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레이의 친구 헤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클레이에게는 보통 친구가 아니다. 약간의 밀당도 있었다. 어색하지만 키스도 했다. 풋풋한 사랑이라고 여길 수 있는 사이였다. 그런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7년에 나온 미국의 웹드라마 “루머의 루머의 루머(13 Reasons Why)”는 클레이가 헤나의 자살 이유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드라마이다. 테이프에서 헤나가 자신의 죽음의 이유로 언급한 인물들은 헤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슬픔과 외로움으로 몰아 넣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사람 중에는 주인공 클레이도 포함되었다. 클레이는 헤나의 자살 이유를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주변 인물들에 대해 증오와 미움을 드러내면서도 자신이 왜 이 테이프에 언급되는지를 내내 두려워하며 진실을 향해 한발씩 다가간다. 클레이의 신..
서점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물론 장사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책이라고는 편집일만 해본 내가 책을 사고파는 일을 잘 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골에 북카페를 열어 놓고 가게를 찾는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거나, 조용한 카페에서 홀로 차를 마시며 책을 보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은 일상의 작은 행복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 북카페나 서점들은 매우 바쁘다. 가게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수입이 필요하다. 게다가 서점 운영은 잠시도 틈을 주어서는 안되는 입출고 관리가 필수이다. 그리고 카페까지 운영하려면 이에 대한 기본 지식과 노하우도 쌓여 있어야 한다. 이렇게 신경써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내 머릿속의 여유로운 상상은 그야말로 망..

돌이켜보면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20대 후반부터 책을 좀 덜 읽다가 마흔이 넘어가면서 책을 다시 좀 읽기 시작했죠. 책을 만든다는 저도 그렇게 책을 안, 아니 못 읽었습니다. 세상은 책 읽기 보다 재미있고,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책 보다 세상에서 배우는 게 많다고 느껴질 때 책은 그다지 쓸모 없는 도구가 되고 맙니다. 그러다가 좀 겸손해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좀 봅니다. 이런 사람도 편집자 일을 합니다. 주변 편집자들을 봐도 책 읽는 편집자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물어보면 어버버 하거나 말을 돌리거나 예전에 읽은 책 이름을 말합니다. 그만큼 책을 안 읽는 세태죠. 그런데도 편집자가 되고 싶은 사람이..
"나이 먹으면 취향이 변하는 게 맞나 봐. 난 원래 운동하는 거 질색했는데."우리 팀 부동의 주전 풀백이 무심코 던진 이 말에 모두들 앞다투어 공감을 표했다. 이건 취향의 변화 정도가 아니라 유전자 변이 아니냐는 근본 없는 병리적 의심까지 제기됐다. 체육 시간이면 양호실 갈 궁리나 했었다는 사람들이 가만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8월의 뙤약볕 아래로 스스로 기어 나와 이러저리 뛰어다니며 공을 차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프롤로그 중에서 복잡한 대중교통 안에서 낑겨서 가다보면 이북리더기도 들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종종 소리로 듣는다. 주로 가벼운 소설이나 에세이가 좋다. 이북리더기에 내재된 기계음(제법 사람 목소리가 나온다)도 익숙해졌다. 그런데 마침 좋은 오..
13계단 -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황금가지 남을 죽이면 사형이 된다는 것 정도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잖나. ···· 중요한 건 그 부분이야. 죄의 내용과 그에 대한 벌은 사전에 모든 사람에게 알려진 상태야. 그런데 사형당하는 놈들이란, 잡히면 사형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저지른 일행들이야. 이해가 되나. 이 뜻이? 그러니까 놈들은 누군가를 죽인 단계에서 스스로를 사형대로 몰아넣는 거야. 잡히고 울고 불고 해 봤자, 이미 늦어. 난고가 준이치에게 하는 말 세상에는 여전히 나쁜 놈들이 많다. 그들은 사람들 틈에서, 혹은 깊숙한 골방에 숨어서 누군가의 빈틈을 찾기 위해 냄새를 맡고 다닌다. 게 중에는 다른 이의 생명을 빼앗아 자신의 즐거움을 충족하려는,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죄를 ..
아이의 상상력, 수다, 꿈..."아빠, 그 얘기 알아? 내 친구 수연이는 저번에 바람 많이 불고 비오던 날 우산 쓰고 점프를 했더니 공중으로 3초간 떠 있었데."우산을 쓰고 집으로 가는 도중 아이가 재잘거리며 말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그 아이 동생도 하늘을 날았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이의 상상력을 돋우려고 난 꿈속에서 하늘을 날았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몸을 꿈틀거리면서 거미줄처럼 엉켜있던 전깃줄 사이를 지나 제비처럼 낮게 지면을 수평으로 비행했다가 다시 공중으로 붕 떠서 어느 순간 구름 위를 날았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어릴 적 꿈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이제 그런 꿈은 꾸지 않는다. 아니 못하는 게 맞는 말이겠지. "아빠 나 나가니까, 바로 전화해야 해, 알았지?"이제 혼자서도 놀이터나 심부름..
[세트] 둠즈데이북 1~2 세트 - 전2권 -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아작 유럽 인구의 3분의 1, 아니 절반까지 죽었다. 그것은 쥐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천벌이었다. 최후의 날이 도래했다고 생각했다. 어디는 마을 전체가 몰살해 죽은 사람을 묻어줄 사람도 없었다. 속수무책으로 퍼지는 흑사병의 공포 앞에서 어떤 사람들은 도망치려했지만 그것은 더 병을 퍼뜨리는 일이 됐다. 그렇게 퍼진 흑사병은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박살냈다. 그 병이 진행되는 모습도 끔찍했다. 고열을 동반하면서 환자는 망각을 보고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에 큰 멍울이 생긴다. 그 멍울은 끔찍하게 커지고 어떤 감염자는 눈이 썩어들어가 손으로 긁어내야 했다. 1..
시대가 변하면서 청춘의 문제도 바뀐다. 난 지금의 청춘을 모른다.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안다고 나서는 게 더 볼품없는 일이다. 문제를 안다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실천을 해야 할 텐데, 그 실천과는 관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덧 중년을 넘어가다 보니 조직 내에서의 위치 역시 청춘을 이용해 삶을 연명하는 건 아닌지 하는 자괴감도 없지 않다. 거대한 시스템의 챗바퀴에 어느 누구는 깔리거나 힘겹게 돌리고 있다면, 난 그 챗바퀴에 올라타거나 손쉽게 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편안한 삶일까? 그럴리가 있나. 나 또한 거대한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한낱 나사일 뿐인데 말이다. 살아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선택적 가난이라고 위안하면서 지금에 만족하고 있는 삶이다. 나이가 있으니 상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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