현을 상반신의 표현보다 중시하여 걷고, 뛰고, 회전하는 스텝 동작의 패턴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 다리와 팔 동작: 발레의 발 포지션은 제1, 2, 3, 4, 5번 동작으로 나뉘어지며, 팔 동작에는 앙바, 앙아방, 알라스꽁드, 앙오가 있다. 보통 팔과 다리의 동작을 분리하여 연습한 후 팔과 다리를 같이 연결하여 동작을 실시한다.



▲ 다리 동작


▲ 팔 동작


- 바 동작: 바에서의 연습은 동작의 평형을 유지하고 완전한 신체를 조절하기 위해 필요하다.


▲ 발끝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고, 밀었다 돌아오는 동작이다.


▲ 무릎을 굽히는 동작으로, 허벅지와 관련 된 근력을 기르기 위한 활동이다.



▲ 허리를 곧게 펴고 힘을 뺀 상태에서 시선 은 팔 움직임과 같이 한다.


작품 감상- 백조의 호수 |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발레 음악 중의 하나로 꼽히는 ‘백조의 호수’는 오늘날 음악 자체만으로도 널리 연주되는 발레 음악의 백미이다. ‘백조의 호수’는 발레리나가 한 무대에서 완전히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보여 주어야 한다. 2막 호숫가 전경에서 지그프리트를 만난 백조가 공포에 떠는 몸짓, 점차 사랑을 느끼는 두 사람의 우아하고 고전적인 아다지오를 펼치다가 3막에서는 지그프리트를 유혹하는 오딜로 일순간에 변신해야 한다. 


3. 수업 활용 방안          

 - 발레에서 남성 무용수를 ‘발레리노’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발레리노에 대해 조사해 보자.

 - 유튜브 등을 통해 ‘백조의 호수’를 감상해 보고, 그 느낌을 정리해 보자.

- 영화 ‘밀리언달레 베이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양성평등의 문제를 찾아내고 ‘빌리 엘리어트’와 비교해 보자.


참고문헌

 - 중학교 체육 교과서, 정철수 외, 금성출판사, 2013.

 - 스포츠 영화 속에 나타난 양성평등의 교육적 의미 탐구, 이기천, 한국스포츠교육학회지, 2006

 - 영화야 미안해, 김혜리, 씨네21, 2007

 - 사진: 네이버, 금성출판사 / - 동영상: 다음





빌리 엘리어트 (2001)

Billy Elliot 
9.4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제이미 벨, 진 헤이우드, 제이미 드레이븐, 게리 루이스, 스튜어트 웰스
정보
코미디, 드라마 | 영국, 프랑스 | 109 분 | 200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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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사상 최초 남북 단일팀의 국가명은 ‘코리아’, 국가(國歌)는 ‘아리랑’, 국기(國旗)는 ‘한반도기’였다.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출전하여 4강에 오른다. 개개인의 실력에서는 세계 어느 팀에 뒤지지 않은 강팀이었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의 남북 대결에서 비롯된 서로의 앙금도 쉽게 극복되었을까? 

   뛰어난 실력을 가졌지만 번번이 탁구 강국인 중국의 벽을 실감해야 했던 현정화 선수. 그녀에게 일본 지바 세계 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낯선 남북 선수들이 모여 훈련을 시작했지만 동료로서의 신뢰도, 인간적인 애정도 없었던 상태에서 단일팀이 만들어지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남북의 선수들은 연습 방식, 생활 방식, 사고 방식, 심지어 말투까지 너무나도 달라 사사건건 부딪히고, 결국 양팀을 대표하는 현정화(하지원 역)와 리분희(배두나 역)의 갈등도 극에 달하게 된다.

   코리아 단일팀은 갈등과 화해, 그리고 땀과 열정을 거쳐 무려 8회 연속 세계 선수권 대회 여자 단체전 우승을 차지해 왔던 중국 여자 대표 팀을 물리친다. 그러나 영광의 순간이 지나고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하는 단일팀의 슬픔은 곧 우리 민족이 겪는 슬픔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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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첨삭하면 쉬워지는 교과서


①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스포츠

   스포츠의 정치외교적 기능에는 국위 선양, 내셔널리즘 강화 수단, 외교 관계 수립 수단, 외교적 항의 등이 있다. (금성출판사 ‘스포츠 문화’ 교과서 235쪽)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은 남한과 북한의 협력과 화해를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었다. 탁구를 통한 외교 관계 수립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가 1971년 미국과 중국의 핑퐁 외교가 있다. 당시에 한국 전쟁 이후 냉전 상태였던 양 강대국은 이를 계기로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였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나갔다.

   1991년 일본의 지바현에서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을 참가시키기로 한 것은 남북 분단 이후 스포츠 역사에서 일대 사건이었다. 이를 통해 남북 상호 이해를 증진함으로서 경쟁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고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를 고양할 수 있었다. 이후 세계적인 대회에 다시 단일팀을 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있었으나 실제로 이루어지진 못했다. 





② 스포츠를 통한 자아실현

   영화 ‘코리아’의 두 주인공 현정화, 리분희는 모두 탁구를 통해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그들에게 탁구란 삶의 이유를 넘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정화: 우리 아빠 때문에 탁구 시작했어. 예전에 탁구 선수셨는데 무명이셨지만 항상 나한테 제일 큰 힘이 되어주신 분이 우리 아빠야.

 



 




















분희: 그때 첨으로 아버지한테 뭔가를 부탁했어. 제대로 된 탁구채가 필요하다고. 새 탁구공이 있어야겠다고. 기때 알았다. 내가 이 탁구를 오래 치갔구나. 동무처럼 죽자고 치겠구나. 일케 말야. 

 



   정화와 분희에게 탁구는 삶, 그 자체이다. 정화에게는 아버지가, 분희에게는 조국이 탁구를 하는 이유가 된다. 자아가 시작된 곳이며 자아를 완성해 나가야 할 곳이 바로 탁구대이며 탁구를 하는 자신이며, 탁구를 통해 세상에 우뚝 서는 자신의 모습이다. 정화와 분희는 비록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이념 아래에서 살아왔고 평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던 사이지만 탁구라는 정체성을 통해 하나가 되어 간다. 

   이처럼 스포츠는 자아실현을 위한 수단이 되며, 나아가 서로 다른 세계관과 문화와 전통을 가진 이질적인 집단을 하나로 엮어 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③ 지바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와 현정화 선수의 탁구 그랜드슬램

   영화에서는 결승전 게임 스코어 2대2 상황에서 현정화-리분희의 복식조가 최종 경기에 나서 덩야핑-가오준 조를 꺾고 우승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복식 경기가 세 번째로 열렸고 이 경기에서 현정화-리분희 조는 덩야핑-가오준 조에게 패한다. 네 번째 단식 경기에서 현정화 선수마저 중국의 덩야핑에게 지면서 게임 스코어는 2대2 상황이 되고, 마지막 경기에 나선 유순복 선수가 가오준 선수를 물리침으로써 우승을 이끌어냈다.


 

코리아

중국

경기 결과

1번 단식

 유순복

덩야핑

유순복 승

2번 단식

현정화

가오준

현정화 승

3번 복식

현정화-리분희

덩야핑-가오준

덩야핑-가오준 승

4번 단식

현정화

덩야핑

덩야핑 승

5번 단식

유순복

가오준

유순복 승

▲ 1991년 지바세계선수권 단체전 경기 결과


  그러나 이 경기의 우승이 역사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중국이 16년간 왕좌의 자리를 내놓지 않았으며, 지바 대회 이후로 또다시 오늘날까지 계속 왕좌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탁구에서 중국의 위상이나 실력은 좀처럼 넘기 힘든 벽이었다.   


   현정화 선수는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 선수권 대회의 개인 단식 부분에서 우승함으로써 세계 선수권 전 종목인 단체전, 개인단식, 개인복식, 혼합복식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이는 탁구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년도 

대회명 

 종목

 기타

 1987

인도 뉴델리 

개인 복식 

양영자 

 1989

독일 도르트문트 

혼합 복식 

유남규 

 1991

일본 지바 

단체전 

리분희, 유순복 

 1993

스웨덴 예테보리 

개인 단식 

 

▲ 현정화의 세계 선수권 대회 그랜드슬램 기록



3. 수업 활용 방안


◎ 영화 속에서 주인공에게 탁구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 서로 다른 문화와 정서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스포츠가 가진 의미를 정리해 보자.


◎ 스포츠가 외교적 도구로 사용된 사례를 찾아 정리해 보자.

 






참고: 영화 '코리아'에 내재된 남북 단일팀의 의미와 이데올로기, 박윤정,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논문, 2012(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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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매기(힐러리 스엥크)는 가난한 복싱 지망생이다. 열세 살 때부터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복싱 연습을 한다. 매기의 아버지는 일찌감치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140kg의 비만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오빠는 교도소에 들어가 있는데다 여동생도 문제가 많은 복잡한 가정사를 가직하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복싱뿐이었다. 매기는 체육관의 베테랑 트레이너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자신을 훈련시켜 달라고 부탁해 보지만, ‘여자는 안 키운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늙은 프랭키 역시 외롭다. 유일한 혈육인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매번 반송되어 돌아온다. 어렵게 키운 복서는 타이틀 매치에 나가기 위해 자신을 떠났다. 주일마다 거르지 않고 성당에 나가면서 낯선 언어(게일어)로 된 책을 읽는 게 취미인 프랭키는 점점 더 고집 센 노인네로 세상을 향한 문을 닫는다.

어느날 프랭키는 친구 스크랩(모건 프리먼)의 설득과 매기의 열정에 감동하여 결국 매기의 트레이너가 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이 둘은 자신이 가진 상처와 아픔을 복싱이라는 승부의 링 위에 올려놓는다. 한 명은 선수로, 한 명은 트레이너이지만 둘은 경기를 거듭해 가면서 그 이상의 관계로 나아간다. 아버지가 없던 매기에게 프랭키는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고, 딸에 대한 그리움이 짙은 프랭키에게 매기는 딸 같은 존재가 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매기의 복싱에 대한 열정과 프랭키의 노련하고 고된 훈련 지침은 매기를 강력한 여성 복서로 키워 낸다. 매기는 매 경기마다 상대를 KO시키면서 승승장구하고 마침내 세계 챔피언에 도전한다. 처절한 경기 끝에 승리를 했지만, 상대 선수의 불의의 반칙에 그만 척추를 다치고 만다. 매기는 이제 평생 산소마스크에 의지하며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만다.

불구가 된 매기에게 가족들은 재산을 양도하라고 강요한다. 결국 그는 삶에 대한 의지를 놓고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매기는 이제 자신을 보내달라고 프랭키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누구보다 매기의 절망과 슬픔을 잘 이해하는 프랭키는 결국 그녀의 산소 호흡기를 떼어 내고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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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첨삭하면 쉬워지는 교과서      

① 복싱의 특성과 효과


 

 











프랭키: 너 자신부터 보호하라.


 

 






스크랩 : 만약 복싱에 마술이 있다면, 그건 인내와 부러진 갈비뼈, 파열된 신장, 망막분리, 그리고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는 싸움의 마술일 것이다. 그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꿈을 위해 모든 걸 거는 삶의 마술이다.

 


복싱은 인류가 이 세상에 출현한 것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최초의 인류에게는 강건한 신체 활동 능력이 유일한 생존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마땅한 무기가 없던 시절 인간은 체력을 바탕으로 맨주먹을 사용하여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나아가 적을 적극 공격하는 것을 생존의 수단으로 삼았을 것이다.

현대의 복싱은 정해진 시간 안에 글러브를 낀 주먹만을 이용하여, 정해진 장소 안에서 상대방에게 타격을 가해 점수를 많이 얻거나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승리하는 투기 스포츠이다. 그러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격으로부터 재빨리 몸을 피하는 동시에 빠른 동작으로 상대에게 주먹을 적중시켜야 한다.

복싱은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한다. 공이나 기구를 이용해 경기력을 겨루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직접적으로 몸과 몸이 맞부딪치며 주먹이 오가는 상황에서도 유효하고도 적절한 타격을 가해야 되기 때문이다. 상대의 강한 펀치를 맞고도 그 이상의 강한 공격을 가한다는 투지와 정신력은 복싱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또한 체력적으로도 매우 뛰어난 근력, 민첩성, 지구력 등을 요구한다. 작은 경기장 안에서 3분 3회전, 회전 간 휴식 1분의 경기를 자기와 몸무게와 거의 비슷한 상대와 겨룬다. 복싱 경기의 운동 강도는 단 1회전(라운드)만 뛰어도 100m를 전력 질주한 것 그 이상의 강도 부하가 걸린다. 이런 강한 부하를 지속적으로 견디기 위해서는 뛰어난 지구력을 요구한다. 강한 펀치는 속도, 즉 민첩성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② 여성 복서의 현실


 

매기 : 저 좀 키워 보시죠?

프랭키 : 난 여자는 안 키워.

매기 : 저 꽤 터프해요.

프랭키 : 아가씨, 터프가 전부는 아니야.


프랭키 : 서른한 살이 된 여자가 발레리나를 꿈꾸지 않듯 복싱 선수를 꿈꾸어도 안 돼!

매기 : 서른한 살이 늦었다면 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최근 들어서 축구나 복싱, 나아가 격투기 같은 남성 위주의 스포츠에서도 여성의 참여가 활성화되고, 건강과 미용을 위해 체육관이나 운동장을 찾는 여성들이 많이 늘고 있다. 2012런던 하계 올림픽에서는 여성 복싱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여성이 생활 스포츠에 참여하거나 스포츠 관람을 하며 스포츠 문화를 주도하는 경향은 짙어졌지만 여성이 스포츠 전문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몇 년 전 모 방송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은 탈북 여성 복서 최현미 씨의 세계 챔피언 타이틀 방어전을 다루면서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최현미 씨는 AP통신이 한국판 ‘밀리언달러베이비’로 소개할 정도로 유망한 세계 챔피언이었지만 스폰서(재정적 지원)가 없어서 방어전을 못 치르고 있었다. 만일 6개월 이내에 경기를 못하면 타이틀을 반납해야 할 처지였다. 이 예능 프로그램의 도움에 비용이 마련되어 방어전을 치르기로 함에 따라 방송팀이 방어전 상대인 일본 선수를 찾아가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선수 역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일본 선수는 가정집을 개조한 훈련장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 복싱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끌어들였고, 두 선수의 경기를 통해 복싱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게 했다.

여성 격투기 선수인 송가연 씨 역시 모 프로그램에서 자신은 격투기 선수이지 예능인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며, 예능에 나오는 이유를 여성 격투기를 알리고 시합에 나가기 위한 훈련 비용을 모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게다가 남자 선수에 비해 턱없이 낮은 대전료에 대해서도 공개해 여성 스포츠의 현실을 잘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포츠에 있어서 성차별은 특정한 성에 대하여 비우호적인 태도 및 불평등한 처우로 규정된다. 이런 현상은 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존재하는 부정적 특성에 기인한다. 학자들은 성차별의 근원을 문화적 전통, 성역할 차이에 대한 관념, 교육기관의 성역할 강화, 대중매체의 편향적 보도, 역할 모형의 희소성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매기는 복싱을 통해 집을 마련하고 가족들을 방문하지만, 가족들은 매기가 복싱을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매기가 복싱에 재능이 있고, 복싱을 통해 자아실현과 사회적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매기의 엄마를 비롯해 가족들은 여성이 복싱을 한다는 것 자체를 수치스러워한다. 여성 스포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향된 관념을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다. 


③ 복싱의 상해와 처치


 













매기: 난 세상을 봤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내 이름을 외쳤지요. 잡지에도 내 이름이 나오고. 내가 이 모든 걸 꿈이나 꿨겠어요? 난 겨우 2파운드 1.5온스로 태어났어요. 아빠는 내게 싸우면서 세상에 왔고, 싸우면서 떠날 거라고 말했어요. 그게 내가 원하는 거예요. 프랭키, 그걸 이루기 위해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난 원하는 걸 다 얻었어요. 모두 다. 그들이 그걸 다 빼앗아가게 하지 말아줘요. 사람들이 내 이름을 외치던 걸 들을 수 없을 때까지 제발 날 여기 누워 있게 내버려두지 말아요.

 


2005년 4월 미국의 여성 복서 베키 젤렌테스가 여자골든글러브스 대회에 출전했다가 3회 다운을 당한 뒤 사망했다. 두 달 뒤인 6월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여자 복싱 경기에 출전했던 린다 샴팡이 의식불명에 빠지는 일도 있었다. 특히 샴팡은 3회 TKO패를 당한 뒤에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손을 흔들어 주는 등 건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숙소인 호텔에서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졸도해 병원에서 뇌수술을 받았다.

여성 복서였던 변정일 씨는 ‘여성이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남성들보다 급소 노출이 많고 충격에 대한 신체적 면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여성 선수들이 충분한 훈련 기간을 거치지 않고 링에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남성의 경우 오랜 기간 훈련과 스파링을 하고 링에 오르지만, 여성들은 선수층이 얇고 재정적인 어려움도 커서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밀리엄달러베이비”에서는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인해 메기가 불구가 된다. 그렇지만 반칙이 아니더라도 복싱은 거친 격투 종목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복싱 경기 중 대표적인 상해에는 쇼크, 급성 심장 정지, 뇌진탕과 두부 외상, 코의 출혈 등이 있다.

특히 복싱 경기는 특성상 두부에 강타를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진탕과 두부 외상 등을 주의해야 한다. 응급 처치는 환자를 안정시키고, 곧 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암모니아 흡입제와 같은 자극제를 코에 대어 깨어나게 한 후 기억에 관한 몇 가지 질문을 통해 기억 상실증 유무를 알아본다. 찬물로 얼굴과 머리를 차게 하는 것도 좋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통해 후유증이나 장애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수업 활용 방안                   


 - 복싱에서 안전장비의 모양과 역할에 대해 조사해 발표해 보자.

 -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어려운 현실적 이유를 조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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